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조회수 :
113,395
추천수 :
1,221
글자수 :
1,072,531

작성
19.04.23 00:02
조회
772
추천
11
글자
9쪽

이방인 -4-

DUMMY

27화. 이방인 -4-



“잘 쉬었으니까 이제 강도를 올려야겠지?”


‘또 뭘 하려고. 지금도 힘든데.’


유리는 귀신같이 상대를 찾아서 데려왔다. 류연은 이들을 상대하느라 매일 고초를 겪어야 했다. 새로운 훈련 계획을 들은 류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좀···.”


“또 뺀다, 또. 그리고 이번 훈련은 엄마를 도와주는 일이기도 해. 저번에 원피스 입은 엄마를 보고 입이 귀에 걸린 게 누구더라?”


유리는 한마디도 밀리지 않았다. 고행길이 예상되었지만 마땅한 핑계가 없었다.


“좋아. 그럼 하기로 한 거다?”


“알았다니까.”


**


소영이의 퇴임 이후, 후임 구역장 김현규의 무능으로 D 구역은 다시 엉망이 되었다. 독버섯처럼 다시 생겨난 군소 조직들은 지능적이었다. 보이지 않게 상인회를 장악한 이들은 갈취를 통해 부를 쌓았다.


“외상 달아 두고 간다. 장부에 적어 놔.”


“이번 달부터는 10만원씩 더 내.”


소영이의 가게에도 종종 건달들이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그 중 한 명은 소영이에게 집적대기까지 했다.


“딸이랑 둘이 살면 외롭지 않아? 오빠랑 같이 어디 놀러 안 갈래?”


“죄송합니다.”


‘오빠는 무슨···. 넌 죽었다.’


자신을 오빠라 칭하며 껄떡대고는 있었지만 건달은 중년의 배 나온 아저씨였다. 소영이가 거절하자 건달은 은근히 위협까지 했다. 유리는 건달의 얼굴을 기억했다.


“저 새끼 언제부터 그랬어?”


“한 달 전부터. 상인회장이랑 의동생 사이라더라.”


“그게 뭐. 눈치 못 채게 처리할게. 나중에 연기만 잘 해줘.”


“음···. 알았어.”


소영이의 허락을 받은 유리는 건달을 따라갔다. 그리고 말 그대로 잘 ‘처리’했다.


“잘 처리했어. 이제 다시는 못 올 거야. 다음에도 저런 놈 있으면 말해. 내가 바로 해결할게.”


“응.”



“여기 사장 어디 있어? 당장 나와!!”


“무슨 일이신가요?”


다음날 아침, 상인회장이 밑의 건달들과 함께 들이닥쳤다.


“어제 여기 내 동생 안 왔어?”


“동생분이라면···. 아. 며칠 전에 함께 오셨던.”


“그래. 잘 아네. 그 동생이 어제 반신불구가 되어 병원에 입원했거든? 아는 거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


가게 안을 둘러보던 상인회장은 으름장을 놓고 떠났다.


“허튼 짓 하면 여기서 장사 못하게 할 줄 알아. 알겠어?”


“알겠습니다.”


상인회장이 떠나자 집에 있던 유리는 가게로 왔다.


“잘 해결했어?”


“그럭저럭.”


“잠깐. 뺨에 상처는 뭐야? 상인회장인가 뭔가 하는 놈이 그런 거지?”


소영이의 뺨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상인회장이 던진 장부에 살짝 스친 모양이었다. 유리는 약 상자에서 약을 꺼내 발라주었다.


“밤에 다시 바르자.”


“고마워. 근데 오늘은 어제처럼 그러지 마. 우릴 의심하고 있더라.”


상인회장을 따라가려던 유리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렇지만 유리는 그들은 언젠간 손봐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오늘 안에 모든 일을 끝낼 거야. 훈련도 훈련이지만 빼앗긴 돈은 돌려받아야지.”


“수익금은 더 이상 안 챙기기로 소영이랑 약속 한 거 아니었어?”


“수익금을 챙기는 게 아니야. 빼앗긴 걸 되찾아 오는 거지. 또 핑계 대려고?”


“아, 아니야.”


