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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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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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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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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신의 뜻(5)

DUMMY

승부가 가려지자 순례자의 육신을 충만하게 채우던 기운은 산산이 흩어졌다.


“훌륭-,”


신화적인 싸움을 벌이던 전사는 순식간에 죽음을 앞둔 노인이 되어 뒤로 쓰러졌다.

무아지경의 상태로 검을 휘두르던 카르미르는 섬뜩한 감촉에 덜컥 멈췄다. 그리곤 문득 멍한 얼굴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선이...’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강렬하게 느껴지던 투신의 시선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 흔적을 감춘 뒤였다.


“흐으우-”


순레자가 가슴에서 피를 뿜어내며 답답한 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카르미르는 정신을 차리고 새된 목소리를 내었다.


“순례자여!”


순례자의 가슴은 깊고 길게 갈라져 있었다. 목숨을 잃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카르미르는 새삼스런 충격에 칼을 내팽개치고 쓰러진 순례자에게 달려가며 고함을 질렀다.


“치유사! 치유사를 데려와!”


멍하니 서있던 집행관들과 올란이 깜짝 놀라 내성을 향해 말을 몰았다. 이미 문루에 올라있던 재무원 소속의 신부이자 치유사제는 카르미르의 고함에 허겁지겁 계단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흐으- 으으-”

“제길!”


순례자가 답답한 신음소리를 내자 카르미르는 무릎을 꿇고 피가 솟아오르는 상처를 압박했다. 그러나 피는 멈추지 않았고, 순례자의 얼굴은 하얗게 물들고 있었다.


“--, ---.”


순례자가 작게 무어라 중얼거렸다. 카르미르는 다급히 그의 입에 귀를 가져다대었다.


“고, 고맙소.”


그 말을 끝으로 검의 순례자는 숨을 거두었다. 평화로운 미소를 지은 채였다.






“만신당은 내버려 두는 게 좋겠습니다, 예하.”

“... 음, 방금 하신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계신가요, 심문관님?”


목욕을 마친 뒤 새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카르미르는 여전히 지친 얼굴이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교황궁에서 알면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겁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오윈은 잠시 미간을 좁히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물론- 그 투신의 포교꾼은 대단한 전사이긴 했어요. 그를 기념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해요.”

“그런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럼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시는 이유가 뭐죠? 결투재판도 결국 심문관님이 승리하셨잖아요.”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카르미르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을 이었다.


“권위니, 규정이니, 건설비용이니, 그런 복잡하기만 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옆으로 치워둘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에요.”

“예하. 여기에 성당을 지어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카르미르의 갑작스런 질문에도 오윈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세 선신의 가르침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저 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무시하고 문제만 일으키는 것이 교회의 목적입니까?”


카르미르가 언성을 높이며 쏘아붙이자 오윈은 양 손바닥을 내보이며 말했다.


“... 흥분하신 것 같군요. 조금 진정하시죠.”

“대답해보십시오, 예하. 성당을 짓기 위해 교리를 앞세워 귀족들을 겁박하고, 기부금을 뜯고, 신앙을 짓밟는 것이 정녕 세 선신의 뜻입니까?”


카르미르의 성난 목소리에도 오윈은 차분한 태도로 되물었다.


“교회가 귀족들의 눈치를 살피고, 돈을 구걸하고, 권위를 보이지 않으면 도대체 그 누가 세 선신을 두려워하고 존경하겠습니까?”

“왜 교회는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까? 그저 녹아들고, 위로하고, 힘을 보태주면 안 되는 겁니까?”

“왜 안 되겠어요, 하지만 그건... 하.”


오윈은 철부지 어린아이가 생떼를 부리는 것 같은 기분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카르미르의 말에 표정을 굳혔다.


“저는 결투 끝에 다른 신의 포교자를 죽였습니다. 평생 투신을 섬겨 총애를 얻은 자였죠.”

“...”

“이거면 족한 게 아닙니까? 대체 어떤 미친 자가 이 도시에 세워질 성당에 도전하겠습니까?”


카르미르의 말에 오윈은 몇 시간 전 내성 앞의 풍경을 떠올렸다.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싸움 끝에 검의 순례자를 꺾은 카르미르.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결투재판에서 승리했지만 만신당의 유지를 허락하는 자비로운 교회. 썩 괜찮은 그림 같았다.


“...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충분히 이해했어요.”

