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산열
새총을 쭉 당겼으나, 총알이 생기지 않았다. 상대가 새나 머리 아홉이 아니어서 총알이 나타나지 않는 건가?
다급히 아공간에 손을 넣고 뒤적거렸다. 딴딴하고 둥근 물체 두 개가 만져졌다. 길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끄집어냈다. 서두르다 보니 총알집에 둘 다 재웠다. 힘껏 당기고 손을 놓으니 붉은 선 두 개가 허공에 쭉 그어졌다.
알아서 표적을 맞히는 능력이 있기에 빗나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제발 시간을 벌어주길 바라며 빠르게 배로 날아갔다.
새총에 맞은 괴물이 멈칫하더니 그대로 멈췄다. 솔개 병아리 채듯 괴물을 덮쳤다. 진체가 훤히 보여 손으로 콱 틀어잡았고, 훌쩍 뛰어 괴물을 끌고 호수로 뛰어들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나랑 괴물이 한데 엉켜서 호수로 떨어진 거로 오해할 장면이다.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붕천권을 준비했다. 위력만 극대화한 예전의 방식을 사용했다. 위력이 강한 대신 상대가 쉽게 알아채고 피하거나 대비할 수 있는 수법인데, 진체를 꽉 잡은 지금에야 위력만 강한 예전 방식이 훨씬 뛰어나다.
[살려줘. 나 용이 되어야 해.]
"그건 네 사정이고."
[살려주면 두고두고 보답할 거야. 네가 선물한 눈에 대한 보답도 꼭 할게.]
뭔소린가 싶어 고개를 들어봤더니, 괴물의 대가리로 추정하는 곳에 붉은 눈알 두 개가 생겼다. 무슨 영문인지 바로 떠오르지 않아 괴물에게 질문했다.
"전후 사정을 다 설명해 봐. 듣고 판단할게."
[내 이름은 멸룡(䈼龍)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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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룡은 오래전 어떤 상단이 호수를 건널 때 배와 배를 묶던 밧줄이다. 대나무 껍질을 벗겨서 삶은 후 가닥을 내서 꼰 밧줄로, 든든하고 쉽게 썩지 않는 당시 최고의 밧줄이었다.
지금과 달리 그때는 3천 개가 넘는 샘 구멍이 물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던 때다. 그마저도 안정적이지 않아 갑자기 파업하는 샘 구멍이 있어 호수는 사나운 바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흉험했다.
밧줄로 작은 배 수십 척을 이어 안정을 꾀했지만, 결국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이어진 채로 배가 전부 가라앉았다.
시간이 흐르며 배들은 물론 수장된 사람들 뼈마저 삭아서 가루가 되었지만, 유독 한 가닥 밧줄만 싱싱함을 유지했다. 그 이유는 밧줄조차도 전혀 모른다.
세월이 쌓이면서 밧줄은 생명을 얻었다. 해와 달의 정화를 흡수하고 수초를 먹으며 힘을 키운 밧줄은 샘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 개나 되는 샘을 먹어치운 후 샘을 먹는 짓은 멈췄다.
천안(泉眼 - 샘 구멍)을 천 개 먹으면 눈이 생길 거라는 헛된 믿음을 가졌던 괴물은 화가 났다. 그러나 샘을 너무 많이 먹어서 보름달이 뜬 날이나 달이 사라진 날이 아니면 호수 위로 떠 오를 수 없었다. 그래서 보름에 한 번씩 호수에 올라와 난동을 부려 화풀이했다.
괴물이 가장 증오한 건 인간과 동물이다. 자신에게 없는 눈을 달고 다니는 자들이 무척 미웠고, 그런 자들은 보이는 족족 호수 밑으로 끌어 내려 죽였다.
머리와 꼬리의 구분이 없는 괴물은 자신에게 멸룡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멸은 대나무 껍질을 뜻한다. 호수 바닥에 머무를 때는 나름대로 깨달은 수련 법으로 자신의 법력을 갈고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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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순간, 눈을 얻어야 내가 완전해질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눈은 영혼이 드나드는 창구입니다. 내 영혼은 안에 갇혀서 바깥세상과 소통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소통이 없이 발전할 수 없고, 모순이 없으면 다듬어질 수 없죠. 그래서 저는 눈을 더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너 아까는 말도 제대로 못 했잖아."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으니깐요. 내가 원하는 걸 상대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지금껏 몰랐습니다.]
"눈이 생겼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깨달았다고?"
