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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하우스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이름가림
작품등록일 :
2018.04.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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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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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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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 수리 (02)

DUMMY

식당의 20인용 식탁은 두꺼운 원목으로 짜 맞추어 전쟁 같은 난리를 겪고도 부서지지 않은 튼튼한 녀석이었다. 나뭇결이 기묘하게 펼쳐진 그 위판에 명주가 세계 지도를 펼쳤다. 투명 코팅지를 덮어 고정하고, 수성펜으로 지도의 누란 평원에 점을 찍었다. 그리고 현재 위치인 동문의 항구까지 선을 그었다.


“자아, 이 선이 우리가 여기까지 이동해온 길이야. 이제 앞으로의 예정 경로를 그릴 건데,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목적지까지의 최단 코스는 이렇게 동쪽의 씨로드를 건너가 리그로 들어간 다음 하이하바까지 냅다 달리는 거야.” 명주는 동쪽으로 가는 선을 지도에 후려 그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는 가고 싶지 않아. 동쪽으로 가면 치세를 지나 리그를 경유해야 하는데, 나는 이곳들 다 가봤단 말이야. 나는 가보지 않았던 장소에서의 새로운 경험이 필요해.” 명주는 방금 그린 선을 휴지로 지우고, 동문의 서쪽 도시에 점 몇 개를 찍은 다음 그걸 하이하바까지 이어 그렸다.


“나는 이렇게 서쪽의 길로 세계를 횡단하면, 차암! 행복하고 뿌듯할 것 같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시려나?”


‘치세하고 리그를 벌써 가봤단 말이야. 나도 리그는 못 가봤는데···.’ 길은 미간에 힘을 주고 지도를 노려봤다.

“동문 서쪽에 점 찍은 도시들은 네가 가보지 않아서 찍은 거야?”


“어·····. 응!” 명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도시들에 들리는 건 괜찮은데, 여기 센터로드를 지나가는 선은 마음에 걸려. 트럭 운전사들 사이에 떠도는 말이 있는데, 자신 없으면 이곳에 들어가지 말라는 내용이야. 혼돈이라는 단어는 센터로드를 정의하는 단어다. 혹 그 혼돈의 실체가 궁금하더라도, 직접 가서 보고 체험하려 하지 마라. 목숨과 마음의 안정을 잃어버리느니, 그냥 궁금하기만 한 것이 훨씬 낫다. 대충 이런 전설 같은 소문인데, 나는 이 말을 믿어. 나는 이 지역을 피해 북푸르스의 항구로 올라가서 하이하바행 화물선을 타고 싶어.” 길은 지도 중간쯤의 북푸르스 지역에 점을 찍었다.


“에? 하우스가 있는데도 일부러 배를 탄다고. 나한테는 좀 충격인데···. 내가 잘 몰라서 이러는 건가?”


“아니, 여러 곳을 보고 싶어 하는 너의 마음은 이해하고, 이 경로가 틀렸다는 말도 아니야. 하지만 누란에서 겪은 일을 생각해봐. 센터로드는 그 재수 없는 난리법석보다 규모는 작아도, 비슷한 일을 매일매일 두세 번씩 겪게 될 만큼의 똥통이야. 법이 있다가도 없어지고, 황당한 규칙이 다시 만들어지기를 반복하는 장소라고. 그래서 거길 지나가려면 현지인과의 연줄이 있어야 하고, 뇌물도 먹여야 하고, 경호 업체하고 계약하면서 걔들 달라는 대로 통행비를 바쳐야 하는데, 자존심 버리고 배알 꼴리는 짓을 다 해줘도,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몰라서 거기 주민들도 무사태평은 그냥 포기하고 사는 곳이래. 이것저것 계산기 두드려보면 아깝더라도 뱃삯을 내고 화물선을 타는 게 돈과 시간상으로는 훨씬 이득이야. 솔직히 안전만 놓고 생각하면, 네가 가고 싶지 않다는 동쪽의 길이 훨씬 낫다고 봐, 나는.”


