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선(魔仙)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조휘
작품등록일 :
2013.07.22 17:43
최근연재일 :
2013.08.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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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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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글자
8쪽

마선(魔仙) 5

DUMMY

겁만 줄 생각이었던 서군악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으나 수강은 수강이었다. 검은빛으로 물든 손이 청년의 머리를 향해 짓쳐갔다.

쿵!

한데 어찌된 일인지 수강은 벽에 막힌 듯 계속 멈춰 있는 게 아닌가.

“이, 이런?”

서군악은 안력을 높여 수강이 막힌 이유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투명한 유리벽이 청년을 에워싸고 있는 게 보였다.

서군악도 절정고수여서 호신강기로 강기막을 펼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이는 절대 호신강기로 강기막을 펼친 게 아니었다. 벽에서 내력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말 그대로 벽이 막은 듯했다.

“이 놈, 사술을 쓰는구나!”

이를 부드득 간 서군악은 유리벽을 폭풍처럼 몰아쳤다.

쾅쾅쾅!

그러나 유리벽은 흠짐 하나 없었다.

“빌어먹을!”

서군악은 내력을 전부 끌어올려 수강을 찔러갔다.

서군악의 성명절기인 흑패천강수(黑覇天罡手)였다.

서군악은 삼십년 동안 이 흑패천강수를 전력으로 연성해 운남에서 열 손가락에 드는 고수가 되었고 흑수귀랑이라는 별호를 얻었다.

지이잉!

서군악의 손을 에워싼 검은색 강기가 창극처럼 날카로워지더니 청년이 펼친 유리벽으로 짓쳐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과 달랐다.

금이 쩍 가며 유리벽이 금세 부서질 듯 흔들렸다.

‘되었다.’

서군악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순간.

유리벽이 부서지며 바람칼 수십 개가 수강을 덮쳤다.

유리벽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건 벽이 아니라, 바람칼 수십 개가 맞물려 만든 방패였던 것이다.

“크아악!”

비명을 지른 서군악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객실의 문을 뚫고 복도로 쏘아져 나갔다. 그러나 여력이 대단해 복도에서 다시 반대편에 있는 객실의 문을 뚫고 들어간 서군악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우웩!”

서군악은 피를 연속 다섯 번이나 토했다.

한창 운우지정을 나누던 남녀가 그런 서군악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놀란 남녀는 나신을 가릴 생각도 못한 채 그를 보았다.

“내 꼴이 말이 아니군.”

그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지은 서군악은 깜짝 놀라 달려온 객잔 주인에게 수리비를 후하게 주어 내려 보내고 객실로 돌아왔다.

서군악은 수강을 막은 바람칼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바로 적토평에 오기 전 청광삼도를 죽였던 바로 그 바람칼이었다. 그리고 청년이 정말 살수를 펼쳤다면 내상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임도 알았다. 청년은 무척 특이하기는 하나 엄청난 고수였다.

서군악은 주전자의 찻물로 타는 속을 간신히 가라앉힌 후 물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말해주겠는가?”

청년은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뭐요?”

“그런 실력을 갖고 있는데 왜 내가 자네를 점혈할 때 그냥 두었나?”

“당신이 무슨 짓을 하던 내 상대가 아니었소.”

“그랬군. 그랬어.”

허탈하게 중얼거린 서군악은 침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청광삼도에게 들었겠지만 나는 서군악이라는 사람일세.”

그러자 처음으로 고개를 돌린 청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후 마치 오랜만에 자기 이름을 말하는 사람처럼 어렵게 입을 떼었다.

“나는 묵기린(万俟麟)이오.”

청년은 대답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묵기씨면 희성(希姓)이군.”

“그럴 거요. 고향에서도 우리 가족 밖에 없었으니.”

묵기린이 대답하자 서군악은 침상 위에 올라가 가부좌를 하였다.

“계속 그러고 있을 거면 호법이나 서주는 게 어떤가?”

“나를 어떻게 믿고 호법을 서달라는 말이오?”

“자네가 날 죽일 생각이었다면 벌써 죽였겠지. 그렇지 않나?”

묵기린이 대답을 않자 서군악은 눈을 감고 운기요상에 들어갔다.

묵기린이 손을 쓸 때 과하게 쓰지 않은 덕분에 운기요상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지 않아 눈을 뜬 서군악은 묵기린이 그 자세 그대로 밖을 보고 있자 궁금해 물었다.

