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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하우스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이름가림
작품등록일 :
2018.04.12 16:01
최근연재일 :
2020.04.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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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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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 쟝과 세이거 (13)

DUMMY

길이 작은 경적 버튼을 누르자, 바라쿠다가 비, 비이— 하고 울었다. 출발을 의미하는 운전사들끼리의 신호였다. 운전석 모니터에 손 흔드는 오마르 차장이 포착되었다. 매우 쓸쓸해 하는 눈매였다.


길도 아쉬워서 한 번 더 경적을 울렸다. 명주도 그걸 보고 버튼을 따라 눌렀더니, 거대한 바라쿠다는 비명을 질러댔다. 끼이익— 칠판 긁는 소리가 우렁차게 난청을 일으켰다. 오마르는 듣기 괴롭다며, 얼른 귀 파먹을 걸 끄라고, 손등을 머리 옆에 저어댔다.


길은 알겠다며 경적을 또 눌렀고, 명주는 그걸 또 따라 했다. 요란한 굉음이 정비창에 퍼졌다. 오마르는 마침내 귀를 막고 쌍욕을 퍼부어댔다.


길은 급하게 가속페달을 그러나 느슨하게 밟았다. 바라쿠다의 바퀴가 천천히 구르기 시작하여 큰 몸통을 미끄러트렸다. 정비창을 나와 계류장으로 그리고 상하차 대기 차량의 유도선을 따라가 조합 부지의 정문을 통해 가도로 진입했다.


이웃한 창고들에서는 타워 크레인과 지게차들이 움직였고, 난쟁이와 거인 같은 트럭들이 짐을 싣거나 내릴 차례를 기다리거나, 나가거나 들어오며 바쁘게 이동했다. 한산한 곳은 오직 길이 소속된 조합뿐이었다.


바라쿠다는 창고와 공터와 운동장이 바둑판처럼 배열된 조합 터를 빠져나가, 이리스 운하를 건너는 팔람 대교로 직행했다. 그 다리 위를 달리면서 밖을 보면 마치 날개를 달고 바다 위를 활공하는 것만 같아지는 건설시대의 대건축물로, 누가 무엇을 타고 건넜다는 기록만 남기면 얼마든지 이용 가능한 270㎞짜리 사장교였다.


명주는 그 웅장한 조형물에 다가갈수록 좋아서 꺅꺅거렸다.

길은 감정 없었다. 운전이 생업이라 저런 걸 매일 보며 돌아다닌 남자에게는 아무런 감흥 없는 배경일 뿐인데, 그녀는 행복한 소녀가 되어서는 저 다리보다 훨씬 존재감 넘치는 미소를 자아냈다. 길은 곁눈질로 그 웃음을 훔쳐봤고, 팔람 대로에 올라타자마자 굳이 차창 옆문을 열어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을 불러들여 명주에게 선물하였다.


그녀는 당장 창문으로 달려가 바깥 경치를 보며 또 꺅꺅거렸다. 대륙과 대륙 사이로 흘러들어온 맑은 해수 아래에 지나가는 고래를 찾겠다며 팔짝거렸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릿결을 가만 놔두고, 수평선과 지평선이 함께 흐르는 운하의 전경을 구경하다가, 머리채가 산발이 되어서는 그녀의 자리, 길의 옆자리로 돌아왔다.


길은 눈짓으로 명주의 운전대를 가리켰다. 바라쿠다의 쌍열 운전석은 기장과 부기장이 조종하는 비행기 조정석과 비슷했고, 왼쪽과 오른쪽의 운전대는 어느 한쪽에서 조작하던 똑같이 움직이게끔 만들어졌다. 길은 그녀에게 ‘운전하고 싶어? 하고 싶으면 운전대를 잡아.’ 하고 묻는 거였다.