“흐음···.” 명주는 생각했다. 길의 말이 옳았다. 서쪽으로 가자는 것 자체가 그녀의 억지였다.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러면 동쪽으로 갈까, 우리?”


“아니···.” 길은 북푸르스와 그 옆의 도시인 소르빗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 두 도시는 안전해. 이곳의 항구를 사용하면 위험하지도 않고, 오히려 네가 원하는 더 많은 여행도 가능해. 어차피 우리는 경유지가 어디라고 딱 정해놓고 가는 게 아니라, 들어오는 일의 목적지가 우리 경로하고 비슷하면 거기에 맞춰서 움직이기로 했잖아. 자유롭고 융통성 있게, 대충 상황 봐가면서 안전한 길을 골라가면 문제없어. 서쪽으로 가자.” 길은 명주의 의견을 지지하는 자신의 행동을 자랑하고 싶었으나, 그 마음을 들키고 싶지는 않아서 얼굴을 지도에 묻으며 표정을 숨겼다.


“어, 그래도 돼? 새삼스럽긴 하지만, 내가 너무 무리한 고집을 부리면 네가 말을 해줘야 해. 내가 잘못하는 거면 고쳐야 하고 모르면 못 고치잖아. 그렇다고 이것저것 꼬치꼬치 따져가며 잔소리하면 너는 나한테 죽는 거고!”


“네가 정말 못 참을 정도로 생떼를 쓰면 나는 당연히 거절할 거야. 서쪽으로 가는 경로는 아예 말도 안 되는 주장이 아니야. 오히려 일거리 챙길 기회가 많을 수도 있고, 한번 가볼 만하다, 뭐. 그런 경로야.” 길은 명주가 지도에 그린 선의 끝을 지우고 북쪽의 항구도시와 이어지는 새 선을 그렸다.


명주는 길의 손등을 두드렸다. “고마워.”


“어! 뭐가?” 길은 깜짝 놀라 명주를 쳐다봤다.


“네가 날 배려해주고 서쪽으로 그린 선을 올바른 게 바꿔준 것에 대해···, 감사할게.”


길은 친절한 그녀가 낯설었고, 감사받는 건 부끄러워서 온몸이 화끈거려졌다. 더듬더듬 소리쳤다.

“그런 거 아니야! 할 만하니까 가는 거라니까! 그러니까, 또 뭐가 있더라···?”


명주는 웃었다.

“그런데 나 궁금한 게 너무 많아. 화물 운송 주문은 어떻게 받는 거야? 조합에서 막 갖다 줘?”


“어? 응. 조합에 가입되면 단말기로 일거리를 찾을 수 있어. 가끔은 나한테 직접 지명이 들어오기도 하고.”


“내가 만약에 하우스로 장사 같은 걸 하고 싶으면, 그런 것도 조합에서 도와줘? 어떤 물품을 어디에서 도매가로 구매하고, 어디로 가져가면 소매가로 팔 수 있다, 같은 건 어디에서 알려줘?”


“장사를 하고 싶은 거야? 그런 걸 어떻게 알지?”


“아니, 그걸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잖아. 이렇게 큰 차가 있는데 꼭 운송만 하란 법은 없잖아. 움직이는 백화점이다, 세계 식재료 식당이다 뭐다 해서 하우스로 장사하는 사람들 많잖아. 나 하우스 유목에 관심이 많았거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돈도 벌고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 너는 운송 말고는 아예 관심이 없어? 그래서 안 하는 거야?”


길은 대답하기 어려워 했다.

