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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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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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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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도시 아케인 -2-

DUMMY

31화. 마법도시 아케인 -2-



“토큰 제시하라는 말 안 들려?”


“좀 기다려. 밥 먹고 있잖아.”


일행의 토큰은 용병들에게 빼앗은 것이었다. 그래서 토큰을 제시하더라도 결과는 같을 것이었다.


“저놈들이다. 체포해라.”


집행관이 체포 명령을 내리자 용병들이 몰려와 식탁을 둘러쌌다. 그럼에도 류연은 숟가락을 놓지 않았다. 그 모습에 화가 난 용병 중 한 명이 식탁을 엎기 위해 손을 밑에 집어넣었다.


“으아아악.”


류연은 식탁을 엎으려는 용병의 머리를 붙잡아 미지근해진 스투에 쑤셔 박았다. 용병은 거세게 발버둥 쳤지만 류연의 손은 요지부동이었다.


“뭐해? 당장 저놈을 잡아.”


“그럴 필요 없어. 내가 갈게.”


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집행관에게 다가갔다. 사실 자신의 업무를 수행중인 집행관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었다. 하지만 서부지구 쪽에 서려면 동부지구와는 확실히 척을 져야 했다.


그래서 류연은 집행관이건 용병이건 그냥 잡히는 대로 팼다. 집행관과 용병들은 곤죽이 되어 식당 밖으로 기어나갔다.


“가, 감히 집행관에게 손을 대?”


“내 식사를 방해한 죄다. 꺼져.”


집행관은 허둥지둥 달아났다. 류연은 자리에 앉았다.


“조금 있으면 서부지구 쪽에서 사람이 올 거야.”



하지만 식사가 끝날 때까지도 식당 문은 열리지 않았다. 류연은 약간 초조해졌다. 류연은 차라리 집행관이 전력을 증원해서 들이닥치기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오늘 낮에 밀입국한 일행이지? 젊은 양반이 간도 크네.”


정적을 깬 건 식당 주인이었다. 류연은 식당 주인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초청장 없이 아케인을 방문한 외지인도 오랜만이고···. 어쨌든 내 이름은 클람일세. 서부지구의 간부 중 한명이지.”


“루엔입니다.”


“여기선 이야기 할 시간이 별로 없어. 나를 따라오겠나?”


클람은 뒷문을 열었다. 뒷문은 서부지구의 뒷골목으로 이어져있었다. 일행은 클람을 따라가기로 했다.


**


클람은 뒷골목 중에서도 뒷골목에 위치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간부용 토큰을 제시하자 점원은 안쪽으로 클람과 일행을 안내했다.


“루엔. 괜찮을까?”


긴장이 됐는지 미네르바의 귀가 위로 약간 솟았다.


“분위기가 좀 음침하긴 하지만 별 문제 없을 거야.”


클람은 안주거리를 주문했다. 먼저 나온 맥주를 한 잔 마신 그는 대화를 시작했다.


“아케인에 방문한 목적이 뭔가? 단순한 여행은 아닐 테고.”


“납치된 엘프들을 찾으러 왔습니다.”


“엘프들이라. 아레나에서 벌인 일이군.”


아레나는 마법 실력을 겨루는 일종의 투기장이었다.


아레나에서는 우승 상품으로 내놓기 위해 엘프들을 납치한 것이었다. 류연은 마법을 쓸 줄 몰랐지만 일단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참가하겠습니다.”


“자네는 검사인 듯한데. 마법도 쓸 줄 아나?”


“모릅니다. 차차 배우면 되겠지요.”


“음···.”


클람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은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도 60이 넘어서야 겨우 6서클의 벽을 뚫었다.


“내 최대한 도와주겠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클람은 류연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만큼이나 서부지구의 현 상황은 암담했다.


“감사합니다. 혹시 서부지구의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케인을 건국한 대마법사 아케니아가 사망한 후, 아케인은 동부지구와 서부지구로 쪼개졌다.


