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 바람의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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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prinsilk
작품등록일 :
2018.04.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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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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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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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공성전 -7

DUMMY

당장 목표가 눈앞에 보인다고 해서 아군을 무한정 밀어넣을만큼 몽우는 우둔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흉노군대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도망하는 북평성의 병사들을 사냥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섬멸을 명령한 이상 이미 병력을 급히 모아서 유정왕자를 공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병력을 끌어모으는 데도 당장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진형을 갖추지 못한채 모이는데로 보내는 것에는 분명히 엄청난 희생이 발생할것이 자명하였다.


당장 유정왕자의 병력은 주변에 접근하는 흉노군대를 빠르고 정확하게 무찌르고 있었다.

벌써 병력의 희생은 백여명이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 제가 나가겠습니다. ”

“ ...... ”


부하 장수가 호기롭게 자신의 무기를 한쪽 손에 든채 몽우에게 다가왔고,

몽우는 힐끔 장수를 쳐다보고는 유정왕자의 진형을 노려보았다.

많지 않은 백여기의 기병들이 보병진영 안과 밖을 넘나들면서 빠르게 부딧치고 또한 빠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보였다.


“ 저 부대 훌륭하군.. 중원의 기병들이 할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야. ”

“ 네? 네... 그렇군요. ”


장수는 자신의 출격명령이 아닌 적에대한 감탄을 듣고는 전의가 소실된 듯 쭈삣거리며 몽우 곁에 섰다.


“ 불과 1천명이지만 진영도 훌륭하고, 전의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여차하면 북평성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 ”

“ ...... ”

“ 더 이상 적병에게 쓸데없이 공격하여 희생자만 늘리지 말고 북평성 잔여병력에 대한 잔당소탕에 집중하라. ”

“ 네 알겠습니다. ”


장수는 고개를 숙이고는 말을 몰아서 자신의 부하와 함께 달려갔다.

몽우는 날카로운 눈매로 전장을 다시한번 훑어보았다.

달려들었다가 일부 병력이 공격당하여 전멸하자 미처 추가적으로 공격하지 못한채 유정군을 바라보고 있던 흉노군대는 깃발신호를 받고는 말머리를 돌렸다.


긴장한채 전장을 노려보고 있던 명 이 제일먼저 말머리를 돌리는 흉노군대를 바라보고는 긴 한숨을 내 쉬었다.


“ 휘우우우~ ”


순식간에 다리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적어도 지금까지 목책이라도 끼고 전투를 수행했지만 지금은 온전히 무엇하나 가리는 것 없이 들판에서 흉노족을 막아섰었던 것이다.


범의 입 안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던 듯 아슬아슬했던 순간이 지나가자 그녀는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옆에 세워 두었던 창에 몸을 기대었다.


병사들은 아직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는 듯 진영을 유지한채 전방을 노려보고 있었다.



여느때 같았으면 벌써 튀어나가 적들의 뒤를 습격했을 하휘 또한 현재 상황을 어찌 알았는지 더 이상 공격을 하지 않은채 유정에게 다가왔다.


“ 영아! 다행히 적들이 물러갔어.. 이제.. 가자.. 어서. ”

“ 누나.. ”


힘없이 다가온 그녀가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 쓰러지자 유정은 급히 달려가 그녀를 부축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몽여 와 장흠이 달려와 그녀의 몸을 망도로 가렸고, 동시에 적풍무사단 인원들이 달려와 그녀의 주변을 둘러쌌다.


“ 병사들이 동요하기 전에 얼른 하휘님을 눕히십시오 ”

“ 누나가.. 왜? 어디 공격당한건가요? ”


유정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쓰러진 그녀의 얼굴을 찾았을 때 어떻게 들어왔는지 명이 다가와서 하휘의 호흡을 살폈다.


“ 아닙니다. 아무래도 성문이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

“ 성문요? ”


명 과 몽여는 유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서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 왕자님.. 저희가 묻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하휘님이 성문을 보면 정신을 잃는것에 대하여 어떤 연유인지 아십니까? ”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전에도 성문에서 쓰러진적이 있긴 합니다.. ”


유정은 이전 상 과 쾌를 만나게 되었던 성의 성문을 기억해 내었다.

완전히 얼이 빠져 있다가. 병사들 중 한명이 그녀를 건들자 그대로 발작을 일으켰던 그 때가 기억이 났다.


