까페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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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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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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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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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를 구하다 3.

DUMMY

“흐흐흐. 마계 백작인 내가 이런 굴욕을 당하다니 이 원한은 절대 잊지 않겠다.”

분노가 뚝뚝 묻어나는 음성과는 달리 볼라바드의 다리는 살금살금 창가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다들 멍하니 바라볼 때 살그머니 창가 너머로 발을 옮겨 까페 밖으로 나온 볼라바드는 트리시아와 나비렌은 물론 야랑대원들을 하나하나 노려보며 소리쳤다.

“너 이 똥개들, 쓸 만하다 싶어 의뢰한 건데 이런 식으로 날 물 먹여? 앞으로 야랑계는 마계의 의뢰를 받을 생각은 마라. 내가 다 소문 퍼트릴 테니까!”

참 위기감 없는 협박을 늘어놓으며 볼라바드의 몸이 새까만 안개로 변하더니 이어 수십 마리의 박쥐들이 날갯짓을 하며 빠르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야랑대원들은 흠칫 하며 지금이 도망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깨달았다.

“가라, 형제들이여! 난 야랑대의 대주로서 형제들을 위해 이 한 몸 희생하겠다!”

타르찬의 결의에 찬 목소리에 야랑대원들은 냉큼 늑대로 변신하더니 뒤도 안돌아 보고 도망쳤다.

“저, 저, 의리 없는 것들…….”

내심 대원들의 존경 어린 시선과 명예로운 한마디 정도는 들을 줄 알았던 타르찬은 배신감에 부르르 떨면서 이를 갈았으나 이제 와서 같이 도망치기엔 늦었다.

“…….”

“뭐? 왜? 난 위대한 광랑 클리든의 계보를 이은 긍지 높은 늑대의 피에 맹세코 내가 한 말은 지킨다!”

트리시아와 나비렌의 묘한 시선에 발끈한 타르찬이 소리치자, 트리시아와 나비렌은 누가 뭐라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모습에 더 성이 나 버린 타르찬이 소리치려는데 골방에서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럽다. 좀 자자.”

“…….”


* * *


마계는 몰락하거나 부흥하는 일이 실시간으로 반복되며 정확히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마계 귀족들이 존재하지만 공작급, 그것도 대공이라 불릴 정도의 위치가 되면 마계의 지배자인 72마왕과 108마왕급에는 못 미치더라도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마왕급들과는 자웅을 겨룰 수 있을 정도로 무시하지 못할 계급이었다.

그런 대공 중 하나인 피의 대공 블러드가 지배하는 혈계는 겉으로 보기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자랑하는 풍요로운 곳이었으나 들여다보면 섬뜩하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강에는 물 대신 피가 흘렀고 과실수는 달콤한 과일이 아닌 피를 머금은 과실을 맺었다. 오직 흡혈을 하는 흡혈족들만을 위한 천국.

그래서 따로 블러드토피아라고도 불리는 이곳 혈계는 여러 흡혈족들이 거주하지만, 지배 계층인 귀족 계급은 블러드 대공의 직계로 로열라인이라고도 불리는 뱀파이어 일족들이었다.

블러드의 거주지이자 혈계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풀 문 캐슬. 평소엔 무한의 시간을 살아가는 오만하며 도도한 밤의 귀족 뱀파이어 일족들이 모여 블러드의 시선 아래 서로를 까대며 재롱을 피우는 연회장의 문이 벌컥 열리며 볼라바드가 들어섰다.

“음? 볼라바드군. 호황의 딸을 데려온다고 나갔으면서 어째서 혼자지?”

“흥. 보나 마나 실패하고 징징대러 온 거겠지.”

의문과 비웃음이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연회장을 가로질러 블러드의 앞에 선 볼라다드는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나의 주군이시여, 뱀피릭 나이트의 출정을 허락하여 주소서!”

“흐음? 뱀피릭 나이트?”

뱀피릭 나이트는 블러드 휘하의 기사단이었다. 무력 부대의 동원을 허가해 달라는 소리에 권태로움이 가득 찬 시선으로 볼라바드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던 블러드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 찼다.

