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인을 찾습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소주귀신
작품등록일 :
2018.07.2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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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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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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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이게 돈이다. 낄낄

DUMMY

“이거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대머리. 아니 머리카락을 화폐로 쓰는 세상이 된지 벌써 일주일.

컨버젼은 보통 3일에서 길면 한 달이니 운이 나쁘면 앞으로 3주 동안 계속 대머리 지옥에서 살 수밖에 없다.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려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니 집에서 먹을 식재료가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마트로 향했다.

“윽! 눈부셔.”

강렬한 햇빛에 반사되어 번쩍번쩍 빛나는 대머리들 덕에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장기전 준비를 해야겠다.”

내가 운영하는 카페는 2층짜리 작은 건물 1층에 있었고 내가 사는 집은 바로위인 2층이었다.

그리고 무려 그 2층짜리 작은 건물은 내 소유였다.

이래봬도 건물주다 이거야!

돈을 버는 방법은 간단했다.

“정말 독하게 마음만 먹으면 돈 벌 방법이야 널렸지.”

당장 이 미친 세상만 해도 내 머리를 전부 뽑아 은행에 저금하고 다시 정상세계로 돌아오면 은행엔 막대한 금액이 예치돼있는 상태일거다.

그런 식으로 어려서부터 개 같은 세상들을 이용해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나만의 성을 꾸렸다.

아 참고로 나는 고아다.

아무튼 그런 식이다 보니 난 돈에 대해 큰 욕심이 없다.

그냥 먹고살 정도만 되면 만족.

그때 내 옆으로 대선후보 유세차량이 지나갔다.

“기호 1번 대머리 이혁기 후보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선거송.

“탈모르파티! 민머리! 대머리! 맨들맨들 빡빡이. 민머리! 대머리 맨들맨들 빡빡이!”

미친.

저게 선거송이야?

제발 빨리 정상적인 세상으로 돌아오길.





“감사합니다!”

마트에서 쇼핑을 마친 나는 짐을 들고 나가며 중얼거렸다.

“나름 편한 점은 있네.”

지갑도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뽑아주면 되니 나름 편리하다.

“응? 근데 이런 식이면 누가 내 머리털을 잡고 뽑아갈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마치 현금다발을 남들에게 자랑하며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이 드니 왠지 모르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흉흉하게 느껴진다.

풍성충에 대한 질투 플러스 강탈 욕구.

“가능성 있는데? 얼른 집에 가야겠다.”

그렇게 다급히 집으로 향하는데 어디선가 아주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도야! 강도!”

아주머니는 어디론가 황급히 뛰어가는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머리카락 강도야! 머리카락 강도!”

아주머니의 머리 한 켠이 휑하고 강도로 추정되는 사람의 손에 머리카락이 한웅큼 쥐어져있었다.

그 현장을 목격한 나는 강도를 잡아야겠다는 생각보다 아주머니가 매우 몹시 아프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으아. 생머리를 저만큼이나 뜯기면 으으으.”

하지만 아주머니는 아픔도 못 느끼는지 여전히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누가 좀 도와줘요!”

“으으. 아픈 게 안타까워서라도 도와줘야겠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장을 본 물건들을 건네며 말했다.

“아주머니!”

“예?”

“제가 잡아올 테니까 이것들 좀 맡아주세요!”

그리고 나는 곧바로 강도를 쫓아 뛰어갔다.

“거기서!”

이래봬도 달리기엔 나름 자신 있었다.

학교에서 단거리 대표로 나간적도 있었고.

강도는 생각보다 느려 금세 따라잡을 수 있었다.

“잡았다 요놈!”

“으아아아!”

나는 강도의 목덜미를 잡아 넘어뜨리며 제압했다.

“어디 훔칠게 없어서 남의 머리카락을 훔쳐?”

“으아!! 제발 놔줘!”

“어디 얼굴이나 보자.”

나는 강도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스타킹을 벗겨냈다.

그리고 놀랐다.

“응?”

여...자? 그것도 엄청 어려보이는 여자였다. 아니 근데 여자 맞지?

내가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머리카락이...없어.”

완전한 대머리.

정말 한 가닥도 없는 안타까운 대머리.

강도가 나에게 손을 비비며 말했다.

“제발 놔주세요!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발요!”

“어. 어.”

“지금 삼일 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그랬어요! 제발 봐주세요! 흑흑.”

아니. 이러면 내가 나쁜놈 같잖아.

