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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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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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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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전자 (2)

DUMMY

"정인준씨?"


회사에서 퇴근하는 정인준에게 옷 태가 좋은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누구십니까?"


정인준의 질문에 남성은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저는 성일전자 대외영업부 2팀 정영선 과장입니다."


"흠.."


인준은 명함을 잠시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저에게는 무슨 일로?"


"아~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저기 보이는 커피숍에 잠시 들어가서 편안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음.. 그러니까 무슨 일이신데요?"


정영선은 정인준의 돌직구에 민망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하하, 왜 이렇게 다들 성격이 급하신지.. 제가 좀 살펴보니 정인준씨가 SH 전자에서 로봇청소기를 제작하는데 1등공신인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저희 성일전자에서 우수인력을 스카웃 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저희에게 오시면.."


"안가요."


정인준은 스카우트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딱 잘라서 말했다. 그는 지난 박람회에서 성일전자가 했던 제안, 이들이 개발한 로봇 청소기 기술을 날로 먹으려고 했던 그것을 알고 있었고, 성일전자에 대해 좋지않은 인식이 박혀있는 상태였다. 상남자 성격의 정인준 입장에서는 더 들어볼 필요도 없는 제안이었다.


"아니, 저기, 그러지 말고 제안이라도 한 번.."


"아, 글쎄 안가요. 듣기도 싫구요."


"... 후회하실 텐데요.."


"후회 안 한다니까요? 안녕히 가세요."


"..."


정영선은 정인준의 말에 인사도 하지 않고 뒤돌아섰다. 그의 얼굴은 더 붉어질 수 없을만큼 붉어져 있었다.


"SH전자 연놈들.. 두고보자.."


그는 복수의 칼을 갈면서 사무실로 복귀했다.





**





정영선은 이후에도 몇몇 친구들을 더 만나보았으나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했다.


"네, 네. 그렇다니까요. 좀 도와주세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게 서로에게 좋잖아요?"


정영선은 오이마트 관계자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오이마트는 자체 제품이 없는 유통전문 회사이기에 성일전자와의 협력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만약 성일전자에서 오이마트에 물건을 공급하지 않게되면, 오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중 1/4 정도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거대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성일전자 입장에서는 자체 판매망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오이마트에서 물건을 빼더라도 손실은 있을지언정 치명적인 타격은 아니었다.


지금 정영선은 그 관계를 이용하여 오이마트에 반강제로 협조를 부탁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결국 오이마트 관계자는 그 부탁에 굴복하여 SH전자의 로봇청소기를 판매중지하기로 결정했다. 판매 물품이 달랑 하나인 SH전자와 다양한 스펙트럼의 전자제품을 내놓는 성일전자는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되질 못했다.


이렇게 SH전자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었다.





**





"뭐라구요? 오이마트에서 우리 제품의 입점을 거부했다구요?"


윤소희는 비서가 전해온 충격적인 소식에 놀래서 고함을 질렀다. 인터넷 판매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오이마트가 청소기 판매의 60퍼센트가 넘는 포션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점점 늘어나는 판매량을 예상하여 공장 규모를 확장까지 한 상황이기에 잘못하면 회사가 부도의 위기에 처할수도 있었다.


"대체 원인이 뭐랍니까?"


눈에서 불꽃이 튀는 윤소희의 모습에 비서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게.. 성일전자에서 입김을 넣은 모양입니다."


"끄으~ 성일전자 놈들..."


윤소희는 이를 갈며 성일전자를 욕했다.


"더구나 이 놈들이 우리 기술진을 빼가려는 시도도 한 모양입니다."


"뭐가 어째??"


윤소희가 기함을 하자, 비서는 톤을 살짝 낮추며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터넷 판매망이라도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워낙 쇼핑몰 수도 많고, 인터넷 쇼핑몰 입장에서는 성일전자 제품의 판매유무에 크게 아쉬울 것이 없기에 오이마트와는 입장이 달랐고, 따라서 성일전자에서 어떠한 압력도 가할 수가 없었다.


윤소희는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는 것을 겨우 누그러뜨리며 물었다.


"후... 그래서 판매량 감소는 어느 정도 수준이지?"


"실질적으로 오이마트의 판매량이 60퍼센트가 넘는 수준이었기에, 그 실적이 전부 날아갔습니다. 지금까지 판매하던 수준의 35퍼센트 정도만 남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아.. 미치겠네, 정말. 그거라도 유지하면서 버텨봐야죠. 오이마트가 막혔으니 반대급부로 인터넷 판매량이 늘기는 할 테니까..."


"네."


"그리고 오이마트 물품 담당자한테 전화좀 넣어요. 내가 만나잔다고."


"알겠습니다."





**





이후 윤소희는 오이마트 물품 담당자와의 만남에서 애원도 하고 화도 내보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성일전자의 압력과 SH전자의 부탁은 애초에 게임이 되지 않았다.


"으으으.."


판매량이 과하게 감소한 상태에서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였고, 그러다보니 공장 유지비에 임금까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재고까지 늘어나니 죽을 맛이었다. 그렇다고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면 근로자들이 놀게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영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이상혁이 한달음에 달려와 상황을 확인했다.


지금은 늘어난 인터넷 판매량으로 겨우겨우 버티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에 봉착하고 있었다.


"흐음.."


상혁이 신음을 흘리며 인상을 찌푸리자, 윤소희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네. 하는 데까지는 해봤는데 방법이 없어. 미안..."