“그럼 동의하시는 겁니까?”

“네, 물론이죠.”

“... 정말입니까?”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오윈을 보며 카르미르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재차 물었다. 오윈은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책임까지 진다고 하시는데, 제가 심문관님의 뜻을 거스를 이유가 없죠.”

“음...”


예상보다 훨씬 쉽게 오윈의 동의를 얻어낸 카르미르는 찝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방으로 돌아온 카르미르는 창문을 열고 밤바람을 쐬었다. 미소를 지으며 숨을 거둔 순례자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뭐가 고맙다고 한 걸까?’


결투 끝에 자신을 죽인 이에게 왜 고맙다고 했을까? 그 평온한 미소가 카르미르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 미소는 대미궁에서 몇 번쯤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성전의 끝에서 죽어간 전우들이 간혹 보이곤 했던 미소였다. 그들은 죽음 이후 발라노어의 품에 안기리라 믿었기에 그런 미소를 지을 수 있었을 터였다.


죽은 순례자도 토르빙의 낙원에 오를 것이라 여겨서 그렇게 평화로운 미소를 지은 것일까?

그렇다면 죽음을 맞이하기도 전에 성급하게 시선을 거둔 토르빙이 과연 순례자의 열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인가?

순례자의 영혼이 어찌되었든, 지상의 그는 평화로워보였다.


‘그거면 된 걸까?’


카르미르는 밤바람에 무거운 한숨을 흘려보냈다.





만신당에 대한 결정사항을 알려주자 변경백은 뛸 듯이 기뻐했다.


“정말 잘 됐군요. 결국 계획대로 되었네요.”

“뭐, 그렇죠.”


오윈은 이미 눈치를 챈 것 같았지만 사실 던드럼의 만신당에서부터 시작된 소란은 카르미르와 변경백이 의도한 것이었다.


스노든에 성당을 짓는다는 건 변경백의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카르미르와의 상의 끝에 적절한 계획을 세운 것이다.

계획의 첫 단계는 만신당을 폐쇄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그 이후 변경백의 지시를 받은 스털링 경과 병사들이 만신당을 덮쳐 신도들을 자극한 것이다.

두 번째 단계 역시 어렵잖게 흘러갔다. 미리 고용한 바람잡이들의 활약으로 상당한 규모의 인원이 모여들었고, 별 사고 없이 내성 앞으로 몰려든 것이다.

그렇게 모여든 군중을 카르미르가 막아선 것 역시 계획의 일부였다. 카르미르는 자신의 악명, 아니, 명성과 성검을 이용하여 군중을 위압했다. 그 과정을 통해 만신당 폐쇄의 주체가 교회임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마지막 단계가 바로 변경백이 나타나 카르미르를 만류하고 군중을 설득해 해산시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를 오윈에게 보이고 이를 토대로 만신당 폐쇄를 철회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만약 그렇게 했음에도 오윈이 스노든에 성당을 지을 것을 요구했다면? 교회의 강압에 못 이겨 만신당을 폐쇄한 것으로 하고 성당이 지어진 후에 몰래 만신당을 다시 짓는 것으로 민심을 수습할 예정이었다.

자신의 위세가 조금 상하는 계획이었지만 변경백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수백 년의 세월동안 군림해온 대영주 가문의 권위는 그리 쉽게 흔들리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계획은 어그러지고 말았다. 마지막 단계에서 검의 순례자가 등장했고, 카르미르가 뭔가에 홀린 듯이 결투재판을 받아들인 탓이었다.


별 불만이 없는 변경백과는 달리 카르미르는 마음이 무거웠다. 자신이 세운 계획을 스스로 어그러뜨렸고, 결과적으로 죄 없는 노인 하나를 죽였기 때문이다.


“괜찮으세요?”

“예, 물론입니다.”


카르미르와 변경백이 마주보고 앉아있는 곳은 커다란 방이었다. 다름 아닌 변경백의 방으로, 두 면으로 커다란 창문이 있었고 널찍한 카페트 위에 광이 나는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가득 찬 공간이었다.

카르미르는 자신의 앞에 놓인 술잔을 비우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이 늦었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각하.”


가운에 레이스를 만지작거리던 변경백은 놀란 얼굴로 카르미르의 소매를 붙잡았다.


“잠시, 잠시만요.”

“...?”

“그, 제가 좋아하는 향초가 있거든요.”


