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레
시작부터 끝까지 빈틈없이 짜여져 있는 오늘은
살아있다기 보단 작동한다고 느껴졌다.
유일하게 숨통이 트이는 시간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
달콤한 시간은 눈 깜짝 할 새 사라지고, 또 다시 오늘이다.
정해진 숫자에 정해진 만큼만 움직인다.
하루가 시작되면 내 삶은 잠시 멈춘다.
기계가 나를 대신하고 거기에 나는 없다.
내 삶이 다시 시작하는 건 잠들기 직전,
내 몸이 멈추고 꿈 속을 헤매는 순간만이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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