[제 영혼이 세상과 교류하고 있으니깐요. 이 기분, 처음 느껴봅니다.]
멸룡의 새로 생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너, 암컷이야 수컷이야?"
[예전에는 몰랐는데, 전 암컷입니다. 그리고 제 수컷은 관구에 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설마 얘가 음답 후보인가? 별룡은 수컷도 암컷도 아니니까 금룡밖에 없는데.
"넌 지금 용이야?"
[아직 아닙니다. 다만, 눈을 얻었으니 시간문제입니다.]
"용이 되고 나서 여의주 만드는 거야? 아니면 여의주를 만들어야 용이 되는 거야?"
[태생이 용이 아닌 자들은 여의주를 만들어 용이 됩니다.]
"여의주 재료는 있고?"
[샘물 천 개를 먹었습니다. 그걸 뭉쳐서 여의주 만들까 합니다.]
"나를 따라 수컷이 있는 관구로 가지 않겠느냐? 마교라고 지금 너희를 죽이려 하는 세력이 있다."
[저는 용이 되기 전에 이 호수를 떠날 수 없습니다.]
제길, 이건 또 뭔. 금룡은 동극청화대제 때문에 들켰다. 구령으로 끌어당기면서 위치가 노출되었고, 마교가 바로 관구를 공격했던 거다.
멸룡은 지금까지 들키지 않고 잘 있었는데, 내 덕분인지 탓인지 눈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오늘 사고가 퍼지면 조만간 들킬 거다.
"난 운이 좋은 게 아니라 엄청 나쁜 게 아닐까?"
아공간에서 황사괴 가죽을 꺼냈다. 계륵 같은 존재. 내가 쓰자니 방귀 때문에 창피하고, 남 주자니 탁월하고 광범위한 은닉 기능 때문에 아깝고.
"이걸 흡수해라. 그리고 자기 존재를 감추는 연습을 해라."
나도 지금 내가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신룡이 된 후 알지가 먹어치워야 하는 상대다. 그런 상대에게 몸 숨기는 재주를 건네는 건 자충수가 아닌지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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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만 돌아가세요. 곧 마교가 닥칠 겁니다."
소림표국 사람들은 황급히 변장하고 떠났다. 순식간에 보따리 장사꾼으로 변해 봇짐 들고 떠나는 모습에, 전문가 세 글자가 갖는 무게를 실감했다.
이미 이랑신과 무당에 신호를 전했다. 무당 제자들도 무공이 약한 자들이라 돌려보냈다. 금룡의 몸뚱이를 감춘 궤짝을 저팔계와 둘이 지켰다.
"마교 적익목 순찰 당주다. 네놈들은 무당의 잡것이냐?"
안타깝게도 무당이나 이랑신보다 마교가 더 빨리 우리를 찾아냈다. 다행인 건 손오공에게서 배운 세 법술을 합친 보호막을 궤짝에 씌우는 데 성공했다. 법술 재능이 평범해서 성공하기까지 수십 번의 시도가 있었다.
"마교 잡졸들이 어디서 까불어. 죽기 싫으면 얼른 꺼져."
저팔계는 그간 마교 교도 수천은 죽였다. 다만, 전부 원신을 드러내고 했던 짓이라 사람 모습의 저팔계는 마교에 알려지지 않았다.
"놈, 하찮은 재주를 믿고 기고만장하구나. 저 둘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라. 두개골은 내 요강으로 쓸 테니 부수지 않도록 주의해라."
수양이 부족하다. 치미는 화를 억누를 수 없다. 저팔계 눈도 뻘겋게 달아올랐다.
"추산, 지금 모습으로 끝까지 싸워야 한다. 지원 오기 전까지는 정체를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
"나도 분별력은 있어."
자신도 100% 믿지 못하는 말을 뱉으며 저팔계가 구치정파를 들고 뛰쳐나갔다. 나는 분신술로 100개 정도 분신을 만들었다. 몰살할 자신이 없어서 태극인은 꺼내지 않았다.
채찍 같은 게 내 얼굴을 공격한다. 가볍게 저으니 손에 꽉 잡힌다. 그대로 팔에 힘을 줘서 돌렸다. 혀를 내게 잡힌 개구리 요괴가 내 손아귀를 떨쳐내려고 고개를 힘껏 털었다. 그러나 혀를 끊지 않는 한 소용 없어. 아무리 미끌미끌한 혀라도 내 손에 잡힌 이상 벗어나긴 힘들 거야.