아직 운전이 미숙한 명주는 새삼스레 긴장했다. 길은 그녀에게 확신을 주려는 듯 운전대를 탁 두드렸다. 사실은 그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운전 조작 하나하나가 다 위태로워 보였다. 다행히 팔람 대교는 운전하기 쉬운 다리였다. 곧은 직선로여서 코너에 맞춰 감속하고 가속하지 않아도 되었고 심지어는 자동 운전이 가능한 구간이어서 운전 자체를 쉬어도 됐다. 평소 바라쿠다를 몰고 싶어 했으니, 여기 정도의 난이도라면 시켜줘도 괜찮다 싶었다. 어차피 힘들고 어려운 구간은 길이 운전할 거였다. 그녀는 운전의 동반자는커녕 보조자도 되지 못한다. 그저 막간을 이용하여 초보자에게 체험을 시켜주는 것, 딱 그런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명주는 자신이 직접 운전한다는 사실에 한껏 고양되었다.


곧, 다리 경사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하우스가 기울어지고 몸의 하중이 뒤로 쏠리며 운전석에 붙는 것 같아졌다. 기둥을 높게 간격은 넓게 지어 배들이 다리 아래로 지나가게 만든 통행로 구간이었다. 이러한 고가 도로 형태가 운하의 동쪽과 서쪽에 있었다. 그런데 거대함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는 이러한 팔람 대교의 고가보다도 큰 배들이 존재했다. 그러한 무식한 배수량의 선박들도 운하를 이용하라고 다리의 가운데 즈음, 수심이 가장 깊은 지점에서는 다리 자체가 아예 물 아래로 잠수하는 수중 터널로 바뀌었다.


또한, 큰 규모에 어울리는 휴게소의 마을도 만들어졌다. 물 위로 튀어나온 작은 섬 같은 게 있었는데, 다리를 그 위로 거쳐 가게 건설하고, 식당과 주차장을 짓고, 해수를 끌어 올려 뜨겁게 데워서는 온천 여관처럼 이용했고, 어느새 팔람 대교의 명물이 되어서는, 1년 내내 그곳에서 생활하는 거주자까지 생기면서, 관광 마을로 등록되었다.


두어 시간 동안 운전 잘하던 명주가 갑자기 이빨을 악물었다. 드디어 수중 터널 구간이었다. 다리가 밑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저기 앞에 입구가 보였다. 건설비를 너무 써서, 배들의 통행료가 끔찍하게 비쌌던 덕분에 그 근처에서는 선박을 구경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곳이었다.


다리 상판의 높이가 낮아지고, 중력이 사라지며 몸이 부웅 뜨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순간 명주의 눈높이가 수면과 같아졌다. 그리고 그녀와 바라쿠다의 세상 전체가 터널의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주 잠깐 어두워졌다. 태양의 빛에서 인공조명으로의 전환에 적응하지 못한 눈동자가 기능을 상실하여 혼란과 두려움을 일으켰다. 시야는 곧 돌아왔고, 터널 내벽에 균등하게 설치된 조명 기기가 앞에서부터 달려와 뒤로 뒤로 넘어갔다. 바닥에 그려진 차선은 앞으로 앞으로 뻗어나갔다. 외부와 내부의 기압 차이로 귀가 먹먹했다. 어떠한 이명이 들려왔다.


길은 명주를 살펴봤다. 매우 잔뜩 생긴 심통을 눌러 참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어둡고 갇힌 공간은 다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눈치를 봐가면서 자연스럽게, 운전을 교대하자 제안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그녀는 멈칫하고 망설였으나, 순순히 손을 놓았다. 그리고 주위 만물을 외면하려는 태도로 눈을 감았고, 다시금 지상으로 돌아가는 시간까지 잠자는 척을 했다.


터널의 끝이 나오고, 다시 달리고 달리었다. 다리 끝에 다다르자, 남쪽과 북쪽으로 갈라지는 운하 도로가 나왔다. 이리스 운하 제방 위에 깔린 작은 차와 거대 트럭과 사람과 자전거까지 다니는 복합 도로였다. 길은 다리 끝의 통제소에서 신호대기를 받은 다음 진행 신호에 맞춰 운전대를 북쪽으로 돌렸다.