이상혁은 윤소희의 말에 괜찮다고 하며 말했다.


"다른 판매망을 뚫어낼 방법은 없나?"


"없어. 국내에는 전자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몇 종류 없어. 그렇기에 오이마트가 막히면 큰 타격이 오는거야. 더구나 다른 매장에는 성일전자에서 손을 쓰지 않았을까? 아.. 이래서 독과점은 막아야 하는건데..."


"아오, 됐고, 그래서 인터넷 판매량은 충분히 늘어나고 있어?"


"아니. 점차적으로 늘기는 하는데, 아직은 부족해.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풀리기는 하겠지."


"흐음.. 시간을 버티는게 관건인가.."


상혁은 손으로 턱을괴고 생각에 잠겼다. 이건 어차피 자신이 뭘 해줄래도 해줄 것이 없다. 안타깝게도 경영과는 거리가 먼 자신 아닌가..


그 때 비서가 다급한 태도로 들어왔다.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윤소희는 비서의 말에 짜증이 잔뜩 난 표정으로 물었다.


"이번엔 뭔데요?"


"부품업체 한 곳에서 연락이 왔는데, 앞으로 납품하지 않겠답니다."


"뭐? 왜요?"


"이번에도 성일전자인 것 같습니다."


윤소희는 또다시 나오는 성일전자의 이름에 이가 부서져라 갈며 으르렁거렸다.


"으으으... 성일전자 이 새끼들..."


그리고 이상혁도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하.."


부품 공급이 되지 않으면 당연하게도 제품을 만들 수가 없다. 그리고, 성일전자의 힘이 전방위적으로 미치는 상황에서 하나의 부품업체에만 손을 썼을리가 없으니 추가적으로 다른 업체들에서도 연락이 올 것이 분명했다.


"아주 망하게 하려고 작정을 했군."


윤소희의 말에 이상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는 곳이 이렇게까지 치졸하게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다."


"내 말이.."


"..."


둘은 각자의 생각에 빠져 말이 없어졌고,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지나갔다. 그 때,


- 삐~ 사장님, 지난번에 오셨던 성일전자 정영선 과장입니다. 연결해드릴까요?


인터폰을 통해 들리는 비서의 목소리에 윤소희는 화를 참으며 대답했다.


"해주세요."


윤소희는 말과 함께 전화기를 스피커폰 모드로 돌려놓았고 곧 스피커를 통해 정영선의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이구~ 안녕하십니까, 윤사장님~


하지만 윤소희의 말투가 고울리가 없었다.


"쓸데없는 말씀 마시고 용건만 말하세요."


- 하하~ 성격 급하신건 여전하시군요.


"전화 끊습니다."


- 아~ 잠깐 잠깐.. 알았어요, 말할게요.


"..."


- 어떠십니까? 버틸만 하십니까?


"..."


- 지난번의 그 제안 다시 하죠. 10억 드릴테니 회사를 넘기세요.


"뭐라구요? 10억이요?"


윤소희가 기가차서 말을 잇지 못하자 정영선은 능글거리며 말했다.


- 네, 10억이요. 상황이 바뀌었으니 가격도 바뀌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하..."


- 잘 생각하세요. 이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그나마도 못 건집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 다음번에 전화할 때는 5억으로 줄어듭니다. 그 전에 전화하세요. 그리고 그 시기도 지나면... 부도?


윤소희는 화를 견디지 못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너무나도 화가 나는 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저들은 불법을 저지르는게 아니고 그냥 자신들의 힘을 마음껏 휘두르는게 다였기에 소송을 걸 수도 없었다. 자기 물건 납품 안 하겠다는게 무슨 잘못인가.. 부품업체들에게는 일을 주지 않겠다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하아..."


이상혁은 정영선의 말을 듣고, 윤소희의 표정을 보며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불행중 다행인가.. 판매량이 줄었으니 당장 부품수급이 문제가 되지는 않겠네.."


"..."


이상혁은 윤소희의 한탄섞인 말에 꿀먹은 벙어리가 될 뿐이었다.


"내가 우리 부모님한테 도움을 요청해볼게."


윤소희가 고민끝에 QJ그룹을 들먹이자, 이상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조금만 기다려봐."


그리고는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접니다. 혹시 지금 잠깐 뵐 수 있을까요?"


간단하게 통화를 끝낸 이상혁은 회사를 빠져나갔다.




**




이상혁이 도움을 청하고자 찾아온 사람은 백진호 회장이었다.


이상혁은 그간의 사정을 말하고 조언을 구했다.


"... 그것 참 곤란하게 되었구만.."


"네. 회장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하아~ 정말 고약한 놈들이야. 그 놈들은 대기업이라고 큰소리치면서 뒤로는 그렇게 지저분한 짓을 해서 빼앗은 중소기업들이 한둘이 아니야. 절대로 제값을 치르고 얻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거든. 국가 전체가 비호를 해주니까.."


"그러니까 말입니다. 데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회장님."


"글쎄.. 일단 내가 손을 써줄 방법이 마땅치가 않아. 나도 대한민국에서 사업하는 입장에서 성일전자와 정면으로 충돌하기가 쉽지 않거든.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그룹과 성일그룹은 체급 자체가 다르니까."


"후.."


이상혁은 백진호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싸움이라면 자신있지만 이런 분야는 정말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 비벼볼 곳도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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