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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작품등록일 :
2018.06.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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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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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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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재영이의 일기 마지막.

DUMMY

알다시피, 글이란 그날의 기분에 따라 색깔을 달리합니다.

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를 기록으로 나를 표현하며, 그것으로 내가 살아있음을 드러내는 방법이지요.


......


2019년 12월 27일.


금요일.

송년회를 준비해야 할 매우 바쁜 날이다.


도대체 이것을 왜 한다고 했는지...


장소 섭외에서 사회까지.

총괄 업무를 맡았다.


‘후우, 오늘 이후로 운영진도 끝이다.’


끝낸단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했다. 굳이 붙잡고 있을 생각도 없고.


따르릉~


스마트폰을 눌렀다. 은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와 만나 송년회 장소를 꾸밀 것이다. 어쩌면 송년회를 핑계로 만든 데이트?

그건 아니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마음 속 깊이 그것을 원했는지도.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 이어질 수가 없다.


저번 술에 취해서 나도 모르는 마음을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나도 모르는 나였고, 참 병신 짓이라 생각했다.


도대체 무엇을 원한 것인지?

정말로 그녀를 좋아는 하는지?


물론 그녀가 생각난다. 글고 이야기하고 싶다. 옆에 앉혀놓고 대화하고 싶다. 그저 그것이 전부였다. 애인으로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 아니다. 물론 그녀가 매력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지킬 것은 지킨다는 것이지.


오전 11시.


그녀를 만났다. 풍선과 여러 파티용품을 파는 곳에서 만났다. 그리고 자연스레 데이트를 즐겼다?? 아니 행사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한참을 움직이다 보니 배가 고팠다. 해서 송년회 장소이자, 후배가 운영하는 술집에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엉, 응수야. 난데.”

-네. 형님.

“오늘 몇 시에 오픈하냐?”

-몇 시에 오시려고요?

“지금 택시 타고 가는 중인데. 짐도 많고, 헬륨 풍선이 한가득이다. 이걸 가지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고.”

-알겠습니다. 재영 형님이 오시는데, 당연히 열어야죠.

“고맙다. 15분 뒤, 도착이다.”

-네. 서두르겠습니다.


운동하면서 알던 동생.

사진 모임에 오기 전, 조기축구를 10년간 했었다. 그곳에서 같이 운동하던 동생이라 믿음직했다.


도착.


나는 은희를 데리고 대학로에 있는 호프집에 들어갔다. 조금 전, 문을 열었기에 술집이 춥다. 그것도 정오가 조금 지났기에 대학로 거리는 한산하기만 했다.


“형님. 식사 안 하셨지요?”

“엉. 못했다.”


난, 응수의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응수의 눈초리가 나에게서 은희에게로 옮겨가는 것은 순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네?”


은희가 얼굴을 들었다. 그러자 녀석이 배시시 웃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형수님! 재영 형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무슨, 말씀인지?”


은희가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응수가 고개를 꾸벅이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그런 응수를 밀어내며 말했다.


“응수야, 개수작 그만하고. 사라져라.”

“네, 형님.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그래. 제발 부탁한다.”

“네. 점심은 뭐로?”

“알아서. 항상 먹던 걸로.”

“네.”


응수가 웃으며 사라졌다. 그리고 주방 아주머니를 향해 무언가를 많이 주문한다. 아무래도 이 형의 가오를 잡아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나쁘지 않았다. 은근 기분이 좋았다. 역시 싹싹 한 것이, 조기축구 동호회 응수는 사내다웠다.


역시 운동은, 축구지. 야구는 뭔 재미로 할까?


잠시 뒤 거한 상차림을 받았다. 식사인지? 요리인지? 가진 재료를 이용해 이 형의 체면을 제대로 살려줬다.

내가 황송해서 응수를 바라보자, 응수가 나만 보이게 윙크를 날렸다.


‘징그러운 녀석.’


은희와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단둘이 이야기를 나눠보긴 처음이었다. 그 시간이 2시간이 넘어가자 송년회를 도와줄 회원들이 하나둘 이곳으로 집합하기 시작했다.

다른 말로 우리의 데이트는 여기서 끝이었다.


송년회를 꾸몄다.

풍선을 올리고, 리본을 달았다. 이곳저곳에 울긋불긋 화려하다. 19년도의 한해가 이처럼 화려했다. 무료했던 1년이 후반기에 가서 밝아졌다.


같이 송년회 꾸미기.

같은 경험을 공유하기.

유대감 가지기.


친밀한 감정이 생겼다.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근 40명이 넘어가는 회원들이 모이고, 송년회를 진행하는 내내 그녀는 나를 서포터 했다.

난, 그녀의 도움으로 훨 수월하게. 사회를 보고, 게임을 진행하고, 사람들을 웃게 만들며, 송년회를 기대한 회원들의 마음을 충족시켰다.


만족스러운 마무리.

