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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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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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글자수 :
882,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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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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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53.옥새를 찾아라!

DUMMY

『때가 된 것 같다. 며칠 뒤에 마무리 짓도록 하자.』


명나라에 있는 만능통역사의 아들 어드네 가족들이 분주하게 명나라에서의 생활을 정리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하고 신속하게 명나라에서 있었던 자신과 가족들이 흔적들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정말로 이렇게 까지 해야 될까요?』

『지금, 명나라의 꼴을 보거라. 돌아가신 네 할아버지가 말씀하시고 경계하셨던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느냐?』

『그건 맞는 날이죠. 황제는 힘이 없고 부정부패 가득한 신하나 환관들이 명나라의 국고를 마음대로 탕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어드는 아들과 함께 서가정리를 하면서 명나라의 정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비록 고위 관직까지 올라가지 못했고 조금 하찮게 보일수도 있는 통역관으로 일하는 신하였지만 만능통역사인 아버지와 조선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키웠던 격변하는 동아시아에 대한 인식만큼은 우둔하고 부패한 명나라 관료들보다 백만 배는 나았다.


짐 정리가 거의 끝나갈 때 쯤 어드의 아들은 한 가지 궁금한 사항을 이야기 했다.


『그나저나 아버지.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원나라의 옥새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일이 정리되면 찾으러 떠나야지. 아무리 금나라가 유목민이 세운 나라고 우리 또한 한족이 아닌 유목민 출신이라고 해도 금나라가 우리를 순순히 받아 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라를 버린 배신자를 호의적으로 맞이해 주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느냐?』

『그건 맞는 말이네요. 그나저나 옥새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이라도 가는 곳은 있습니까? 저 멀리 몽골의 발상지 인가요? 만리장성을 넘어가야 합니까?』

『하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찾지 않아도 된다. 이곳 북경에 옥새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네? 북경에 원나라의 옥새가 남아있다고요?』

『이따가 자세하게 알려주도록 하지. 일단 짐 정리를 끝내도록 하자꾸나.』


멸망해 버린 원제국의 옥새가 북경이 있을 것이라 주장하는 아버지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아들은 계속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짐을 정리했다. 몽골제국은 농민들의 반란으로 인해서 멸망했고 재빠르게 자신들의 본거지를 향해 만리장성을 뛰어 넘어 도망쳤다.


몽골제국이 망하고 난 뒤부터 전 세계 영토의 3할을 갖고 있었던 그 장엄한 모습은 사라졌고 소수세력의 작은 영향력을 행세하는 여진족의 발끝만도 못한 세력이 된 것은 1600년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상식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아버지는 원나라의 옥새가 북경에 남아있을 가능성을 주장하시는 것인가?


짐정리가 끝나고 저녁식사를 할 때까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던 아버지는 깊은 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조용히 아들을 불러서 그 이유를 작은 목소리로 외부로 세어나가지 않게 설명했다.


『위대한 원제국이 멸망하고 난 뒤 어떻게 되었는지 아느냐?』

『변방으로 밀려나서 힘없는 소수세력만이 남아서 그 형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죠. 명나라 주변국들만도 못하고 다른 변방의 소수민들과 같은 처지가 되었으니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 기본적인 내용은 알고 있는 것 같구나. 허나 중요한 것을 빼먹은 게 있어. 나는 어릴 적부터 비록 몽골을 배신한 가족이지만 네 할아버지로부터 몽골과 원나라에 대한 선조들의 역사에 대해서 익히 들었다. 그리고 스스로도 궁금하여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았고 심지어 마테오 리치 선생님께 찾아가서 수백 년 전 원나라 제국을 방문한 ‘마르코 폴로’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되었지.』


어드는 긴 서사를 주절주절 읊으면서 옛날 옛적의 선조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차를 한 모금 마셔 입을 축인 뒤 본장으로 넘어왔다.


『원제국은 대단한 나라였다. 쿠빌라이가 북경에 세운 계획도시는 실로 엄청났단다. 지금 명나라가 만든 북경의 거리에 버금가는 아니 더 대단한 거대도시였다. 마르코 폴로의 기록에 따르면 대로가 얼마나 곧게 잘 펼쳐져 있었으면 남대문에 들어와서 북대문까지 쭉 펼쳐진 길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전국에서 코끼리를 이용해서 거대한 나무라는 나무는 다 북경으로 가져와 심어서 마치 숲 안에 들어있는 황제의 성과 같았다고 하지.』