“ 그렇다면.. 그때 그 일은 단순한 발작이 아니라.. 성문을 보면 그리 되는 것 인가요? ”


그때 그 일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제대로 파악한 것은 아니었지만 명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네 왕자님. 어서 하휘님을 옮기시죠. 병사들이 하휘님이 쓰러진 것을 본다면 사기가 크게 꺽일 것입니다. ”

“ 네... 그렇겠군요. ”


명의 말에 그제서야 유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축하여 그녀를 일으켰다.


“ 단주님은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


장흠은 무뚝뚝한 말투로 말하였고, 적풍무사단 인원 몇이 가까이 오며 그녀를 업었다.


“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거죠? 우리 군은 북평성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유정은 함께 일어나며 명을 향해 질문을 하였다.

생각보다 날카로운 질문에 가까웠다.


둘의 전투를 목격하고 북평성이 불리한 상황에서 전투에 끼어들어 성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그들의 대전제 였다.

그리고 그 순간을 위해 지금까지 며칠간을 위험한 목책을 끼고 흉노족과 전투를 벌여 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최종적인 목적의 순간이 오늘 도래하였다.


당당하게 병력을 빼내어 흉노족을 급습하였던 북평성의 병력들은 이제 거의 다 전멸하고 소수의 잔존병력 만이 성문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그 수는 성을 방어하는 것 조차 불가능할 상황이었다.


이렇게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북평성을 당장은 지켜내었지만 그 다음 어찌 해야 할지는 정해진 것이 없었다.


그런 순간 유정 왕자가 먼저 입을 열었던 것이다.

명은 작게 감탄을 하며 유정왕자를 돌아보았다.


“ 왕자님 께서는 어찌하여 그리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

“ 이미 모두가 눈으로 목격한 것입니다. 북평성의 수비병력은 전투력을 거의 상실하였습니다. 이미 성을 지킬수 있는 능력이 소실된 것입니다. ”

“ ....... ”

“ 이런 상황에서 성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 성안에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 왕자님 .. 그렇지만 그것은 어쩌면 우리 병력이 북평성 안에 들어감으로 인하여 위험에 빠질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왕자님 께서 위험하실수 있습니다. ”

“ 알고 있습니다. ”

“ ...... ”


명은 아무말 없이 유정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비추어진 의도를 파악하려는 듯 그녀의 날카로운 눈은 유정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알겠습니다. 왕자님. 명대로 하겠습니다. ”

“ 고맙습니다. ”“ 그럼 하휘님은 어찌할까요? ”

“ 성안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지금은 어쩔수 없습니다. 성 밖에 별동대를 유지할만한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

“ 알겠습니다. ”


유정의 말에 명은 살짝 눈을 감더니 대답하였다.


뭔가 불만이 가득한 눈초리로 적풍무사단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명님! 단주님을 성문 안으로 들이신다는 말씀이신건가요? ”

“ 네.. 미안합니다. 하지만 우리 군에서 하휘님의 비중으로 보았을 때 하휘님이 빠진다면 사기가 저하되는 것을 막을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크게 다수가 아닌이상 저 큰 성안에서 병력을 장악하고 적들과 겨루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습니다. ”

“ 저는 반대입니다. ”

“ 미안합니다. 지금은 왕자님과 제 말을 따라주십시오. ”


장흠은 굳은 표정으로 반대의사 까지 피력하였지만 명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를 재촉하였다.

그리고 이내 몸을 돌려 밖에서 영문도 모른채 방치되어 있는 나머지 병력에게 다가갔다.


“ 전군! 북평성으로 들어간다! ”


잠시 웅성이던 병력들은 각 지휘관의 지휘에 따라 일사분란 하게 성문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성문안으로 유정군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 멈춰라! 가짜 왕자의 괴뢰군은 성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멈춰라! 더 이상 들어오면 공격하겠다. ”


성문 안에서 젊은 장수 한명이 강경하게 막아섰고, 그 뒤에 백여명의 수비병사들이 위압적으로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 이 은혜도 모르는 것들! ”


가장 먼저 성문을 통과한 단위부대의 지휘관 이었던 마길은 버럭 화를 내면서 자신을 겨누고 있던 창을 칼로 쳐내었다.


“ 성문 밖으로 나가라! 너희들을 들일수 없다! ”


다시 한번 젊은 장수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오자 마길과 그 휘하 병사들이 으르렁 거렸다.

이미 성문안으로 들어온 유정왕자의 군사들이 수비병력 의 수를 압도하고 있었다.