나의 운영진 활동도 이것으로 끝이다.


1차 행사가 끝나고, 2차 술자리.


술을 마셨다.

저마다 수고했다고 한마디씩을 하였다. 나 또한, 후련했다. 그 후련한 마음으로 술을 들이켰다.

술은 3차로 이어졌다. 사람들이 집에 안 간다. 나는 점점 취해간다. 술에 취하니, 은희의 옆자리로 옮기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은희 옆에는 딴 놈들이 득실거린다.


꼴불견스럽게도. 지분거리는 놈들이 미웠다.


‘아, 노총각의 질투인가?’


나도 술 먹으니. 똑 같구나. 내 여자도 아닌 것을 질투하고 있다니....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특히나 모임장이 그녀 옆에서 딱, 마크 중이다. 이상하게 모임장이 그녀에게 추근거린다.


왜일까? 같은 운영진이라 그런 걸까?


듣기론 모임장의 가정생활이 순탄치 않다고 하던데······.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4차를 끝내고 택시를 잡는 시간. 새벽 3시가 훌쩍 넘었다.


나와 모임장은 운영진이란 타이틀에 회원들을 챙기며 택시에 태웠다.


술 먹고 안가겠다고 버둥거리는 녀석.

여자 회원에게 치근거리는 녀석.

그들을 철저히 분리시켜, 여자 회원과 다르게 택시에 태웠다.


특히나, 은희에게 들러붙은 회계사 녀석이 가장 위험했다.

놈은 택시 뒷좌석에 몸을 구겨 넣곤, 멀뚱히 서 있는 은희에게 말하고 있었다.


“은희 씨, 집이 강남이지요. 저도 같은 방향인데···. 택시비도 아낄 겸....!!”


-쿵!!!


커다란 소리가 났다.

놈의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난, 놈이 씨부리는 순간, 택시 문을 쎄게 닫아버렸다.


‘어디서 개수작을!’


그리곤 택시 기사를 쳐다보며 크게 외쳤다.


“아저씨! 논현동! 출발!!”


부웅~

택시는 멀어졌다. 나의 외침에 부응하듯 떠났다.

다행이다. 회계사 놈이 사라졌다. 속이 시원했다.


‘감히, 나의 은희에게.’


알 수 없는 질투심이 부글거렸다. 하지만 나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택시를 기다리는 수많은 회원을 차에 태우며 보내고 있었다. 그중 은희도 있어, 떠나는 택시를 보며 아쉬워했다.


“후우..........!”


모두가 떠나버린 자리. 멀뚱히 대학로 한복판에 서 있었다. 이제 나와 모임장, 단 둘만 남았다. 서로는 수고했다고 말하고 가까운 편의점에서 사발면을 하나씩 먹고 헤어졌다.


끝났다.

말 많고, 탈 많은 송년회는.

그 화려한 만큼이나 무의미하게 끝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요동쳤다. 이해치 못하는 마음이었다. 낮에 응수가 지껄인 말. ‘형수님, 잘 부탁합니다.’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이후, 몇 번의 만남이 가졌다.


정규 행사가 한 번.

운영진 사임에 걸맞게 조촐한 모임이 한 번.


그리고 끝냈다.

사진 모임과 완전히 작별했다.


난, 가벼운 인사말과 함께 탈퇴했다.

사람들이 아쉬워하며 붙잡았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떠났다.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그 이유다.

나를 붙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돌아섰다.


멀어지자. 떠나자.

안 될 인연. 모른 척하자.


한 달이 지났다.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가벼운 카톡이지만, 역시나 우린 잘 통했다. 종종 안부를 전했다. 숨겨진 마음은 더 커졌다.


퇴근하는 길. 그녀와 카톡을 주고받았다.


겨울이지만 날이 춥지 않아 마치 봄 같았다. 내 마음에 봄이 오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카톡으로 고백하고 말았다.


[나, 좋아하는 것 같아.]

<........ 무슨 말이에요?>

[알잖아.]

<재영, 오빠. 그러면 안 되잖아요.>

[알아. 근데, 마음이 그렇게 안 돼.]

<오빠. 저 남자친구 있어요.>

[응??]


충격이었다.

간혹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었다. 지나치는 말로 했기에, 그저 수많은 감정 중 하나. 우습게 소린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 그러면 안 된다는 것도 사실이라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한 발 나아가, 시작한 것 같았다.


[은희야, 누구?]

<오빠도 아는 사람이요.>

[아....!]


순간 머릿속으로 모임장이 지나갔다. 확실하진 않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배신감이 들었다.

이상한 감정. 미묘한 감정. 배덕감이란 이런 것일 테다.


도덕. 윤리.

그러면 안 되는 것. 그녀는 애가 있는 여자. 모임장은 결혼한 사람.

나는, 두려움에 다가서지 못하는 졸장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이처럼 여러 가지를 모두 포용한 감정일 것이다.


