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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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2.08.11 14:13
최근연재일 :
2011.12.2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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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12.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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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글자
7쪽

서울아레스 -프롤로그

DUMMY

*서울 아레스 Ares in Seoul (서울, 전쟁의 신)


*아레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군신(軍神).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로, 야만적인 전투를 좋아하며 언제나 그리스가 아닌 다른 민족의 편에 섰다고 한다. 주피터, 퀴리누스와 함께 나라의 세 주신(主神)을 이루며, 로마의 건국자 로물루스의 아버지라고도 한다. 로마 신화의 마르스에 해당한다. [ DAUM 국어사전 ]




프롤로그


“멈춰! 한 걸음만 더 다가오면 쏜다.”

놈이 손을 떨어대며 소리친다.

K-5, 패스트 액션(Fast Action) 방식으로 초탄 발사가 빠르고 정확한 명중률을 자랑하는 신형 권총.

그립을 잡은 손이 불안하긴 하지만 연대장 운전병 주제에 어디서 배웠는지 제대로 된 사격동작을 취한다.

3.5m, 도약 한 번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

그래, 욕심 부리지 말자. 이 정도면 충분하다.

놈이 광분하지 않게 달래는 게 우선이다.

“알았어, 알았으니 제발 손 좀 떨지 말고 진정 해. 선우영, 원하는 게 뭐야?”

놈의 시선을 손으로 향하게 하려고 수작을 걸어 봤지만 놈은 흔들림 없이 내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너 따위랑 할 이야기 없어. 연대장 오라 그래.”

눈에 어린 광기에는 깊은 원한이 담겼고, 그런 눈빛은 꽃미남이라 해도 좋을 얼굴에 호리호리한 몸매와는 어울리지 않는 흉악한 것이다.

제대로 분장하고 여장을 한다면 미스코리아 나간다 해도 괜찮을 놈이 왜 사납게 지랄일까?

이렇게 여려 보이는 놈이 왜 권총까지 훔쳐 탈영했지?

놈의 심장 고동은 더욱 빨라지고 눈에 어린 살기 또한 한층 더 짙어 간다.

“선우영, 연대장한테 할 말 있어?”

놈의 이름을 계속 불러주는 것은, 그 이름을 불러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안정시키라는 것이지만 놈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리며 사지가 경직된다.

연대장에게 어떤 원한이 있는 것일까?

“그, 그래, 연대장만 불러 주면 자수할게. 연대장 불러 와.”

놈은 애써 감춰보려 하지만 눈자위엔 억눌린 살기가 늠실거린다.

모친은 중학교 때 죽고, 어렵게 사는 가정의 외아들.

입대 후 부친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의가사제대 신청을 했지만 감감 무소식.

그게 탈영 원인이 아니었던가?


일단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은 듯 초롱초롱한 놈의 눈알이 담배로 향한다.

“선우영, 담배 피울래?”

“개수작 부리지 말고 담배만 던져.”

“알았어.”

담배 갑을 통째로 던졌다.

회전을 걸어 놈이 못 받게 던졌으니 담배는 당연히 바닥에 떨어졌다.

놈은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 허리를 굽혀 담배 갑을 잡는다. 하지만 시선은 내게 꽂혀 있고 총구는 여전히 내 가슴을 향하고 있다.

기회가 올까?

그래, 기회가 왔다.

놈의 시선이 담배로 향하는 찰나의 순간.

바닥을 박차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도약을 하며 발을 뻗었다. 그 이름도 거룩한 섬전퇴다.

퍽!

완맥을 차인 놈이 총을 떨구고 힘없이 나자빠진다.

매가 병아리를 낚아채듯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팔꿈치로 옆구리를 치며 놈의 팔을 꺾었다. 그리고 나를 간 졸이게 한 벌로 목을 비틀었다.

“우왝!”

놈이 게거품을 뿜으며 주저앉는다.


일단 권총부터 챙겼다. 그러고는 놈의 양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우고 일으켜 세웠다.

놈의 눈에 어렸던 서슬 퍼런 살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도살장에 끌려온 겁먹은 송아지의 눈망울을 내보인다.

참으로 가련한 몰골. 제 정신이 돌아온 놈의 심성은 여리고 순하기만 하다.

이대로 끌려가면 놈의 인생은 종치게 된다.

무장탈영이면 불명예제대는 당연하고 잡범이 득실대는 민간교도소에서 적어도 삼 년 이상을 썩을 것이다.

그런 낙인을 달고 사회에 나간다면 뭘 할 수 있을까?

더구나 가난한 집안의 외아들로 어서 전역해서 병든 부친을 보살펴야 하는 그가 아닌가.

마음이 약해진다.


바닥에 주저앉힌 후 담배를 물려 줬다.

선우영은 이게 세상에서의 마지막 담배라 생각하는지 정신없이 빨아댄다.

니코틴이 충만해지길 기다려 나직이 물었다.

“선우영, 왜 탈영했는지 말해봐. 병든 아버지 때문이 아니었어?”

“······!”

그는 담배 맛이 떨어졌는지 담배를 떨구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실컷 울게 내버려뒀다.

모친을 여의고 아버지와 힘들게 살아가는 것이 나와 닮았다.

한참만에야 울음을 멈췄지만 회한과 절망, 깊은 원한이 담긴 얼굴이다.

“아직 늦지 않았어. 탈영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면 체포가 아닌 자수로 처리해 줄게.”

그의 눈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스쳐간다.

“저, 정말입니까?”

“당근이지. 내가 군대 말뚝 박을 것도 아니고 뭐 하러 억울한 놈 잡아서 인생 망치게 하겠어? 형이라 생각하고 다 말해 봐.”


선우영은 마음을 비웠는지 차분한 음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연대장 새끼한테 열 번도 넘게 당했습니다. 이 집에서도 예닐곱 번을 당했고 제가 운전을 할 때도 가만두지 않았으니까요. 몇 번이나 전출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지요. 그 변태 게이새끼한테 당한 걸 생각하면 분해서 살 수가 없었어요.”

역시 그랬나?

그의 수배사진, 곱상한 얼굴을 볼 때부터 이런 사건이 아닌가 싶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사는 연대장이 주체할 수 없는 욕정을 추악한 남색 질로 달랜 것일까?

연대장, 여대신 대령. 양성애자라는 제보가 있어 사령부에서 내사한 적도 있었지만 용케 피해가더니 결국에는 대형 사고를 야기했다.

선우영의 수갑을 풀어 줬다.

“오면 쏘려고 연대장 집에 숨어 있었어?”

“······예. 그 게이새끼 오면 쏘고 저도 죽으려고요.”

“여 대령은 겁이나 영내에 머물고 있는데 헛수고 했군. 취조 받을 때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넌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을 맴돌다가 나한테 전화해서 자수한 거야. 나와는 사회에서 형, 동생 하던 사이였고.”

선우영과 입을 맞추고 증거를 만든 뒤 부대로 향했다.

‘선우영.’ 내가 잡은 일곱 번째 탈영병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자수로 처리될 것이다.

전역을 삼 개월 남겨 둔 이 마당에 모진 일을 할 순 없지 않은가.

독하고도 모진 세상, 나까지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


봄답지 않게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비가 몹시도 오던 여름 날, 서울을 떠나 대구로 향하던 고2시절의 그날처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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