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화신2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22.04.28 13:19
연재수 :
2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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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
글자수 :
798,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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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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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제87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4

DUMMY

강탄이는 덩치가 큰 편이 아닌 대신 퍽 단단해 보이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벗은 상체에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상처들이 여러 개 두드러져 있다.


길게 찢어졌던 상처들. 꽤 오래된 상처도 보이는 걸로 봐선 조직 이전에 생긴 상처인 듯 했다.

건수도 상처를 보고 있다가 탄이에게 물었다.


“야 탄이. 나 예전부터 진짜 궁금했는데 너 그거, 학교 때 누구한테 쳐맞고 살았냐?”

“아뇨.”

“근데 왜 온 몸에 상처투성이야?”

“어릴 때 교통사고 당한 적이 있어서요. 찢어진 데들을 꿰맸는데 흉터가 남았어요.”

“아아, 난 또. 어릴 때 엄청 쳐맞고 다니던 찌질이었나 했네. 왜 그런 거 있잖아. 복수심에 불타서 크, 개노력해가지고 무술 고수 되고 뭐 그런 거.”

“아 형, 그런 건 진짜 영화에서나 그렇죠. 그런 게 현실에서 가능할까요?”

“그치? 그건 그래.”


강탄이가 씨익 한번 웃어주고는 연회색 폴라티를 머리 위로 둘러 썼다. 본래 옷 주인과 덩치 차이가 있어선지 그 옷은 강탄이에게는 좀 많이 헐렁했다. 옷 색깔만 바뀌었을 뿐인데 그의 인상이 어쩐지 달라진 것 같아서 김혁은 다시 한번 그의 모습을 찬찬히 훑었다.


궁금했다. 검은 오라를 갖기 전에 그의 오라는 무슨 색깔이었을지가. 어떤 색이든 검은색이 아닌 오라를 두르고 있다면 또 달라 보일 거였다.


누구나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태어나지만 사람들은 그걸 알기도 전에 버리곤 했다. 김혁은 늘 그런 것들이 안타까웠다. 평생 동안 자신의 오라를 지키고 빛나게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지만 그 자신만의 것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다.

자신이 아닌 것을 닮아가려 애쓰다 보면 오라는 차츰 차츰 탁해지고 때로는 어두워지다 못해 결국 검어진다. 영혼을 썩히고 행복한 사람은 없다. 그저 고요하고 편안한 것과 행복한 건 다르다.


건수와 탄이는 휴대용 버너에 올려둔 냄비 물이 끓는 동안 옷을 다 갈아입고 마주 앉았다. 다 끓은 물로 각자 한 컵에 스틱 커피를 두 봉지씩 넣어 간단히 휘휘 젓고는 급하게 입술부터 갖다 댔다.


첫 모금에 이미 그들의 표정에 안온함이 피어올랐다. 그 커피는 지난 저녁 이후 처음으로 맛본 따스함과 훈기일 거였다. 건수는 후루룩 후루룩 급하게 마셔댔고 탄이는 마치 생애 첫 커피를 마시듯이 컵을 감싼 채 조금씩 아껴 마셨다.


“야~ 이거거든. 산에 와서 마시는 이 커피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니까.”


건수가 한마디 하고 다시 후루룩거리며 남은 커피를 마저 들이켰다.


이제 각자 통조림 하나씩을 따서 허겁지겁 퍼먹기 시작했다. 그들은 배가 고팠고 통조림 속의 음식은 너무 적었다. 다른 통조림들도 금새 빈 깡통이 됐다. 그나마 긁어모은 먹을 것들은 그렇게 바닥이 났고 추가로 물을 받아 끓였지만 곧 일회용 가스가 고갈됐는지 불이 꺼져버렸다.

건수가 먼저 일어나 싱크대로 갔다. 여기저기를 뒤적이며 또 다른 연료가 없는지 찾았지만 모두 빈 통들뿐이었다. 일회용 가스통들을 흔들어대던 건수가 실망한 채 말했다.


“아, 씨, 없네. 이런 건 좀 넉넉하게 갖다놔야지.”

건수가 손을 털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자 강탄이가 물었다.


“여기서 큰길까진 먼가요?”

