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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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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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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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뱀 사냥 -1-

DUMMY

119

**뱀이다.**

한 시간 뒤.

박살들은 평양에서 십 킬로 떨어진 곳에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뱀의 무리를 볼 수 있었다.

동영상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커 보이는 갈색 몸체를 가진 이레귤러의 모습을 본 박살의 감상은 간단했다.

“뱀이네.”

-정확히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어둠의 말대로 커다란 뱀 대가리가 정확히 박살들을 향해서 있었는데, 쉴 새 없이 혀를 날름거리며 자신들을 보는 뱀의 모습에 양소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 징그러.”

“징그러워봤자. 사람 죽은 모습보다 징그럽진 않지.”

중얼거린 박살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럼 어디 한번 간 좀 볼까?”

훙.

박살이 휘두른 정글도에서 붉은 기운이 나와 거대한 뱀에게 날아갔다. 잘 날아가던 붉은 기운이 그와 뱀 중간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허공으로 뛰어오른 꽃뱀들의 육탄 방어로 사그라졌다.

그리고 곧바로 거대한 뱀의 대가리에서 빛이 맺히는 걸 확인한 박살들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웅.

울리는 진동음과 함께 그들이 있던 곳에 길이는 십 미터 지름은 삼십 센티의 보라색 원통형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

뒤에 있는 절벽에 박힌 곳이 녹아내렸고, 기운이 스치고 지나간 곳에 보라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우우우우.

작은 진동음들이 사방에서 공명해 메아리처럼 들려옴과 동시에, 수백 개의 보라색 빛기둥이 흩어진 박살들에게 날아갔다.

이미 정보를 보고 피할 수 있는 능력자만 데려온 상황이라서 피해는 없었지만, 사방이 보라색 연기로 가득 차자 박살은 곧바로 뒤로 빼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일 킬로미터 떨어진 지정된 곳에 박살들이 모였을 때, 그들은 곧바로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삼 성도 충분히 피할만한 속도입니다.”

“보라색 연기에 노출된 잎이 빠르게 사그라든 걸 보니, 마시면 절대 안 될 거 같아요.”

-저도 영향을 주는 연기라 염들을 주도로 공격하기는 힘든 거 같습니다.-

“윤서영님이 준 보자기로 연기를 챙겨 놨습니다.”

사람들의 보고를 들은 박살은 휴대폰을 조작했다.

“강이슬 중국인 이종수 김진철 편으로 에이 투 지점으로 보내.”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공에서 금색 포탈이 나타나더니, 김진철과 그의 손에 목덜미를 붙잡힌 중국인 이종수가 나타났다.

“우와아악.”

털썩.

딸랑.

비명과 동시에 볼품없이 떨어진 이종수 옆에 착지한 김진철에게 조상호가 작은 노란 비닐봉지를 건넸다.

“독인지 산인지는 모르지만 보라색 연기를 채취한 겁니다. 윤서영님에게 보내면 될 겁니다.”

“예. 전달하겠습니다.”

“양소진 네 은신은 소용없을 거 같으니, 너도 돌아가.”

“하지만-”

“보라색 기둥 하나 제대로 못 막잖아. 실력 안 돼서 돌아가라는 거니까, 다음부터라도 참여하고 싶으면 김진철님처럼 수련해.”

박살이 단호하게 말하자, 양소진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네...”

그녀의 어깨를 감싼 김진철에게 박살이 말했다.

“예전 시절이라면 상관없지만, 지금은 능력이 없으면 목숨이 위험한 시대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 채근 못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수련은 꾸준히 시키세요.”

“알겠습니다.”

“돌아가세요.”

“네.”

고개를 숙인 김진철이 양소진을 데리고 포탈 속으로 사라졌다.

“미끼를 데려오라고 하신 걸 보니, 유인하실 생각이신 거 같은데, 어디로 가실 겁니까?”

중국인 이종수와 같은 이름인 이종수의 물음에, 박살은 자신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뱀 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선 사람들이 전부 대피한 함흥과 원산 주변을 돌며 전력을 깎아야겠습니다. 중국인 이종수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네...”

“뱀 무리 하나 처지 하지 못해서 우리에게 떠넘길 정도로 약한 곳이니, 우리가 말한 대로만 해준다면 네 자식은 구해주마.”

“감사합니다...”