『그래서요?』

『뿐만 아니라 중국의 고대 건물 배치와 몽골 전통의 웅장한 건물들이 조화를 이뤄서 당대 어떠한 국가들의 궁전들보다도 화려하고 웅장했다고 한다. 그랬던 원나라가 점차 유목민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한족의 문화에 흡수되어 버렸다. 나아가 게으르고 어리석어졌지, 그 사이 본래 있었던 농민들의 불만이 하늘높이 치솟았고 더 이상 몽골인보다 백배는 넘게 많은 한족들의 분노의 항쟁을 이겨낼 수 없었던 선조들은 화려한 북경을 남겨두고 그대로 만리장성을 넘어 재빠르게 도망간 것이다.』


옥새에 대한 이야기는 한 글자도 나오지 않고 몽골제국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하고 있는 아버지에 대해서 옥새에 대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라는 표정을 짓자 어드는 자신이 원래 하려던 이야기를 일부 각설한 다음 옥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크흠. 내가 너무 흥분해서 선조들의 역사만 새벽까지 설교할 뻔 했군. 그런데 도망갔을 때 그 옥새를 과연 선조들의 역사가 시작된 땅까지 가져갔을까?』

『글쎄요?』

『아마 비록 지금은 후퇴하지만 다음에 다시 찾아와서 북경을 몽골의 도읍으로 정하려 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을 공들여 만든 세계 최고의 대도시를 쉽게 버릴 수 있겠느냐?』

『충분히 아쉬울 수 있는 사항이네요.』

『그렇지. 게다가 비록 주원장과 농민들이 몽골족을 몰아내고 명나라를 세웠다고 한들 백년을 공포 속에서 탄압받고 지냈는데 몽골사람이 충분히 두려웠을 게다. 그 증거로 몽골사람들이 모조리 북경에서 빠져나가 만리장성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원장은 북경이 아닌 북쪽 변방에서 한참 남쪽에 위치한 ‘남경’을 도읍지로 정한 것이다.』

『그렇군요.』


어드는 이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는 태도를 취했다. 켜져 있던 네 개의 촛불 중에서 둘을 훅훅 불어서 꺼서 방을 더 어둡게 만들었고 목소리를 더욱 작고 낮게 꺼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때문에 선조들은 자신들이 충분히 재정비하고 세력을 다시 강성하게 하면 북경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때문에 북경 어딘가에 옥새와 보물들을 숨겨두고 도망갔겠지.』

『아하! 드디어 아버지의 말씀이 이해되었습니다. 북경에 옥새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군요.』

『그래, 다행이도 여러 가지 서적들을 뒤져본 결과 짐작 가는 곳이 있긴 하는구나. 하지만 문제가 있지.』

『짐작되는 곳이 있는데 문제가 있다고요? 왜죠?』


어드는 아들에게 귓속말로 소곤거리며 그 위치와 이유를 설명했다.


『짐작 가는 곳은 옛 몽골인들이 북경에서 지냈던 민가중 하나다. 문제는 그 지역이 지금 성벽이 되었다는 것이지.』


짐작되는 곳은 그나마 이해가 되는데 그곳이 성벽이 되었다는 말은 또 무슨 뜻인가? 어드는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와 앉아 말을 이어나갔다.


『내 어렵게 옛 몽골의 도성도의 일부와 역사적 사료들을 통해 짐작되는 곳을 하나 찾아내긴 했다.』

『그렇다면 당장 가서 찾아오면 될 거 아니에요?』

『허나, 몽골인의 침입이 두려웠던 초기의 명나라는 성벽을 세우는 데 급급했다. 문제는 여기서 성벽을 빨리 세울 시간을 생각하던 중 한 장수가 ‘그냥 몽골인이 살던 집들의 지붕만을 부시고 집 내부에 흙과 돌덩이를 넣고 집들을 연결하면 성벽이 되지 않겠는가?’ 라는 기발한 생각을 했고 북경에서 몽골인들이 살던 민가들은 모조리 흙 속에 갇혀버렸다. 불과 1달 만에 모든 집들에 흙이 채워진 뒤 새로운 성벽이 완성되었지. 때문에 짐작되는 곳에 가더라도 흙과 돌덩이들 때문에 쉽게 옥새를 발굴할 수 없단다.』


어드의 말을 들은 아들은 긴 이야기를 들었지만 결과가 비극적이라 매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얼굴은 그렇게 우울해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많은 자료들을 뒤져가면서 옥새가 어디 있을지 확신하고 있음에도 그걸 손에 넣지 못하는 사람의 표정은 도저히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평온해 보였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다가와 귀속말로 희망적인 소식을 전한다.