“어···, 하우스 무역 회사도 많기는 한데, 내가 속한 조합은 별로 그 바닥에는 끼고 싶어 하지 않아 해. 왜냐하면, 하우스는 크니까 그 안을 채우려면 물건을 아주 많이 넣어야 하거든. 그래서 상품을 대량으로 사서 다른 지역으로 가져가 팔아야 하는데, 거기에 필요한 유지비랑 물품 구입비도 덩달아서 많이 들고, 만약에 다 팔지 못하면 물건을 산 사람이 손해를 전부 떠맡아야 해서 확실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데, 요즘 시대는 인구보다 상품이 많은 세상이잖아.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 말고는 웬만한 어중이떠중이들이 멋모르고 치고 들어갔다가는 망하기 딱 좋은 판이 하우스 무역판이야. 게다가 장사를 하려면 사람을 많이 상대해야 하는데, 나는 영업 같은 걸 능숙하게 해낼 자신이 없어. 내가 일을 배웠던 샨 아저씨도 그랬었고···.”


명주는 매우 흥미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흐음···, 그래? 나는 가슴이 막 두근두근하는데. 하우스로 장사를 하려면 상품을 대규모로 다룰 수 있을 만큼의 유통경로와 자본이 필요하고, 신참 난쟁이들은 시장을 독점한 거인한테 쫓겨나지 않으려고 경쟁하는 세계구나. 그래도 잘 찾아보면 나같이 날씬한 아가씨도 들어갈 만큼의 틈새는 있지 않을까?”


“하하! 너···? 모르겠어, 생각해 본 적이 없어···.”


“크크크! 그렇지. 돈이 될만한 건수가 쉽게 보였으면 벌써 누군가는 하고 있었을 거야. 너랑 하우스로 달리면서 맛있어 보이는 먹거리를 찾아내는 게 나의 많은 목표 중의 하나야, 이번 여행은···.”


“너랑 결혼할 남자 만나러 가는 게 여행의 유일한 목표 아니었어?”


“아···? 하하하! 그게 제일 큰 목적이긴 한데, 목표가 꼭 하나일 필요는 없잖아. 겸사겸사 하나씩 찾으면 되지. 인생 뭐 있어!”


길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문득 수성펜 뚜껑을 닫고 지도에 그린 선과 스치는 도시들을 보며 앞으로 몇 ㎞를 이동해야 할지, 그 와중에 보게 될 풍경과 거기 사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상상했다.


그러나 명주는 급했다.

“출발은 언제 할 거야? 보기에는 다 고쳐진 거 같은데, 어제 네가 주행 테스트할 때 뭐가 이상하다고 막 툴툴거렸었잖아. 무슨 소리가 난다는 거야? 나는 안 들리던데.”


“그게 참 이상해!” 길은 이게 진짜 하고 싶은 말이라는 듯 하소연했다.

“너 운전 연습하고 있을 때, 나는 고친 곳이 괜찮은지 보려고 아랫바닥의 구동계 구획에 들어가 있었잖아. 그때 거기서 묘한 잡음이 드문드문 들리더라고. 소리가 왜 나는지 원인은 모르겠고, 괴상한 생각이 들어서 정비사들한테 이러한 잡음이 들리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니까 짜증을 내더라고! 지금까지 같이 잘 지내오다가, 왜 수리 다 끝내고 헤어질 때 돼서 없는 소리로 트집을 잡느냐고 오해를 하더라니까. 나는 기껏 친해진 사람들이랑 감정 상하고 싶지 않아서 더 말하지 못하게 됐고···.”


명주는 기가 막혔다.

“참나! 가만 보면 너는 나쁜 놈처럼 보이고 싶어서 센 척은 많이 하는데, 하는 짓 보면 마음이 너무 약해. 야! 돈 주고 수리받는데 이상한 게 있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해결을 봐야지 왜 말을 못 해!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 건데?”


“그게···. 설명하기가 좀 난감해. 소리가 계속 나는 것도 아니고 규칙성도 없이 갑자기 비이이이! 하는 옛날 전화기 모뎀 소리 같은 게 들려. 그런 곳에 생길 리가 없는 소리여서 따지기도 참 곤란하고, 어쩌면 내가 환청을 듣는 걸지도 모르고···.”


“모뎀 소리···? 뭐야 그게? 새로 산 바퀴 세트에 불량품이 낑겨 들어간 거야?”