류연은 고개를 저었지만 하기 싫은 티가 팍팍 났다.


“하기 싫은가 본데, 오빠는 지금 채무자야.”


“무슨 채무?”


“뻔뻔하기는. 해동 비용! 교관 월급! 밥값! 옷값! 월세! 더 해볼까?”


“근데 집은 원래 내···.”


“내 건데 왜 월세를 왜 내라 하냐고? 좋아, 그럼 8년 동안 우리 엄마가 낸 관리 비용이랑 세금 내고 이야기하든가.”


“···.”


유리는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류연은 어쩔 수 없이 유리의 말에 따라야 했다.



상인회장은 5년간 억에 가까운 돈을 가져갔었다. 정당하게 획득하지 않은 재화에는 독기가 깃드는 법이었다.


“야식 배달 왔습니다.”


“막내야. 가서 받아와라. 돈은 장부에 달아놓으라 하고.”


“예. 형님.”


상인회 소속 건달들은 사무실에서 화투를 치고 있었다. 초인종이 울리자 그들은 판을 잠시 중단했다.


“픽-.”


야식을 받으러 간 막내가 문을 여는 순간, 사무실 전체의 전원이 내려갔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냐? 딴 돈은 기억하고 있으니까, 허튼 수작 마라.”


금전 관련 하극상은 흔한 일이었다. 짜증을 내는 것과 동시에 건달은 품속의 회칼로 손을 옮겼다.


“으헉.”


하지만 하극상이 아니었다. 막내의 숨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건달들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의 대가는 느리지만 다가오는 법. 너희들의 악행을 처단하러 왔다.”


한쪽은 백, 한쪽은 흑. 기괴한 표정의 가면 두 개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둥둥 떠 있는 느낌과 고저가 없는 변조 음성은 거기에 섬뜩함을 더해주었다.


“여기가 어딘지 알고 왔어?”


“어. 아니까 이 시간에 왔지.”


“이 호로 새끼들이!! 젓갈로 만들어주마.”


손전등으로 사무실 내부를 밝힌 건달들은 각종 흉기를 휘두르며 다가왔다. 류연은 자세를 잡았다.



“후···. 겨우 이겼네.”


“그래도 오빠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


유리는 겁만 주고 뒤로 물러났다. 건달들은 류연 혼자 전부 쓰러뜨린 것이었다. 유리와 류연은 가면을 벗었다. 유리는 염동력으로 금고를 열었다.


“에이. 뭐야. 여긴 얼마 없네. 마무리하고 다른 데로 가자.”


**


“여기는 오빠 혼자 들어가. 그리고 조건이 있어. 제한시간 30분.”


“?”


“지금부터 시작.”


타이머의 숫자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류연은 급히 계단을 올라갔다.


“배달 왔습니다.”


“오늘은 안 시켰는데?”


‘에라 모르겠다.’


“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


류연은 초인종을 연타했다. 안에서 육두문자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죽을 뻔했네.”


“29분 41초. 성공. 봐 하면 되잖아. 다친 데는 없지? 참고로 멍이나 살짝 긁힌 건 다친 거에 안 포함되는 거야.”


“아픈데···.”


“엄살은. 아직 세 곳 남았어. 그러니 밍기적거리지 말고 빨리 움직여.”



“다섯 군데면, 다 털린 거잖아!! 어떻게 하룻밤 만에 그럴 수 있어?”


다음 날 상황을 보고받은 상인회장은 화가 나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적대 조직이 습격한 것 같습니다.”


“그걸 누가 몰라? 그러니 어느 조직이냐고!!”


“애들을 풀었습니다. 잠시 기다려 보시지요.”


하지만 상인회장은 죽음이라는 죗값을 치룰 때까지도 범인을 특정해내지 못했다. 그의 목은 유리에 의해 차가운 사무실 바닥을 힘없이 굴러갔다.


**


“체술 훈련은 이만하면 됐어. 이제 검술 훈련을 하자.”


사실 지금까지의 훈련은 사람을 상대로도 위축되지 않게 하는 훈련에 가까웠다. 검술 훈련이 진짜였다.