내가 보기엔 은희는 호색好色한 여자가 아니다. 몸이 먼저 가는 여자가 아니다. 감정. 정말로 감정이 움직인 것 같았다.


이해는 했다. 하지만 이해가 안 갔다.

그리고 지금. 그녀와 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분명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지만, 나는 그녀와 깊게 감정을 교류하고 있었다.


남친 따위가....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 사이에 하나의 작은 막이 있을 뿐이다.

너무도 쉽게 부서질 벽. 그것은 화장지와 같은 재질로 만들어져 너무도 약했다.

이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 필요한 시점. 다른 말로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여지.


카톡이 아니라. 전화를 걸었다.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울었고, 나는 들었다.


아이들. 이야기를 나눴다.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것일까?

그저 스쳐 가는 감정이 아닐까?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었다.


비겁한 남자. 아니 확신이 없었다. 그러기에 나란 사람은 경험이 미천했다.


멀어지자.

그녀에게서 완전히 선을 긋자.


“은희야. 좋은 시간 가져라.”

“네?”

“남친에게 잘해줘라.”

“아....”


끝냈다.

그녀와 인연은 여기서 끝이다. 그녀와의 인연은 감정의 소용돌이였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파고波高.


잘 살기를.

그저 응원해 주련다.


...........


시간이 지났다.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세월은 내 감정과 무색하게 봄과 여름을 만들어냈다.

무료하고 심심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녀 없이도, 나는 잘살았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빈 공간으로, 배가 고팠다.


해서 딴 모임을 검색하고 있었다.

배가 고프니 검색한 모임.

마차모. [맛을 찾는 사람들의 모임.]

이곳에서 신나게 처먹고, 돼지가 되련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 지 또다시 6개월이 지났다. 어찌하다 보니 또다시 운영진이다. 나는 운영진에 걸맞게 게시판에 웃긴 글도 남겼다.


[생일로 보는 신년 운세.]


그 글의 댓글이 가관이다.


@저래도. [재영, 야! 이거 뭐냐! 매일 살존나찜.]

@그얼리. [점점 못 생겨짐. ㅠㅠ재영 오빠. 이거 악담이지요.]

@봉쥬르 [나도 모르게, 여행 감. 이거 납치인가요?]

@저신경 [이야! 나는 갑자기 고백받음. ㅋㅋㅋ ]

@요현주 [우연히 이뻐짐. 딱, 맞는데요. 언니들.]

@크욱 [어느 순간 술만 먹음. 악담인데요.]

@재영. [하하하. 웃어요. 인생. 뭐 있나요.]

@하늘짱. [언니들. 재영이 죽이죠. 땅에 묻어버려요.]


웃었다.

이곳에서 생활도 어느 정도 만족한다.

마차모[맛을 찾는 사람들.] 맛을 찾다 보니, 뱃살이 점점 오르지만, 그러려니 하고 살고 있다.


재영, 짱멋져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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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애로배우2 23.01.07 32 0 5쪽
40 애로 배우. 23.01.07 31 0 8쪽
39 날개 꺾인 천사. 22.05.07 46 0 7쪽
38 풍장 22.04.30 34 0 6쪽
37 영찬이야기2 21.08.19 59 0 11쪽
36 영찬이 이야기 21.08.19 66 0 13쪽
35 재영일기 그후 21.08.19 58 0 5쪽
34 요정 +1 21.05.16 76 1 4쪽
33 스승님과 풍뎅이 21.05.16 74 0 5쪽
32 골목길 사랑. (극작) 21.04.17 103 0 61쪽
31 뽕알친구. 21.02.19 106 0 7쪽
30 만약에~ 신을 만났다. 20.04.07 182 1 4쪽
» 재영이의 일기 마지막. 20.03.06 227 0 12쪽
28 재영이의 일기 4화 20.03.06 126 1 12쪽
27 재영이의 일기3화 20.03.06 105 0 12쪽
26 재영이의 일기 2화. 20.03.06 105 0 10쪽
25 1화. 재영이의 일기. (로맨스) 20.03.06 176 0 6쪽
24 슬픈 시가 만들어준 이야기 19.12.03 137 0 8쪽
23 짐승을 유혹한 댓가. 19.11.28 171 0 15쪽
22 기묘한 이야기. 19.11.01 197 0 4쪽
21 문지방. +1 19.11.01 305 1 2쪽
20 늑대인간 19.11.01 376 0 15쪽
19 여행 19.11.01 364 0 29쪽
18 양심이라는 아이. 19.11.01 236 0 2쪽
17 나는 애로 배우. 19.11.01 202 0 7쪽
16 수박과 정류장 19.08.27 134 0 3쪽
15 구미호, 늑대 인간. 그리고 3편. 19.07.20 69 0 10쪽
14 요마의 여자. 미실2 19.07.20 118 0 6쪽
13 내 이름은 요마1 19.07.20 142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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