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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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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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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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요정의 장난 2.

DUMMY

“그런데 준영은 강한가?”

트리시아가 차린 푸짐한 식사를 마치고 준영이 식후 낮잠이나 자 볼까 하고 어슬렁어슬렁 방으로 들어가자 가만히 주시하던 나비렌이 대충 식기를 정리하는 트리시아를 향해 물었는데, 곁에서 그 말을 들은 타르찬이 클클 웃으며 말했다.

“멍청하긴. 내가 여기 폼으로 있는 줄 아나?”

추적당할 때는 그렇게 무서운 존재였는데 어제 먹다 남긴 족발 뼈를 아껴 먹으며 하는 말이라 영 신뢰가 안 간다.

잠시 타르찬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트리시아를 바라보니 트리시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준영 님께서 자신만의 법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칙?”

“준영님과 같이 자신만의 고유법칙을 가지고 차원의 법칙을 깨트리는 자들을 룰 브레이커라 부릅니다.”

“들어 본 적 있다. 룰 브레이커는 차원의 힘을 빼앗아 가는 나쁜 놈들 아닌가?”

나비렌의 물음에 다 아는 내용인지 땅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지루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타르찬이 끌끌거리며 웃었다.

“역시 애송이군. 배울 게 많겠어.”

그 말에 나비렌이 하악거리며 타르찬을 도발했으나 타르찬은 트리시아의 시선에 콧방귀를 뀌곤 뼈다귀를 문채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으로 사라졌다.

트리시아는 그런 타르찬을 잠시 복잡한 시선으로 응시하다 씩씩거리는 나비렌을 향해 말했다.

“오늘은 잠시 시간이 날 거 같으니 잠깐 공부해 보도록 하죠.”

공부하자는 트리시아의 말에 당황한 나비렌이 어떻게 도망칠 방법이 없나 눈을 굴렸다. 그사이 식기류를 정리하고 설거지를 끝마친 트리시아는 카운터 아래에 작은 책상을 펴곤 허둥대는 나비렌을 빤히 쳐다봤다.

말없이 주시하는 그 시선에 나비렌이 시무룩한 태도로 죄수처럼 터덜터덜 걸어가 앉자 트리시아가 말했다.

“먼저 나비렌 님께서 궁금해하시는 룰 브레이커에 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룰 브레이커란 자신만의 법칙을 가져 차원계의 법칙에 구애받지 않는 자들을 말합니다.”

“그건 아까 들었다.”

여간 공부하기가 싫은지 나비렌이 퉁명스레 말하자 트리시아는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나비렌 님은 룰 브레이커일까요? 아닐까요?”

“음? 나 말인가? 나도 룰 브레이커인가? 그러면 막 준영처럼 강해질 수 있는 건가?”

트리시아의 물음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든 나비렌이 흥분한 기색으로 들썩거리자 트리시아는 무책임한 태도로 대꾸했다.

“그야 저도 모르죠.”

“……그게 뭔가!”

나비렌이 씩씩거리는 게 귀여운지 트리시아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나비렌 님은 룰 브레이커들이 차원의 힘을 빼앗아 가는 나쁜 놈들이라고 하셨죠? 룰 브레이커가 왜 차원의 힘을 원하는 걸까요?”

“……아! 설마 차원의 힘을 가져야지만 룰 브레이커가 될 수 있는 건가?”

“약간 다르지만 정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차원은 모든 것의 근원. 그 근원을 품었기에 자신만의 법칙을 만들 수 있는 거랍니다. 룰 브레이커가 차원의 힘에 집착하는 이유도 자신의 법칙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룰 브레이커는 전부 준영처럼 강한 건가?”

그럴 리가. 트리시아는 나비렌의 순수한 질문에 쓴웃음을 지었다. 준영과 같은 강력한 룰 브레이커가 흔할 리 있나. 더욱 두려운 건 마계 대공이 먼저 사과와 배상을 청할 정도의 룰 브레이커인데도 트리시아 본인은 그 이름도 명성도 들어 본 적이 없다는 거였다.

“준영 님은 음…… 예외로 치죠.”

“그게 뭔가?”

나비렌이 툴툴거리자 트리시아는 나비렌이 위험한 호기심을 품기 전에 말했다.

“법칙의 종류는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합니다. 그러니 누가 어떤 법칙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면 알수록 상대하기도 쉬워집니다. 그래서 룰 브레이커의 정보는 묻지 않는 게 불문율입니다 상대방의 정보를 모은다는 건 그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미로 통하니까요.”

“나, 난 절대 그럴 생각이 없다!”

트리시아의 말에 나비렌이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변명하자 트리시아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러니 공부를 하셔야 하는 겁니다. 나비렌 님께서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본 것일지라도 상대방은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으음. 알겠다.”

