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되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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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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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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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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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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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6

DUMMY

“죄송하지만 교장의 요구는 들어 줄 수 없소이다.”


칼라발 부대의 총지휘관 그레이디노는 너무 위험한 조건을 내건 아카데미측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경합전이라지만 자신의 부대에서 과제가 치러지는 만큼 안전상의 문제는 부대의 책임도 따르는 법이다.

호드 교장은 삼일차 과제로 십인장이 북쪽 테드라 절벽 지역까지 움직이는 걸 원하고 있었다.

테드라 절벽 지역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칼로 가른 듯 깊숙하게 파인 수천 개의 절벽 지형이 존재하는 곳이다.

너무도 험난하고 갈라진 틈사이가 워낙 깊어 건너기조차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그 너머엔 아직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들이 수두룩해서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 모른다.

라오니 왕국의 영지에 속해 있지만 알톤 산맥과 더불어 별도로 관리가 되지 않는 난공불락의 지대였다.

분명한 것은 몬스터와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야만인들이 머물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 존재들도 테드라 절벽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데 스스로 위험구역으로 진입할 이유가 없었다.


“테드라 절벽 너머로 가자는 게 아닙니다. 어차피 불가능한 일을 왜 과제로 삼겠습니까. 경합전에 참여한 학생들의 체력과 실전능력을 살펴보려는 것입니다.”

테드라 절벽 인근에 서식하는 몬스터를 그 대상으로 시험을 하겠다는 호드 교장의 뜻을 그레이디노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군 생활에 어떠한 흠집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불가하오. 자꾸 강요하시면 사령관님에게 알리겠소.”

그레이디노 지휘관은 흔들리지 않는 바위 같았다.

호드는 아쉬운 표정으로 자리를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정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안타깝습니다. 내년에도 최종 경합전이 칼라발 부대에서 치러졌으면 했는데, 이리 반대하시니 다른 곳을 모색해봐야겠습니다.”

그레이디노의 두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최종전을 내년에도 우리 부대에서 치르신단 말씀이오?”

“테드라 절벽의 출입을 어느 정도 허용해준다면 무궁무진한 과제들이 아이들에게 제공될 겁니다. 아카데미에서도 교관들을 비롯한 경비 병력들이 붙을 것입니다. 안전문제에 관해선, 장담컨대 국경부대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레이디노 지휘관은 득실을 머릿속으로 따지더니 대답했다.

“생각해 보도록 하겠소.”

“시간이 없습니다.”

“참모들과 논의를 해보고 바로 연락을 드리겠소이다.”

“그러시죠.”

교장이 나간 자리에 그레이디노의 입가가 밀려올라갔다.

아카데미 경합전의 최종 대결이 앞으로도 칼라발 부대에서 계속 치러진다면 많은 이점을 끌어안을 수 있다.

부대의 이름을 널리 알릴 기회가 된다.

왕실에서도 관심을 더 가지게 되고 지원도 더 받게 되며, 부대의 명성도 상승한다.

보급부대에서의 승진은 한계가 있다. 이번을 계기로 전략 부대로의 전출도 가능해진다.

그레이디노는 긴급하게 군간부들을 불러들였다.


--

지휘관실을 나온 호드의 뒤로 호위 병력과 아카데미 관계자들이 뒤따랐다.

그레이디노 지휘관과의 협상 결과가 궁금했다.

교장이 직접 군부대까지 찾아와서 부탁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행정관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결과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행정처장 그룬이 그의 옆으로 붙으며 사과했다.

“아닙니다. 일정을 갑자기 바꾼 제 잘못이 크지요.”

독살 시도 사건이 헬렌 제국의 음모라는 것을 아는 그룬 행정처장은 교장이 왜 계획을 바꾸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최근 헬렌 제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군사력을 꾸준히 올리고 있었다. 아드레안 왕국의 잔당들을 처리한다는 목적으로 7군단이 라오니 왕국 바로 코앞에 주둔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있으니 아이들을 국경에 보내는 일은 미친 짓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왜 위험한 테드라 절벽지대를 과제로 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히려 국경보다 더 위태로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열 살에서 많게는 열대여섯 살의 학생들이 일주일간 열 명의 병사들을 책임지면서 야산에서 생존하는 일도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거기에 엄청난 난이도의 과제를 얹어버리면 감당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왜 하필 테드라 절벽지대입니까?”

“꼭 확인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럽니다.”

“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죄송하지만 이번 일은 교장의 직권으로 제가 욕심을 좀 내겠습니다.”

알드바란 교관에 이어 아카데미 수석 플로닌 교관마저 아론에게 무기력하게 패했다.

호드는 플로닌 수석이 영주성에서 치료를 받고 복귀한 후 만남을 떠올렸다.

아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플로닌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것이다.



『 “아론을 반드시 붙잡아 두어야 합니다.”

호드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적잖게 놀랐다.

“이유가 있을 법하군. 말해 보게.”

“그렇습니다. 내기는 제가 먼저 제의했고, 불순한 의도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패배도 인정합니다. 아론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렇게 먼저 입을 연 플로닌은 호드 교장에게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것이 아니라 아론에게서 맞아가며 검법을 배웠습니다.”

자존심도 없는 모양이다.

명색이 아카데미 수석 교관이라는 자가 학생에게 맞아가며 검술을 배웠다는 그런 말을 어찌 입 밖에 쉽게 낼 수 있단 말인가.