운하 도로는 굽이치는 대륙의 절단층을 따라갔다. 지금껏 달려왔던 팔람 대교가 차창 옆으로 펼쳐지고, 육지가 갈라지면서 불거져 나온 암석에 대낮의 태양광이 떨어지고 반사되어 무지갯빛 반사광을 퍼트렸다. 명주는 다시금 기분이 좋아져서 저 광경을 보라며, 자기가 저 다리를 건너왔다며, 흙과 돌과 물의 빛깔이 예쁘다며 꺅꺅거렸다.


길은 역시나 무감정이었다. 저건 그저 매일 지나치는 풍경과 일상이었다. 그가 신경 써서 봐야 할 경치는 신호등과 도로 표지판과 다른 차들과의 간격과 차선 그리고 뜻하지 않게 튀어나오는 사고 유발 요소들이었다. 계곡의 바위가 밑으로 뚝 떨어지듯이 형성된 협곡이 얼마나 장엄하다던가, 인간이 만든 대교가 어느 정도로 대단한지는 관심 없고 상관없고 멋진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예뻐 보이는 건 그녀의 웃음뿐이었다. 그러니 그녀가 좋다면 그런 줄 알고 장단에 맞춰 맞장구를 쳐 주며 운전할 뿐이었다.


명주는 운하 반대쪽인 서쪽의 이리스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 도시는 북쪽으로 갈수록 분위기가 바뀌었다. 고층이었던 빌딩은 작은 주택으로, 화려한 건물 외벽은 모래색의 토벽으로, 촘촘하게 밀집된 도심에서 듬성듬성한 시골 마을로 바뀌었고, 빠르기만 하던 사람들의 속도는 점차로 느려졌다. 그래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어디를 가나 비슷할 거다, 그럴 거라 짐작되었다.


그쯤에서 길은 바라쿠다의 운전을 자율 주행으로 바꾸었다. 유리프스 지역으로 들어가면 인공위성의 위치 정보가 부정확해져 기계의 보조를 받아야 하는 기능들 대부분이 잠겨 버린다. 편히 갈 수 있는 마지막 구간이었기에, 명주와 길은 운전대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운전석을 벗어나는 건 금지였다. 그리되도록 짜여진 프로그램과 교통법 때문이었다. 두 친구는 자기 자리에서 서로 간식을 나눠 먹고, 잡담을 주고받고, 따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운하 도로를 날아갔다. 3일째 되는 날 저녁에 유리프스의 지역 경계선을 넘어갔고, 그 사실은 정보로 변환되어 도로 단말기로 전송되었다.


그 주변은 황무지이며 황야였다. 문명 없는 모래벌판에 죽은 풀 뭉치와 살아 숨 쉬는 초목이 공존하는 장소에 무너진 건축물의 잔해가 흩뿌려진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가던 방향 그대로 운하 도로를 타고 가면 멸망한 도시를 거쳐 땅끝의 북극해에 도달한다.

그러나 거기까지의 구역을 관리해줘야 할 도시 호탄이 사라졌다. 유지 보수되지 못한 도로가 손상되어 안전하지 못했고, 그런 사고 위험들을 다 감수하고 가더라도 그 부근에는 죽은 자의 흔적이 너무 많아 요즘은 그리로 가려는 시도 자체가 사라진, 유령 마을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운하 도로를 이용하는 여객과 물류는 거의 다 서쪽으로 분기되는 하우스로드로 흘러갔다. 그러나 그곳도 바라쿠다의 목적지는 아니었다. 코르 마을로 가려면 북서쪽으로,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유리프스의 벌판을 가로질러야 했다.


길은 하룻밤 머무를 장소를 찾아, 바라쿠다를 운하 도로 밖으로 몰고 나갔다. 창밖의 황무지를 본 겐가이 영감이 들떠서 찾아왔다. 내일부터는 신나게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거냐며 흥분해서 떠들었다. 명주도 기대된다며 둘이 짝을 맞춰 꺅꺅거렸다.