“검은 그냥 신체의 연장선이야. 들고 있는 물건이 아니라 날 길이만큼 팔이 늘어 난 거라고. 이렇게 유동적으로 움직이면서 내려찍고 베고 찌르고.”


유리는 류연을 밀어붙였다. 류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초보적인 검기를 생성해내는데 성공했다. 잠들어있던 내공을 마침내 깨워낸 것이었다.


하지만 신체의 절반에 내공이 순환하지 않는 관계로 사용 효율은 크게 떨어졌다. 그렇다고 유리는 봐 주지 않았다.


“무기를 보지 말고 내 움직임을 봐. 어디로 피할지, 어디로 공격해 들어올지.”


유리가 든 기형검이 바람을 가를 때마다 날의 예리함이 피부에 전해져왔다. 류연은 가까스로 유리의 공격을 막아냈다.


“고급 검술이 중요한 게 아니야. 기본 검술로도 고급 검술을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상대방이 패턴을 예상하지 못하게 움직여!!!”


밀리던 류연이 비급에 나온 고급 검술을 어설프게 구사하려 하자 유리는 제지했다. 류연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갔다.


“쨍그랑.”


결국 류연의 검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유리는 대련을 중단했다. 류연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역시 반쪽짜리 몸의 한계인가. 내공은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그런 게 어디 있어. 체력과 정신력의 문제지.”

“수백 개의 보구보다 강한 게 진심이 품고 있는 한 자루의 검이야. 물론 둘 다 가지고 있는 게 제일 좋지만.”


대련을 마친 류연은 땅에 쓰러지듯 누웠다. 유리는 류연에게 물병을 건넸다. 류연은 고개만 들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제 잠시 쉬다가 저기 가서 혼자 수련해. 난 마법 수련하러 간다.”


“알았어.”


숨을 돌린 류연은 목검을 들고 폐타이어를 정확하게 맞추는 연습을 했다. 붕대를 감았음에도 손에 물집이 잡히다가 터졌다. 그럼에도 류연은 멈추지 않았다.


작가의말

선작, 추천, 코멘트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 개의 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삽화 추가 공지 23.02.24 205 0 -
241 신규 작품 연재 공지 24.02.17 46 0 1쪽
240 작품 후기 23.08.12 119 5 2쪽
239 용어 23.08.10 165 2 6쪽
238 여행 -1- +2 23.08.09 109 4 4쪽
237 천년 제국을 위한 대계 -1- 23.04.16 159 3 8쪽
236 도망친 곳에 낙원은 있을까? -1- 23.04.09 133 1 9쪽
235 새로운 시작 -1- 23.04.05 137 2 12쪽
234 고향 -1- 23.03.31 141 3 11쪽
233 네오 로렌시아 -2- 23.03.26 137 3 11쪽
232 네오 로렌시아 -1- 23.03.19 143 3 11쪽
231 유리를 소개합니다 -1- 23.03.12 172 2 9쪽
230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2- 23.03.05 160 4 11쪽
229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1- 23.02.26 176 2 10쪽
228 에필로그 : 새벽의 경계 23.02.24 164 1 3쪽
227 밤의 끝자락 -1- 23.02.19 184 3 8쪽
226 마왕 강림 -1- 23.02.12 178 2 8쪽
225 마지막 한 걸음 -1- 23.02.05 171 2 9쪽
224 운명의 갈림길 -2- 23.01.29 182 2 9쪽
223 운명의 갈림길 -1- 23.01.22 185 3 9쪽
222 조금 이른 출발 -1- 23.01.17 208 2 9쪽
221 영혼을 베는 낫 -1- 23.01.11 200 3 9쪽
220 이차원으로부터의 귀환 -1- 23.01.06 193 3 9쪽
219 프롤로그 : 새벽의 경계 22.12.31 196 3 2쪽
218 로인 외전 : 로인은 못말려 22.12.20 200 3 7쪽
217 에필로그 : 로렌시아 제국전기 22.12.20 222 2 3쪽
216 종전 -3- 22.12.11 206 3 11쪽
215 종전 -2- 22.12.11 199 2 12쪽
214 종전 -1- 22.12.04 203 3 12쪽
213 로렌 탈환전 -3- 22.12.04 202 3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