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되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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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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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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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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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되어보렵니다. #33

DUMMY

모두들 카느제드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있다. 3개의 마법을 동시에 발현할 수 있는 마법사는 그가 유일했으니까.


단 한 명, 플로닌 수석만 방금 전 상황이 아론에게서 비롯된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다.

카느제드가 그 현상이 일어난 후 각혈을 하며 부상을 입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아론을 시험했다가 카느제드가 역으로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


‘카느제드님은 아론의 정체를 파악했을까?’


둘 사이에 어떤 힘이 오갔는지 모르지만 플로닌 수석은 그것이 제일 궁금했다.

천 년이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존재.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그 존재가 나타난다면 대륙의 정세는 급격히 변할 것이고,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블로이드 백작이 플로닌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리며 툭툭 쳤다.

“플로닌 경.”

“네 백작님.”

“저 아이. 아론 하베츠. 검술의 천재 중에 천재라 하지 않았나.”

“곧 확인하게 되실 겁니다.”

“자넬 그렇게 만들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저 나이라면... 거참. 믿기지 않아. 어쩌면 새로운 역사를 쓸 인물이 될 수도 있겠어.”

“아마도 그럴 겁니다.”

“가고일을 혼자서 잡는다면 최소 1등급 기사라 봐야하겠지? 발카라스 대륙 역사에 저렇게 성장이 빠른 인물이 있었나?”

“있긴 있습니다. 최초의 황제. 듀크 아그레오. 고대 마도시대에 문헌으로만 전해지는 전설의 인물 듀크 황제가 있지 않습니까. 열 살 때 이미 로얄 나이트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기록이 적지 않게 발견되었습니다.”

“그걸 믿나?”

“과장된 기록일 수도 있겠지만, 아론을 보고 있자니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블로이드 백작이 굳게 마음먹은 듯 말했다.

“아론 군이 사냥에 실패한다 해도 저 아이를 내 기사로 영입해야겠네.”

“하지만...”

“저런 인재를 누군가가 빨리 거두어주지 않으면 헬렌 제국에 뺏기게 될 걸세. 헬렌의 황제는 정말 욕심이 많은 자지. 대륙 전역에 정보망을 두고 우수한 인재들을 빼 가는데 도가 튼 인물이야.”

플로닌이 지금 가장 후회하고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쩌자고 블로이드 백작에게 아론의 존재를 알렸는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영주성에서 치료를 받은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아론에게는 정말 미안한 마음밖에 없었다.

큰 부담을 준 것이고, 큰 빚을 졌다.

그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만을 바랐다.

“뒤에 내 기사들과 마탑에서 온 마법사들까지 있으니 저 아이가 위험한 일은 없을 걸세. 어느 정도 재능을 지닌 놈인지 한 번 지켜보세.”

팔짱까지 끼고 관전할 자세를 취한 블로이드 백작이 갑자기 인상을 찌푸렸다.

“헌데 가고일이 있다는 건 어찌 알아냈나?”

플로닌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가고일은 흔치 않은 몬스터인데······. 거참 이상하군.”

“아마도 녀석이 비행하는 것을 목격한 것이 아닐까요?”

“그렇겠지?”

블로이드 백작은 오늘을 기점으로 이곳에 병력을 늘리기로 마음먹었다.

가고일은 큰 날개를 가지고 있더라도 자신의 육중한 무게 때문에 높이 날지 않고, 지면과 가깝게 날아다니는 놈이다.

그래서 발견이 쉽지 않고, 혹 발견을 했더라도 놈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면 천운을 타고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흔치 않은 놈이 테드라 절벽 초입에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불길한 징조라 할 수 있었다.

더구나 대도시 씨스루와 멀지 않은 곳이 아니던가.

블로이드 백작은 그리 결정을 내리고 아론에게 시선을 돌렸다.

플로닌의 말이 사실이라면 희세(稀世)의 영웅이 될 인재.

로얄 나이트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아론이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면 왕국의 실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된다.

상상만으로도 찬란한 미래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했다.