“그럼 뱀 사냥을 시작해 볼까?”

“네.”

“예.”

“혹시 뱀술 만들어 먹어도 될까요?”

조상호의 말에 박살은 거대한 뱀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걸 담글 수 있는 병이 있다면 허락하지.”



하루 뒤, 함흠 도심.

부서진 건물잔해 사이로 박살에게 중국인 취급을 당하고 있는 이종수가 초라한 몰골을 한 채 숨을 헐떡거리며 앞으로 미친 듯이 뛰어갔다.

그 뒤를 작은 뱀들이 뒤따라 움직였고, 가끔 보라색 광선을 쏘아 보냈다.

지그재그로 불규칙으로 움직이는 그의 움직임에 광선이 빗나가는 가운데, 그들이 지나간 곳으로 전날보다 몸집이 삼 분의 일 수준으로 줄어든 거대 뱀이 지나갔다.

몸집이 줄어든 만큼 속도가 빨라져 있었는데, 잠시 멈춰선 뱀의 입에서 작은 뱀의 열 배는 더 크고 두꺼운 광선을 내뱉는다.

웅.

“헉!”

이종수가 간신히 피했지만, 지나가면서 퍼진 보라색 연기가 얼굴에 닿자,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거리가 좁혀지면서, 그에게 큰 위기가 닥치는 광경을 오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관찰하던 박살의 무리 중 그와 같은 이름의 이종수가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시선을 잘 끌어준 덕분에 웨이브 규모가 확 줄었습니다.”

“그가 아니라 감우호가 말한 작전대로 됐을 뿐입니다. 예상치 못하게 거대 뱀이 같은 뱀을 먹고 몸집을 유지한 변수는 있었지만, 시간이 약간 늦어졌을 뿐이지 이제 곧 사냥이 마무리할 수 있겠군요.”

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중국인 이종수의 비틀거림이 심해졌다.

“이제 한계가 온 거 같은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적들이 우리가 만들어 놓은 그물에 깊숙이 들어왔으니 시작합시다.”

말이 끝나자마자, 박살이 손을 들어 올렸고, 그의 신호에 거대 뱀과 녀석이 꾸린 무리 주변 건물 사이로 사람들과 염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각자 자신의 가장 강한 공격을 보라색 빔을 쏘아내는 뱀들에게 날렸다.

쿵.

삼천이 넘는 사람과 염이 쏟아낸 공격에 순식간에 뱀들이 있던 곳이 초토화되어버렸다.

오로지 눈앞에 이종수만 쫓아가던 거대 뱀은 그제야 혀를 날름거리며 이곳저곳을 바라보았지만, 공격한 자들은 전부 뒤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중 한 곳을 향해 보라색 빔을 쏘아내려고 하자,

“갑시다.”

은빛으로 잔잔하게 빛나는 정글도를 쥔 채 박살이 앞으로 몸을 날렸다.

웅.

가장 강한 기운을 발산하는 그에게 고개를 돌린 뱀이 보라색 광선을 쏘았는데, 그것을 간단하게 정글도르 비껴쳐서 위로 가게끔 한 박살이, 땅을 박차고 올라 뱀의 머리가 있는 곳까지 점프했다.

칠 미터 높이에 있는 거대 뱀 주둥이에는 다시 보라색 빛이 맺히고 있었는데, 빠르게 다가온 박살이 휘두른 정글도에 빛이 반으로 갈라졌다.

짙은 보라색 연기가 뱀 입안에 퍼졌는데, 그것이 바깥으로 나오기 전에 박살이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며 발을 휘둘러 뱀의 주둥이 윗부분을 쳐 입을 닫히게 해 막았다.

반동으로 살짝 공중에 뜬 박살은 정글도를 휘둘렀고, 그의 정글도에서 쏘아져 나온 붉은 기운이 뱀의 대가리를 감쌌다.

줄이 맞닿은 부위가 타오르기 시작하자, 거대 뱀이 자신의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박살은 약해진 붉은 기운을 보고는 정글도를 연달아 세 번 휘둘렀다.

뱀 대가리, 목, 그리고 몸통에 계속해서 붉은 줄이 하나둘 늘어났고, 뱀은 전신을 뒤틀면서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 여파로, 주변에 이백 미터 반경이 거대한 뱀의 몸통에 의해 파괴되기 시작했는데, 황급히 물러난 박살들 대신,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뱀들이 공격을 받고 처참하게 죽어갔다.