“...일단 아주머니한테 죄송하다고 사죄는 하러갑시다.”





“이 못된 것! 어디서 어린 게 벌써부터 강도질을!!”

아주머니가 연신 강도를 내려치며 말했다.

“내 머리카락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할 거냐고!”

강도가 울면서 말했다.

“죄송해요. 흑흑. 너무 배고파서 저도 모르게.”

“너 몇 살이니? 부모님이 이러고 다니는 건 아셔? 어?”

“흑흑. 15살이요.”

흐아아아아. 15살에 여자에 대머리라니 너무 끔찍하게 불쌍하잖아!!

“흑흑. 부모님은 안계세요.”

“으아아아.”

앗차.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말했다.

“하여튼 부모 없는 것들은 개념도 없다니까. 세상에 머리카락 없는 거 봐. 너 거지니?”

음? 말이 좀 과한데?

“하여튼 대머리들은. 쯧쯧. 저기 총각.”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총각덕분에 잡았어.”

“뭐. 네.”

“우리 같은 풍성한 사람들끼리 도우며 살아야지 안 그래? 하여튼 대머리 족속들은 상종을 하면 안되.”

“음.”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대머리인 게 그렇게 문제인가요?”

“당연하지. 머리카락이 없으면 빈곤하고 빈곤하면 못 배우잖아. 당연한 상식 아니야?”

“흠.”

아주머니는 강도의 손에든 머리카락을 회수하고 말했다.

“어휴 많이도 뽑았네. 야! 너 이거 어떻게 보상할거야!”

강도는 여전히 울면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거 다시 심을 수도 없는데 어떻게 보상할거냐고!”

왠지 심기가 불편해져서 말했다.

“일단 뽑히신 건 안타깝지만 은행에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지만 뽑히면서 느낀 고통과 이 휑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음. 그건 그렇네. 그나저나. 뭐라고 불러야 되나. 강도씨?”

강도가 눈물 범벅이 된 표정으로 말했다.

“예?”

“부모님 안 계셔요? 집은?”

“...고아원에서 가출했어요.”

“저런.”

“총각 뭐해? 얼른 경찰에 좀 신고해줘. 이런 년은 콩밥을 먹여야 돼.”

나는 아주머니를 무시하고 말했다.

“3일을 굶었다고?”

“...예... 그래서 저도 모르게. 죄송합니다. 흑흑.”

불쌍하네.

마치 과거의 나를 보는 거 같다.

“경찰까지 부를 필요가 있을까요?”

“저런 개념 없는 것들은 단단히 혼쭐을 내줘야한다니까!”

“제가 잘 알아서 훈계하겠습니다. 그래도 어린앤데 경찰서는 너무하잖아요?”

“총각은 갑자기 왜 강도년 편을 들고 그래?”

“아니. 저도 부모 없는 개념 없는 놈이라 서요.”

내 말에 아주머니가 흠칫 놀라며 말했다.

“응?”

“휑한거 아픈 거 어떻게 보상할거냐 하셨죠?”

나는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졸라 아프겠지?

에이씨.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눈물이 핑 도는 아픔을 참고 한 움큼을 뽑아 아주머니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거면 될까요?”





“우걱우걱. 냠냠.”

나는 걸신들린 것처럼 밥을 먹는 강도를 보며 강제로 뽑은 덕에 아직도 욱신거리는 머리를 매만졌다.

“천천히 먹어요.”

강도는 입안 가득 음식을 물고 말했다.

“가아하이다.”

으악 다 튀잖아!

“다 먹고 말해요. 다 먹고.”

왠지 모르게 불쌍해서 주워는 왔지만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하지.

“이름이 뭐에요?”

음식을 전부 삼킨 강도가 말했다.

“이빈이요.”

“이빈? 외자구나.”

“네.”

조금 정신이 돌아왔는지 이빈이라 소개한 강도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힘들면 돕고 살아야지. 그나저나 갈 곳은 있어요?”

내 말에 이빈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요.”

이거 골치 아픈데.

미성년자잖아.

“이제 어떻게 할 거에요?”

내 질문에 이빈이 나를 힐끔 보며 말했다.

“저기 혹시 가정부 안 필요하세요?”

엥?

“저 정말 일 잘하거든요? 열심히 할 자신도 있고요. 그냥 재워주고 밥만 주시면 정말 개처럼 일할게요!”

미성년자 가정부라니.