아론과 악수를 나눌 때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숱한 역경을 이겨낸 야생화 같은 독한 눈빛도 마음에 들고, 자신을 마주하고도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도 마음에 들었다.

무릇 크게 될 인물이라면 그 정도 배짱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아론이 절벽 가까이로 다가가자 블로이드가 명령을 내렸다.

“모두 준비하라.”

상대할 몬스터가 가고일이라는 정보를 듣고 검 대신 해머와 도끼를 들고 온 기사들이 언제든 달려갈 준비를 갖췄다.

마법이 통하지 않는 놈이니 마법사들은 기사들을 돕기 위해 버프 마법을 준비했다.

--


아론은 뒤에 있는 병력들을 돌아봤다.

블로이드 백작.

꽤 괜찮은 먹잇감이다.

블로이드 백작이 다스리는 영지 로잉.

제 2의 도시 씨스루를 포함한 로잉 지역은 어떤 방향에서 살펴봐도 아론이 정착하는데 너무도 훌륭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영지의 한 면이 바다이고 북쪽은 테드라 절벽이 존재하며, 외세의 침략을 거의 받지 않는 지역임에도 성을 매우 견고하고 튼튼하게 구축해 놓았다.

방어는 물론 대륙으로 뻗어나기에도 훌륭한 구심점 역할을 한다.

거기다 거대 섬 튜르쿠와도 존재한다.

넓은 영토와 막강한 자금, 풍부한 인구와 자원.

딱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군사력이라 할 수 있었다.

블로이드 백작도 그 부분을 메우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었다.

괜찮은 인재가 있다고 하면 맨 발이라도 뛰쳐나갈 정도였다.

아론을 지켜보는 이유도 잠재력과 검증된 실력 때문이었다.

‘블로이드 백작이 가진 것들이 제일 탐나구나.’

세력을 형성함에 가장 중요한 기반 중 하나가 제대로 된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충성스런 부하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또 성장할 수 있는 그들만의 울타리는 반드시 필요했다.


아론은 백작을 바라보던 눈길을 거두고 그대로 절벽으로 뛰어내렸다.

까마득한 심연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곳의 바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아론은 어떤 공포도 느끼지 않았다.

천하만수편심법에서 나오는 평정심.

뒤에서 탄식소리가 들렸지만 절벽 중간에 자리 잡은 가고일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아론은 한참을 떨어지다 매끈하게 깎인 벽을 박차며 건너편으로 날아갔다.

촤악!

연이어 발을 박차며 절벽 사이를 오갔다.


‘저거군.’

한참을 내려가니 절벽에서 툭 튀어나온 둥지하나가 보였다.

커다란 바위 같은 것이 둥지 위에 놓여 있었다.

세세하게 관찰하면 바위가 아니라 가고일이 꼬리와 머리를 품속으로 말아 수면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몬스터 도감에서 나온 대로 녀석의 피부는 돌과 같았다.

검기로 피해를 줄 수 없는 것은 아니나, 녀석을 사냥하려면 수십 번을 베어야 할 것이다.

녀석을 단번에 베기 위해서는 검강을 일으켜야 한다.

검강.

검기의 가닥가닥이 하나로 통합되어 검 위에 또 다른 검을 덮어씌우는 경지.

초절정 고수임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무위라 할 수 있었다.

가고일의 몸체가 가늘게 떨렸다.

절벽 위에서 다가오는 아론의 존재를 느낀 것이다.

가고일이 가슴 품에 집어넣은 머리를 들어올렸다.

반쯤 감긴 눈으로 아론을 올려다보는 가고일의 동공이 금강석처럼 반짝였다.

자신의 단잠을 방해받은 것이 짜증났는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잇몸까지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다.


아론에게서 느껴지는 살기.

“캬아!”

가고일이 포효하며 두 날개를 크게 펼치고 둥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몸의 크기로 봐서는 아직 성체가 되기 전.

아직 여물지 않은 피부는 성체에 비해 약한 편이다.

‘검기로도 충분하겠군.’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1년이 지나지 않은 자묘의 발톱에 긁혀도 상처가 나고 피가 나기 마련이니까.