“큰길? 차가 다닐만한 길까진 그렇게 멀진 않지만 그러면 뭐해? 다니는 차들이 아예 없는데 결국은 또 걸어야지. 차 만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그렇게 없어요?”

“여긴 가끔 사냥하러 오는 사람들이나 드나들지 누가 여길 와. 사람들 있는 데까지 가려면 정말 한참 걸어야 될 걸? 얼마가 될진 나도 몰라.”

“그래도 부지런히 걷다 보면 밤 되기 전까진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뛰어가든 걸어가든 걷는 건 자신 있지만 그놈들이 진을 치고 있다면 금방 눈에 띄니까 문제지. 밤에 움직이는 게 나아.”

“밤에요?”

“그래. 옷 마르면 갈아입고 가지 뭐. 어두워도 여기서부턴 큰길 찾는 건 내가 아니까 길 잃을 걱정도 없고 길만 따라가면 큰 문제없을 거야. 껌껌하면 들킬 염려도 덜하고.”


강탄이는 불안한 눈길로 실내를 다시 한번 둘러봤다.


“여기는... 그들이 여기까지 오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건수도 따라서 내부를 한번 둘러보았다. 벽을 뚫고 들어오진 못하겠지만 사람 몸 하나가 드나들 정도의 창문이 하나 있긴 했다. 그 창문에 눈길을 준 채 건수가 말했다.


“잘 모르겠다. 그것들이 이 집 찾아내는 것보다는 차로 먼저 큰길 쪽에 와 있을까봐 더 걱정이야. 나라도 이 넓은 숲을 뒤지는 것보단 길목을 지키는 게 낫단 생각부터 드는데.”

“그래도 좀비든 그놈들이든 여길 오면 우린 꼼짝없이 갇히는 건데...”


“뭐 비어있는 척을 하면 부수고 들어오진 않겠지. 민간인 집이라고 생각해도 그럴 거고. 아 그런 건 상관 안 하려나? 그래도 숲속까지 화염병 들고 쫓아오진 않을 거 아냐. 숲 다 태워버릴 작정이 아니라면. 여길 발견한다 해도 못 들어오면 지들이 어쩔 거야. 안 그냐?”


그러면서도 건수는 현관문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에겐 좀전까지도 불길 속에 갇힌 채 필사적으로 벽을 뚫고 도망쳤던 경험이 벌써 트라우마가 된듯했다. 건수가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넌 좀 쉬어야 해. 눈이라도 잠깐 붙여. 또 언제 쉬게 될지도 모르고 밤새도록 걸을지도 모르니까. 이러나저러나 위험한 건 마찬가진데 뭐.”


“혹시 전기는 들어오나요? 밧데리만 충전되면 휴대폰 쓸 수 있는데요.”

“전화가 있었어?”

“네 전... 있긴 한데 밧데리가 다 돼서 꺼져버려서.”


“전기까진 안 들어와. 그나마 수도라도 있는 게 다행이지. 그것도 옛날 집 주인이 개울이랑 연결해 놓은 거라서 쓸 수 있지. 그 사람 죽고나서도 물 때문에 종종 들르긴 했던 모양인데 집이 워낙 오래 돼가지고 큰형님이 허물고 새로 짓기로 한 거라구. 가끔 비도 피할 겸 해서 말야. 근데 보다시피 거의 날림이라 집 꼴만 갖춰지 뭐.”


“네.”

“아 내건 밧데리 빵빵했는데...”


검은 고치들이 됐던 자들은 모두 전화기를 모아 한쪽에 모아뒀었던 탓에 미처 가지고 나올 틈이 없었던 거였다.


“하긴 전화가 있다고 뭘 어쩌겠어? 등산하다가 조난됐다고 하면 구조팀이라도 보내줄려나?

“콜택시라도 부르면.”

“여기까지 오겠다는 택시가 있을까봐? 여긴 아는 사람은 절대 얼씬도 안해. 알잖아?”

“총든 놈들이 설친다고 신고하면 경찰은...”

“아 짭새들이 얼씨구나 하고 오겠다. 걔들도 몸 사리느라 더 안 와. 우리끼린 치고 박든 말든이라니까?”