툭 소리와 함께 개구리 혀가 끊어졌다. 가알가알 혀 짧은 울음소리를 내며 개구리 요괴가 도망친다. 속도가 유독 빠른 분신이 훌쩍 뛰어가서 도망치는 개구리를 공격했다. 멍청한 개구리는 혀로 반격하려 했으나, 짧아진 혀는 내 분신에 닿지 못했다.
퍽 소리와 함께 개구리가 폭발했다. 개구리나 두꺼비 요괴들은 저게 성가시다. 죽을 것 같으면 자폭이라니. 아까운 내 분신 하나가 사라졌다.
"어딜 도망가."
손으로 개구리 요괴의 영혼을 꾹 잡았다. 진체를 잡아내는 거랑 마찬가지로, 이건 거리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무리 먼 거리에 있어도 내가 영혼을 느끼기만 하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잡아낼 수 있다.
[감사합니다.]
흑무상이 웃는 건 처음이네. 요괴 영혼을 인계받은 흑무상이 능숙하게 밧줄로 묶고 매듭을 짓는다. 임시로 불려 나온 우두와 마면들이 묶인 요괴 영혼을 데리고 바로 떠났다. 맹파가 만든 기억을 잊는 탕만 먹이면 한 놈이 심판전까지 끌고 가고 남은 자들은 다시 돌아온다.
굳이 저승사자들과 연계한 건, 아예 부활이 어렵게 영혼을 저승으로 보내버리려는 목적이다. 영혼을 저승에 가져갔다고 부활 못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거기에 드는 포인트가 배 아파서 한밤중에 이불 차고 일어날 정도로 많다. 웬만큼 중요한 놈이 아니라면 그대로 고이 보내주는 게 이득일 정도로 포인트가 많이 든다.
이래서 흑백무상이 적은 세상은 신선과 요괴가 들끓는 거다. 신선이나 요괴 못 되게 방해하지도 못하고, 신선이나 요괴가 죽어도 바로바로 데려갈 수 없으니 부활도 쉽다. 지금처럼 대규모 전쟁은 신선과 요괴를 줄일 수 있는 최적기다, 해당 세상과 연결된 저승은 다른 업무를 다 미루고 여기에만 몰두하고, 심지어 주변 저승에서 저승사자를 파견받기도 한다.
학 요괴로 추정하는 놈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더니 부리를 세우고 미사일이 되었다. 목표는 내가 아닌 저팔계. 늦게 처치하면 충분한 가속도를 얻어 저팔계에게 타격을 줄 것 같아서 바로 십살총을 꺼냈다.
학 요괴의 몸이 공중에서 분해되었다. 약한 요괴라 시체는 십살총에 끌려왔고 어리둥절하던 영혼은 내게 잡혀 저승사자 손으로 넘어갔다.
"놈, 사악한 무기를 사용하는구나."
저런. 개도 안 할 소리. 죽이려고 만든 무기가 사악하고 뭐고 어딨어. 3천 명 수하를 거느리고 위풍당당하던 두목이 나와 저팔계를 어쩌지 못하자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너 나랑 정정당당하게 일대일로 싸우자."
둘을 상대로 3천이나 끌고 와서 정정당당을 외치다니. 넌 어서 죽어서 한국에 환생해라. 정치인 그거 사회 지위도 높고 돈도 되고 여러모로 좋은 직업이야. 네 적성에도 딱 맞고.
"너 개 요괴였어?"
뻔히 알면서도 도발했다. 개라는 소리를 제일 싫어하는 늑대 요괴는 지랄발광이라는 표현이 점잖게 여겨질 정도로 난리를 피웠다.
싸우며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기 위해, 힘 조절을 제대로 하기 위해.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진체를 감추기 위함이다. 진체는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알맹이다. 모순되는 말인 것 같지만, 가장 진실한 내 모습이라고 여길 수 있다. 감성적일수록 진체가 밖으로 잘 드러난다.
모든 신선이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천궁이 그래서 무서운 거다. 천궁이 만든 통치 체계가 얼마나 단단했으면 진체를 마음껏 드러내고 사는 게 습관이 되었을까?
여하튼, 내 도발에 걸린 늑대의 진체가 만져질 것처럼 뚜렷하게 드러났다. 굳이 도발 안 해도 내 실력이 훨씬 우위인데, 종족 비하 발언으로 상대 최대 약점을 드러내게 했다. 식은 죽에 얼음 넣어서 마시는 수준이다.