자신을 향해 쏘아져 올라오는 가고일을 아론은 한 번에 베어버릴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어차피 보여주기 위해 이 짓거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아론은 검을 거두었다.

둘은 빠르게 거리가 좁혀졌다.

그리고 정면으로 부딪치는가 싶더니.

파라락.

아론의 몸이 빠르게 공중에서 회전했다.

가고일의 이빨과 손톱이 바람을 갈랐다.

아론의 허리가 활처럼 휘며 가고일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스쳐가는 가고일의 다리를 붙들어 잡았다.

“자! 발광해봐라.”

검기를 일으켜 피부 중 가장 연한 부위인 사타구니에 검을 찔러 넣었다.

“끼요요!”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가고일은 몸부림쳤다.

가고일은 다리에 붙은 아론을 떼어내기 위해 절벽을 향해 돌진했다.

엄청난 속도.

아론을 사이에 두고 절벽과 자신의 몸 사이에서 압사시켜 버리려는 의도였다.

막 절벽에 부딪치려는 순간.

“끼이이~.”

가고일이 날아가는 속도가 현저히 줄면서 가고일이 바닥에 떨어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무게에 더욱 힘차게 날갯짓을 해댔다.

천근추(千斤錘)

아론은 순간적으로 몸을 무겁게 하는 기술로 가고일을 괴롭혔다.


쾅! 쾅!


그래도 상위 몬스터다웠다.

순간적인 가속을 가해 절벽을 향해 돌진해 버리는 가고일.

다리에 매달린 존재를 터트려 버릴 생각이었다.

수차례 벽에 몸을 던지며 부딪치자 그 울림이 사방으로 진동했다.

새끼라고 해도 육중한 무게를 둔 몸의 충격은 무쇠가 깔아뭉개는 것과 같다.

수차례 부딪쳤지만 찰거머리처럼 붙은 아론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극마반탄기(極魔反彈氣)의 술법. 대성을 하면 그 어떤 것도 몸을 해할 수 없다.

극마반탄기 중 방탄강기(防彈罡氣)를 몸에 두른 덕에 오히려 새끼 가고일의 몸이 점점 망가지는 판국이었다.


아론의 검이 다시 한 번 사타구니 쪽으로 뻗었다.

푹!

아직 새끼인 점도 있지만, 제일 연한 부위인 만큼 검기를 주입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께에에에!”

가고일의 고통스런 비명이 귀를 찢도록 울려댔다.

가고일은 결국 절벽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날아올랐다.

아론을 떼어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벽에 부딪치는 정도가 아닌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꽂는 충격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그렇게 아론을 달고 절벽을 오를 때 아론의 내력이 검에 강하게 실렸다.

한참을 솟구쳐 올라간 결과 지면이 보이며 가고일이 사람들 눈앞에 등장했다.

날갯짓으로 인한 흙먼지가 사방으로 피어올랐다.

“끼르르르!”

밝은 곳으로 나오니 과연 상위급 비행 몬스터다운 외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거대 도마뱀의 몸과 박쥐의 날개를 갖은 놈은 그 모습만으로도 위협적이게 느껴진다.

가고일이 눈앞에 나타나자 블로이드 백작과 그의 병력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들의 눈에는 가고일의 뒷발에 매달려 있는 아론의 모습도 보였다.

사십 장 높이까지 거침없이 날아오른 가고일이 방향을 틀어 이번엔 땅을 향해 그대로 떨어졌다.

몸을 말아버리면서 가속을 더하니 마치 하늘에서 유성 하나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피해!”

“위험하다! 물러나라!”


순식간에 지면이 눈앞에 다가오자 아론이 마주 오는 바람을 이겨내며 움직였다.


쾅!


굉음이 터지고, 천지가 진동했다.

가고일은 본능대로 온 몸을 땅에 처박으며 적을 뭉개 버렸다.

아무리 새끼라지만 이 정도 공격이면 어떤 생명체도 무사하지 못하리라.

블로이드 백작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작가의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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