그 말과 자리에서 일어선 변경백은 카르미르를 부드러운 손길로 밀어 다시 자리에 앉히고는 방 한쪽에 마련된 유리장으로 향했다.


“기분이 우울할 때 좋은 향을 맡으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답니다.”


변경백은 그렇게 말하며 넓적한 모양의 불투명한 유리병을 꺼내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카르미르는 저도 모르게 변경백의 방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향초를 많이 피워뒀는데...”

“이건 평범한 향초가 아니에요. 바알의 방랑교단에서 가끔 구할 수 있는 귀한 물건이죠.”


그렇게 말하며 변경백은 종종거리는 걸음으로 기름램프에서 유리병으로 불을 옮겨 붙였다. 변경백은 카르미르가 앉아있는 곳으로 돌아와 테이블에 유리병을 올려두었다.


“음, 그리 특이한 향은 아니군요.”

“좋은 향은 쉽게 알아채기 힘들죠. 오래 음미해야 진가를 알 수 있거든요.”


유리병에는 반짝거리는 가루가 가득 차있었고 그 위에 얇은 막대 몇 개가 꽂혀있었다. 약한 불이 붙은 막대들은 아주 천천히 타오르며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일부러 냄새를 맡으려 하지 마시고, 그냥 옆에서 숨을 쉬면 되요.”

“어-”


변경백의 하얀 얼굴은 방 곳곳에 위치한 향초와 램프들의 불빛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평소처럼 쇄골과 깨끗한 윗가슴을 훤히 드러내는 옷을 입고 있었다.

변경백이 유리병 쪽으로 상체를 내밀며 바투 다가오자 카르미르는 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음?”


변경백의 방 안쪽 벽에는 초상화가 가득 걸려있었다. 카르미르의 시선은 가장 아래쪽에 있는 세 명의 사내에게로 향했다. 카르미르는 별 생각 없이 초상화 아래에 적힌 이름들을 훑어보았다.


‘맥슬렌 스미스, 에런 라쿠스텐, 매킨 스피어즈울프?’


카르미르의 시선을 좇아 눈을 돌린 변경백은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제 죽은 남편들이에요.”

“아... 음, 죄송합니다.”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가장 최근 일이 벌써 삼년 전인걸요.”


테이블 위에 턱을 괸 변경백은 정말로 상관없다는 듯 죽은 남편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가장 왼쪽에 있는 기사분이 제 첫 남편이에요.”


카르미르의 시선이 멋진 콧수염을 기른 중년의 기사, 맥슬렌에게로 향했다.


“실력 있는 기사였죠. 가문은 한미했지만... 그래서 더 좋았어요. 꼭 제 남편이 아니라 호위 기사처럼 굴었거든요. 그땐 그게 좋은 건지 몰랐지만.”


그는 가신과의 다툼 끝에 장갑을 던졌고, 안타깝게도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그때 대결한 기사가 테어릭 경이에요.”

“테어릭 경이라면... 그 노기사 말씀이십니까?”

“맞아요.”


그는 변경백의 기사들 중에서도 대표 격인 자였다. 남편을 죽인 기사를 곁에 두고 중히 쓴다는 것은 카르미르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변경백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다음 초상화를 가리켰다.


“두 번째 남편은 무척 부유한 분이었어요. 북쪽에 영지가 있는 라쿠스텐 남작가라는 가문의 차남이고... 에단과 헤일리(변경백의 열 살짜리 딸)의 아버지죠. 어느 날 갑자기 얼굴과 온몸에 수포와 붉은 반점이 나더니 다음 날 죽어버렸어요.”


카르미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변경백은 상관없는지 다음 초상화를 가리켰다.


“세 번째 남편은... 옆에 있는 영지인 스피어즈울프 변경백의 삼남이었어요. 무척 똑똑한 분이었죠.”


그는 변경백이 아들을 낳기도 전에 아성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아끼던 하녀와 술래잡기를 하다가 실수로 발을 헛디딘 것이라고 했다.


변경백의 이야기가 끝나자, 카르미르는 말없이 표정을 굳혔다.


작가의말

 소중한 후원해주신
 rlaqud8k 님,
 뱃고동 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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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48. 소용돌이(4) +6 20.10.20 1,376 80 11쪽
227 #48. 소용돌이(3) +32 20.10.20 1,844 10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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