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몰리오르 레데오-emolior re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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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8.09.12 16:22
최근연재일 :
2020.06.28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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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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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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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종점은 기록되지 않는다[5] - 불명예

그들이 사는 세계의 네번째 시간




DUMMY

신성을 지녀버린 사물은 일반적인 성력을 보유한 인간이 다가가도 별다른 반응을 내주지 않았다. 다만, 좀 더 가까운 근본에 도달하는 힘. 신인반력의 성인들은 손아귀가 짜릿한 느낌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잠깐 욱신거리는 뺨을 어루만지며 에체테라는 아예 접근전을 준비하는 시몬을 경계하며 슬며시 뒷걸음질로 거리를 벌렸다.


‘내가 이긴다. 확률은 거의 확정인데 창의 일격은 이를 뒤집는다. 여유를 버려, 상대는 성인이다.’


“연속공격이 주인 너와 일격필살의 내가 상성은 누가 더 안 맞을까.”


선공은 시몬이 먼저 시도했다. 발돋움으로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고, 에체테라가 조심스레 움직이던 보폭을 가뿐히 씹어먹는 날렵함이었다. 틈을 노리고 비집고 들어오는 성창은 특히나 관통에 적확한 형상과 창날에 새겨진 미세한 균열로 바람의 저항을 현저히 줄여준다. 그럼으로 그 일격은 에체테라가 검으로 막기엔 한계가 있었다.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개념무장의 영향력을 확대, 동시에 뒤로 눕듯이 땅을 밀어 회피했다. 묵직한 일격만 피하면 턴이 온다······ 지만 시몬은 딜레이 따위 없었다.


“타격이 안 들어간다면 실었던 힘은 그대로야!”


앞서 내디뎠던 발의 반대 발로 땅을 박차고 나아가 일격을 선사했다. 에체테라의 판단은 역시 빨랐고, 시몬은 이를 예상하기라도 한 듯 반 박자 더 빠르게 발놀림을 구사했다. 이대로라면 분명 닿겠지.


조금 전, 성급하게 폭성세례를 갈기지 않았다면 말이다. 성창의 촉은 다시 한번 에체테라에게 닿을 뻔했었다. 닿는 순간 성력을 방출해 상반신을 아예 날려버릴 생각이었지만 목표인 대상은 무리하게라도 찌르려는 시몬을 오히려 이용하는 전법을 구사, 깎여나간 대지 쪽으로 다리를 이동해 단숨에 서로의 시야 높이의 차를 만들어냈다.


“너···!!”


“너를 잡아당기면서 위치가 바뀌었지. 관절을 움직이는 때는 이미 늦었지.”


더 낮아진 차이를 메꾸기엔 시몬의 자세는 상당히 무너져있었다. 그대로 넘어지는 동시에 오른손으로 전용검 ‘릴리움’을 뽑아 날리며 주먹을 쥐고 내려친다. 검날의 방향이 시몬을 향하는 순간에 왼손으로 힘껏 쳐 복부를 찔렀다.


터져나가는 혈.


시몬은 실로 공격에 만전을 가해 신체에 성력의 막을 펼치지 않았다. 이는 의식적인 방어 행사로 성력 사용자라면 누구나 연마하는 자동방위체계지만 생체반응이 독특하거나, 의식적인 감각을 잃는 타이밍엔 능력이 꺼지기 마련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똑같이 회피 후 공격에 치중한 주먹질에 릴리움은 힘을 얻고 단숨에 시몬에 몸에 박혀버렸다.


그리고 체술의 달인이다. 왼손을 내지르며 생긴 관성모멘트가 힘을 잃기 전에 몸 또한 앞으로 끌어내 속도를 따라갔다. 안정적인 자세를 잡고, 왼 발로 좌측 갈비뼈를 타격했다. 성력과 성력이 충돌해 상쇄되었지만, 그 충격량은 제법 강했다.