“호황의 딸 나비렌의 추적엔 성공했으나 빌어먹을 똥개 놈들이 배신해 임무에 실패했습니다. 구차한 변명이 아니라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시길 간청하나이다.”

임무에 실패했단 소리에 연회장엔 볼라바드의 무능함을 비웃는 소리가 가득 찼다.

“야랑대의 추적 능력은 본좌도 인정하나 고작 야랑대가 이빨을 드러냈다고 도망쳐 왔다면 실망인데?”

블러드에게 있어 볼라바드는 자신의 혈족이긴 하나 딱히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트리시아라는 거추장스러운 엘프가 하나 붙어 있다고는 하지만 마계 백작급인 볼라바드가 트리시아와 야랑대의 배신에 도망쳤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놈들 곁에 이해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룰 브레이커가 한 명 있었나이다. 소신의 능력은 물론이거니와 일족의 특수 능력까지 모조리 통하지 않는 자입니다.”

차마 개같이 얻어맞았단 소리는 할 수 없던 볼라바드는 이해할 수 없는 능력이란 말로 자신을 변호하며 무력 부대를 이끌고 가 복수하기를 원했다.

모욕을 당했으면 피의 복수는 당연한 일. 거기다 이런 사소한 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걸 알기에 볼라바드는 자신의 주인이 순순히 허가할 줄 알았으나 블러드는 예상 밖의 반응을 보였다.

“……알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인간? 그러고 보니 그 고양이가 도망친 곳이 어디라고?”

“제13인간계이옵니다. 동맹 진영이긴 하나 그리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닌 변두리이옵니다.”

블러드의 물음에 보좌 임무를 수행하는 매혹적인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으나, 옥좌에 몸을 파묻고 있던 블러드가 자세를 바로 하며 표정이 전에 없이 심각하게 변하자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거쳐 오며 언제나 권태에 젖어 감정을 비추지 않던 블러드의 반응에 연회장에 있던 모든 혈족들이 바짝 긴장하며 입을 다물었다.

블러드는 갑자기 변한 분위기에 얼떨떨해하는 볼라바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혹시나 설마 해서 묻는 건데 트리시아와 고양이가 도망친 곳이 혹시 그 인간이 거주하는 곳이더냐?”

“예? 아, 아무래도 정황상 그런 듯했사옵니다.”

“혹시 그 인간이 거주하는 곳이 일반 인간용 거주지가 아닌 상업용 건물이더냐?”

“음…… 확실히 보통 인간이 사는 곳이라기엔 테이블과 의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아 살롱처럼 차와 간식을 파는 곳처럼 보였사옵니다. 역시 주군께선 앉은자리에서 만물을 굽어 살피시…….”

“너 어떻게 살아서 돌아왔냐?”

“예?”

자신의 주인을 향한 찬양을 늘어놓으려 할 때 이어진 말에 볼라바드는 멍청한 표정으로 되물었고 그런 볼라바드의 표정에 블러드는 실소를 터트렸다.

“어리석은 놈. 네놈이 누구의 권역에 들어갔다 나온지도 모르겠지. 피의 맹약에 의거해 명령하노니 네놈이 겪은 진실을 고하라.”

블러드의 말에 볼라바드는 덜덜 떨면서 자신이 겪은 일을 소상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피의 맹약까지 거론한 이상 한 치의 거짓이라도 섞일 경우 한 줌의 재로 변해 사라질 수 있었다.

“잠깐…… 청소하라고 시켰는데 무시하고 도망쳤다고?”

“그, 그렇사옵니다.”

“야, 이 새끼야! 너 지금 누구 사주를 받고 날 죽이려고 한 거냐!”

마왕 블러드가 자신의 모든 힘을 발산하며 분노 어린 음성을 토해 내자 연회장의 모든 혈족들이 바닥에 이마를 대며 그저 블러드의 자비만을 애원했다.

“나의 주인이시여, 제가 어찌 감히 그런 발칙한 상상을 한단 말입니까? 부, 분노를 거둬 주소서!”