이 대립구도는 몇 백 년을 계속 이어져 내려 왔다. 그러나 마도시대의 이모탈 아머를 걸친 S급 용병에 의해 균형은 무너졌다.


S급 용병은 서부지구의 수장을 암살했다. 이후 구심점을 잃은 서부지구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현재 서부지구는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지. 게다가 새 수장은 너무 어리고 병약해.”


“저에게 바라는 게 무엇입니까?”


“서부지구를 도와주게. 필요한 건 뭐든 들어 주겠네.”


“알겠습니다.”


류연은 서부지구를 도와주기로 했다. 클람은 토큰을 발행해 주었다. 그리고 서부지구에서 가장 쓸 만한 숙소를 내 주었다.


“내일 다시 오겠네.”


“예. 클람님도 쉬십시오.”


**


류연은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은 피곤했다. 하지만 정신은 평소보다 더 말짱했다.


“부스럭.”


옆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바짝 날이 서 있던 류연은 튕기듯 침대에서 일어났다. 불면의 원인은 직감이 주는 경고였다.


“누구냐.”


어둠 속에서 단검을 역수로 쥔 복면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내 은신을 알아채다니. 감각이 좋군.”


“누구냐고 물었다.”


“대답해 줄 의무는 없어 보이는데.”


“그럼 하게 만들어야지.”


상대의 실력은 최소 상급의 블레이드 나이트였다. 검술이 발달하지 않은 아케인에 이정도 실력자는 그 S급 용병 밖에 없을 것이었다. 류연은 그를 제압하기로 했다.


‘?’


기습적으로 몸을 날려 봤지만 걸리는 건 없었다. 뒤에서 기척을 느낀 류연은 급히 몸을 틀었다.


시퍼런 단검의 날이 목을 향해 찔러져 오고 있었다. 류연은 겨우 S급 용병의 팔을 붙잡았다.


“!”


사각에서의 공격은 원한다고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S급 용병은 놀라 움찔했다.


“곱게 잡혀라.”


류연은 S급 용병을 그대로 바닥에 메다꽂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힘을 주는 순간 S급 용병은 빠져나갔다.


“···. 오늘은 이만. 그렇지만 항상 밤을 조심해야 할 거다.”


‘어떻게 빠져 나간 거지?’


“쨍그랑-.”


S급 용병은 숙소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루엔. 무슨 일이야.”


텐시가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S급 용병을 따라가려던 류연은 이내 생각을 접었다. 혹시라도 S급 용병에게 동료가 있으면 일행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암살자가 한 놈 들어왔어.”


“아. 그렇구나.”


텐시다운 대답이었다. 깨진 창 사이로 들어온 찬바람에게 몇 마디 쏘아붙인 텐시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다시 잠을 잤다.


이제는 직감이 더 이상 경고를 보내오지 않았다. 류연은 커튼을 쳐 임시로 창을 가렸다.



“처리했나?”


S급 용병은 동부지구의 수장 앞에 서 있었다.


“···. 실패했습니다.”


“실패한 이유는?”


“짐승 같은 놈이었습니다. 예기를 흘리자마자 알아채더군요.”


“실력은?”


“저보다 윗줄일 듯합니다.”


“알았다. 돌아가라.”


집무실 입구를 가로막은 석상이 길을 비켜 주었다. 살짝 인상을 찌푸린 S급 용병은 밖으로 나갔다.


**


“암살자의 습격이 있었다니. 보안에 더 신경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창은 오전 중에 교체해 놓겠습니다.”


아침 식사를 가지고 온 서부지구 직원은 거듭 사과했다.


“뭐? 암살자가 들어왔었다고?”


“그래.”


“난 왜 못 알아차렸지···.”


미네르바의 귀가 아래로 축 쳐졌다.


“워낙 뛰어난 놈이었으니까. 나도 못 알아차릴 뻔했어.”


