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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눈은 마치 누군가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집어 올린 것처럼 놀란 눈을 하고 다시 조엘에게 물었다.
-서..설마? 총알 발 수를 세었다는 겁니까?
#타타탕!타탕!탕탕탕!!X~
그사이 또 총성이 빗발쳤지만, 조엘은 날카로운 눈매를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ㅡ499발.
서번트 증후군 영어로는 서번트 신드롬이라 불린다.
조엘의 능력 그것을 단어로 표현해야 할 때 그렇게 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엘은 항상 시간이 날 때면 자신의 능력을 연구해 보기도 했다.
그러던 도중 알게 된 것 능력을 사용할 때면 사물만 느리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들리는 소리까지 천천히 들려온다는 것이었다.
만약 누군가 조엘이 능력을 사용할 때 안녕이라는 단어를 내뱉는다면
이 안녕이라는 단어가 조엘의 귀에 들어올 때 길게 펼쳐져 마치 아-아-앙-안-니-어-어-엉 이런식으로 천천히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이런 청각적인 부분까지 열심히 단련해온 결과 조엘은 모든 각종 소리의 미세한 진동까지 듣고 외울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동체시력 따위보다 엄청난 것이었다,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기에 앞서 소리로 세상을 보는 사람 [다니엘 키시] 라는 사람을 떠올리면 굳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단번에 이해할 것이다. 실존 인물 다니엘 키시는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망막 모세포종으로 오른쪽 눈을 제거한데 이어 13개월이 되었을 때 나머지 왼쪽 눈마저 제거해야 했다, 앞을 볼 수 없게 된 그는 소리로 공간을 인지하는 방법을 터득해내었는데, 마치 박쥐나 돌고래가 초음파를 쏘는 것처럼 혀를 튕겨 소리를 낸 다음 물체에 부딪힌 소리가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것을 감지해 시각화하는 능력을 발현해 내었다.
그는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음파를 듣고 물체의 거리뿐만 아니라 크기 심지어 재질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두 눈 없이 자전거도 타고 일반인처럼 일상생활이 가능한 그는 이것을 다른 시각장애인들에게 이 방법을 트레이닝 시켜주고 있다.
실제로 소리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게 된 한 시각장애인은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장애물을 이리저리 피해 코스를 완주한 뒤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아 내었다.
조엘은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해 들려오는 소리로 주변의 모든 것을 감지해내고 머릿속에서 시각화까지 가능한 경지에 이르렀다. 심지어 이 숲속에 바람에 흔들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를 듣고 나무의 위치뿐만 아니라 크기도 짐작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보지 않고도 불 켜는 스위치의 위치를 찾아내듯 군인들이 뛰어오르며 내는 발소리, 격발소리, 쇠붙이 등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이미 머릿속에서 전부 시각화하고 있었다.
조엘: 총을 쏜 사람의 수 20명일세.
조엘이 확신에 찬 눈빛에
절대 그 말이 헛소리 같지는 않았다.
J의 입이 저절로 벌어지고 혓바닥이 입안 공중 한가운데에서 얼어버린 것처럼 멈춰있었다.
ㅡ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네.
J는 아주 잠깐 멍하니 있다가 조엘의 말에 최면에서 방금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J:(서번트 신드롬이라 그랬나...미쳤군.)
그..그..
조엘:내 말이 거짓말 같지 않다면, 날 한 번만 믿어보세.
J:아..아..아니...뭐..무얼..어쩌려고..
조엘:이 나무 뒤에서 잠시만 있어 주겠나?
J:그건...!!
조엘:더 이상이 희생은 없어, 만약 총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그때 와주겠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엘이 허리춤에서 권총 두 자루를 뽑아 올림과 동시에 나무에서 튀어나갔다.
총성에 귀 기울인 채 긴장해 있는 김상만이 갑작스레 조엘이 혼자 불쑥 튀어나가자 그 뒤를 따르려던 찰나 J가 김상만에게 소리를 쳤다.
J:잠깐!!!!
김상만은 한 발자국 내딛으며 멈칫하고 J를 쳐다봤다.
-왜??
J:여기에 있어.
김상만:무슨 개소리야?
J: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우린 방해만 될 뿐이다, 여기서 엄호사격을 한다!
김상만:나무 와 풀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엄호사격을 하나! 미친 소리 하지마!
J의 말을 무시하고 김상만은 등지고 있던 나무에서 튀어나왔다.
그러자 J가 단숨에 김상만에게 달려가 어깨를 낚아챈 뒤 옆에 있던 커다란 나무로 끌고 갔다.
J:한 번만 말들어.
한 번만 믿어보자.
짐이 되고 싶나?
김상만:저 양반이 말하는 건, 내겐 영화 따위에 나오는 소리로 박에 들리지 않아 비켜.
겁나면 너나 여기 있던가!
J도 김상만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J는 조엘을 직접 상대도 해본 자였기 때문에 그 말도 안 되는 능력이 조엘에게 분명 있을 것이라는 강한 직감이 J를 설득시켰다.
J:어쨋든! 저게 사실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 여기서 죽는 건 바뀌지 않아.
안 그래?
김상만:사실이라 한들 저 군인들을 어찌 당할 건데?
J:모르겠으니까 잠깐만 있어 보라는 거 아니야!!
#타타타타타타타탕타타타탕!!
그때 둘의 귀 너머에 총을 난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J: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저들이 이런 상황을 절대로 예측하지 못 했을거야.
전쟁터도 아니거니와 탄창을 많이 몸에 지니고 있을 리가 없어, 거의 바닥 났을거야.
조금만 기다려!! 지금 내려가면 자살행위다!
잠깐의 실랑이였지만 이미 조엘이 뒷모습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지금 나무와 풀 사이로 총알이 마구 쏟아지는 와중에 엄폐하지 않고 조엘을 지원해준답시고 뒤를 따라가기엔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김상만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J의 목을 움켜잡았다.
-이 씨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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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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