나비렌이 시무룩하게 귀를 축 늘어트리자 트리시아는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틈틈이 지금 드리는 이 책을 읽어 보세요. 차원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란 책으로 일반적인 차원들뿐만 아니라 저자가 직접 경험한 특이한 법칙을 가진 차원들에 대해 자세한 내용이 서술돼 있어서 아주 재미있는 책이랍니다.”

여기서 끝내겠다는 말에 반색을 하며 좋아라 하던 나비렌은 트리시아가 두툼한 양장본의 책을 내밀자 한숨을 푹푹 내쉬며 낑낑거렸다.


* * *


“이 새끼야?”

“예. 요정의 장난에 걸린 게 확실합니다.”

“뭐 하는 놈이냐?”

“강남에 룸 하나 관리하던 실장입니다.”

“일반인이네? 그런 놈이 어디서 장난질에 걸려든 거야? 그것도 꽤 급이 높은 거 같은데?”

“요정이야 미모로 유명하니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어서 스카우트하려다가 당한 거 같습니다.”

“이런 병신 새끼. 껄떡댈 곳이 없어서 요정한테 껄떡대? 어디서 당한 거야?”

“기억 장해가 걸려 있습니다.”

“가지가지 한다. 찾아.”

“예!”

영필이 혀를 차며 지시하자 곧 검은색 양복을 입은 수십의 장정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사이 정신 못 차리고 해롱거리는 남자를 향해 다가간 영필이 남자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 보다 말했다.

“와. 이거 걸려도 제대로 걸렸는데?”

일명 요정의 장난이라 부르는 요정종이 가진 권능은 요정한테나 장난이지 주변 사람들한테는 말도 못 할 민폐였다.

그럼에도 저주란 말 대신 장난이란 단어를 쓰는 건 저주는 해제하려면 알아서 방법을 찾아야 했으나, 요정의 장난은 장난질을 걸 때 그 장난을 벗어날 방법까지 함께 명시해야지만 발동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장난질에 당한 자는 요정이 내건 조건을 완수하면 장난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장난이란 이름이 들어가는 만큼 그 방법 자체가 욕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민폐라고 하는 거다.

다만 그것도 알고 있어야 벗어날 수 있는 거지 지금처럼 기억도 못 하고 해롱대서야 영 글러먹었다.

“단순한 장난질이라 어느 지파인지까지는 모르겠네. 요정이 넘어왔단 소리 들은 적 있어?”

“0과에도 문의해 봤지만 기록은 없답니다. 다만 얼마 전 허가받지 않은 게이트 오픈이 있었다고는 합니다.”

“요정 자체는 문제가 안 되는데 검역을 뚫고 몰래 들어왔다는 건 심각한 문제야. 0과 새끼들이 우리 쪽 털려고 할 텐데 밀수 장사하는 놈들은 뭐라냐?”

“그쪽도 알아봤는데 일전에 야랑대랑 마계 백작 볼라바드를 배달한 거 외엔 없답니다. 그 뒤론 갑자기 마이너스 그룹이 주문한 게 있어서 정신없었고요.”

“똥개랑 모기 새끼가 들어왔었다고?”

그 말에 영일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야랑대야 그렇다 치고 마계 백작급이 몰래 기어들어 온 건 심각한 문제다. 아무리 페널티가 있다지만 상식 자체가 다른 놈들이니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른다. 밀수하는 놈들이 외줄타기 하는 놈들이라지만 마계 백작을 배달한 건 선을 넘어도 한참은 넘어선 일이다.

“하루 뒤에 신고하려고 했는데 온 지 몇 시간 안 되어서 바로 나갔답니다.”

“……뭐 하러 왔더냐?”

“밀수하는 애들이 거기까진 신경 안 쓰죠.”

“그래도 이번엔 너무 나갔어. 적당히 만져 줘라.”

마음에 안 드는 듯 ‘쯧!’ 한차례 혀를 찬 영필이 품에서 궐련을 꺼내 입에 물자 자연스레 라이터가 다가왔다. 한 모금 연기를 빨아들였다 내뱉은 영필은 새삼스럽다는 눈빛으로 손에 든 궐련을 바라보았다.

“캬. 이건 진짜 언제 피워도 대단하다니까. 청연초라고 했나? 어느 차원 물건이야?”

“마이너스 상단이 요즘 최신 주력 상품으로 미는 물건 중 하난데 그리 쉽게 알 수 있겠습니까.”

특산품이 생산되는 차원은 그 특산품을 거래하는 상단에선 차원의 위치가 알려지면 다른 상단들이나 밀수꾼들이 쉽게 접근해 특산품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 극비로 다루는 게 보통이다.

“그 돈벌레 놈들이 장사 하난 참 잘한다니까. 시영이도 좀 보고 배워야 하는데 말이야. 군대에서 뭘 배웠는지 쯧쯧쯧.”

“…….”