S급 용병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마도시대의 아티팩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미네르바의 경지로는 그의 은신을 간파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말인데. 미네르바가 어서 블레이드 나이트의 경지에 올라야 할 것 같아.”


“더 노력할게.”


그래도 미네르바가 블레이드 나이트가 되면 그에게 대처라도 해 볼 수 있을 것이었다.


“너희들도 얼른 소드 엑스퍼트의 경지에 올라야지.”


“난 검을 배운지 3년 밖에 안 됐는데? 텐시는 2년. 미네르바는 거기까지 10년 걸렸대. 루엔도 20년 걸렸다며.”


“소드 엑스퍼트에 오르면 뭐 해줄 거야?”


“둘 다 대법을 받았잖아. 나랑 미네르바는 안 받았고. 게다가 내가 살던 차원은 여기처럼 자연의 기운이 충만하지도 않았어.”

“그리고 소드 엑스퍼트에 오르면 너희가 좋은 거지 내가 좋은 게 아니잖아.”


“치.” “좀생이.”


“그래. 그럼 소원을 하나씩 들어줄게. 단. 내가 들어줄 수 있는 한에서만.”


의욕을 불어넣어줄 필요는 있었다. 류연은 두 소녀와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아침을 먹고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자 클람이 계약서를 가지고 왔다. 류연과 클람은 거기에 서명을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레나 참가 수속은 어젯밤 마쳐 두었습니다.”


대회는 앞으로 2주 후에 열린다. 류연은 그때까지 클람에게 마법을 배우기로 했다.


“근데 혹시 일행이 연무장으로 쓸 만한 넓은 공간이 있습니까? 되도록 사람이 없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있습니다. 외부인의 출입이 지된 곳이지만 특별히 허가해 드리겠습니다.”


클람은 지금은 비어있는 지하 실험실을 내어 주었다. 엘리스와 텐시, 미네르바는 검을 챙겨 클람의 비서를 따라갔다.


**


“마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말씀해보십시오.”


류연은 유리에게 들었던 마법 상식 몇 개를 클람에게 말했다. 조금 듣던 클람은 고개를 저었다.


“기초 중 기초부터 배우셔야 할 듯합니다.”


사실 마법사들은 매우 패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문하생을 잘 받지 않으며, 설사 받더라도 알고 있는 것을 잘 전수해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번엔 상황이 상황이었다. 책 몇 권을 꺼내온 클람은 수업을 시작했다.


생소한 이론과 처음 듣는 단어가 계속해서 나왔다. 류연은 묵묵히 그것들을 외웠다. 질문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수업의 흐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조금 쉬었다 하겠습니다.”


‘휴.’


머리가 아파오던 류연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을 한 잔 마시자 머리가 약간 식었다.


“클람님. 질문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자연의 기운을 외부에서 끌어와 재배열 한다 하셨는데, 체내의 기운으로는 불가능합니까?”


“되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건 드래곤이나 고위 마족이라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류연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력이 구의 형태로 응집해 손 위에 올려졌다.


“마, 마족이셨습니까?”


“마족은 아닙니다. 특이한 무공을 익히다보니 얻은 힘입니다.”


류연은 자신이 마족임을 밝히지 않았다. 흑마법사를 배척하지 않는 아케인이라 해도 마족임을 밝혀 좋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충분합니다. 보유하신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십니까?”


“예.”


예전 처음 마족이 되었을 때는 가장 쉬운 변이도 잘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력의 세심한 컨트롤도 가능해졌다.


클람은 류연의 특기에 맞게 새로 전략을 짰다.


클람의 새 전략은 류연이 상대 마법사에게 접근해 하급 마법으로 직접 공격하는 것이었다.


“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충분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마법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류연은 하루 종일 클람에게 마력을 재배열 하는 법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저녁때쯤에는 손톱만한 불꽃을 생성해 내는데 성공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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