“닥쳐라! 야! 저 새끼 데려가서 조져! 분명히 배후가 있을 거다.”

피의 맹약에 묶인 이상 절대 배신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블러드는 불같이 분노를 토해 내며 볼라바드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길길이 날뛰었다.

“나의 주인이시여! 전 절대 배신하지 않았나이다! 주인님!”

기사들에 의해 질질 끌려가면서도 볼라바드는 애처롭게 외쳤으나 그 누구도 볼라바드를 변호할 생각을 못 한 채 다들 바짝 엎드려 주인의 분노가 자신을 비껴가기만을 바랬다.

“지금부터 나 블러드가 선언하노니 내 휘하의 모든 권속들은 절대 제13인간계에 접근하는 것조차 금지한다! 내 선포를 어길 경우 모든 능력과 힘을 박탈하고 노예로 팔아 버릴 것이다!”


* * *


“흠. 그러니까 다 도망쳤다고?”

“예.”

준영은 꼬리를 축 늘어트린 채 눈치를 살피는 타르찬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저걸 복구라고 해 놓은 거고?”

그래도 나름 한다고 했는지 죄다 깨져 나간 전면 유리창이 있던 자리에 재주 좋게 구해 온 신문지와 테이프를 이용해 덕지덕지 붙여 놨다. 그런데 할 거면 좀 제대로 할 것이지 얼마나 대충 했는지 바람에 펄럭이는 힘을 못 이겨 찢어진 신문지들이 좀비들의 아우성치는 손길처럼 흔들렸다.

타르찬도 결과물을 보고 내심 뿌듯해하다가 이어진 참상에 어떻게 수습해 볼 거라고 계속해서 테이프와 신문지로 떡칠을 해서 일을 더 키웠다.

철석!

설상가상으로 아슬아슬하게 신문지가 찢어지며 날아와 준영의 얼굴을 덮어 버리자 타르찬의 눈빛이 완전히 죽어 버렸다.

그게 참 얼마나 안쓰럽게 보였는지 트리시아와 나비렌마저 불쌍하단 시선으로 바라볼 정도였다. 부스럭거리며 얼굴을 덮은 신문지를 양손으로 돌돌 구겨 뭉친 후 타르찬을 향해 툭 던지며 말했다.

“똥개야.”

“깨갱 깽!”

“…….”

얼마나 겁을 집어먹었는지 신문지 공을 던졌을 뿐인데도 나 죽는다고 비명을 지르며 배를 드러낸 채 허우적거리던 타르찬은 곧 정신을 차리곤 슬그머니 모른 척 준영의 발치로 조심스레 다가와 앉았다.

참 불쌍하면서도 민망한 광경이라 트리시아는 슬쩍 고개를 돌렸으나 나비렌은 깔깔거리며 배를 부여잡고 마음껏 타르찬을 비웃었다.

일생일대의 굴욕임에도 타르찬은 이를 갈기는커녕 얌전히 준영의 처분만을 기다렸다. 그런 타르찬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준영은 깔깔거리는 나비렌을 보고는 고양이도 있는데 집지키는 개도 한 마리 있어야겠다 싶어 트리시아를 향해 말했다.

“방에 가면 내 전화기 있을 거예요, 그것 좀 가져와요.”

준영의 지시에 트리시아는 냉큼 골방으로 달려가 전화기를 가져와 공손히 준영에게 건넸다.

“여보세요? 여기 까페 출입 금진데요. 족발 대자 세 개 배달해 주세요.”

“…….”

“응? 왜? 아침 안 먹을 거야?”

아침부터 족발을 먹는 건 둘째치고 뭔가 일을 벌일 거 같은 분위기라 바짝 긴장했던 게 부끄러웠다. 나비렌은 좋아라 했지만.

“그건 그렇고 배달부 와서 식겁할라. 변신해라.”

