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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하우스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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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가림
작품등록일 :
2018.04.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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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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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 쟝과 세이거 (05)

DUMMY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하우스 밖의 누군가가 출입용 계단에 붙은 호출기를 누른 것이었다. 이제 막 아침 설거지를 끝낸 길이 젖은 손을 바지에 문지르며 주방 벽의 인터폰을 들여다봤다. 변색된 액정 화면에 기운이 뻗쳐 팔팔할 것 같은 노인과 화면 모서리에 얼굴이 잘려 누군지 알 수 없는 남자가 표시됐다.


길은 인터폰 스피커에 대고 말했다.

“예! 아침부터 무슨 일로 오셨나요?”


“사토시에게 내가 방문할 거란 얘기 못 들었는가? 코르 마을까지 신세 지게 될 사람일세. 교체할 컴퓨터도 확인할 겸 하우스를 구경하러 왔으니 문 좀 열어주지 않겠는가?


“아? 듣긴 들었는데 이렇게 일찍부터 오실 줄은 몰랐어요. 그쪽 문은 여기서 못 여니까 잠시만 기다리세요. 금방 내려갈게요.”


길은 명주를 부르고 1층으로 내려가는 운전룸의 중앙 계단으로 총총 걸었다.

“명주야, 손님인가 봐. 내가 마중하러 나갈게.”


“같이 가! 나도 다 끝냈어!”

그녀는 밀폐 용기를 냉장고에 집어넣고 길을 뒤쫓았다. 친구는 벌써 1층 측벽의 출입문을 열고 있었다. 달려가서 그의 등을 떠밀어 지상 12m 높이의 발코니로 나갔다. 높은 곳에 흐르는 바람이 휘잉하고 불어와 머리카락을 훑었다. 난간을 잡고 밑을 봤더니 낡은 작업복 차림에 연장 벨트를 허리에 두른 노인과 깨끗한 위장복을 정장처럼 각 맞춰 입은 남자가 보였다.


길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쪽으로 올라오세요!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걸어오셔야 해요!”


하우스를 고정할 때 거치해두는 임시 계단이었다. 어른 둘이 설 수 있을 정도의 너비에 경사가 급하고, 방수 처리된 강철 프레임으로 계단과 난간의 형태만 갖춰놓은 임시 구조물이었다. 층계 사이의 뚫린 구멍으로 땅 아래가 바로 보였기에 오르기 어렵고 무서운 계단이었다.

노인이 앞장서서 운전룸까지의 십여 미터를 꾸역꾸역 올라왔다. 커다란 풍채로 인한 몸무게와 나이를 먹어 약해진 무릎 때문에 위태로워 보였다. 지켜보기 불편했던 길이 도와주러 내려갔다. 위장복 남자도 노인을 부축하려 했다. 그러나 나이 먹은 남자는 정중하면서도 거칠게 도움과 동정을 거절했다. 위장복 남자에게 먼저 가라 손짓하고 계단 손잡이를 잡고 버티면서 올라갔다. 명주와 길은 계단 중간까지 내려와서 위장복 남자와 인사하고 노인을 환영했다. 다 함께 운전룸으로 들어갔다.


노인은 엄살부터 호탕하게 피워댔다.

“아이고, 힘들다! 아무래도 이걸 타고 여행하려면 올라오는 길부터 손봐야지 안 되겠어.”


“저쪽 계단이 아니더라도 올라오는 경로는 많아요. 영감님은 화물 상자 뒤쪽의 경사로를 이용하시는 게···.” 길이 말했다.


“나중에 한번 둘러보겠네. 자네가 여기 가장인 거지? 내가 이 하우스를 조금만 고쳐봐도 괜찮겠나? 돈 받으려는 건 아니니 걱정 말게나. 내가 봤을 때 재밌겠다 싶으면 손을 대보겠다는 말이네. 일종의 취미 생활 같은 거야.”


길은 불편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내 하우스를 건드리겠다고요? 어림도 없지요.’


영감은 가쁜 숨을 내쉬며 운전룸을 두리번거렸다.

“그나저나 흥미로운 하우스야. 흔치 않은 차종이거든. 통합되기 전의 혼란기에 만들어진 트럭이지?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나는 이번에 맡은 일보다는 자네의 하우스를 손보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 말 나온 김에 일부터 후딱 끝내버리세. 그러면 천천히 시간을 들여가며 자네의 하우스를 볼 수 있잖아. 교체하기로 한 컴퓨터는 어디에 있는가?”


길은 1층의 정면 차창을 가리켰다.