“그걸 모르겠으니까 답답한 거지. 교체한 부품은 이상 없어. 주행 테스트할 때도 아무 문제 없었고, 상태도 고치기 전보다 훨씬 좋아. 오히려 성능 빵빵한 신제품을 시세보다 싸게 사서 땡잡았다고, 나랑 정비장이랑 같이 좋아했었단 말이야. 새 구동축이 얼마나 좋은 물건인지 네가 이해할 수만 있으면 참 기쁘겠다, 나는.”


명주는 길을 험악하게 노려봤다.

“물건을 원래 시세보다 싸게 샀다고? 그거야말로 의심스러운 사태 아니냐? 내 친구 멍청이 순둥이 자식아!”



— — — — —



‘모뎀 소리 같다고!’ 세이거는 경악했다.


명주와 길에게 TV 겸용 모니터를 팔아넘겼다. 그 속에 심은 도청기는 길의 하우스에서 2㎞ 이상 멀어지거나 흐리고 비 오는 날씨에는 수신 불능이 되어버리는 쓰레기였다. 어쩌다 들려오는 도청음도 죄다 치짓! 거리는 소리가 섞여, 저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들으려면, 필터로 잡소리를 걸러내고 좋은 헤드폰을 귀에 댄 다음 볼륨을 조절하지 않으면, 대화 내용을 못 알아듣는 골칫덩어리였다. 거기에 더해 이 망할 것을 미리 설치할 때 깜박하고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 내장된 배터리 전력이 다 떨어지면 더는 쓸 수도 없는 시한부 골칫덩어리의 쓰레기였다.


멍청한 기계 실수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겨우 엿들은 길의 말이 세이거의 정신세계를 상큼하게 뒤흔들어 준 덕분에 두통이 날아갔다. 작은 문제를 큰 의혹이 덮어 준 셈이었다.


세이거는 생각했다.

‘길이라는 남자는 아디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걸까?

아냐! 그럴리가 없어! 나 같은 타입은 쟝 말고는 발견되지 않았어. 아니지. 벌써 전 세계에 두 사람이 있는 거면 세 번째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어. 내가 저 두 사람과 처음 만난 날에 그렇게나 당황한 것도 이 사실과 관계있을까?

나는 저 둘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어. 가까이 다가가 집중해서 관찰하면, 동물이 움직이고 감정을 느낄 때마다 그 생체가 내는 전기를 읽을 수 있는데, 그걸 명주와 길에게서는 볼 수 없었잖아. 나답지 않게 저 둘의 뜻하지 않은 반응에 당황한 걸 거라고, 아니면 내 몸이 드디어 늙어버려 능력이 약해진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걸지도 몰라. 저들에게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으므로···, 정말 그렇다고?

아냐! 단순 추측일 뿐이야. 증거가 없어. 사실이 될 수 없어. 길이 들었다는 모뎀 소리. 그게 아디나의 목소리라는 확증은 없어. 불확실해! 우연히 아디나처럼 묘사한 걸, 내가 오해하고 생각을 부풀리는 거야. 이런 억측은 위험해.

가만있어보자, 내가···. 길에게 넘긴 구동계 팩에 무슨 짓을 했더라. 모뎀 소리 같은 걸 낼 만한 건 없었던 것 같은데. 아디나가 잘 볼 수 있게 바퀴축 안에 신호 증폭기를 설치한 게 전부인데, 혹시 그게 노이즈를 만든 건가? 전력계가 만들어내는 전류와 전파가 증폭기로 흘러 들어가 사람이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소리를 냈나? 흐이구! 젠장맞을 늙은이가 노망이 난 거야. 안 하던 실수를 하네, 왜 저 두 사람한테만 이러는 거야···.