얼핏 들으면 바로 철컹철컹 각이지만 상대가 대머리라 전혀 이입이 안 된다.

“잘못하면 나까지 덤탱이 쓰는데. 보호자가 누구에요?”

내 말에 이빈이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말했다.

“보. 보호자라니요.”

“법적 보호자. 누가되었든 있을 거 아니에요.”

“그. 그게...”

이빈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아원 원장님이요......”

그렇겠지.

“제발 저 돌려보내지 말아 주세요! 맨날 저랑 친구들을 때리고 괴롭혔어요. 돌아가기 싫어요!”

뻔한 레퍼토리군.

하아.

다음 레퍼토리도 뻔하다.

“......여기 밑에 내가 운영하는 카페가 있거든요.”

“예?”

“일단 거기서 알바 시켜줄 테니까 열심히 벌어 봐요.”

이거 잘못하면 온갖 혐의로 잡혀들어 갈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 불쌍한 대머리 소녀를 무참히 내쫓을 수도 없지 않은가.





“?”

하윤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사장님. 누구에요?”

“......직접 물어봐.”

이빈은 하윤이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신입 알바 이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신입 알바!!”

하윤이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내 경쟁자?”

왜 의식의 흐름이 거기로 가냐.

하윤이가 울먹이며 나에게 말했다.

“저 이제 잘리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얘도 보통은 아니었지.

여기 말고 일할 곳이 없을 거다.

“...당분간 일하기로 한 거니까 잘 가르쳐봐.”

“저 안 잘리는 거예요?”

“어.”

그러자 하윤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예! 안 잘린다!”

참 인생 쉽게 산다.

“반가워 나는 임하윤! 시급으론 머리카락 1.5가닥을 받고 있어.”

너 그거 받고 일하고 있었냐?

못난 사장이 미안하다.

“이빈이에요! 시급은... 얼만지 모르겠어요.”

“응?”

하윤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시급 안정해줬어요?”

아니 그보다 사장 앞에서 알바들끼리 시급 까기 있기 없기?

“좀. 뭐랄까 정상적인 루트로 고용된 알바가 아니라고 해야 하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빈이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이 길가에서 저를 구해주셨어요! 밥도 주시고 재워주시고 일도 시켜 주신다고 하셨어요!”

“사장님이 구해줘요?”

“네!”

“그러고 보니 되게 어려 보인다. 몇 살이에요?”

“15살이요!”

“15살 여자애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일도 시켜?”

하윤이가 나를 끔찍한 괴물 보듯 보며 말했다.

“설마 더 험한 일도 시키려고.”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나는 정말 순수하게 도와주는 거라고!

“아무튼 그렇게 해서 일하게 됐어요!”

하윤이가 빈이를 내 시야에서 가리며 의심스런 눈초리로 말했다.

“계약서는 썼어요?”

“계약서는 안 썼어요.”

“......이 악마.”

아니 법적으로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미성년자를 알바로 쓸 수 없다고.

당연히 그럼 몰래 쓰는 건데 계약서를 어떻게 써!

“이 어린애를...”

“아. 진짜. 아니라니까.”

나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빈아. 좀 오해하지 않게 좀 설명해봐. 나를 천하에 둘도 없는 쓰레기로 만들고 있잖아!”

내 말에 빈이가 놀라며 말했다.

“예? 누가 사장님을 쓰레기로 만들어요? 안돼! 사장님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단 말이야!”

“벌써 세뇌시킨 건가.”

나 그딴 능력 없어!

하윤이가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빈이에게 말했다.

“언니만 믿어. 언니가 보호해줄게.”

“정말요? 고마워요!”

그리곤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이런 어린애를 노예처럼 키워서 자신에게 벗어날 수 없는 자발적 노예로 만들려는 속셈. 내가 모를 줄 알고?”

와. 얘 진짜 가끔 보면 진짜 너무 세게 때려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 또한 지나가리.”


작가의말

우힝나ㅓ러지라ㅓ.  나는 바보다. 나는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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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까라면 까! +29 18.07.31 3,738 1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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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거꾸로 거꾸로! +13 18.07.23 5,783 217 12쪽
6 5화 노래에 취햇! +11 18.07.22 6,036 241 12쪽
5 4화 아! 노래에 취한다. +31 18.07.21 6,671 2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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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화 이게 돈이냐? 이게 돈이냐고 +25 18.07.20 7,933 25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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