“운전석 바닥에 있어요. 저랑 같이 가시죠. 지켜볼 거니까 아무거나 막 만지지는 말아 주세요.”


“하하! 안심하라고. 자네의 동의 없이는 그 어떤 것도 함부로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네. 그런데 정말 오래됐구먼, 마음에 들어···. 가능하면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은데 이 하우스는 이름이 뭔가? 애정이 듬뿍 담긴 별명 같은 거 없어?”


“이름이요···? 없는데요 그런 건.”


난데없이 명주가 흥미를 보여왔다.

“그럼 내가 이 애한테 이름 붙여줘도 돼?”


“어! 너까지? 그러면 네 마음에 드는 거로 붙여봐···.”


영감이 호들갑을 떨어댔다.

“오호! 나도 역사적인 하우스의 명명식을 보게 되는 건가? 그래! 어떤 이름을 불일 건가, 아가씨?”


명주는 고민했다.

“아웅···. 그게 전부터 이 아이는 이런 이름일 거야 하면서 떠오르던 이미지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머릿속에서 가물가물 스치기만 하고 말로는 나와주지가 않아요. 그래서 그게 뭔지 명확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노인은 살짝 실망하는 기색이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나에게도 이놈의 이름 공모전에 참가할 기회를 주지 않겠는가? 나도 이 녀석이랑 함께 지내다 보면 뭔가가 떠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그때가 되면 적당한 이름을 제안해볼 테니 참고 정도는 해주게.”


명주는 밝게 웃었다.

“알았어요. 할아버지가 좋은 이름을 알려주시면 적극적으로 고려해볼게요.”


영감은 그녀의 웃음에 설렘을 느꼈다. 소리쳤다.

“할아버지는 아니지! 앞으로는 오빠라고 불러!”


“어머나! 너무 가셨네요. 앞으로 오빠의 헛소리는 전부 무시할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그래도 제가 조금은 양보를 해드려서 영감님이라고 불러드릴게요. 그러며 불만 없으시죠?”


“아니, 이것들 봐. 서로 짠 것도 아닌데 왜 다들 나를 영감이라고 부르는 거야.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여?”


“에이, 안 그래요! 제 친구 형이라도 해도 믿을 만큼 젊어 보이시는데요.”

명주는 길과 어깨동무를 하며 깔깔거렸다.


영감은 길을 쳐다봤다.

“오호, 역시 그렇지? 내가 아가씨의 남자 친구 또래로 보인단 말이지. 눈이 아주 정확하구먼. 성격도 활달하고···.”


두 친구는 함께 외쳤다.

“남자 친구 아니에요” “그런 사이 아녜요, 우리는···.”


“어이쿠! 그렇게 서로를 부정해보시겠다. 좋아 좋아. 앞으로의 여행이 기대되는구먼. 나는 겐가이라고 부르면 된다네. 그게 이름이야. 영감이라고 부르면 혼날 줄 알라고.”


위장복 입은 남자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니까요. 겐가이 씨는 그런 운명인 것 같아요. 아마 꼬맹이 때부터 영감님이라고 불리셨을걸요. 딱 보자마자, 아! 이 사람은 영감이겠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니까요. 마치 그 이름을 움켜쥐고 태어난 사람처럼 말이에요.”


“이보게나 코스트너···.” 겐가이는 그를 삐딱하게 쳐다봤다.


“예, 영감님.”


“왜곡된 내용의 소문이 퍼지는 건 싫으니 자네 말의 한 가지는 정정해야겠네. 아무리 나라도 새파란 애송이 시절부터 영감 소리를 듣지는 않았다고. 내가 이렇게 불리게 된 건 서른을 넘고부터야. 나 자신도 이 복스러운 것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서부터지···.”


겐가이는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깨끗하며 새하얗고 양털처럼 부드러운 털이 귀밑에서부터 솟아 나와 얼굴의 절반과 턱밑을 덮은 울창한 수염의 밀림이었다.


“하하! 조심하겠습니다. 저도 두 분에게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코스트너로 불러주세요. 이번의 프로젝트팀과 두 분의 하우스를 보호하게 될 경호 팀장입니다. 경호팀은 저를 포함해 세 명이고, 다른 두 명도 곧 이리로 올라와 여러분과 인사를 나누게 될 겁니다. 지금은 하우스 주변을 둘러보며 안전 사항들을 점검하는 중입니다.”


“예? 어···.” 길은 항의를 예의 바르게 하려고 말끝을 끌었다.

“제 하우스를 둘러보고 계신다고요? 주인인 저에게는 아무 말도 안 하고요···?”