길은 투덜거렸다. 뭐가 그리 재밌냐면서, 조금 달리기 까다로운 길을 가는 것일 뿐, 오늘 달리는 길을 내일도 이어 달리는,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라며 핀잔을 줬다. 그러나 사실은 그 자신의 본심도 그들과 같았다.


길도 자유롭게 힘껏 달리는 걸 좋아했다. 안전하지 않더라도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느낄 수 있는 극한의 해방감을 맛보고 싶어 했다.


현실을 무시하고 가속을 하면, 바라쿠다에 속도가 붙으면, 지면의 요철과 굴곡을 따라 차체를 억지로 틀어 가속하고, 가속하고, 가속함을 열망한다. 다치지는 않을 거다. 낡은 차체가 삐걱거릴지는 모른다. 괜찮다. 어차피 노화와 노쇠와 불의의 사고는 못 피한다. 생명으로써 존재한다는 그 기적적인 확률을 누릴 거다. 누가 빌려준 게 아니라, 내가 얻은 행운이다. 설령 신이 존재하여 나에게 삶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한들 감사 따위는 안 할 거다. 그가 좋아서 한 짓인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당신이 좋아서 한 짓이잖냐. 따로 목적이 있었을 거잖냐. 나 한 명을 위해서가 아니잖냐. 자유롭게 살 거다. 운전도 자유로운 수동이 좋다. 자동 변속기는 편하니까 사는 거다. 편리함과 자유로움의 교환이다. 게으른 놈은 관리받기를 선택한다. 복잡할수록 그러하다. 안락함을 추구하며 누군가, 무언가가 대신해주기를 바라며, 속박과 구속과 규제가 당연한 시스템의 관리를 선택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다. 그러나 길은 불편함을 선택하고 자유로움을 붙잡는다. 그러고 싶어 했다. 수동 변속 차량을 원해왔다.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어, 길은 시동을 걸자마자 변속 모드를 수동으로 전환했다. 바라쿠다는 즉시 반응했고, 기어 박스가 맞물리어지면서 차체가 꿀렁거렸다. 묵직한 반응이 운전대로 전달되었다. 액셀을 밟으니 길과 바라쿠다는 함께 흥분하여 앞으로 뛰쳐나가 질주했다. 가속으로 생겨난 압력이 충격을 감쇠하는 흡수축과 이완축을 밀어붙였다. 휠과 서스펜션이 대지의 굴곡을 받아 상하로 진동했고, 차체에 맞물림 된 껍데기 파트는 설계된 동선을 따라 조화롭게 출렁였다.


하나,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였다. 지켜야 할 책임이 자유를 갉아먹었다. 승객과 화물을 보호해야 했다. 그리고 그녀가 있었다. 브레이크 페달을 지그시 밟았다, 때었다가를 여러 번에 나눠 눌렀다. 변속 모드는 자동으로 바꾸었다. 지킬 것이 생기면 자유는 포기해야 한다. 자유로워지고 싶으면 애초에 지킬 것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삶을 살면 지킬 것이 자꾸 생긴다···.


그날도 길은 현실의 일상을 되풀이했다. 명주는 꺅꺅거렸다.



ㅡ ㅡ ㅡ ㅡ ㅡ ㅡ ㅡ



많이 달린 것도 아니었다. 유리프스 지역으로 아주 조금 들어왔을 뿐인데, 도시 호탄의 잔해가 더욱 늘었다. 드넓은 대지에 깔린 모래와 잡초와 잡목보다 건축물의 파편이 더 많았다. 저기 먼 곳의 하늘에서 붕괴하여 땅에 흩뿌려진 부스러기였다.


작은 오아시스에 불과했던 이리스가 중부 대륙의 중심으로 떠오른 이유는 호탄이 붕괴했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멸망하여 그 끝을 보여줬음에도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 이 기괴한 시대의 발상지였다. 풍요로운 곡창 지대를 차지했던 도시는 동서 대륙 간의 육상 물류가 집중되는 지리적인 이점을 활용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고, 남아도는 돈과 자원을 과시하는 수단으로써 거대 건축물을 마구 짓는 대건설시대의 막을 열었고, 그것을 짓기 시작했다.


