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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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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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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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DUMMY

P. 연쇄 살인마 박살.

어린 시절 그를 학대하던 원장이 대충 지어준 이름이 박살이었다.


[네 독기 어린 눈빛은 딱 살인마야. 그것도 연쇄 살인마.]


수시로 그를 비롯해 다른 아이들을 구타하던 역겨운 새끼.

보육원 원장, 이 개새끼가 비명도 지르지 않고 노려보는 그를 보고 한 말이 십 년이 지나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저놈을 죽여라!”

“잘생긴 사내가 어떻게 어린아이들을 그리 잔혹하게...”

“퉷!”

땅땅땅.

“조용히 하세요.”

그리고 법정에 피고석에 앉아 사람들의 욕을 듣는 신세가 될 줄을 몰랐다.

‘경찰이 되지 않았다면...’

구타와 성폭행으로 정신을 놓아버린 한 여학생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고, 악착같이 모은 증거를 동료가 훔쳐 불태우는 장면을 목격하지 않았을 것이며, 밤중 경찰 숙소에 자고 있는데 누군지 모를 사람에게 복부를 찔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땐 운이 좋았다.’

그가 드물게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우심증 정확히는 모든 내부 장기가 반대로 있는 특별한 케이스라서 살아남았다.


[상대도 두 번 죽이려 들진 않을 거다.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고 푹 쉬다 돌아와. 물론 오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겠지만.]


부장이 한 말에 그는 억장이 무너졌다.

‘어이가 없었지, 애초에 지옥에서 살아남은 걸 감사하라니.’

경찰이 된 그 순간을 제외하고, 그에겐 세상은 언제나 지옥이었다.

서로 시기, 질투, 의심, 다툼 등을 일삼는 세상, 돈이면 모든 행동이 정당화되는 세상, 그런 세상이 지옥이 아니고 무엇일까?

민주? 법치?

‘지랄.’

오로지 돈.

돈이 필요하다면 민주와 법치는 뒤로 물리는 자본주의의 나라가 한국이라는 걸 그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니들도 불쌍하다. 역사대로 흐른다면 우리나라도 곧 일본처럼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고 돈에 완전히 묻히게 되겠지, 아니 더 최악일 거다. 우린 그들보다 가난하니까. 결국 이것도 돈이구나... 빌어먹을 세상이지 않냐.]


중학교 시절, 염세주의에 빠진 채 항상 비관적인 국사 선생이 한 말이 현실로 될 줄은 몰랐다.

어쩌면 수 천 년 동안 기술과 문명이 발달 돼도 인간의 탐욕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이름도 기억 안 나는 국사 선생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역사 공부나 할 걸 그랬나.’

실없는 생각도 잠시.

재판정 소란이 진정 되면서, 재판은 다시 진행됐다.

눈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랗게 뜬 검사가 박살에게 질문했다.

“그래서 여학생이 자살한 기일에 맞춰서 찾아간 순수한 아이들을 창고에 끌고 가, 죽이거나 죽음에 이를 정도의 피해를 주었다는 겁니까?”

끌고 간 건 아이들 곁에 있던 경호원들은 탈을 쓴 조폭들이었고, 자신이 죽이려고 한 게 아니라 애들이 먼저 죽이려고 했다.

어이가 너무 없어서 잠시 침묵했던 박살이 검사를 노려본다.

“순수하다라. 여학생을 고문하고 성폭행한 게 순수한 겁니까?”

“그건 여학생의 정신병 때문으로 밝혀진 상황입니다. 설마 당신도 정신병이 있다는 식으로 형량을 낮추고 싶은 거라면 소용없을 겁니다.”

“저는 정상이고 앞으로도 정상일 겁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오히려 나에게 어떻게든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당신이 비정상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차분하게 답하는 박살이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매서운 빛을 품고 있었기에, 검사의 가느다란 눈에 숨은 눈동자는 그가 아닌 옆을 응시했다.

“흠흠. 그래서 피고인은 자신을 무죄라고 주장-”

“무죄가 아니라 정당방위입니다. 검사님. 이미 전에 판사님 앞에서 말씀드린 거로 아는데요.”

그의 말에 검사는 움찔했지만,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정당방위라고요? 경찰이 체포할 당시, 죽거나 다친 아이들에겐 무기가 들려 있지 않았습니다. 아까 보여준 실시간 촬영 영상을 보면-”

“차에서 내릴 때부터 찍은 영상도 아니고, 제가 잡혔다고 검사님이 말한 시간에서, 삼십 분이나 지난 전자시계가 찍힌 영상이 정말로 실시간 촬영된 겁니까?”

박살의 말에 재판정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움찔하더니, 시선을 검사에게로 돌리자, 검사는 슬쩍 박살 뒤쪽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박살의 입가엔 미소가 맺힌다.

‘역시 왔군.’

이 모든 일의 중심이자, 원흉.

아이들의 중심인 장용호의 할아버지이자, 재판 거래로 불명예 퇴직했지만, 여타 중요 사건 변호인으로 맹활약 중인 남자가 왔다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박살이 갑작스레 몸을 일으켜 뒤를 바라보았다.

‘역시 있었어!’

“피고인! 앉지 못합니까!”

“피고인!”