『크크크 아들 너무 실망하지 말거라. 이 애비가 어떤 사람이냐? 벌써 도굴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비싼 값을 치르고 옥새 찾는 일을 시작했다. 이미 물밑 작업은 진행 되었을 터.』

『네? 그게 정말이에요?』

『빠르면 이미 땅굴을 파서 성벽 근처까진 도달했을 것이다. 아마 우리가 명나라에서 떠날 준비를 마칠 때 쯤 옥새를 찾았는지 여부를 알게 되겠지.』


어드는 매우 치밀했다. 명나라가 망해가는 상황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보였기 때문에 미리미리 철저하게 옥새 찾는 일에 투자를 했다. 옥새에 대해서 별 관심 없어 보였던 아버지가 이렇게 계획적으로 모든 것을 준비해 놨다는 사실에 아들은 저절로 입에서 와 소리를 외쳤다.


『우리는 그저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명나라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면 된다.』

『네, 아버지!』

『부디 내가 찾아낸 장소에 옥새가 잠들어 있기를...』


그 뒤로도 어드네 가족이 명나라에서의 생활정리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어드는 하급 통역관 자리에 대해 사직서를 냈고 그가 그렇게 요직에 있는 사람도 아니었고 건강이 악화되어 북경을 나가 소도시에서 유유자적하며 살겠다는 그의 상소는 이상한 점이 없었기에 황제는 쉽사리 그의 사직을 윤허했다. 또한 북경에 있는 자신의 집을 파는 일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꼭 필요한 책들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상점에 팔거나 지인들에게 나눠줬다.


남은 것이라고는 만능통역사 세대부터 성실하게 모아놨던 재물과 책 수십 권이 그리고 마테오 리치로부터 받은 서양의 문물 몇 개가 전부였다. 수레 하나와 가족들이 손에 쥘 짐 보따리 하나씩으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북경을 떠나도 되겠구나. 옥새 얘기만 전해지면 좋으려만.』

『그러게요.』


팔린 집을 뒤로 하고 북경 변두리의 잠잘 곳을 찾으려 이동하려던 중 갑자기 한 칙칙한 사내가 어드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그래, 찾았는가?』


작은 목소리였지만 가족들이 듣기에는 충분한 크기였다. 남에게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조심하면서 어드는 신속하게 그 칙칙한 사내를 따라갔다. 다른 가족들이 따라오는 것을 짧고 강하게 말리면서 말이다.


『이게 나리께서 찾으시는 망해버린 원나라의 옥새 맞나요?』

『흐음, 어디보자. 한 번 찍어보겠다.』


어드는 옥새에 먹을 묻히고 늘 품고 다니는 작은 공책에 옥새를 찍어보았다. 결과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래 맞다! 내 아버지의 유품에 찍혀 있는 도장이랑 똑같이 생겼어! 잡서들에 기록된 옥새의 모양과도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의뢰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저희들도 보람 있군요!』

『두 달 동안 땅만 파고 산 보람이 있군요!』

『다들 고생 많았다! 너무 고마워! 내 원래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은자를 주겠다. 어차피 북경을 떠나는 몸인데... 좋아 은자 300냥을 주겠다! 어차피 먼 길 나서는데 너무 많으면 짐만 된다! 각자 100냥씩 나눠 가져라!』

『에엑? 그렇게나 많이요?』

『왕이나 귀족이 무덤을 파헤치면 은자 100냥보다도 더 많이 댕길 수 있지 않겠느냐? 나중에 내가 머무르고 있는 숙소를 알려줄테니 거기로 와서 받아가거라 선조들의 유품을 찾아준 것만으로도 큰 뜻이 있는데 더 많이 줄 수 없어서 미안하구나.』


어드는 옥새를 찾아서 기쁜 나머지 도굴꾼들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 원래보다도 3배는 많은 값을 지불했다. 자신이 관직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 대부분을 줘버렸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도굴꾼들이 살아갈 명나라는 곧 멸망할 테니...


일을 마친 뒤 어드는 옥새를 자신의 품에 잘 숨긴 다음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대로로 걸어 나갔다. 선조들의 제국을 자신의 손아귀에 쥐면서...


작가의말

몽골제국 멸망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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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마지막회.마지막 여정(5)-잘 살았소이다. 19.12.28 248 1 13쪽
169 169.마지막 여정(4)-조선과 작별하다. 19.12.26 134 1 12쪽
168 168.마지막 여정(3)-일본으로 떠나다. +2 19.12.23 140 2 11쪽
167 167.마지막 여정(2)-임금을 만나다. 19.12.20 10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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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4.병자호란(4)-포로가 될 것인가... 19.12.14 56 1 14쪽
163 163.병자호란(3)-항복 19.12.13 79 1 11쪽
162 162.병자호란(2)-몸을 옮기다. 19.12.11 58 1 11쪽
161 161.병자호란(1)-조선을 쳐야만 하겠노라. 19.12.09 1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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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154.산킨코타이(1)-합류 19.11.11 65 1 11쪽
» 153.옥새를 찾아라! 19.11.07 5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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