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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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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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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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6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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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1-

DUMMY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1-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은 [운명의 갈림길] 챕터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


다음 층은 층 전체가 강당이었다. 강당은 완전히 비워져 있었다.


‘!’


주변을 살피던 류연은 단상 위에서 거울을 발견했다. 직감적으로 거울의 정체를 알아본 류연은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마족들에게 대기 명령을 내렸다.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한동안 적습은 없을 것이다.”


류연은 대열을 이탈해 혼자 거울로 걸어갔다. 거울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그렇지만 류연은 계속 거울을 응시했다.


그렇게 계속 거울을 응시하자 거울에는 물체의 형상이 잡히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류연은 거기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거울에 비친 것은 예전에 살던 집을 뒤로 하고, 다정하게 웃고 있는 소영이의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잘 참아왔고,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류연은 뭔가에 홀린 듯 거울 표면에 손을 대려 했다.


‘연아. 오랜만이야.’


소영이의 입모양을 확인한 류연은 거울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거울 속에 소영이 역시 손을 뻗어 류연을 안으려 했다.


“루엔. 안 돼. 멈춰.”


업혀 있던 엘리스는 가냘픈 목소리로 말하며 류연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나 한 번 피어오른 욕망의 불꽃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저게 가짜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그렇지만···.’


류연도 거울 속의 소영이가 가짜고, 업혀 있는 엘리스가 진짜라는 것을 머리로는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엘리스를 돌아보았다가는 다시는 소영이를 보지 못할 것 같았다.


류연은 지금까지 행복했지만, 그 행복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왔다. 그래서 류연은 이번 한번만은 욕망을 선택하기로 했다.


“류연. 나는 류연의 가신으로, 또 연인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어. 그런데 나 대신 가짜를 선택하겠다고?”


“미안. 엘리스.”


엘리스는 자존심까지 버리고 류연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했다. 류연은 엘리스에게 뭔가 변명이라도 하려 했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류연. 정말 가지 않으면 안될까···. 안될까요···.”

“안되겠습니까···?”


엘리스는 이제 애원하듯 말했다. 하지만 엘리스를 내려놓은 류연은 거울 속의 소영이를 안았다. 그리고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류연이 거울 속으로 들어가자 거울에는 다시 물체가 비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엘리스의 영혼도 돌아왔다. 그렇지만 엘리스는 영혼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 한 기분이었다.


“엘리스!!!”


“야. 어떻게 된 거야.”


엘리스가 거울 앞에 털썩 주저앉자 텐시와 미네르바가 달려왔다. 엘리스는 담담하게 둘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내 영혼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소영 씨였나 봐.”


엘리스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러나 엘리스의 가슴은 지금 터질 것만 같았다.


대충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한 텐시와 미네르바도 착잡한 얼굴로 엘리스 옆에 앉았다.


**


‘그래. 잠깐만. 진짜 잠깐만이야.’


류연은 정말 잠깐만 거울 세계에 있다 나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림 리퍼는 류연의 의식을 조작해 그 다짐을 류연의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림 리퍼는 유리의 마력에서 추출한 기억을 바탕으로 거울 세계를 잘 꾸며 놓았다. 류연은 이제는 까마득한 장소가 되어버린 예전 집에서 눈을 떴다.


“여긴···.”


류연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류연은 이불을 어깨까지 올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연아. 뭐해. 늦겠다.”


그러나 뭔가 생각을 하기도 전에 소영이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소영이의 검은 머리는 물기를 머금어 찰랑거렸다.


“너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살아 있냐니? 내가 언제 죽었었어? 너 꿈 꿨구나.”


류연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소영이에게서 풍겨오는 샴푸와 살 냄새는 류연의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류연은 더 생각하는 대신 팔을 뻗어 소영이를 침대로 끌어당겼다.


“꺅.”


“우리 잠시만 이러고 있자.”


잠시만이라고 했지만 류연은 소영이를 안고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류연은 이 달콤함에 취해 완전히 바보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연아. 이제 아침 먹으러 가자. 그래야 점심 전에 벚꽃 보러 가지.”


“그럴까.”


사실 그런 약속을 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류연은 상기된 얼굴로 소영이를 따라가 아침을 먹었다.


**


“와. 날씨 좋다.”


아침을 먹은 둘은 벚꽃을 보러 교외로 나왔다. 소영이는 차에서 내리며 기지개를 폈다.


“그럼 갈까.”


“응.”


류연은 소영이의 손을 잡았다. 소영이와 류연은 벚꽃이 만개한 산책로를 걸었다. 평일 오전이라 사람이 없어 산책로는 정말 둘만을 위한 공간 같았다.


한참을 걷자 산책로는 언덕으로 이어졌다. 둘은 언덕 위에 돗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샌드위치 어때? 맛있지?”


“그러네.”


언덕 아래로 잔잔하게 흐르는 강을 보며 먹는 점심은 최고였다. 샌드위치를 다 먹고 따스한 햇살을 쬐자 류연의 눈이 스스르 감겼다. 소영이를 한 팔로 끌어당겨 안은 류연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으음. 돌아가야 하는데.’


