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이제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내 능력의 특성상 대중 앞에서 노출하기 어려웠기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무려 15년의 시간 동안 말이다. 능력을 사용하면 괴물과 같이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는 데 누가 좋아한단 말인가.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지.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라고. 물론 ‘그 능력’을 선택했던 것 또한 내가 힘을 얻기 위한 선택 일부였지만 말이다.
마지막 순간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지각능력이 점점 무뎌지고 있다.
‘이제는 편히 쉴 수 있겠지···.’
생각한 순간, 세상의 시간을 뒤바뀌게 만든 ‘그놈’ 때문에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내 몸이 부풀어 오르며 폭발하기 일보 직전. 눈앞의 시야가 뿌옇게 흐려질 즈음 머릿속에서 울리는 기묘한 목소리.
[3차 대침공 방어에 실패하였습니다.]
의미 모를 목소리와 동시에 어두컴컴한 암전. 내 기억 속의 마지막은 여기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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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있던 검은 장막 틈새 사이로 하얀빛이 들어오며 천천히 시야가 밝아진다.
오랜 시간 누워있었는지 잠에 취한 듯 몽롱한 느낌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다. 누워 있는 상태에서 두 손을 올려 펼쳐보았다. 흉터 없이 깨끗한 손이 눈앞에 보인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보듬어 보았다. 보드랍고 매끈한 얼굴의 감촉. 사선으로 갈라졌던 내 얼굴의 흉터가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2018년 7월 10일. 16년 전으로 돌아왔다.
뒤바뀐 시간.
새로운 시작.
변화된 목표.
‘진짜 다시 과거로 온 것이라면...이번에는 밝은 양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영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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