“창 밖에 꿀이라도 발라놓았나?”

“그게 무슨 말이오?”

“뭐 볼게 있다고 창 밖에서 시선을 떼지 않느냔 말이지.”

일어나서 밖을 살펴본 서군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객잔에서 내려다보이는 거리의 모습은 평범한 적토평의 일상이었다.

“볼수록 모를 친구군.”

청년은 담담하게 말했다.

“평범한 게 가장 좋은 구경거리가 될 수도 있는 법이오.”

“말코도사가 할 법한 얘기를 하는군.”

피식 웃은 서군악은 객실 문 옆에 있는 밧줄을 당겼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겁을 먹은 점소이가 쭈뼛하며 올라왔다.

“찾, 찾으시는 거라도?”

“술 두 병과 안주 몇 가지 가져 오게. 아, 이봐! 자네 식사할 텐가?”

서군악이 부르자 고개를 돌린 묵기린은 잠시 고민한 후 대답했다.

“소면이 좋겠소.”

“소면? 뭐 좋지. 소면 두 그릇 가져오게. 참, 자네 나를 알고 있는가?”

그러자 점소이가 굽실거리며 대답했다.

“흑상회(黑商會) 호법나리를 소인이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럼 오늘 여기서 있었던 일은 잊는 게 신상에 좋을 걸세.”

“물론입니다, 나리.”

점원이 내려가자 묵기린은 창가에서 식탁으로 옮겨왔다.

“나를 적토평에 데려온 이유가 뭐요?”

서군악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참 빨리도 물어보는군.”

서군악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내력을 객잔 주위에 퍼트렸다. 절정고수에 든 서군악은 내력을 이용해서 기척을 감지하는 게 가능했다.

“다행히 듣는 사람이 없군.”

“나를 데려온 이유를 누가 알면 위험한 것이오?”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조심할 필요는 있지. 강호란 원래 그런 곳이야.”

묵기린은 잠시 생각한 후 물었다.

“청광삼도 때문이오?”

“아니, 청광삼도가 속해 있는 단체 때문이네.”

똑똑.

두 사람의 대화는 음식을 갖고 온 점소이에 의해 잠시 중단되었다.

“맛있게 드십시오.”

점소이가 나가자 묵기린은 하얀 김을 피워 올리고 있는 눈앞 소면에 집중했다. 소면은 어렸을 때 누가 남긴 걸 먹은 게 전부였다.

“후우.”

심호흡을 한 묵기린은 소면을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었다.

한데 미처 음미할 시간을 주지 않고 순식간에 녹아 없어지고 말았다.

묵기린은 소면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술을 마시던 서군악은 그 모습을 보고 자기 몫인 소면을 주었다.

“소면을 좋아하는군. 내 것도 먹게.”

“당신은 안 먹소?”

“나는 밥 생각이 없네.”

“그럼 내가 먹겠소.”

묵기린은 사양하지 않고 소면을 마저 비운 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아까 하던 얘기를 마저 해보시오.”

술을 두 병 비운 서군악은 이미 얼큰하게 취해 있었다.

“청광삼도가 속해 있는 단체 말인가?”

“그렇소.”

“그게 왜 궁금한가?”

술잔을 들고 묵기린을 쳐다보는 서군악의 표정에 의문이 가득했다. 만사에 무심해 보이는 그가 관심을 보이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묵기린은 담담히 말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소.”

서군악은 선심 쓴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현재 운남은 두 개의 파벌로 나뉘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네. 하나는 청광삼도가 속해 있는 사일련(射日聯)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속해 있는 흑상회(黑商會)지. 청광삼도는 그 사일련 외당의 고수일세. 그런 고수가 갑자기 사라지면 흔적을 찾지 않겠나? 그리고 그렇게 되면 자네는 쓸데없는 꼬리를 달게 되는 셈이지.”

차를 데워 한 모금 음미한 묵기련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나를 위해 그랬다는 말이오?”

“믿든 안 믿든 사실이네. 자네가 계속 있었으면 사일련과 부딪쳤을 거야. 이곳 운남에서는 사일련이야말로 황제가 부럽지 않다네.”

병째 나발을 분 서군악은 술병을 내려놓으며 분기에 차서 소리쳤다.

“사일련의 중심에는 그 점창파(點蒼派)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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