미덥지가 않아. 이대로는 안 돼. 저들에게 족쇄를 걸어야겠어. 왜지? 왜야! 아디나의 바램을 이뤄주려고 두 사람이 함께 여행하게끔 유도하려고 했는데, 저들은 나와의 대화를, 내 존재를 깡그리 무시하더니,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고, 내가 지시하려고 했던 여행 계획을 자기들끼리 의논하고 결정했어. 왜! 내가 조정하지도 않았는데, 지들끼리 멋대로 내 목적대로 움직이냐고! 불안해. 이건 불안해. 저들과 계약하고 싶어. 두 사람을 실로 묶어 꼭두각시 삼을 거야! 하지만 저들은 나를 거부했어. 나를 혐오했어. 날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저 둘의 반응은 그런 평범한 반응과는 달랐어.

특히 길은 날 죽이고 싶어 했던 것 같아. 그런 표정을 지었잖아. 생체 신호를 읽지 않아도 그런 건 눈으로 보면 알잖아. 전기의 흐름과 깜빡거림은 감정을 정확히 읽게 해주는 도구일 뿐이야. 누구라도 나 정도로 나이를 먹으면 누가 자기를 싫어한다는 것쯤은 바로 알잖아. 아니! 아니야! 남이 자신을 싫어하는 마음은 아이들도 알아차릴 수 있어! 저 여자도 그랬어! 차가운 가면 밑에 본심을 숨기기는 했어도 분명 나를 미워했을 거야, 어···?’


세이거는 뺨에 흐르는 눈물을 더듬었다. 아주 생소한 것. ‘마지막으로 운 게 언제였더라?’ 반갑다는 기분이 들었다. 혼란스러웠다.


‘알 수 없어. 공포는 무지에서 생겨 나와. 그건 상상력을 자극하잖아. 다시는 저 두 사람 앞에 내 모습을 보이지 않을 거야. 직접 만나지 않고도 나는 저들을 조정할 수 있어. 그럴 힘이 있으니까. 계략을 세우자. 음모를 꾸며야 해. 어떻게! 젠장 머리가 아파져 오네. 늙는 걸 멈추고 빨리 죽고 싶어. 어떻게? 머리가 안 돌아가? 우선은 아는 것을, 정보를 모아···.’


세이거는 호텔 방의 전화선을 자신의 백펙 컴퓨터에 연결했다. 마켓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작은 휴대용 PC였다. 쉽게 운반하라고 두 줄의 배낭끈까지 달린 가방 크기의 컴퓨터 키보드를 또박또박 두들겼다. 곧 길이 가입한 ‘대륙 간 이동 조합’의 통신 페이지가 나타났다.


여러 도시와 마을에 세워진 물류 창고와 하우스 사진이 나열된 화면을 훑어본 다음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브라우저를 작동시켰다. 페이지 주소를 타이핑하고 권한이 없더라도 볼 수 있는 조합 페이지의 기본 정보를 읽어드렸다. 그리고 자신만 열람할 수 있는 개인 데이터베이스 화면을 띄우고 조합의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출력 결과를 기다렸다.


세이거의 데이터베이스에는 방대한 정보가 저장되었고, 백펙 컴퓨터는 성능이 낮았다. 키보드 아래의 플라스틱을 툭툭 두드리며 호흡을 서너 번 정도 들이마셨을 때 즈음, 길이 가입한 조합의 페이지가 어떤 종류의 서버에서 동작하는지, 그것의 논리적·물리적 정보가 화면에 출력됐다.


다행히 익숙한 유형의 서버였다. 아디나에게 내려받아 자신이 퍼트린 아키텍처였다. 요즘 대부분의 컴퓨터 제조사 제품과 호환되는 설계다. 이거라면 아디나의 도움 없이도 쉽게 뒷문을 찾을 수 있다.


직접 코딩한 스크립트를 실행시켰다. 가상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인자값으로 넣자, 곧 유령처럼 출입 기록을 남기지 않는 관리자 계정이 서버에 추가됐다.

운송 주문 목록에 몇 개의 도시 이름을 집어넣고 출력 명령을 타이핑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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