코스트너는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오해십니다. 저희는 길 씨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습니다. 제가 시간을 절약하고 싶어서 미리 보고 오라고 그들에게 지시했습니다. 눈으로만 둘러보고 특별히 신경 써야 할 사항들을 찾으면 저에게 보고하라고 했습니다. 저의 독단이 기분이 나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길은 괜히 미안해져서 허리를 굽혔다.

“아뇨. 저도 괜히 민감하게 군 것 같네요. 하우스를 보고 싶으시면 얼마든지 보세요. 왠지 코스트너 씨는 믿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네요···.”


“아니지, 젊은이! 사람을 쉽게 믿으면 곤란한 꼴을 당한다고. 특히나 나 같은 놈을 믿지 말게나. 자네가 내 고삐를 제대로 쥐어 잡지 않으면 이 하우스에 무슨 짓을 할 것만 같단 말이야. 어서 컴퓨터를 보러 가세나. 운전석 바닥 밑에 있다고 했지?” 영감이었다.


길은 기분이 떨떠름해졌다.

“예에···. 그런데 아무 컴퓨터에나 그 체인이라는 것을 설치해도 되는 거면 그냥 제 방에 있는 컴퓨터를 쓰면 안 될까요? 영감님을 보니 왠지 불안해져서요.”


“이 하우스에 컴퓨터 혹은 연산 장치라 부를 수 있는 기계가 몇 대나 있는 건가?”


“······. 제 방에 한 대가 있고요. 하우스를 제어하는 기계는···.”


“그게 운전석 바닥에 있다는 거잖아! 당장 가세나! 다른 게 또 있으면 내가 알아서 찾아보겠네. 걱정하지 말고 나를 믿어!”


“방금은 믿지 말라면서요?”


“앞에 말한 건 기계를 향한 나의 애정과 호기심이고, 지금 거는 나의 실력을 뜻하는 거야. 아무튼 믿어! 나에게 감사하게 될 테니까. 일단 운전석 밑에 무슨 보물이 들었는지 볼 거니까, 따라와!”


겐가이는 발을 쿵쿵 구르며 길을 지나쳐가 운전석으로 나아갔다. 영감의 기세에 밀린 길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뒤따랐다. 아까 계단에서 끙끙거렸던 노인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산듯한 스텝을 밟더니 운전석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이윽고 운전 시트를 고정하는 걸쇠를 발견하고는 무릎을 꿇어 잡아 뜯을 것 같은 기세로 손에 쥐었다.


길은 허둥지둥 쫓아가서 말렸다.

“잠깐만요. 컴퓨터죠? 그것만 보여드리면 얌전하게 계실 거죠? 제가 열어 드릴 테니까···.” 길은 말하기를 그만두고 생각으로 절규했다. ‘그만 해요! 영감님이 하우스를 고장 낼 것만 같아서 불안하다고요!”


“엉···, 그러겠는가? 여기 밑에 설치된 고정쇠를 풀고 시트를 양쪽으로 벌리면 되는 건데, 자네가 나 대신 힘을 써주겠다면 마다하지 않겠네. 요령 좋게 열어보게나.”


“아이고! 제가 설마 제 하우스의 뚜껑도 못 딸까 봐서요. 그런데 영감님은 용케 여는 법을 아셨네요? 전에도 이런 거 타 보셨어요?”


“이 친구야! 내 통빡이 얼마나 되는데 모르겠는가. 나 정만도 되면 이런 건 그냥 눈으로 쑥하고 훑어보면 얼마든지 알게 돼 있어. 그런데 자네가 잡은 그 걸쇠는 꽤 빡빡할 거 같은데 망치 밀려줄까?”


“아니요—!”

길은 꽥 소리를 질렀다. 숲속에서 몰래 똥 누는 자세로 쭈그리고 앉아 시트 밑의 걸쇠를 잡아당겼는데, 얼굴이 빨개지도록 힘을 줘도 꼼짝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니, 자네 왜 그러는가? 그런 건 힘으로 여는 게 아니야. 뭐가 걸렸는지부터 파악하라고.”


“알아요, 나도! 그런데 영감님이 아는 척을 하시니까 저도 모르게 그만···.”

길은 강철 손잡이를 부여잡고 온몸으로 용을 썼지만 완강하게 버티는 걸쇠의 저항에 힘쓰기를 포기하고 손을 풀었다.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었더니, 영감이 어릴 적에 만났던 분장한 산타클로스처럼 호호 웃음을 지으며 작은 망치를 건네왔다. 허리에 찬 연장 벨트에서 풀은 망치였다.