호탄의 시민들은 과거에서부터 미래까지의 인류 역사를 통틀어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의 최대치를 꿈꾸었다. 그러나 뚜렷한 목표치는 없었다. 그저 높이 쌓는다는 희뿌연 개념이었다. 어쩌면 공기조차 없는 고도까지, 대기권을 넘어 우주까지 올라가 그 옥상에서 지구를 내려다볼지도 모른다는 흐릿한 그림 같은 것. 그 암시적인 목표에 그들 스스로가 홀려버렸고, 집단 최면에 걸려서는 자신들이 옳고 바르며 멋지기까지 한 일에 도전한다, 믿는 광신자가 되었다. 인류 역사 최대 건축물은 호탄의 종교가 되었고, 맹목적인 믿음이라는 재료에 의해 생명이 되었다. 신도들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바치고, 자원을 깡그리 긁어모아 탑을 쌓았다. 그들은 자기네들이 살 공간마저 희생하여 도시 공간 전체를 그것의 주춧돌로 바꾸고 무너지지 않도록 기둥을 대고 덧대고 다시 보강해서 덧대었다. 그리하여 그 탑은 물리적인 한계를 돌파해 정말로 성층권에 오르는 기적을 선보였다.


시민들은 기뻐했다. 이게 끝이 아니라며 더 쌓을 수 있겠다며 환호했다. 통합 전부터 존재했던, 하이하바의 그 초라한 탑을 능가했다며 자축하고, 자신들의 업적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자부하고, 축배를 들어 서로를 칭찬하던 그 날의 밤에 호탄은 붕괴했다. 쩌걱쩌걱 갈라지는 파열음이 전 세계에 울렸다. 하늘에서 갈라진 수억 개의 파편이 천사의 모습으로 땅에 내렸다.


정해진 순서였다. 한계 하중을 넘은 지가 오래였다. 기적은 그것이 무너지지 않고 서 있었다는 현상 자체였다. 아무도 그것이 어떻게 어디서부터 무너졌는지 모른다. 그것에 살았던 자들이 현장의 기록과 증언을 남겨놔야 했으나, 그래야 할 이들은 압사되었으며, 땅으로 퍼진 잔해물의 범위가 수천 킬로미터에 달할 만큼 방대했던지라, 붕괴 원인을 조사할 엄두도 내지 못 낼 만큼 한 지역 전체가 멸망의 잔해물에 덮여버렸다.


바라쿠다가 지금 옛 도시 호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평원을 달리고 있었음에도 그날 비처럼 내린 건축물의 잔해를 피해 달려야 할 정도로 엄청난 괴멸, 그것이 세상에 떠도는 호탄의 이야기이다.



ㅡ ㅡ ㅡ ㅡ ㅡ ㅡ ㅡ



건설시대의 하우스는 어딘가의 지역 경계선을 넘어가는 순간, 그 정보가 연합의 관리소로 자동으로 전달되게끔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 바라쿠다가 지나가는 소르빗은 관리하기에는 너무 먼 오지여서 그러한 사실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땅이었다.


그곳은 평균 기온이 낮은 편이기는 해도 강렬한 생명력을 가진 동식물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살아남았다. 하늘 아래 모든 땅은 숲과 초원이었다. 북쪽으로는 항상 북풍의 장벽, 극지대로부터 불어오는 한파를 막아주는 고마우신 여신이며, 그 산에 도전하는 자를 벼락으로 응징하는 분노의 화신과도 같은 것, 짙은 안개와 구름 속의 환상과도 같은 것, 우뚝 솟은 나르트 자나베스 산맥의 형체가 일렁이는 세상이었다.


