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원의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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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그림/삽화
Bartolomé武本
작품등록일 :
2018.09.03 12:51
최근연재일 :
2019.02.19 11:46
연재수 :
144 회
조회수 :
29,852
추천수 :
674
글자수 :
435,443

작성
19.02.02 11:34
조회
129
추천
3
글자
7쪽

129화 공주님은 못 말려

DUMMY

공주가 찔리게 될 물레의 위치를 확인한 김유빈과 이청하는 길고 긴 복도를 걸어 공주의 방으로 되돌아온다.

"이렇게 편히 갈 수 있네요."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지."

김유빈의 비꼬는 말에 이청하는 볼을 부풀린다. 이청하는 화가 났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제 자리에 멈추어 선다. 김유빈은 그런 이청하를 무시하고 계속 걸어나간다. 김유빈이 작게 보이게 될 때까지 멈춰있던 이청하는 결국 김유빈을 쫓아간다.

"같이 가요!"

뒤에서 이청하가 달려오자 김유빈은 걷는 속도를 조금 늦춘다. 달려온 이청하는 김유빈의 옆에 멈춰 서서 숨을 몰아쉰다.

"뭔 걸음이 그렇게 빨라요."

"누가 멈춰 있으랬나?"

김유빈의 대답에 이청하는 혀를 찬다. 이청하의 반응을 무시한 김유빈은 다시 길을 걷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서들은 공주의 방에 도착했다. 공주는 침대에 얌전히 누워 있다. 시간이 멈췄기에 당연한 일이지만.

"이제 시간을 다시 풀어볼까?"

김유빈은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낸다. 시침을 손가락으로 건드리자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막 잠이 든 공주는 느껴지는 찬 바람에 눈을 뜬다. 몸을 일으켜 창문을 보지만 잘 닫혀 있다. 공주는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침대에 등을 붙인다.

"으어. 들킨 줄 알았네."

공주의 움직임에 놀랐던 김유빈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청하도 멈추었던 숨을 다시 쉬기 시작한다.

"방법은 생각해 둔 게 있다고 했지?"

"네. 걱정하지 마세요!"

이청하는 자신 있게 외치며 펜을 들어 올린다. 황금의 펜이 휘둘러지고 이청하의 모습이 변해간다. 키는 조금 더 커지고 얼굴이 전체적으로 변화한다. 입고 있던 옷도 변하여 가벼운 드레스 차림이 된다.

"어때요?"

"나쁘지는 않네."

김유빈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청하는 살짝 볼을 부풀린다.

"어떤 방식으로 할 건데?"

"보고만 있으시면 됩니다!"

드레스를 입은 이청하는 당당하게 외친다. 김유빈은 한숨을 쉬고 마법서를 펼친다. 이청하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잘 모르겠지만, 모습을 바꿨다는 것은 이야기에 직접 출연하겠다는 의미.

김유빈은 주문을 외운다. 마법이 이야기에 적용되고 투명했던 이청하의 몸이 다시 나타난다.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한 이청하는 헛기침을 잠깐 하고 잠이 든 공주에게 다가간다. 김유빈은 불안하긴 하지만, 그저 바라만 본다.

"공주님. 여기서 주무시고 계시면 어떻게요."

이청하는 잠이 든 공주의 어깨를 흔들어 깨운다. 그에 따라 공주는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공주는 자신을 흔들어 깨운 이청하를 바라본다.

"누구?"

그 목소리에는 몽롱함이 묻어나와 있다. 이청하는 손을 뒤로 숨기고 펜을 살짝 휘두른다.

"공주님! 얼마나 주무셨으면 저도 기억 못 하세요?"

"아. 맞다. 미안하군."

펜이 휘둘러지며 이청하는 이야기의 인물이 되었다. 김유빈은 이청하의 방식에 작은 감탄을 보낸다.

"여기서 뭐 하시는 거에요? 연회장에 가셔야 하지 않아요?"

이청하의 질문에 공주의 얼굴이 팍 구겨진다. 공주는 혀를 한 번 차고 대답한다.

"난 그 늙은이들이 너무 싫어. 안 가면 안 돼?"

"에휴.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폐하가 찾으러 올지 모르니 서쪽 탑에 숨어 계시는 건 어떨까요?"

​"오오! 좋은 생각이다! 그럼 난 움직일게!"