길은 그걸로 걸쇠 축이 맞물린 경첩을 툭툭 두드렸다. 오래되어 눌어붙은 접합부의 쇳가루가 떨어지고 풀풀 먼지가 날렸다. 이것들은 나중에 정비하자 마음먹고 걸쇠를 다시 잡고 힘을 썼다. 철컹— 하는 듣기 좋은 풀림 소리가 나면서 잠김이 해제됐다. 영감이 잘했다며 등을 두드려줬는데 내색은 안 했지만, 아버지 같은 사람에게 칭찬을 받는 것 같아서 순순하게 기분 좋았다.


겐가이는 명주가 주로 앉는 오른쪽 운전석으로 가서 바닥 걸쇠의 고정을 풀고 시트를 통으로 밀어냈다. 명주와 코스트너도 노인을 돕기 위해 손을 뻗쳐왔고, 길도 방금 풀은 왼쪽 시트를 자기 쪽으로 당겨내니 쌍열 운전석이 양쪽으로 벌려졌다. 그리고 시트 사이의 공용 콘솔 박스를 뒤로 밀어내자, 바닥에 숨어 있던 덮개 문이 드러났다.

겐가이는 자신이 열어도 되겠냐며 길을 쳐다봤다. 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덮개를 들어 올리자 넓고 깊은 저 아래에 상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모니터는 없고 입출력 케이블과 전원선 한 묶음이 연결된 검고 넓적한 연산 장치였다.


겐가이가 내려갔다. 덮개 아래쪽의 벽에 사다리처럼 줄지어 붙은 손잡이를 붙잡고 내렸더니 천장이 낮은 지하실 같은 공간이었다. 그래도 대형 컴퓨터를 넣어도 자리가 남을 것 같은 곳에 낡은 서버 한 대뿐이라니, 기대감이 무너진 영감은 혀끝을 차고 말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구먼. 이런 거로 하우스를 제어하고 있었다고? 자네 날 만나지 않았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길이 따라 내려와서 대답했다.

“어쩌긴요? 운전 잘하고 있었겠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하!” 겐가이는 끓어오르는 답답함을 퉤— 뱉었다. 뭔가를 결심했다는 듯이 길에게 선언했다.


“기대해! 이 하우스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라고. 나는 지금 이놈을 개조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어!”


“아뇨! 아뇨! 영감님. 제발 제 하우스를 멋대로 바꾸지 마세요. 이걸 저에게 맞춰 설정하고 손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세요. 영감님은 지금까지 제가 이 하우스에 쏟아부은 모든 노력을 부정하고 계시는 거라고요. 계약대로만 해주세요. 이 넓적한 컴퓨터만 교체할 거예요. 그리고 여기 저장된 주행 데이터하고 프로그램도 온전하게 백업해서 새 컴퓨터로 옮길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이게 영감님에게는 단순히 오래된 고물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나름 엄청 대단한 것들이 깔렸단 말이에요. 저의 운전 버릇 같은 걸 기억해뒀다가 거기에 맞춰서 하우스를 제어해주는, 요즘 나오는 최신식의 보조 장치들도 흉내 내지 못하는 거랬단 말이에요. 무려 통합 전에 사라진 기술이었다고···.”


‘야! 그건 아니잖아···.’ 길은 자신이 허풍을 떨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입을 닫았다.


하지만 겐가이는 이 허튼소리를 믿어버렸다. 그의 눈동자가 흥분으로 반짝거렸다. “뭐얏! 그게 정말인가? 통합 전의 기술이라고? 그런데 자네 바보구먼. 그렇게 오래된 프로그램이 새로 나온 컴퓨터로 쉽게 옮겨지겠는가? 커널이라던가 기본 언어 같은 것이 다를지도 모르는데, 어쩌자고 그걸 교체하겠다는 계약서에 사인해버린 거야?”


길은 얼굴이 하얘졌다.

“엣! 안되는 거였어요? 그러면 저 컴퓨터는 바꾸지 않을 거예요. 아! 그런데 사인한 계약서를 어떻게 취소하죠? 위약금 같은 게 나오려나요?”


겐가이는 웃었다.

“자네 바보이긴 하지만 다행히 행운아이기도 하구먼. 컴퓨터는 반드시 교체할 거네. 왜냐하면, 내가 하고 싶거든. 계약 같은 건 엿이나 먹으라고 해. 대신 자네의 귀중한 주행 데이터와 통합 전의 보물도 안전하게 보존될 테니 안심하게나.”


“왜요? 영감님 실력이 좋으셔서 해결해주시겠다는 뜻이에요?”


겐가이는 껄껄 웃으면서 부정했다.