“그 정도인가요?”

“그럼. 아 다 자기 나와바리가 있는 건데. 시내 가서 깽판치는 거 아닌 이상 눈길도 안줘. 역시 아직 모르는 게 많네. 우리 건물을 포함해서 여긴 정말 버려진 땅이라구.”


“이 집엔 원래 누가 살았는데요?”


“누군진 모르지. 웬 노인네 혼자 꽤 오래 살았던 것 같아. 아마 우리가 터잡기 전부터 살았을 걸? 바깥이랑 왕래도 없고 우리 패들이 가끔 들러서 물이라도 얻어마시고 가고 뭐 별로 해 될 것도 없는 노인네니 그냥 뒀는가본데 갈 때가 돼서 간 거지.”


“혼자요?”

“죽어 있는 걸 발견하고 묻어줬다는 것 같아. 작은형님이랑 애들이.”

“네.”

“얼른 방에 들어가서 눈 좀 붙여. 지금은 내가 망볼 테니까.”

“...”


강탄이는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 꼼짝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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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제204화 기다림4 +1 21.07.17 64 1 10쪽
205 제203화 기다림3 +1 21.07.06 64 1 9쪽
204 제202화 기다림2 +1 21.06.10 68 1 9쪽
203 제201화 기다림1 +1 21.05.28 86 1 10쪽
202 제200화 악마는 왜 그럴까5 +1 21.05.15 69 1 12쪽
201 제199화 악마는 왜 그럴까4 +1 21.05.14 58 1 11쪽
200 제198화 악마는 왜 그럴까3 +1 21.05.10 79 1 10쪽
199 제197화 악마는 왜 그럴까2 +1 21.05.01 167 1 11쪽
198 제196화 악마는 왜 그럴까1 +1 21.04.24 108 1 9쪽
197 제195화 심판4 +1 21.04.18 140 1 9쪽
196 제194화 심판3 +1 21.04.15 190 1 9쪽
195 제193화 심판2 +1 21.04.11 157 1 10쪽
194 제192화 심판1 +1 21.04.09 188 1 10쪽
193 제191화 존재이유10 +1 21.04.05 93 1 9쪽
192 제190화 존재이유9 +1 21.04.04 78 1 9쪽
191 제189화 존재이유 8 +1 21.03.30 75 1 10쪽
190 제188화 존재 이유7 +1 21.03.26 70 1 9쪽
189 제187화 존재 이유6 +1 21.03.16 99 1 9쪽
188 제186화 존재 이유5 +1 21.03.14 66 1 10쪽
187 제185화 존재 이유4 +1 21.03.09 111 1 9쪽
186 제184화 존재 이유3 +1 21.03.03 94 1 9쪽
185 제183화 존재 이유2 +1 21.03.02 61 1 10쪽
184 제182화 존재 이유1 +1 21.02.26 79 1 9쪽
183 제181화 열길 사람속 탐험4 +1 21.02.22 93 1 9쪽
182 제180화 열길 사람속 탐험3 +1 21.02.21 63 1 8쪽
181 제179화 열길 사람속 탐험2 +1 21.02.16 68 1 9쪽
180 제178화 열길 사람속 탐험1 +1 21.02.14 90 1 8쪽
179 제177화 재회3 +1 21.02.06 75 1 8쪽
178 제176화 재회2 +1 21.01.31 83 1 8쪽
177 제175화 재회1 +1 21.01.30 103 1 10쪽
176 제174화 세상의 오해5 +1 21.01.27 87 1 10쪽
175 제173화 세상의 오해4 +1 21.01.19 88 1 8쪽
174 제172화 세상의 오해3 +1 21.01.17 71 1 8쪽
173 제171화 세상의 오해2 +1 21.01.16 104 1 9쪽
172 제170화 세상의 오해1 +1 21.01.15 76 1 10쪽
171 제169화 가난한 사람들3 +1 21.01.04 91 1 9쪽
170 제168화 가난한 사람들2 +1 20.12.30 98 1 10쪽
169 제167화 가난한 사람들1 +1 20.12.29 72 1 8쪽
168 제168화 사람의 마음2 +1 20.12.16 76 1 12쪽