사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대부분이 연합에 등록되지 않은 자유 유목민이었고, 그들이 임시로 이용하는 야영지와 지도에 없는 정착촌과 마을이 듬성듬성 있었다. 그리고 사람 다니는 길과 작은 차의 도로는 가끔 있어도, 하우스를 포용할 만큼의 넓은 도로는 마땅히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숲 사이로 난 좁은 평지를 따라 전진할 때가 많았는데, 문제는 바라쿠다의 외부 센서며 라이더와 레이더가 자체 기능의 한계로 인해 주변의 나무와 수풀 뒤에 숨은 짐승을 포착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그 지역 전체가 인공위성의 주궤도에서 한참 떨어진 경도 위쪽의 지점이어서 위치와 지역 정보는 고사하고, 위성의 보조를 받아야 작동하는 모든 기능이 잠겨버렸다는 것이었다.


장님이 된 것처럼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게 되었고, 무작정 달렸다가는 사각지대 어디쯤에서 무작정 뛰쳐나오는 동물과 사람이라는 돌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든 조건이었다.


트럭 운전사에게 최악의 사태는 사고고, 최악 중의 최악은 인명사고다. 돈이 깨질지언정 부서진 물건은 고치면 되었지만, 사람이 다쳐버리면 운전 경력이 끝장난다. 물론 법이 미치지 않는 곳이니, 나 몰라라 뺑소니를 치고 걸리지 않으면 괜찮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길은 그런 짓을 허용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면 아마 죄책감으로 인해 양심이 찢어질지도 모른다, 정신이 파탄 날 거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나쁜 놈이다, 와 같은 심리적인 압박감이 정신을 갉아먹었다.


길은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해갔다. 내비게이션은 작동을 안 하고,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잡으려면 종이 지도를 꺼내서 봐야 했는데, 운전도 해야 했다. 바라쿠다를 잠깐만 세우고 보면 될 것을 판단력이 둔해져서는, 명주에게 운전하라고 했다.


매우 아니꼬운 말투로, 운전하기 까다로운 곳이다, 네가 감히 할 수 있겠냐, 나는 너의 운전을 못 믿는데, 상황이 이러니까 어쩔 수 없이 맡기는 거라면서 자존심을 긁었다. 그리고는 조심해라, 속도 내지 마라, 주위를 잘 보라며 거듭해서 말하고도, 제발 정신 바짝 차리라고 애원 같은 걸 하면서 운전대를 넘겼다가, 다시금 마음을 못 놓겠는지 네가 사고를 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가정을 생각나는 데로 나열하면서 겁을 주고, 했던 말을 또 되풀이했다.


잠자코 듣기만 하던 명주는 길의 태도가 거만해지는 딱 그때까지만 참아주었다. 브레이크를 후욱 밟아 차를 세웠는데, 어떠한 충격도 생기지 않는 부드러운 감속이었다. 짜증 내던 길이 무심코 감탄할 정도로 능숙한 정차였다. 그녀는 기어 중립까지 안전하게 확인하고는, 내면에 잠재워 놨던 성질머리의 뺨을 때려 깨웠다. 천둥처럼 으르렁 소리쳤다. 한마디면 될 걸 가지고 뭐가 그리 잘나서 설교질이냐며 호통을 쳤다.


길은 깜짝 놀라서 단숨에 항복했다. 미안하다, 사과하고, 머리를 숙이고 지도를 보는 척하다가, 다시 또 미안하다 사죄하며 용서를 빌었다.


명주는 길을 잘 알았다. 이 녀석이 진심으로 후회하고 뉘우쳤다는 걸 알아보고 화를 풀었다. 그리고 다시 운전을 재개했는데, 바라쿠다의 전진이 너무나 부드러웠다. 실력이 좋아졌다. 여기까지 오면서 열심히 연습한 결과였다. 절대로 잘하지 못할 거라 믿어왔던 길의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 사건 이후로 길은 그녀의 운전을 무시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해라, 저러는 것이 올바르다 같은 잔소리는 조금만 했다. 그리고 당장 소르빗에서의 운전은 그녀가 도맡다시피 하게 되었고, 길은 바라쿠다의 눈이 되는 내비게이터 역할에 집중했다.