시몬은 뒤로 물러나며 기상 직후 달려드는 에체테라에게 창을 겨누었다. 반대로 공격을 당하는 입장에선 일격필살의 공격은 그다지 효력이 없다. 한 번 피하면 그만, 심지어 상대는 노리는 ‘입장’ 이기 때문에 더욱 틈새를 공략하려는 기질이 발동된다.


“목뼈를 부수면 호흡 불가, 갈비뼈를 으스러트리면 극한의 통증이 널 덮친다.”


손을 칼의 모양으로 성력을 둘러 속도와 파괴력을 증가시킨 체술은 위협적이었다. 시몬은 창을 회수하고 피하는 게 고작, 창으로 대응하려면 비등한 속도를 갖춰야 하지만 검에 찔려 있는 상태로 갈비뼈까지 욱신거리는 탓에 반응이 조금씩 느렸다.


‘마찬가지로 녀석도 내 창에 닿을 수 없어.’


아무리 그래도 맨손으로 금속 재질인 창에 직접 타격을 하는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다. 역전의 찬스는 목창의 회수. 시몬은 그저 타이밍을 재고 에체테라는 공략법을 파악하며 서서히 공간을 좁혀갔다. 개념무장의 영향은 어째선지 멈추었다.


그건 아마도······ 거대 나무에 밖힌 목창의 존재.


두 기사의 시선은 서로를 보지만 속의 시선은 목창을 향했다.















로마 시내를 은은히 쓰다듬는 맑은 종소리는 시민들이 호기심을 갖기에 매우 충분하였다. 센트럴 파크에 관한 정보는 재단과 교황청이 사회적으로 알려져도 이상하지 않을 부분들만 순화하여 개방한 정보가 전부라서 이런 종소리의 근원지를 시민들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높아진 철벽에 의해 센트럴 파크 주위에 있는 사람들조차 알아차리기 쉽지 않겠지.


피오레와 정보요원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자신의 관심 사항이 한정적으로 변한 지금, 센트럴 파크의 대한 상세 정보와 성전기사단의 작전 전황을 기억하는 오블리에리와 셰어는 소름 끼쳐 하는 표정을 읽지 못하였다. 밖은 변함이 없었다. 소수의 가게가 손님이 왔다는 걸 알아차리고 걸어 놓은 소형 종이 무색할 정도로 크고 아름다운 선율을 낮의 하늘 위 멜로디처럼 천천히 지나갔다. 얼마 안 가 종의 울림은 멈췄고 로마는 똑같이 평화롭다. 평범한 시민이 종소리를 듣고 나타내는 반응은 어차피 하나 밖에 보기가 존재하질 않는다. 간단명료한 키워드 ‘종소리구나’ 가 끝이다.


다른 종점에 다다르기에는 그럴싸한 키워드가 딱히 시민들의 머리에 도달하진 않았다. 큰 거리는 북적거리는 인파가 왕래하고, 현지인들이 간혹 다니는 골목들에는 바삐 달리는 소리밖에 나지 않는다.


우연이라는 운명에 마주한 척 연기를 선보인 피오레와 정보요원. 맞은 편에 맥주를 홀짝이는 오블리에리와 물이나 마시던 셰어는 종소리가 네 번 정도 울렸을 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종소리의 의미는 센트럴 파크 비상 상황 발령에 의한 신호. 바 근처엔 센트럴 파크가 자리 잡고 있고, 근방엔 고식건물도 건설되어 있지 않았다.


“피오레님. 이건 예정에 있던, 겁니까?”


“에상까지는······ 전개가 너무 이르다고 봐요. 이 경우 단테가 무턱대고 선공을 시작했다는 말 밖에.”


어리숙하잖아. 다른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센트럴 파크로 숨어들었다가 들켜서 비상 상황이 선포되었다는 사실은 그에게 어울리는 답안으로서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가 무르익었어. 출발하자.”


프라는 그대로 테이블을 빠져나와 셰어와 함께 입구로 향했다. 그때까지도 자리에 앉아 중얼거리는 피오레를 향해 마지막 말을 남겨주었다. 그녀는 분명 세계의 대의나 정의를 우선하는 신념이 퇴색했을 것이다. 조직을 배신하고 기밀정보를 이용하며, 거짓된 정보 조작으로 좋지 않은 결과까지 낳게 한 중죄는 결코 성전기사인 프라가 지나칠 수 없는 불명예였다.