준영의 말에 늑대인간 형태인 타르찬의 신체가 서서히 줄어들더니 풍성한 털을 자랑하는 대형견으로 변했다. 나비렌도 스르륵 몸이 줄어들더니 자그마한 아기 고양이로 변해 바닥에 넙죽 엎드려 꼬리를 살래살래 흔드는 타르찬의 앞으로 다가가 앞발로 타르찬의 코를 툭툭 건들며 도발했다.

“끄응…….”

타르찬은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나비렌의 도발에 신음을 흘리며 준영의 눈치를 살폈다. 준영은 나비렌과 타르찬의 모습에 힐끗 한번 시선을 던진 후 이제 직원이니 고용주로서 편하게 대하기로 결정한 트리시아에게 말했다.

“커피나 한 잔 줘.”

“예! 잠시만요.”

준영의 말에 트리시아는 재빨리 카운터 너머로 들어가 물을 끓이고 원두를 분쇄해 커피를 내린 후 준영에게 가져왔다. 향긋한 커피 향기를 맡으며 아침을 시작하니 준영은 자신이 상상하던 이미지의 까페가 완성되어 가는 느낌에 만족했다.

“배달 왔습니다! 어라? 여기 왜 이래요? 폭탄이라도 터졌…… 헉!”

까페의 참상에 한번 놀라고 트리시아의 미모에 심장이 떨어진 배달부가 연신 트리시아를 힐끗거리며 족발들을 꺼낸 후 돈을 받고도 뭉기적거리다가 밖으로 나가서도 찢어진 신문지 틈으로 트리시아를 훔쳐보다 사라졌다.

“먹자.”

배달부의 시선 따윈 신경 안 쓰는 트리시아가 그나마 멀쩡한 테이블을 찾아 족발과 여러 가지 반찬들의 포장을 뜯어 먹기 좋게 진열하자 준영이 젓가락을 들었고 다들 음식을 향해 다가왔다.

“깨갱!”

열심히 맞고 열정적으로 정리를 하느라 체력을 허비한 타르찬이 침을 꼴깎 꼴깎 삼키며 음식을 향해 다가오다가 준영의 발길질에 나가 떨어졌다.

“똥개가 사람이랑 겸상하는 거 아니다.”

개 아닌데…… 늑댄데…… 그리고 인간형으로 변할 수 있는데……. 따지고 싶은 말은 한 가득이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낼 용기가 없는 타르찬은 시무룩하게 꼬리를 축 늘어트린 채 억울하단 시선으로 나비렌을 노려보았다.

“새끼 고양이는 같이 먹어도 돼.”

아무래도 준영은 개보단 고양이가 취향인 듯 타르찬이 나가떨어지는 걸 보고 겁먹은 눈동자로 바라보는 나비렌에겐 고개를 끄덕이곤 타르찬을 향해 두꺼운 뼈다귀를 던져 줬다.

이거라도 어디냐 싶어 타르찬이 열심히 뼈다귀를 물고 뜯을 때 덩치와는 다르게 먹성이 참 좋은 나비렌은 트리시아의 시중을 받아 가며 순식간에 족발 대자 하나를 해치웠다.

그사이 적당히 배를 채운 준영은 남은 족발을 나비렌에게 밀어 주며 트리시아에게 커피를 한 잔 더 부탁했고, 식후의 커피 한 잔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며 뼈다귀 하나를 아껴 먹고 있는 타르찬을 향해 말했다.

“똥개야.”

“예, 형님!”

쪼르르 달려온 타르찬이 맹렬히 꼬리를 돌리며 헥헥대자 준영은 못미더운 시선으로 타르찬을 바라보며 말했다.

“추적이 특기라고?”

“그렇습니다. 누구든지 저한테 걸리기만 하면 차원을 넘어 도망쳐도 끝까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만하게 내뱉는 타르찬의 태도에 역시 추적하면 개가 최고지 하는 생각에 납득하곤 말했다.

“어제 도망친 그놈 찾을 수 있냐?”

“볼라바드 백작 말입니까?”

“볼라바드가 누구야?”


작가의말

이렇게 이어 쓰기도 예약연재라서 가능한것.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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