ㅡ ㅡ ㅡ ㅡ ㅡ ㅡ ㅡ



소르빗에 들어온 지 29일째였다. 목적지까지는 대충 일주일은 더 달려야 도착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가지고 있는 종이 지도와 현지의 지형이 일치하지 않아서, 앞으로 얼마나 더 헤매야 할지 도통 가늠이 안 됐다.


북쪽의 나르트 자나베스 산맥은 더욱 가까워져서 산줄기에 쌓인 눈과 큰 바위, 작은 돌의 형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가장 높은 산봉우리의 형태가 눈동자와 비슷해서 마치 외부에서 들어온 자신들을 감시하는 것만 같았다.


명주는 이제 자신의 본업인 것처럼 당연하게 운전했다.

길은 왼쪽의 차창 가에 서서 바라쿠다의 속력으로 흐르는 나무숲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새 한 마리가 나무 꼭대기에서 날아올랐고, 그걸 따라 또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정지된 세상이 다시 움직이는 것만 같다는 생각을 멍하게 할 즈음, 명주가 소리쳤다. 이야기 속의 해적선 파수꾼 같았다. 저기 보물섬이다! 보물섬을 발견했다!


“길아! 저거 봐봐! 벌써 도착했나 봐.”


그녀가 오른쪽 차창을 가리켰다. 평원의 어중간한 지점에 마을 부지가 보였다. 예정보다 빠른 발견이어서 저게 정말 코르 마을인지가 애매했는데, 사토시가 출발 전에 설명하기를 소르빗 지역에서 그곳만큼 이질적인 마을은 달리 없을 것이기에, 찾기만 하면 바로 알 수 있을 거라고 말했었다. 확실히 저 마을은 소르빗의 흔한 정착지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이동식 천막, 나무 오두막, 방갈로와 같은 야생의 방식이 아닌, 현대식 공법으로 지은 낮고 네모난 건물들이 반듯하게 정비된 구획 안에 지어졌다. 그러니 코르 마을이 맞는 것 같았다. 예상보다 빨리 온 이유는 부정확한 지도 때문이지 싶었다. 그런데 왜 저런 곳에 마을이 있나, 하는 의문이 피어났다.


물을 공급받을 만한 수원지가 없었고, 다른 도시까지의 교통로도 안 깔렸다.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기도 애매한 지형에다가, 동·서·남쪽은 지나치게 넓은 초원과 숲이고, 북쪽은 산맥에 막혀서, 모든 문명으로부터 단절된 장소, 육지 한 자락의 무인도에 콘크리트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그래도 멀리서 보기에는 평화롭고 깨끗했다. 길의 감상은 그러했다. 하지만 명주의 평가는 반대였다.


“불길해 죽겠어! 완전히 소름 돋아! 짐만 빨리 내려놓고 빨리 떠나자. 영감님들도 어떻게 같이 데려갈 수는 없을까, 길아?”


“뭐?” 길은 황당해서 되물었다.

“그거, 무슨 근거가 있어서 하는 말이야?”


명주는 설득력 없는 말을 당당하게 주장했다.


“재수가 없어 보인다니까! 느낌이 그래! 천재지변처럼 모르면 피할 수 없는 똥 같은 거!”


“뭐···?”