공주는 침대에서 얼른 뛰쳐나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공주가 방 밖으로 사라진 것을 확인한 이청하는 다시 황금의 펜을 휘두른다.

이청하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한다. 키는 줄어들고 옷도 변한다. 얼굴도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

"수고했어. 연기 좀 하는데?"

김유빈의 칭찬에 이청하가 쑥스러운지 얼굴을 살짝 붉힌다. 이청하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 과장된 몸짓으로 손을 들어 올린다.

"얼른 공주나 따라가죠!"

그 모습에 김유빈은 실소하고 이청하의 뒤를 따라간다.

이청하의 조언을 들은 공주는 복도를 조심스레 지나간다. 병사나 시종들의 모습이 보이면 모퉁이 뒤로 몸을 숨긴다. 사서들은 그런 공주의 뒤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쫓는다.

생각보다 몸놀림이 가벼운 공주는 별다른 문제 없이 병사들을 피해 복도를 지나간다. 그렇게 공주는 서쪽 탑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서게 된다.

"여긴가? 한 번도 온 적이 없는데."

공주는 나무로 만들어진 문을 바라본다. 처음 온 장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쉽게 문을 열지 않는다.

"등을 살짝 밀어줘야겠네요."

이청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지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한다. 김유빈은 이청하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살짝 뒤로 물러선다.

"선배."

"응?"

"목소리 변조하는 마법도 있어요?"

이청하는 뭔가 떠올랐는지 눈을 반짝이며 김유빈을 바라본다.

"당연히 있지."

김유빈은 곧바로 마법서를 펼친다.

"어떤 목소리가 필요해?"

"중후한 남성이요."

이청하의 요청을 받아들인 김유빈은 마법서에 적힌 주문을 읊기 시작한다. 이청하는 마법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작게 중얼거린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장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이청하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매우 낮고 굵고 갈라지는 남자의 목소리. 이청하는 자기 목소리를 듣고 소름이 돋는다.

"으으. 엄청나게 이상해요."

"나도 이상해."

김유빈도 이청하의 입에서 나오는 아저씨의 목소리에 인상을 찡그린다. 자신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청하는 빠르게 끝내기 위해 목을 가다듬는다.

"그런데 투명 상태에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나요?"

"가능해."

아저씨의 목소리로 질문하는 이청하의 눈을 김유빈은 피하며 대답한다. 김유빈은 다시 마법서의 주문을 읊는다. 작은 빛이 이청하의 주변에 반짝인다.

김유빈은 마법이 발현되었다는 의미로 이청하에게 눈짓을 준다. 이청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벌린다.

"공주님! 어디 계십니까!"

공주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떤다. 자신을 잡으러 온 병사로 착각한 공주는 침을 삼키고 나무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청하는 공주의 행동을 보고 팔짱을 끼고 코웃음을 친다.

"잘했어. 마법은 풀어줄게."

김유빈이 다시 마법의 주문을 외우자 이청하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경찰청 쇠창살은 외 쇠창살이고, 검찰청 쇠창살은 쌍 쇠창살이다."

이청하의 목소리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에 만족한 이청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공주님을 따라가죠."

사서들은 공주를 따라 서쪽 탑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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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특별편 사서 김유빈 19.02.14 86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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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130화 잠자는 공주 19.02.04 91 3 7쪽
» 129화 공주님은 못 말려 19.02.02 130 3 7쪽
128 128화 지붕 위의 탐색자 19.02.01 90 3 7쪽
127 127화 태어났더니 저주에 걸렸던 건에 대하여 19.01.31 98 3 7쪽
126 126화 고요한 해변 19.01.30 95 3 7쪽
125 125화 빌어먹을 신년회 19.01.29 98 3 8쪽
124 124화 강물은 푸르게 흐르리라 19.01.28 100 2 7쪽
123 123화 페이스 오프 19.01.26 110 2 7쪽
122 122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19.01.25 111 2 7쪽
121 121화 사악의 콩쥐 19.01.24 149 2 7쪽
120 120화 나무 호미를 든 팥쥐 19.01.23 97 2 7쪽
119 119화 콩쥐, 팥쥐 19.01.22 100 3 7쪽
118 118화 사뭇 진지한 대화 +1 19.01.21 99 3 7쪽
117 117화 불길한 기분은 언제나 들어맞는 법 ​ +1 19.01.19 197 3 7쪽
116 116화 물의 전차 19.01.18 117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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