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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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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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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북진? 남진? -1-

DUMMY

104

**북진? 남진?**

안정이 끝나고 있을 줄 알았던 오아시스는 없었고, 대신 새로운 시련이 박살들에게 찾아왔다.


*열 번째 시련, 점령.*

-기나긴 안정으로 결계가 너무 강해져서 깨지면, 서로를 갈라놨던 결계가 사라진다.

-상대 진영에 주신의 기운이 담긴 공석을 심는다면 담긴 기운의 양에 따라 주변을 흡수할 수 있다. 단, 경계와 인접해 있어야 하며 공석은 시련이 끝나기 전까지 뽑히지 않아야 인정된다.

-기간은 결계가 복구될 때까지며, 그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다.

-점령 시작까지 남은 시간 167...


아직 뽑힌 지 얼마 안 된 지도자들이 조심스럽게 박살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우선 남은 오아시스 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곳도 중요하지만, 일단 주변 지역 정찰도 필요합니다.”

“아직 진행 중인 수도시설 정비도 신경 쓰지 않으면 나중에 큰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우선 지역인 동부구치소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순번을 언제까지 정하지 않을 생각입니까. 이참에 회의에서 시원하게 정하고...”

처음에는 중구난방으로 말하다가 강이슬과 감우호의 주도하에 의견 순서가 정해졌고,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하나씩 정해지기 시작했다.



0. 주신 박살의 점령 대비 공석 충전 = 모든 일에서 열외.

1. 주변 지역 정찰 및 방어전선 구축. = 군 간부들에게 우선 인원 차출.

2. 수도 시설과 상수도관 복구 = 1번 사항에서 불필요한 인원들을 차출.

3. 주요 거주 지역 청소 및 복구 = 1, 2번 사항에서 불필요한 인원들을 차출.

4. 새롭게 태어날 아이들을 위한...

...


결국 박살은 집무실에 남아 공석에 힘을 불어넣는 신세가 되었다.

하나씩 불어넣으면서, 크기와 형태 그리고 불어넣은 라이 별 양의 차이에 따라 들어가는 라이의 총량이 달라진다는 점을 알아서 작은 수확이 있었지만, 그것 말고는 박살이 한 일은 수련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더 하고 싶어도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인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강이슬과 감우호 참모진의 의견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었다.

“저는 잘 막아주고 있는 북쪽으로 가는 것보다, 기존에 평정한 지역인 수원으로 내려가는 게 옳다고 봅니다. 아직 바꾸지 못한 조각도 많아서 점령할 때 의외로 빠르게 점령할 수 있을 겁니다.”

감우호의 말에 강이슬은 고개를 저었다.

“절대 빠르지 않습니다. 인천에 세 지역이야 서로 싸운다고 치더라도, 안양을 비롯해 남쪽은 이미 우리가 내려갈 걸 예상하고 진을 치고 있을 겁니다. 특히 독재정권 형태로 쭉 이어온 안양과 오산 그리고 충주의 경우 우리의 남하를 제일 큰 위협으로 생각하고 인터넷에서 연합을 선언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북은 변이된 존재들도 있고, 핵과 생화학무기를 보유한 곳입니다. 또한 이번 홍수로 파묻은 지뢰 중 보물로 변해 강력한 파괴를 일으키는 폭탄으로 변했을지도 모르는데, 변수가 가득한 그곳을 가다니요. 불가합니다.”

“제가 언제 그곳까지 가자고 했습니까. 김포와 의정부 그리고 그 윗 지역에 평야 지대를 얻자는 거 아닙니까. 남쪽은 기존에 농업지역에 아파트 단지를 짓다가 만 곳들이 많아서 흉물이 된 지 오래입니다. 최소한 천안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언제 그곳까지 점령해서 농사를 시작합니까.”

“굳이 농사를 그곳에서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보라매에서 우리가 먹을 식량을 생산할 수 있지 않습니까.”

“쌀만 먹고 살면 가능하겠지만, 채소도 필요합니다. 게다가 어떤 일이 벌어져서 무산될지도 모르는데, 최소한 식량 생산지는 세 곳 이상에서 여유롭게 해야 한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하지만.-”

쿵.

공석을 책상 위로 세 개 내려놓은 박살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하고 나가. 그 얘긴 회의에서 해.”

“이건 형이 주관하는 거잖아. 남쪽이냐 북쪽이냐에 따라서 병력 형태나 양 진로 방향까지 모두 군부에서 정하는 거라고, 그런데 그렇게 방관하면 안 되지.”

“맞습니다. 이번엔 박살님도 회의 때 참석하는 만큼 미리 고려해보셔야 할 겁니다.”

“알았으니까. 화내기 전에 나가요.”

그가 얼굴까지 일그러뜨리면서 말하자, 그제야 두 사람이 말없이 집무실에서 걸어 나갔다.

“후... 싸우는 게 지치지도 않나. 그냥 둘 중 한 곳으로 가도 인명피해가 생기는 건 뻔한데... 저럴 시간에 방어구 수급 문제나 해결하지...”

-최대한 많은 이득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람 생명까지 걸고 벌이는 일이니, 저는 저분들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어둠 너까지 왜 그래. 내가 보기엔 두 곳 모두 변수가 너무 많아서 최대한 방어하며 지켜보다가 움직였으면 좋겠어.”

-하지만, 방어하다가는-

박살이 어둠의 말을 자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커진 놈들에게 먹힌다는 것쯤은 알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야겠지.”

이미 인터넷에서 각 지역의 패자를 정해질지 모른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었고, 아무리 질이 좋아도 양에 밀리면 답이 없다는 사실을 박살도 알기 때문에, 점령은 이미 기정사실로 하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박살이 소파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어둠 네 생각은 어때?”