167 제167화 사람의 마음1 +1 20.12.16 91 1 9쪽
166 제166화 가족2 +1 20.11.25 88 1 10쪽
165 제165화 가족1 +1 20.11.25 85 1 9쪽
164 제164화 대화는 어려워 +1 20.11.20 90 1 11쪽
163 제163화 그들의 아지트 +1 20.11.13 78 1 12쪽
162 제162화 봄바람같은 +1 20.10.27 73 1 11쪽
161 제161화 마트5 +3 20.10.08 92 2 10쪽
160 제160화 마트4 +3 20.09.27 84 2 9쪽
159 제 159화 마트3 +3 20.09.18 114 2 11쪽
158 제158화 마트2 +3 20.09.11 81 2 12쪽
157 제157화 마트1 +1 20.09.01 84 1 11쪽
156 제156화 버스2 +1 20.08.22 70 1 9쪽
155 제155화 버스1 +1 20.08.21 81 1 10쪽
154 제154화 풀리지 않을 오해 +1 20.07.27 113 1 9쪽
153 제153화 강도라구? +1 20.07.26 97 1 11쪽
152 제152화 진짜에게 가짜가 +1 20.05.16 102 1 9쪽
151 제151화 영혼값 +1 20.04.19 106 1 9쪽
150 제150화 실종자들 +1 20.04.12 88 1 9쪽
149 제149화 보물 상자를 날라라 +1 20.04.10 90 1 10쪽
148 제148화 신도 인간도 아닌 존재 +1 20.03.31 151 1 12쪽
147 제147화 검정과 하양 +1 20.03.24 91 1 9쪽
146 제146화 구원자 +1 20.03.15 101 1 10쪽
145 제145화 눈송이들 +1 20.03.11 93 1 8쪽
144 제144화 하얀 무리 +1 20.03.10 106 1 8쪽
143 제143화 마른 하늘에 날벼락 +1 20.03.08 89 1 9쪽
142 제142화 장회장의 정원 +1 20.03.08 94 1 8쪽
141 제141화 알리바바와 도둑들 +1 20.03.06 96 1 7쪽
140 제140화 스핑크스의 방2 +1 20.03.04 119 1 9쪽
139 제139화 스핑크스의 방1 +1 20.03.04 82 1 8쪽
138 제138화 별걸 다하는 +1 20.02.26 111 1 9쪽
137 제137화 너의 연기 +1 20.02.24 110 1 9쪽
136 제136화 배우야? 저승사자야? +1 20.02.23 117 1 8쪽
135 제135화 악마와의 대화5 +1 20.02.22 101 1 7쪽
134 제134화 악마와의 대화4 +1 20.02.20 106 1 8쪽
133 제133화 악마와의 대화3 +1 20.02.18 129 1 8쪽
132 제132화 악마와의 대화2 +1 20.02.15 89 1 9쪽
131 제131화 악마와의 대화1 +1 20.02.15 120 1 9쪽
130 제130화 인연의 고리4 +4 20.02.13 112 1 11쪽
129 제129화 인연의 고리 3 +1 20.02.09 102 1 8쪽
128 제128화 인연의 고리 2 +1 20.02.09 100 1 9쪽
127 제127화 인연의 고리 1 +1 20.02.07 103 1 9쪽
126 제126화 나 저승사자라니까! +1 20.02.03 122 2 8쪽
125 제125화 도시의 밤 +1 20.02.01 112 2 10쪽
124 제124화 고요한 마을 +1 20.01.28 118 2 9쪽
123 제123화 비밀속으로6 +1 20.01.24 109 2 8쪽
122 제122화 비밀속으로5 +1 20.01.24 118 2 8쪽
121 제121화 비밀속으로4 +1 20.01.21 107 2 9쪽
120 제120화 비밀속으로3 +1 20.01.20 102 2 8쪽
119 제119화 비밀속으로2 +1 20.01.17 105 2 8쪽
118 제118화 비밀속으로1 +1 20.01.16 115 2 8쪽
117 제117화 부서진 꿈들 +1 20.01.14 116 2 7쪽
116 제116화 악마가 이상해 +1 20.01.12 11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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