ㅡ ㅡ ㅡ ㅡ ㅡ ㅡ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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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3회 - 쟝과 세이거 (17) 20.04.27 2 1 19쪽
56 13회 - 쟝과 세이거 (16) 20.04.08 6 1 17쪽
55 13회 - 쟝과 세이거 (15) 20.03.25 10 1 12쪽
54 13회 - 쟝과 세이거 (14) 20.03.06 7 1 14쪽
» 13회 - 쟝과 세이거 (13) 20.02.06 9 1 23쪽
52 13회 - 쟝과 세이거 (12) 20.01.06 15 1 15쪽
51 13회 - 쟝과 세이거 (11) 19.12.07 11 1 19쪽
50 13회 - 쟝과 세이거 (10) 19.11.08 17 1 15쪽
49 13회 - 쟝과 세이거 (09) 19.10.08 19 1 20쪽
48 13회 - 쟝과 세이거 (08) 19.09.01 17 1 10쪽
47 13회 - 쟝과 세이거 (07) 19.07.20 27 1 16쪽
46 13회 - 쟝과 세이거 (06) 19.07.05 27 1 11쪽
45 13회 - 쟝과 세이거 (05) 19.06.07 28 1 18쪽
44 13회 - 쟝과 세이거 (04) 19.05.25 24 1 13쪽
43 13회 - 쟝과 세이거 (03) 19.05.17 40 1 13쪽
42 13회 - 쟝과 세이거 (02) 19.05.08 33 1 15쪽
41 13회 - 쟝과 세이거 (01) 19.04.30 41 1 12쪽
40 12회 - 길과 명주 19.04.16 68 1 22쪽
39 11회 - 쟝과 마리아 19.04.03 51 1 19쪽
38 프롤로그 - 빚과 담배 19.03.17 41 1 23쪽
37 10회 - 탄생 (07) 19.02.25 58 1 36쪽
36 10회 - 탄생 (06) 19.02.09 57 1 16쪽
35 10회 - 탄생 (05) 19.01.28 48 1 19쪽
34 10회 - 탄생 (04) 19.01.19 57 1 13쪽
33 10회 - 탄생 (03) 19.01.08 60 1 11쪽
32 10회 - 탄생 (02) 19.01.05 74 1 13쪽
31 10회 - 탄생 (01) 18.12.25 63 1 19쪽
30 9회 - 혼란 (02) 18.12.13 84 1 13쪽
29 9회 - 혼란 (01) 18.12.10 73 1 14쪽
28 8회 - 도착 (02) 18.11.17 68 1 14쪽
27 8회 - 도착 (01) 18.11.16 78 1 12쪽
26 7회 - 여정 (05) 18.11.01 78 1 10쪽
25 7회 - 여정 (04) 18.10.31 81 1 11쪽
24 7회 - 여정 (03) 18.10.31 84 2 12쪽
23 7회 - 여정 (02) 18.10.19 82 2 11쪽
22 7회 - 여정 (01) 18.10.13 147 1 10쪽
21 6회 - 수리 (04) 18.10.05 102 1 14쪽
20 6회 - 수리 (03) 18.09.28 100 3 14쪽
19 6회 - 수리 (02) 18.09.14 118 2 17쪽
18 6회 - 수리 (01) 18.09.01 129 3 12쪽
17 프롤로그 - 교차로 18.08.19 138 3 13쪽
16 5회 - 동업 18.08.07 119 3 20쪽
15 4회 - 계약자 (03) 18.07.27 124 2 14쪽
14 4회 - 계약자 (02) 18.07.24 128 2 17쪽
13 4회 - 계약자 (01) 18.07.13 139 2 20쪽
12 3회 - 살인자 (05) +1 18.07.04 161 4 12쪽
11 3회 - 살인자 (04) +1 18.06.28 151 5 10쪽
10 3회 - 살인자 (03) 18.06.25 174 3 11쪽
9 3회 - 살인자 (02) 18.06.21 169 5 21쪽
8 3회 - 살인자 (01) 18.06.12 230 3 13쪽
7 2회 - 몽상가 18.05.25 211 5 24쪽
6 1회 - 동행 (04) 18.05.12 233 6 11쪽
5 1회 - 동행 (03) +1 18.05.11 246 7 9쪽
4 1회 - 동행 (02) 18.05.11 288 4 8쪽
3 1회 - 동행 (01) +1 18.04.25 438 8 18쪽
2 프롤로그 - 5년 18.04.12 475 9 11쪽
1 프롤로그 - 18살 +1 18.04.12 1,000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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