하지만 그저 말을 한다.


“피오레, 너는 센트럴 센터로 가. 나는 단테한테 가야겠어. 지금부터 우리는 나이트 더 카시드랄의 동기가 아니야.”


성전을 배신한 자는 명예를 중요시하는 관습을 버리고 현대 사회에 처절하게 적응하는, 말 그대로 현실을 직시하는 자. 자고로 인간이 인간을 베고 죽이는 행위에 일체 명예 따윈 없다. 깃들여서도 안 되며 어떠한 말로도 포장할 수 없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죄. 감시 교황청이라 한들 타인의 생명을 신의 이름을 방패 삼아 해 할 수 없거늘, 그럼에도 성전기사단은 그저 하나의 검으로써 피를 거둔다.


인류와, 행성을 움직이는 하나의 시스템을 부정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남자와, 그런 그를 뒤쫓아 가려고 하는 친구를 프라는 기어이 등을 진다.


작가의말

16일부터 일합니다. 더 뜸 해 질 수 있어요..! 바쁘게 살다보니 상상력이 부족한 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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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시련을 겸허히 받드리라[4] - 그들이 인류를 대하는 마음[1] 20.05.31 80 0 10쪽
134 시련을 겸허히 받드리라[3] - 신념을 헷갈리지 마라. 20.05.24 66 0 11쪽
133 시련을 겸허히 받드리라[2] - 쓸모없는 행동들의 결과들 20.05.17 78 0 9쪽
132 시련을 겸허히 받드리라[1] - 단테의 걸음 20.05.06 62 0 10쪽
131 결국 무엇을 위해서 인가[6] - 되돌아본 광경을[1] 20.05.03 71 0 12쪽
130 결국 무엇을 위해서 인가[5] 하이델베르크의 당주 20.04.20 65 0 11쪽
129 결국 무엇을 위해서 인가[4] - 각오를 다지다. 20.04.12 71 0 8쪽
128 결국 무엇을 위해서 인가[3] - . . 20.04.05 68 0 13쪽
127 결국 무엇을 위해서 인가[2] 20.03.22 70 0 13쪽
126 결국 무엇을 위해서 인가[1] 20.03.08 102 0 9쪽
125 집결하라, 인류를 수호하는 성전기사들아[4] 20.02.23 72 0 10쪽
124 집결하라, 인류를 수호하는 성전기사들아[3] - 참전, 이노세 하루키 20.02.11 78 0 9쪽
123 집결하라, 인류를 수호하는 성전기사들아[2] - 참전, 프라와 셰어 20.02.05 73 0 8쪽
122 집결하라, 인류를 수호하는 성전기사들아[1] - 참전, 레이베른. 20.01.27 81 0 10쪽
121 축제가 열리는 행복한 곳은 아니야[4] 20.01.20 73 0 7쪽
120 축제가 열리는 행복한 곳은 아니야[3] 20.01.12 81 0 14쪽
119 축제가 열리는 행복한 곳은 아니야[2] - 성인들의 대전[2] 20.01.05 78 0 10쪽
118 축제가 열리는 행복한 곳은 아니야[2] - 성인들의 대전[1] 19.12.29 70 0 12쪽
117 축제가 열리는 행복한 곳은 아니야[1] 19.12.25 66 0 8쪽
» 역사의 종점은 기록되지 않는다[5] - 불명예 19.12.15 65 0 8쪽
115 역사의 종점은 기록되지 않는다[4] 19.12.12 73 0 11쪽
114 역사의 종점은 기록되지 않는다[3] - 의미없는 행동은 없다. 19.12.08 77 0 13쪽
113 역사의 종점은 기록되지 않는다[2] - 자체 방어 시스템 가동 19.12.01 67 0 9쪽
112 역사의 종점은 기록되지 않는다[1] 19.11.25 8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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