플로닌에게서는 한 점 부끄러움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고 뿌듯해 보였으며, 뭔가를 이뤄냈다는 성취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무인에게 있어 강해짐은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을 아론이 이루어주었으니 그에 대한 경외감에 완전히 넋을 놓은 사람처럼 보였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아론은 저의 부족한 점을 한 눈에 파악하고 입 보다는 몸으로 그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한 치의 거짓도 있어서는 안 되네.”

“모두 사실입니다.”

아론이라는 아이는 몇 번이나 사람을 놀래게 한다.

호드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진짜 드래곤일 수도······.”

플로닌 수석도 독살 시도 사건 때 잠시나마 드래곤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중얼거림에 플로닌이 바로 맞받아쳤다.

“그 아이는 드래곤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절 가르치던 아론의 눈빛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라오니 왕국을 부강하게 만들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천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드래곤이 유희라도 나온 것일까?

몇 백번을 생각해봐도 그것 말고는 아론의 존재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만약 제왕 드래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 인간 세상에 강림했다면 경합전이고 뭐고 다 필요 없이 플로닌의 말대로 그를 반드시 붙들어놔야 한다.

아니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라오니 왕국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다.

만약 라오니 왕국에 드래곤이 존재한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아무리 헬렌 제국이라고 해도 결코 건들지 못하리라.


만에 하나. 정말 티끌 같은 확률이라 하더라도 아론이 위대한 존재, 마법의 제왕이라 불리는 드래곤이라면 교장 자신의 결정에 따라 왕국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호드는 즉시 아론의 존재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우선 시 해야 할 일이었다.


--


만체스 푸트리오는 열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아론의 진영을 몰래 찾았다.

먼 거리에서 몸을 숨긴 채 그들의 야영지를 살펴봤다.

“여기야?”

“그렇습니다.”

이미 다른 경쟁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다.

육고기를 배가 터지게 먹고도 남을 양을 구했다는 진영.

이곳을 이끌고 있는 십부장은 교관을 날려버렸다는 1학년 아론 하베츠였다.

하급 귀족의 장남으로 요즘 학생들 입에서 많이 오르내리는 아이.

하는 짓이 개차반이지만 교관을 이길 정도면 검술실력은 있는 놈이다.

체력시험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증명해 보였고, 최종전인 지금도 확실한 결과를 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상급자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결과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족보도 없는 하급귀족 출신 주제에.’

아직 경합전이 나흘이나 남았으니 지금이라도 뭔가를 해야 했다.

우승은 그렇다 치고 적어도 만체스는 후작가 데르얀 플레어를 제외한 같은 학년의 아이가 자신을 이긴다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일단 식량을 강탈한다.”

“괜찮겠습니까? 과제는 생존이지 다른 팀을 공격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멍청한 놈. 남의 것을 뺏는 것도 생존 수단인거 모르나? 경합전은 전통적으로 서로간의 검술을 뽐내며 그 우위를 가렸다. 이번 경합전은 식량도 없는 산속에 일주일이나 내몰았어. 뭘 의미하겠어? 서로의 것을 빼앗아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것이지.”

“아! 그렇군요.”

“역사를 공부했으면 쉽게 알 수 있어. 전쟁이 왜 일어나겠어? 무너트린 적의 전리품을 챙겨 더 부강해지기 위함이야.”

“역시 배우신 분은 다릅니다.”

만체스는 아직도 경기장에서 지켜보던 아버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체력시험에서 2조 3위를 차지했을 때 잠시나마 보였던 실망한 얼굴.

만회 할 기회가 찾아왔다.


야영지를 둘러보던 만체스가 물었다.

“아론이란 새끼는 어디 있지?”

“그 십인장 도련님이라면 항시 자리를 비운다고 합니다.”

“왜?”

“어디서 뭘 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래? 차라리 잘 됐군. 병사들을 내팽개친 십인장이면 당해도 싸지. 식량을 뺏기고 나중에 돌아와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구나. 연락한 애들은 언제와?”

“조금 있으면 도착할 겁니다. 같이 힘을 합치면 쉽게 식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만체스는 그제야 만족스런 얼굴을 하고선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병사들에게 공격 준비를 하라 일렀다.

삼일동안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한 병사들의 체력은 바닥을 치고 있었지만, 눈엔 독기가 가득했다.

저들의 야영지에 육고기가 있다고 하니 죽기 살기로 덤빌 것이다.

실제로 굶지 않기 위해 싸울 의지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상대는 전혀 경계심 없이 야영지 주변에 목책을 세우는 것에 몰두하고 있었다.

누구도 주변을 경계하지 않았다.

무기를 들기 전에 기습한다면 승기를 쉽게 잡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 뒤에서 만체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채점자들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어댔다.

부상병이 나오면 서로의 손해라는 것을 왜 모를까?

하지만 그들은 경합전이 시작되면 어떤 도움도, 간섭도 할 수 없기에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

--

아론은 산지에 솟은 가장 높은 봉우리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는 가부좌를 튼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기숙사의 한정된 공간보다 확 트인 자연을 내려다보며 무념무상으로 호흡하니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어느 순간 아론은 대자연의 숨결을 느꼈다.


[숲이 내게 왔다.

빛과 바람, 물길,

그리고 흙냄새가 가득한 이곳.

빛이 어루만지면 숲은 생명을 담는다.

숲이 품은 생명이 곧 대자연을 이룬다.

바람이 감싸면.

물길이 스치면.

숲은 흐른다.

생명이 속삭인다.]


작가의말

아론이 뭘 하는 걸까요?

혼자 시 쓰고 있습니다. -ㅇ-;
담편 기대해주세요.

재미나게 읽고 계시다면 추천 한 번 꾸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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