뒤에서 검사와 재판장의 말을 귓가 흘리며, 박살이 방청석으로 몸을 움직이며 소리쳤다.

“장동준 네가 노욕에 빠져 손주와 함께 벌인 일이잖아!”

그의 외침에 박살과 장동준을 제외한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고개가 제일 뒤편에 있는 사람에게 향했다.

검은 양복 차림의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반백의 신사, 장동준은 입을 굳게 다물고는 박살을 노려보다 판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해! 어서 막아!”

재판장의 외침에 외곽에 서 있던 박살보다 십 센티는 더 커 보이는 덩치 큰 보완 관리대 두 사람이 뛰어온다. 그사이 박살의 말은 계속됐다.

“장동준, 이밀집, 나상훈, 너희가 하던 짓을 본 손주들이 따라 했다는 증거가, 지금쯤이면 인터넷에 떠돌고 있을 거다. 그리고 추가로 너희가 지난 일 년간 벌인 비리를 증명할 증거 또한 떠돌고 있겠지.”

그의 말에 장동준은 벌떡 일어났고, 옆에 서 있던 수행비서의 손에 들린 태블릿을 빼앗았다.

그리고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을 본 박살은 세상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두 번째로 행복이란 걸 느꼈다.

‘그래 죄인이라면 저렇게 돼야지. 사람들의 성난 눈길을 받고 몸을 움츠리며 일그러진 얼굴을 한 채 괴로워해야...’

“우와 대박.”

“저 새끼가 더러운 놈이었네!”

사람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장동준은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듯 몸을 출구가 있는 곳을 향해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어차피 손주가 손에 든 권총을 겨누며 지껄인 동영상이라 정황상 유력하나 명확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건 그도 잘 알았다.

일 년 넘게 숨죽인 채 모은 증거로 그들의 사업과 관련된 비리는 증명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여학생 고문 및 성폭행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있었지만, 그의 동료가 없애 버렸다.

결론은 인권을 핑계로 벌은 약하고 무죄추정원칙에 관련된 제약이 높거나 정상참작이 많은 전형적인 독재정권 스타일의 한국 법상, 저들은 금세 다시 세상에 나올 것이고, 그사이 자신은 권총을 든 상대들을 죽인 것이 정당방위가 아닌 과실치사로 변해 감방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럴 바엔 내 손으로 끝을 낸다.’

장동준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의 노욕에 성폭행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돈에 굴복했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얼마나 큰 분노가 담겨 있는지...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법정 안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덕분에...

툭.

너무도 손쉽게 그를 옥죄고 있던 밧줄이 풀렸다.

보안관리대원 두 명을 밀친 그는 그 중 사각 턱의 사내를 스치듯 바라본 후 곧바로 앞으로 뛰어나갔다.

“으악!”

“피해!”

성난 연쇄 살인마 박살의 전진에 사람들이 옆으로 피한 가운데, 그의 주먹 쥔 손이 봉을 들고 막아선 수행비서의 턱을 정확히 타격했다.

빠각.

무엇보다 장동준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죽어!”

빠각!

자신이 오늘 대한민국사 처음으로 법정에서 봉으로 맞아 죽을 거라는 걸 말이다.



다음날, 독방에 갇혀 있던 쥐색 죄수복을 입은 박살이 일어섰을 때, 철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철문 너머로 보인 세상을 본 그의 눈동자는 심하게 떨렸다.

일 분 정도 멍하니 보고 있던 그가 중얼거린다.

“우주?”


작가의말

오래간만이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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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50. 이제 이곳은 -2-,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1- 19.03.13 382 7 11쪽
124 50. 이제 이곳은 -1- 19.03.09 369 8 11쪽
123 49. 하나 -3- 19.03.08 362 7 12쪽
122 49. 하나 -2- 19.03.07 355 6 10쪽
121 49. 하나 -1- 19.03.06 380 6 12쪽
120 48. 뱀 사냥 -1- 19.03.05 428 6 10쪽
119 47. 목에 방울을 단 남자 -1- 19.03.02 380 8 11쪽
118 46. 웨이브 -2- +1 19.03.01 374 8 11쪽
117 45. 주신전 -3-, 46. 웨이브 -1- 19.02.25 389 8 11쪽
116 45. 주신전 -2- 19.02.23 390 10 11쪽
115 44. 해후 -2-, 45. 주신전 -1- +2 19.02.21 393 9 12쪽
114 43. 파죽지세 -4-, 44. 해후 -1- +2 19.02.20 401 9 11쪽
113 43. 파죽지세 -3- 19.02.19 413 8 11쪽
112 43. 파죽지세 -2- 19.02.18 407 9 15쪽
111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2-, 43. 파죽지세 -1- +1 19.02.16 455 7 11쪽
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2 6 16쪽
109 41. 내로남불의 시대 -4- +1 19.02.12 420 7 13쪽
108 41. 내로남불의 시대 -3- +2 19.02.11 392 7 11쪽
107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1 7 11쪽
106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2 7 12쪽
105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1 7 11쪽
104 39. 네 떡? 내 떡? -3- +2 19.01.29 431 8 16쪽
103 39. 네 떡? 내 떡? -2- +2 19.01.28 410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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