기분 좋게 낮잠을 자던 류연은 잠꼬대를 하면서 잠에서 깼다. 옆에서 잠들어 있던 소영이는 류연의 품 안으로 더 깊이 들어왔다.


둘은 늦은 오후가 되어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까지 그러고 있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네. 이거 입어.”


“연아 고마워. 우리 이제 저기 가볼래?”


“그러지 뭐.”


류연은 소영이에게 겉옷을 건네주었다. 겉옷을 입은 소영이는 먼 산 중턱에 있는 유원지를 가리켰다. 류연은 흔쾌히 승낙했다.


**


“와아아아!!!” “꺄아아악!!!”


둘은 유원지에 가서 신나게 놀았다. 그러나 롤러코스터에서 내린 류연은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연아. 멀미했어? 괜찮아? 아이스크림 하나 사 올게.”


“응···.”


류연은 벤치에 앉아 잠시 바닥을 보았다. 바닥을 보자 머리의 통증이 조금 가시는 듯 했다. 그러나 다시 롤러코스터 쪽을 보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니, 정확히는 롤러코스터 출구에 심어져 있는 장미꽃을 보니 그랬다. 류연은 어떻게 된 일인지 대강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밝게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들고 오는 소영이의 모습을 보자 류연은 진실을 말하기가 두려워졌다.


‘이 세계가 여기서 이대로 끝나버리면 어떡하지?’


결국 류연은 소영이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대신 묵묵히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류연의 얼굴이 계속 심각하자 소영이는 고개를 숙여 류연의 얼굴을 살폈다.


“아직도 몸이 안 좋아? 저거라도 타러 가자.”


소영이는 관람차를 가리켰다. 저기라면 류연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듯 했다. 류연은 소영이와 관람차에 탔다.


“이제 보니 노을을 보며 감상에 젖은 거였구만.”


류연이 계속 턱을 괴고 밖만 바라보고 있자 소영이는 큭큭거렸다. 관람차는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


“소영아. 있지. 나 너한테 말할 게 있어.”


“뭔데?”


“너는 사실 30년 전에 죽었어. 내가 유리와 널 떠나보냈고. 여기 있는 너는 그림 리퍼가 소영이처럼 행동하도록 만들어둔 허상일 뿐이야.”


“그림 리퍼가 뭐야? 연아 너 오늘 조금 이상해. 아침에도 그러더니. 나 여기 있잖아. 그리고 유리는 또 누군데?”


“롤러코스터 옆에 있던 장미꽃을 보고 지워진 기억이 떠올랐어.”


그림 리퍼는 유리의 기억을 바탕으로 허상의 소영이를 만들어냈다. 롤러코스터 옆의 장미꽃은 그림 리퍼가 완전히 지우지 못한 유리의 의식 일부였다.


류연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전부 소영이에게 말했다. 소영이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류연의 태도가 너무 진지해 한 발 물러났다.


“그래 그렇다고 쳐. 그럼 왜 그때 날 부정하지 않았어?”


“한번이라도 다시 이러고 싶었으니까.”


이 모든 게 허상이었지만 오늘 하루는 류연이 꿈에서도 그리던 하루였다. 관람차는 고점을 지나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집에 가자.”


소영이는 말없이 류연을 따라왔다. 류연은 차를 몰아 어스름이 낮게 깔린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


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밤이었다. 류연은 소영이를 거실까지 바래다주었다.


“이제 가는 거야?”


“그래. 잘 있어.”


류연은 몸을 돌려 집을 나오려 했다. 소영이는 현관까지 류연을 따라 나왔다.


“가지 않으면 안 돼?”


“이제 정말 가야 돼.”


류연의 눈동자는 이번에도 흔들렸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이곳을 떠나야 했다. 류연은 신발을 신었다.


“연아. 마지막으로 너랑 블루스를 출 수 있을까. 아니 있을까요···. 있겠습니까···.”


“그래.”


소영이는 자신이 죽었고, 지금 있는 자신은 허상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받아들였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해 류연이 떠난다고 하자 진심으로 슬퍼했다.


류연 역시 소영이의 눈에 맺힌 눈물을 외면하지 못했다. 둘은 창으로 들어오는 쓸쓸한 달빛을 맞으며 현관에서 블루스를 췄다.


“정말 안녕. 사랑해”


블루스를 끝까지 춘 류연은 밖으로 나왔다. 류연은 정신을 집중해 거울 세계에서 벗어났다.


**


“후.”


류연이 밖으로 나오자 거울은 산산조각 났다. 텅 빈 강당을 보자 류연은 후회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 반대로 류연 내면의 가시지 않던 갈증은 상당 부분 채워졌다. 류연은 이제 다시 현실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런.’


위에서 느껴지는 마족들의 기운은 약해져 있었다. 류연은 억지로 여운을 뒤로 하고 다음 층으로 달렸다.


계단 옆으로 난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은 당장에라도 폭풍우가 몰아칠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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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이차원으로부터의 귀환 -1- 23.01.06 193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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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종전 -2- 22.12.11 19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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