-저는 북진이 좋을 거 같습니다. 어차피 부딪힐 인천 지역을 둘러싸는 지역인 데다가, 꾸준히 변이된 존재들이 나타나는 지역이 공석을 꾸준히 얻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어둠이 말하는 사이 소파에 앉은 박살이 녹차를 마시기 위해 잔을 들며 말했다.

“강이슬은 식량을 중심으로 말했는데, 너는 공석이 중심이구나.”

-아무래도 조각을 살 때 같은 조각을 교환하는 것보다는 공석이 훨씬 싸게 먹히는 거 같아서요.-

“음... 사실 나는 남진을 했으면 했어.”

-어째서죠.-

“우리.”

박살이 한 단어를 내뱉는 순간, 어둠에게서 긴 숨이 흘러나왔다.

-잠시 잊고 있었군요. 확실히 그들을 생각하면 무조건 남진해야 합니다.-

“그렇긴 한데. 네 의견대로 악인들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위해 북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어차피 우리라는 단체가 어떤 존재인지 알려졌고, 이미 그 단체에 협동으로 공격해 들어갈 것이 예고된 상황에서 나와 신도들이 내려갈 명분도 없는 상황이야. 더 큰 일이 터지면 모르겠지만, 애초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보다는 좀 더 나은 인간이 잘됐으면 좋겠어.”

-그런 식으로 따지면 북쪽에 우리 편을 들어준 세력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북진을 선택하면 배신감을 많이 느끼지 않을까요?-

어둠의 물음에 박살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래서 내가 움직이고 싶지가 않아. 뭘 해도 욕먹잖아. 차라리 나쁜 놈들만 잡을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어렵네요.-

어둠의 말에 박살은 녹차 한 모금을 한 뒤, 더 진해진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쓰다. 지금 이 상황이...”



정기회의 시간에 올라간 북진과 남진에 관한 안건은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굳이 생명을 걸어가며 외곽으로 나갈 필요가 있냐는 질문은 없었고, 단지 위냐 아래냐를 가지고 많은 이들이 서로 대립했다.

처음에는 박살과 대립했던 ‘우리’라는 단체와 그와 동조했던 수원과 평택 세력들을 공격할 명분이 있다면서 내려가자고 한 사람들이 많았다가, 공석과 변이된 존재들, 그리고 다음 오아시스 때 제일 많은 변이된 조각들이 있는 지역인 강원도를 공략할 수 있고, 나아가 북한까지 갈 수 있다는 북진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초대 의장으로 선출된 권장자가 단상에 서서 한마디 말을 하게 된다.

“남진이냐 북진이냐에 대한 최종 결론은, 북으로 가기로 한 것으로 2회차 회의가 끝이 났습니다.”

땅땅땅.

세 번의 지팡이를 내리친 그는 박살에게 상체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그럼 사람들이 최소한의 피해로 점령할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의 정중한 말과 행동에, 박살도 자리에서 일어나 같이 상체를 숙이며 대답했다.

“주신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회의가 잘 마무리된 후, 감우호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는데, 그에게 박살이 다가갔다.

“처음엔 너를 지지했는데 맘 바꿔서 미안하다.”

“박살님이 뭐가 미안합니까. 솔직히 저도 공석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맘이 끌렸습니다. 남쪽에 있는 우리라는 단체는 거슬리지만,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 또한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어느 쪽이든 나쁜 녀석들 잡으러 가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초반엔 착한 사람과 싸울지도 모르지.”

“아... 한동숙과 이찬동, 김국사 세력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박살이 고개를 끄덕이자, 감우호의 얼굴도 살짝 굳어진다.

“확실히 그들 때문이라도 남진하자고 제가 주장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착한지 나쁜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우리를 옹호한다고 해서 꼭 좋은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박살의 눈이 살짝 동그래졌다가 가늘어졌다.

“혹시 새로운 정보라도 들어온 거냐?”

“박살님보다 강해진다고 수련에 미친 우리 형이 노원구 외곽에서 의정부 사람과 만난 적이 있는데, 이상한 말을 하고는 사라졌답니다.”

“뭐하고 했지?”

“아무도 믿지 마. 특히 인간 모습을 한 것들은... 이라고 했습니다.”

“그자도 인간이었을 거 아니야.”

“빙의된 낌새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했어요. 아무튼 그 이후로 그곳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이상한 게 자주 보던 의정부 인사들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이후로는 박살님도 아시다시피 변이된 존재들이 넘어오는 숫자가 늘어났죠.”

“음... 더 자세한 건 모르나?”

“그건 모르겠습니다.”

“결국, 북으로 가야 한다는 건가.”

박살이 흐린 얼굴로 중얼거리는 가운데, 감우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북진이 잘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퍽.

“윽. 왜 제 어깨를-”

“왜긴 왜야. 기운이 없으니까 그렇지. 어서 가서 계획이나 짜자고.”

“저기 밤 새서 그런데-”

“갑시다.”

“네...”

박살이 힘찬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걸어간 가운데, 감우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이틀 뒤.

쩌쩍적. 쿠르르르.

길에 서 있던 박살들은 한 눈에도 보이는 균열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


-시작!-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살은 한 걸음 발을 내디뎠고, 그 뒤를 오백이 넘는 사람들이 따라 움직였다.

그들이 걷은 방향에 표지판은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의정부.


작가의말

후... 과연 내일까지 무사히 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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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43. 파죽지세 -2- 19.02.18 407 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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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1 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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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1 7 11쪽
106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2 7 12쪽
»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1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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