“아니! 나는 못 해. 내 전문은 기계지 프로그램이 아니야. 코딩 같은 거 못한다고.”


길은 분통을 터트렸다.

“남의 하우스라고 쉽게 말하지 마세요, 쫌!”


“어허! 이제는 나의 소중한 자식이기도 해. 그리고 데이터 백업과 프로그램 이식을 걱정하지 말라는 건 이 팀에는 나 말고도 다른 능력자가 있기 때문이야. 그도 곧 이리로 오게 될 테니 만나보게나. 그 친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운영 체제의 커널까지 새로 만들어줄 거야.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자거든. 그런 것을 만들려면 적어도 3년의 기간과 팀을 꾸려야만 가능한 건데, 그 친구가 마음먹으면 하룻밤에라도 뭔가가 뚝딱하고 나와버려. 천재라서 그런 게 아니라, 창시자라서 가능한 거야. 그의 개인 저장소와 머릿속에 필요한 모든 소스가 저장돼 있어. 요 수십 년간 그 자신이 직접 구축한 라이브러리들이지. 그걸 조금만 조합하면 대기업도 탐을 내는 엄청난 개념들이 쏟아져 나올 텐데, 그런 의미에서 자네는 운이 좋다는 거야. 살아 있는 전설이 자네의 컴퓨터를 설치해준다니 내가 다 부러울 정도구먼. 두 팔을 번쩍 들고 내 친구 데니스를 찬양하게나, 젊은이.


“누구요? 데니스라는 분이 전설인 거예요?”


“······! 자네 설마 그 이름을 모르는 건가?”


“아니 어느 분야의 전설이라는 건데요, 저는 처음 듣는데요.”


겐가이는 자신의 탐스러운 수염을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숙이고 혼잣말을 시작했다.

“그런 거였나···. 하긴 관심 분야가 아니면 모르는 것도 당연하겠지. 정말 대단한 친구인데도 세상 사람들에게 그는 별난 컴퓨터광 정도로만 보이는 거니 전설은 아닌 거구먼. 하긴 그래도 상관은 없겠지. 명성 같은 걸 원하지는 않았으니까···.”


길은 생각의 나라에 들어간 겐가이를 끄집어내려고 그의 어깨를 흔들어댔다.

“저기요, 영감님도 혹시 마음만 먹으면 이런 것 정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시려는 거예요. 저 갑자기 불안해졌단 말이에요. 예전에 만났던 불쾌한 사람이 떠올라버렸어요···.” 자꾸만 때려주고 싶었던 쟝의 얼굴이었다.


영감은 방긋 웃었다.

“그 자식이 누군지는 몰라도 나와 데니스와는 비교하지 말게. 우리는 수준 자체가 다르니까.”


길은 더욱 불안해졌다. 겐가이와 쟝의 얼굴이 겹쳐졌다. 그를 말리지 못할 것 같은 예감도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영감이 쟝보다는 덜 짜증 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문득 소리가 들려왔다. 환청일 것만 같은 웅웅거리는 노이즈였다.


삐이이—


뒤쪽의 아래에서부터 올라왔다. 오래전에 전화선에 연결해서 쓰던 모뎀의 접속음과 비슷했다. 길은 고통스럽게 미간을 찡그리며 영감에게 속삭였다.


“혹시 무슨 소리 안 들리세요···?”


“뭐?”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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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1회 - 쟝과 마리아 19.04.03 51 1 19쪽
38 프롤로그 - 빚과 담배 19.03.17 41 1 23쪽
37 10회 - 탄생 (07) 19.02.25 55 1 36쪽
36 10회 - 탄생 (06) 19.02.09 57 1 16쪽
35 10회 - 탄생 (05) 19.01.28 48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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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회 - 살인자 (05) +1 18.07.04 157 4 12쪽
11 3회 - 살인자 (04) +1 18.06.28 148 5 10쪽
10 3회 - 살인자 (03) 18.06.25 170 3 11쪽
9 3회 - 살인자 (02) 18.06.21 163 5 21쪽
8 3회 - 살인자 (01) 18.06.12 223 3 13쪽
7 2회 - 몽상가 18.05.25 203 5 24쪽
6 1회 - 동행 (04) 18.05.12 227 6 11쪽
5 1회 - 동행 (03) +1 18.05.11 238 7 9쪽
4 1회 - 동행 (02) 18.05.11 277 4 8쪽
3 1회 - 동행 (01) +1 18.04.25 419 8 18쪽
2 프롤로그 - 5년 18.04.12 453 9 11쪽
1 프롤로그 - 18살 +1 18.04.12 953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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