자신에게 튄 잔해들을 왼손으로 막아내며 뱀의 상태를 확인한 박살은 틈틈이 정글도를 휘둘렀고, 뱀이 어느 정도 반항을 멈추었다고 확인했을 때, 그는 뱀 대가리에 착지해 정글도를 정중앙에 꽂았다.

퍽.

단 한방에, 깊숙이 파고든 정글도에 거대 뱀이 마지막으로 꿈틀대고는 축 늘어뜨렸고, 박살의 눈앞에 은빛 글자가 나타났다.


-이십만이 넘는 사람을 죽인 ‘갈색악마’를 죽였다. 보상으로 ‘희귀도 ⋆⋆⋆⋆⋆⋆ 정보 제공권(20회)’를 제공한다.

-‘갈색악마’에게 고통받은 자들 중 일부가 그대 세상에 들어왔다.

-‘갈색악마’가 보유한 세상이 지옥에 흡수된다.


‘세상을 가지고 있었다고?’

박살이 곧바로 지옥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보니, 몽골 일부 지역과 중국 북쪽을 아우르는 남한 절반 크기의 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각 수는 적었지만, 등급이 높아서 나중에 거래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었고, 혹시 중국까지 진출할 경우 손쉽게 영토를 넓힐 수 있는 이점이 있어서 좋은 보상이었다.

‘베이징보다 이게 더 좋았을 텐데. 이걸 알면 배 아프겠어. 그럼 제일 중요한 걸 확인해 볼까.’

박살은 정글도를 빼낸 후, 뱀의 목 부분을 반으로 갈랐는데, 그곳에서 쏟아져 나온 변석들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천 개가 넘어 보이는데, 주변 부산물까지 생각하면 대박이군.’

순간, 이 변석들을 이용해 더 많은 변석을 얻을까 생각했던 박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러다가 다시 고립이라도 뜨면 망해. 아직 정화 안 된 곳도 많으니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될 일이야. 다 정화하자.’

슬그러미 고개를 쳐들었던 욕심을 잠재운 박살의 등 뒤로 중국인 이종수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의 물음에 박살은 몸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다시 돌려보낼 거다.”

“돌려보낸다면... 설마!”

“그래.”

박살은 붉은 하늘 아래 높은 언덕 뒤에 반쯤 숨은 태양을 바라보며 말했다.

“베이징에 가야지. 이번엔 한국인으로...”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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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52. 불협화음 -1- 19.03.15 355 7 11쪽
126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2- +2 19.03.14 342 7 11쪽
125 50. 이제 이곳은 -2-,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1- 19.03.13 382 7 11쪽
124 50. 이제 이곳은 -1- 19.03.09 369 8 11쪽
123 49. 하나 -3- 19.03.08 362 7 12쪽
122 49. 하나 -2- 19.03.07 355 6 10쪽
121 49. 하나 -1- 19.03.06 380 6 12쪽
» 48. 뱀 사냥 -1- 19.03.05 428 6 10쪽
119 47. 목에 방울을 단 남자 -1- 19.03.02 380 8 11쪽
118 46. 웨이브 -2- +1 19.03.01 374 8 11쪽
117 45. 주신전 -3-, 46. 웨이브 -1- 19.02.25 389 8 11쪽
116 45. 주신전 -2- 19.02.23 390 10 11쪽
115 44. 해후 -2-, 45. 주신전 -1- +2 19.02.21 393 9 12쪽
114 43. 파죽지세 -4-, 44. 해후 -1- +2 19.02.20 401 9 11쪽
113 43. 파죽지세 -3- 19.02.19 413 8 11쪽
112 43. 파죽지세 -2- 19.02.18 407 9 15쪽
111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2-, 43. 파죽지세 -1- +1 19.02.16 454 7 11쪽
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1 6 16쪽
109 41. 내로남불의 시대 -4- +1 19.02.12 420 7 13쪽
108 41. 내로남불의 시대 -3- +2 19.02.11 392 7 11쪽
107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1 7 11쪽
106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2 7 12쪽
105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1 7 11쪽
104 39. 네 떡? 내 떡? -3- +2 19.01.29 431 8 16쪽
103 39. 네 떡? 내 떡? -2- +2 19.01.28 410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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