영필의 중얼거림에 보좌관은 입을 다물었다. 군대 가면 사람이 변한다는 속설을 가장 극적으로 입증한 존재가 바로 영필이었으니까.

그때 보좌관의 품에 있던 전화가 울렸고 통화를 마친 보좌관이 영필을 향해 말했다.

“요정의 위치를 찾았습니다.”

“그래? 어디서 뭘 하고 있던?”

“그게…….”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말을 못 하는 보좌관의 태도에 영필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보좌관은 머뭇거리다 말했다.

“까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고…….”

“……뭐?”


* * *


“저기야? 까페 출입 금지? 나 참, 까페 이름 하고는. 사장이 누군지 센스 한번 참 구리네.”

가까이 다가갔다가 눈치챈 요정이 도망치면 안 되기에 원거리에서 경계 중인 영필은 망원경으로 까페의 간판을 확인하곤 낄낄거리며 웃었다.

“지원조 포위 완료했고 전투조 대기 중입니다.”

보좌관의 말에 망원경에서 눈을 뗀 영필은 소형 무전기를 붙잡고 지시를 내렸다.

“모두 들어라, 권문 소문주 고영필이다. 지금부터 작전을 시작한다. 일단 정찰조 보내서 요정의 존재와 방문 목적을 확인한다. 돌발 상황 발생 시 즉각 돌입하며 까페 내부의 모든 인원을 제압한다. 우리 구역에 몰래 들어온 게 문제지 요정 자체는 우호적인 종족이라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으니까 첫 출동이라고 너무 긴장하지 말도록. 0과 새끼들이 개입하기 전에 끝내자.”

영필의 지시에 한 남성이 천천히 까페를 향해 진입하기 시작했고 그런 남자의 안경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남자가 보는 광경이 고스란히 모니터에 나타나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청연초를 피우며 모니터를 주시하던 영필은 남자가 문 앞에 잠시 멈춰 서자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또 뭐야? 잡상인 출입 금지? 까페 출입 금지라고 이름 그대로 하는 거야? 그런 콘셉트인 거야? 요즘 까페 사업이 끝물이라더니 별 병신 같은 콘셉트의 까페가 다 생기는군. 진입해.”

영필의 지시에 남자는 문을 열고 까페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남자의 시선에 따라 모니터의 화면도 까페의 내부를 비추기 시작했고 영필은 카운터에서 웃으며 반기는 트리시아를 확인하곤 놀라 물고 있던 담배를 떨어트렸다.

“헐? 트리시아? 저 아줌마가 여기 왜 있는 거지? 설마 장난 건 요정이 저 아줌마인 거야?”

“트리시아라면 요정계 제7지파인 엘프족의?”

“맞아. 그 유명한 악몽의 정원사다. 호인계를 성장시키는 데 고용됐다고 들었는데?”

“호인계라면 현재 내전 중인 차원 아닙니까? 전란을 피해 이주한 거군요.”

“그러면 호인계의 후계자도 여기에 있다는 소리잖아. 아! 야랑대랑 마계 백작이 몰래 들어온 이유가 이거였군. 그런데 왜 그냥 돌아간 거지? 끈질기기로 유명한 야랑대가 쉽게 포기할 리도 없을 텐데? 더군다나 그 뒤에 마계 백작이 있으면 0과도 비상 걸고 대기 타야 할 텐데? 0과에 보호 요청을 한 거 같지도 않고 우리 쪽도 아니고 시영이네도 아닐 텐데 대체 누구한테 보호 요청을 한 거지? 저 까페 주인이 누군지 조사해.”

“이미 조사했습니다. 저 건물 자체가 한 사람 소유더군요. 건물주 이름이 김준영?”

“……뭐?”

절대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이 귀에 날아와 꽂히자 영필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되물었고, 그런 영필의 반응이 이해가 안 가는 보좌관은 의아해하면서 다시 말했다.

“몇 개월 전에 저 건물을 인수한 자의 이름이 김준영입니다. 1층의 까페를 개업했고…….”

보좌관의 설명을 들으며 ‘아니겠지. 아닐 거야. 이름이 같은 사람이야 얼마든지 있어.’ 등등을 중얼거릴 때 모니터 너머로 하품을 하며 까페 내부를 어슬렁거리는 준영의 모습이 나타났다.

“으아악! 작전 중지! 철수! 철수! 전부 철수해!”

“예? 갑자기 그게 무슨…….”

“야, 이 새끼야! 이건 함정이다! 모두 철수해! 도망쳐!”

발작을 일으킨 것만 같은 영필의 반응에 모두들 얼떨떨해하면서도 재빨리 기자재를 챙겨 철수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글쎄요? 손님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그냥 나가네요.”

“그래? 까페가 마음에 안 들었나 보지. 음? 말하고 보니까 불쾌하네. 내 까페가 뭐가 어떻다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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