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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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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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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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골드 공작가의 후견인 -1-

DUMMY

81화. 리치골드 공작가의 후견인 -1-

4. 지도 (레헬른 공화국).jpg

“헉. 헉.”


눈 내리는 겨울밤, 꺼지지 않는 도시의 불빛도 거의 닿지 않는 어두운 뒷골목,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옷을 입은 초고도 비만 체형의 중년인이 금화와 보석을 쩔렁거리며 도망치고 있었다.


그가 많은 돈을 주고 고용한 S급 용병들은 전부 쓰러졌다. S급 용병들이 시간을 제법 벌어주었음에도 추격자들은 금세 따라붙었다.


앞은 막다른 골목이었다. 그의 비대한 몸뚱이로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높다란 담벼락을 넘기 어려워 보였다.


“리치골드 공작. 우리 서로 힘 빼지 맙시다.”


추격자들은 공화국 집행부 소속이었다. 리치골드 공작은 누군가의 투서에 의해 그동안 저질렀던 비리가 들통 나 쫓기고 있는 중이었다. 저들에게 잡히면 내일 아침 죄목의 공표와 함께 광장에서 처형될 것이었다.


“나만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니잖아!!! 왜 나 한태만 그래!!!”


리치골드 공작은 절규했다. 공화국 귀족들이 부패한 것은 만연한 사실이었다. 비리를 그들보다 조금 더 저지르긴 했지만 억울했던 것이었다.


“그러게 누울 자리를 봐 가며 발을 뻗었어야지. 순순히 갑시다. 으깨진 감자 꼴로 광장에 서기 싫으면.”


집행관은 오랏줄을 들고 다가왔다. 리치골드 공작은 계속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윽.”


다가오던 집행관은 움찔하더니 쓰러졌다. 그의 등에는 단검이 꽂혀 있었다. 동료 집행관들은 급히 검을 뽑았다.


“누구냐!!!”


“리치골드 공작님. 모시러 왔습니다.”


집행관들의 앞을 가로막은 가면 신사는 대단한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가면 신사는 순식간에 집행관들을 전부 쓰러트렸다.


“저를 따라 오시지요.”


“누구···?”


“시간이 없습니다.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도망치며 떨어뜨린 보석과 금화를 주섬주섬 주운 리치골드 공작은 가면 신사를 따라갔다.



공화국 집행관들의 추격은 끈질겼다. 가면 신사는 전투를 세 번 더 하고 나서야 완전히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후. 이제 더 이상 따라오는 놈들은 없을 겁니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저는 선대 가주님에게 고용된 리치골드 공작가의 후견인입니다. 그분께서는 늘 가문의 안위를 걱정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예.”


리치골드 가문은 이름답게 전통적인 상인 가문이었다. 리치골드 가문은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해 레헬른 공화국의 7대 공작가에 들 수 있었지만 다른 공작가에 비해 무력이 부족했다.


리치골드 공작은 죽은 아버지가 이런 안배를 마련해 두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저는 선대 리치골드 공작님의 지원으로 수련에 전념해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부탁하신 대로 리치골드 공작가를 수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오···. 그래···.”


리치골드 공작은 감격한 듯 가면 신사의 두 손을 맞잡았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리치골드 공작님.”


“제가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 하겠습니까?”


안하무인인 리치골드 공작이었지만 가면 신사가 목숨을 구해준지라 아직까지는 가면 신사에게 존대를 하고 있었다.


“가면 신사 크리스라고 불러 주십시오. 아니면 에번스 경으로 부르셔도 됩니다.”


**


드워프 마을에서 돌아온 이후 류연은 매일 작전 회의에 참석했다. 국왕의 참석으로 난항을 겪고 있던 작전 회의는 다시 탄력을 받았다.


“쟁쟁한 공작가들은 아쉬운 게 없습니다. 아쉬운 게 있어야 파고들 틈도 있는 법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리치골드 공작 쪽에 붙을 생각입니다.”


류연은 일어나 회의실 뒤에 있는 커다란 칠판에 무언가를 적었다.


“제가 방금 칠판에 적은 것은 현재 리치골드 공작가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는 사업의 내용입니다.”

“다른 공작가들은 무력이 약한 리치골드 공작가를 집어삼킬 기회만 노리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비리를 폭로한다면 그들은 리치골드 공작을 궁지로 몰 것입니다.”


그리고 궁지에 몰린 리치골드 공작 앞에 나타나 그를 구해주는 것이 류연의 계획이었다.


“이의 있으신 분 있으십니까?”


로렌시아 왕국의 회의 분위기는 매우 수평적인 편이었다. 회의실에서는 작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발언 및 질문을 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엘리스였다.


“티그리샤 자작님. 발언하십시오.”


“처단부대에 소드 마스터가 있을 경우도 생각해야 할 듯합니다. 루엔이···. 아니 전하가 강하다 해도 처단부대에 소드 마스터가 있으면 발이 묶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는 거의 없을 겁니다. 리치골드 공작가의 용병 전력을 감안했을 때, 그들은 최대 블레이드 나이트 급의 기사를 파견할 것입니다.”

“그리고 설사 소드 마스터가 처단부대에 있더라도 도주 정도는 할 수 있을 겁니다.”