“ 한번 붙어보겠다는 거야?! ”

“ 꺼져라! 도와주는척 하다 말고 성안으로 밀고들어오다니! 이 어디 돼먹지 않은 짓거리냐? ”

“ 너희들을 돕기 위해 그런거다! 아무에게나 그렇게 이빨을 들어내다니! 정신차려라! ”

“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거냐? 더러운 짓꺼리 하지 말고 꺼저라! 한발짜국만 더 들어오면 우리도 공격하겠다! ”

“ 오냐! 덤벼라! ”


마길이 다른한쪽에 차고 있던 도끼를 뽑으며 공격자세를 취하자 그의 휘하 병사들이 이내 창을 겨누며 전투준비를 하였다.

정말이지 일촉즉발 순식간에 성문앞은 전장으로 바뀔 것 같았다.


“ 공격하지 말라! ”


북평 수비병력 뒤쪽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퍼졌고, 이 목소리에 병사들의 일거에 한걸음쯤 물러섰다.


대열이 둘러 갈라지며 풍체가 당당한 장군이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뒤쪽으로 일부 수행병사들이 따라오는 것이 정말이지 예사롭지 않았다.


마길또한 그 장군의 얼굴을 모르는바 아니었다.


“ 위만 장군! ”


위만은 자신의 앞에 공격하려는 듯한 동작으로 서 있는 마길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 또한 마길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유정왕자의 가신들중 한명..


“ 유정왕자가 진중에 있는것인가? ”

“ 그렇습니다. ”


강한 어조로 말을 놓고 말해야 할지.. 아니면 존대말을 해야 할지 알수가 없었기에 마길의 목소리는 뒤쪽이 뭉개지듯 작게 변해 버렸다.


“ 유정 왕자를 만나고 싶군.. ”

“ ...... ”


마침 다른 병력과 함께 성문으로 들어온 명이 급히 앞으로 나섰다.


“ 위만.. 장군이십니까? ”

“ 그렇다. 낭자는? ”

“ 전 유정왕자님의 군에서 군사 직을 맡고 있는 명 이라고 합니다. ”

“ 그렇군.. ”


위만의 얼굴이 잠시 꿈틀대었다. 여자가 참모로 있는 군대라니..

상상하기가 힘든 부대였다.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은 평삼심을 되찾았다.

유정왕자의 군대에서 최고 맹장이 누구인지를 떠올리는 것은 힘든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 훌륭한 작전이었고, 또한 훌륭한 병력을 가지고 있군.. ”

“ 과찬 이십니다. ”

“ 이미 병력을 거의 다 잃어버린 장군 으로서야 감탄할만한 것이지.. ”


위만은 자조가 일부 섞여 있는듯한 말을 하였다.

이에 명은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 유정왕자님을 찾고 계신 것 같군요. 군의 수장으로서 최 후미에서 병력이 들어오는 것을 지휘하고 계십니다. ”

“ 그렇군. 훌륭한 장수의 본분을 지키고 있군. ”

“ 유정 왕자님은 언제나 솔선수범 하시고 군의 맨 앞에 서시니까요. ”


위만은 미묘하게 입꼬리가 올라갔고, 이를 명이 놓치지 않았다.


‘ 뭔가 있다. ’


그녀의 육감은 분명하게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순순히 유정의 군대를 성안으로 들이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는 생각에서 명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였다.


하지만 이미 병력은 거의 다 성안으로 들어왔고, 거의 마지막으로 유정과 호위병사들이 들어왔다.


“ 성문을 닫아라! ”


말 위에서 후미의 병사들에게 명령을 전달한 유정은 빠르게 선두 부대 쪽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대로 유정은 얼어붙었다.


정면에는 바로 얼마전까지는 목숨을 구해줄 외숙부 로서.. 다음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조정의 개로서.. 그리고 지금은 성안의 터주대감이자 자신이 넘어서야 할 산으로서 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자신이 말을 타고 있었기에 분명히 그 사내보다 높은곳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입장일터였고,

적어도 현재로서는 자신의 충실한 병력들 에 둘러쌓여 우위를 점하고 있을 터인데..


자꾸만 위만의 키가 더욱 커 보였고, 위압적으로 보였다.


“ 유정 왕자.. 어서오십시오. ”

“ 위만..... 숙부님.. ”


위만의 빙그레 웃는 얼굴이 더욱 커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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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주객전도 -6 20.04.30 456 8 12쪽
200 주객전도 -5 20.04.30 476 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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