붕천권도 아닌 평범한 주먹에 늑대가 명을 달리했다. 졸개 요괴들이 아무리 멍청해도, 내가 그냥 주먹질로 자기네 두목을 때려잡은 걸 구분할 머리는 있다. 늑대 요괴의 영혼을 잡아서 저승사자에게 건네주자 겁에 질린 요괴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가!"
저팔계는 내 당부를 잊지 않고 사람 모습으로 싸웠다. 구치정파로는 한 번에 기껏 해 셋을 죽일 수 있고, 보통은 한 놈밖에 공격하지 못한다. 중병기이긴 하지만, 아홉 개 발로 살상하는 무기라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없다.
그래서 싸우는 내내 불만이었던 저팔계는 요괴들이 도망치며 자신에 대한 포위가 느슨해지자 거신법으로 몸집을 키우고 구치정파도 크게 만들었다.
예전에 금두산에서 멍청하게 구치정파로 달려오는 소 떼를 막으려다가 웃음거리 된 적 있다. 저팔계는 그 교훈을 받아들여 구치정파를 180도 돌렸다. 뾰족한 아홉 발이 위로 향하게 한 후, 웅크리고 앉아서 몸을 돌렸다. 저팔계 주변에 있던 요괴들이 머리가 터지고 배가 터지고 사지가 잘려나갔다.
저승사자들이 신나서 도망치려는 영혼들에 오라를 지웠다. 나도 영혼이 느껴지는 족족 잡아서 내 곁에 있는 저승사자들에게 넘겼다. 우두와 마면의 숫자가 부족해서 묶인 영혼이 점점 많아졌다.
"야, 본진 온다. 나 원신 드러내야 할 것 같은데?"
"아냐, 내가 해치울 테니 넌 좀 쉬고 있어."
사방에서 먼지를 뽀얗게 일구며 요괴들이 달려왔다. 보통 선봉은 상대의 예기를 꺾기 위해 최정예로 구성한다. 그러나 마교의 선봉대는 두목과 몇몇 괜찮은 요괴 제외하면 조잡한 요기를 풍기는 오합지졸이었다.
반면, 지금 다가오는 본진은 정예다. 관구에서 봤던 요괴들보다 더 질서 있게 달려온다. 이러면 아까 마구잡이로 덤비던 놈들보다 상대하기 쉽잖아.
붕천권은 첩경이다. 첩은 겹친다는 뜻이다. 발경을 겹쳐서 강하게 만든 게 붕천권이다.
추산권은 추경이다. 쉽게 말하면 미는 힘이다. 이건 저팔계 덕분에 깨달은 권법.
지동권은 진권이다. 상대의 탄성 한계에 가까울 정도의 힘으로 타격하여 최대의 진동을 만드는 권법. 이 권법은 상황에 따른 미세한 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난 이 권법이 제일 젬병이다.
그러나 지동권이 파괴력만 생각하고 힘 조절을 포기한다면? 거기에 붕천권과 추산권도 합치면? 수십 번의 흔들림이 한 번으로 겹쳐서 펼쳐지면 얼마나 강할까? 추산권은 미는 힘, 지동권의 진력이 땅에 더 잘 전달되도록 해주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지붕산열(地崩山裂)!"
가끔 무협에서 초식 이름을 외치며 싸우는 걸 보면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실용주의적인 면이 많은 나는 몰래 그리고 확실히 상대를 해치우는 걸 선호한다.
그런데 정작 나도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희열을 누르지 못하고 외쳐댔다. 다행히 저팔계는 비난이나 조소가 아닌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톡.
손가락에 난 털의 끝이나 바닥에 닿았을까? 내 주먹이 바닥에 닿은 그 순간은 수유, 찰나라는 시간에 비교하면 더 길까 짧을까? 왜 분명히 주먹이 바닥에 닿았던 것 같은데 반탄력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까?
"와, 개 소름."
저팔계가 볼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 몸에도 소름이 살짝 돋았다.
나를 시작점으로 부채꼴로 넓은 면적의 땅이 뒤집혔다. 흔들리고 갈라지고 한 게 아니라, 프라이팬 흔들어 전 뒤집듯이 땅이 공중제비 돌아 홀랑 180도 뒤집혔다.
대충 2만은 될 것 같은 요괴가 뒤집힌 땅에 묻혔다. 상상을 뛰어넘은 위력에 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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