다음은 린이었다.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구 연합왕국 국가들은 국왕의 권력이 모든 지방에 확실하게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위조한 신분증으로도 충분이 활동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레헬른 공화국은 공화국 의회의 영향력이 영토 전체에 미치는 중앙집권형 국가였다. 어설픈 위조 신분증을 제시했다가는 입국도 하지 못할 것이었다.


“정보부에서 어떻게 해결하면 안 되겠습니까?”


“오십 명 분의 신분증을 구하는 것은 어려울 듯합니다. 지금 헬라이드에 파견된 정보원들의 신분증도 몇 년에 걸쳐 구한 것입니다.”


“음···. 그럼 그 문제는 제가 한 번 해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예. 전하.”


각료들은 회의장을 떠났다. 류연은 외출할 준비를 했다.


**


류연은 레헬른 공화국의 신분증을 획득할 적당한 방법을 생각해 냈다. 류연은 왕궁 후문으로 나와 로렌의 중심가로 갔다.


로렌은 처음 왔을 때보다도 많이 발전해 있었다. 길은 폭이 넓어지고 반듯해졌으며, 평균 3층이던 건물들은 4층, 5층을 넘어 간간히 6층, 7층짜리도 보였다.


그러나 지금 류연이 갈 곳은 중심가에 있지 않았다. 류연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환상극단 판타지아 -로렌 본점-]


환상극단 판타지아는 제법 유명한 유랑극단이었다. 그러나 단장 미라지는 최근 나이가 들어 로렌에 작은 사무실을 내고 정착했다.


류연은 전에 엘리스가 극단원들을 왕궁에 초대했을 때, 미라지와 친분을 쌓았었다. 류연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계십니까.”


“저, 전하. 이런 누추한 곳에 어쩐 일이십니까.”


커피를 마시던 미라지는 류연이 들어오자 일어나 깍듯이 인사를 했다. 류연은 무릎까지 꿇으려는 미라지를 만류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은 단장님께 부탁드릴 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무엇입니까. 제 힘 닿는 데까지 돕겠습니다.”


“환상극단 판타지아의 이름을 빌리고 싶습니다. 비용은 충분히 지불하겠습니다.”


유랑극단은 입국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편이었다. 게다가 환상극단 판타지아는 이름이 알려진 극단인지라 더더욱 절차가 간소화될 것이었다.


“음···. 조금 갑작스러운 부탁이긴 하지만 빌려드리겠습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미라지의 부탁은 자신이 근래에 쓴 극본을 공연해달라는 것이었다. 류연은 그 조건에 동의했다.


“그런데 저와 제 가신들은 연극에는 문외한입니다. 저희가 공연을 잘 할 수 있겠습니까?”


“그 점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류연은 미라지와 시간 약속을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레헬른 공화국에는 노예로 부려지고 있는 엘프들이 많았다. 류연은 그 점을 내세워 엘프의 숲에 미네르바를 파견 요청했다.


“예. 미네르바 전투 장로님을 파견하도록 하겠습니다.”


미네르바는 세실리아에게 전투 장로의 권한을 위임했다. 그리고 엘프 전사 서른 명, 치료 마법을 전문적으로 익힌 엘프 마법사 다섯 명과 함께 로렌으로 왔다.


출발 예정일은 늦가을이었다. 그때까지 로렌시아 왕국과 엘프들의 연합체인 로엘 클랜은 미라지에게 연극을 배웠다.


**


레헬른 공화국으로 갈 인원은 다크 나이츠와 펜하르트 백작, 시드미안 백작, 그리고 오로라였다.


텐시와 린은 헬라이드에 먼저 가 있었다. 남은 인원은 마차를 타고 레헬른 공화국으로 이동했다.


“환상극단 판타지아의 단원들이시군요. 통행증을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혹시 돌아가시는 길에 저희 도시에도 방문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깐깐하게 화물과 신분증을 검사하던 기사는 부드럽게 태도를 바꾸었다. 로엘 클랜원들은 로렌시아 왕국의 통행증을 제시했다.


“물론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알바레스에도 반드시 들리겠습니다.”


기사는 류연이 자신이 소속된 도시를 알아보자 매우 기뻐했다. 기사에게 가볍게 묵례한 류연은 마차에 다시 올라탔다.



“와. 강 진짜 크다.”


알바레스를 지나 며칠 더 내려가자 프렐리아 대륙 서부를 관통하는 레마리즈 강이 나왔다. 일행은 레마리즈 강 하류의 규모에 놀랐다.


“저기에 줄 서면 되겠다.”


강의 맞은편과는 블루스톰 대교를 통해 연결되어 있었다. 블루스톰 대교는 마차 여섯 대가 나란히 달릴 수 있을 만큼 넓은 폭을 자랑했다.


블루스톰 대교의 통행 요금은 차등이 있었다. 레마리즈 강이 보이지 않는 1차선으로 가면 통행 요금이 저렴했고, 강을 관람할 수 있는 3차선으로 가면 요금이 비쌌다. 류연은 1차선으로 가려 했다.


“마차 아홉 대, 성인 마흔 여덟 명입니다. 1차선으로 부탁드립니다.”


“단장님. 3차선으로 가면 안 되겠습니까?”


류연은 엘리스의 애교에 매우 약했다. 류연은 품에서 돈을 더 꺼냈다.


“마차 한 대당 금화 한 개, 성인 한 명당 은화 한 개입니다.”


“예.”


뭐 그 정도 지출은 상관없었다. 일행은 레마리즈 강을 감상하며 다리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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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종전 -2- 22.12.11 19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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