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용서를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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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廣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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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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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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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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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나를 숨겨 적을 끌어내다 – 19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DUMMY

나를 숨겨 적을 끌어내다 – 19



“알았습니다. 최대한 빨리 해주세요.”

대양왕은 곧바로 밖으로 나와 황족들의 동의를 받는다. 그가 결정하자 반대하는 이가 없다. 현재로선 그 방법밖에 없고, 심령술사의 능력을 사전에 검증한다고 하니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들어오시라고 해라!”

미홍의 명령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고 무진 부부가 안으로 들어온다.

“쯧쯧, 한심한 것들. 그렇게 내가 타일렀건만 아직도 그 모양이냐?”

호란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돌변한다. 목소리부터 중년 사내의 것으로 변하고, 태도도 황족들 앞에서 당당하다 못해 군림하는 듯하다.

“형이, 네 이놈!”

주형은 대양왕의 이름이다. 그녀는 대양왕을 보더니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누..누구?”

“크하하하하! 감히 네놈이 내 목소리를 듣고도 아직 자리에 앉아 있단 말이지?”

“호..혹시 부황이십니까?”

“부황? 네놈이 언제 날 부황이라고 인정했더냐? 생전에 하던 대로 천박한 황제라고 하지 그러냐?”

“부..부황! 크흐흐흐흑!”

“부황!!!”

대양왕이 호란 앞에 무릎을 꿇자 나머지 황족들도 모두 의자에서 내려와 엎드린다.

“아니다. 아니야. 내가 무슨 자격으로 니들에게 부황이란 소릴 듣겠느냐? 오늘의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게 바로 나이거늘. 그때 형이 널 끝까지 막기만 했어도....”

“부...부황! 그것만은 아니 되옵니다. 부황! 크흐흐흐흑!”

선황은 대양왕의 아픈 과거를 들춰낸다. 얘기는 이러하다. 원래 대양왕은 선황의 자식 중 맏이로 황태자였다. 근데 그는 자신이 자식을 낳을 수 없는 몸이란 걸 깨닫고는 둘째인 현 황제에게 황위를 양보했다. 부황은 그 사실을 알고도 반대했다. 현 황제가 황태자로서 충분한 자격을 가졌지만 유약했기 때문이다.

황실에 암운이 드리워져 있단 사실을 알고 있던 선황으로선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던 대양왕이 끝내 고집을 부려 현재의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 일은 황실의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아는 사실이라 이것만으로도 호란의 심령술사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내가 네게 몹쓸 짓을 했구나. 미안하고, 또 미안하구나. 크윽! 우욱!”

호란은 황후를 향해 걸어가다 기혈이 뒤집혀 피를 토한다.

“폐..폐하!”

황후가 일어나 달려가려다 걸음을 멈춘다.

파팟!

“으음!”

옆에 있던 무진이 먼저 점혈을 했기 때문이다. 호란은 그대로 그의 품에 쓰러진다.

“송구하옵니다. 저의 집사람의 자그마한 재주가 어르신들의 마음을 어지럽혔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무휼이라고 하옵고, 이 사람은 저의 내자입니다.”

무진은 허리를 깊이 숙여 정중하게 인사한다.

“아..아닐세. 참으로 오랜만에 부황을 뵐 수 있어서 너무 기뻤네. 앞으로 부황의 기일에는 자네들을 불러 실컷 울어야겠네.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대양왕의 말에 황족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로 답한다.

“그런 일이라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그나저나 황세손의 몸 상태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사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왕야, 황후마마, 어찌 하오리까?”

무진의 말대로 황세손이 누워 있는 방에선 강한 음기가 밀려나오고 있다.

“오..오라버니! 어떻게 좀 해보세요. 오라버니들은 그냥 두고 보실 거예요?”

얼마나 급했던지 황후의 입에서 오라버니란 말이 튀어나온다. 대양왕과 왕야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모두 어린 시절 같이 성장했다. 황후는 대양왕에 비해 열 살 정도 어린 황족으로 촌수로는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이다.

당시 중원의 황실은 친족 간의 결혼을 허용했다. 어린 시절 황후는 특히 대양왕을 많이 따랐고, 주위 사람들은 둘이 결혼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양왕이 신체의 결함을 확인하곤 그녀를 짝사랑했던 동생에게 양보한 것이다. 황후는 처음엔 자결을 시도할 정도로 극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대양왕의 사연을 알고는 순순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대양왕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선택한 길이었다. 오라버니란 호칭 속엔 그런 두 사람의 슬픈 사연이 숨겨져 있다.

“아..아니오. 이것으로 심령술에 대한 시험은 통과한 것으로 하겠소. 자, 어서 들어 가보세. 어서!”

대양왕은 손수 무진 부부를 황세손에게 안내한다. 하지만 무진이 만류한다.

“사기로 가득한 방보단 여기가 더 좋습니다. 미홍! 황세손을 이곳으로 모셔 오세요.”

“알겠네.”

미홍은 황급히 들어가 황세손이 누워 있는 침대를 그대로 밀고 와 집무실의 중앙에 놓는다.

“으음!”

원래 왜소한 데다 사기로 붉게 변한 황세손의 몸을 보곤 황족들의 얼굴이 극도로 일그러진다.

“시간 관계상 곧바로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중에 혹시 돌발 사태가 생길 수도 있으니 최대한 뒤쪽으로 물러나 계십시오.”

무진의 말에 따라 황족들은 모두 벽 쪽으로 몸을 바짝 붙인다.

“란! 시작합시다.”

“예, 정랑! 안 그래도 월미 언니가 지금 상당히 화가 많이 났어요.”

그 사이 호란은 자신의 혼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말대로 지금 몸이 상당히 흥분해 있다. 월미공주가 자신의 후손이 누군가에게 정신적으로 제압당한 것에 화가 난 탓이다.

“알았소. 조심하시오.”

“예, 정랑!”

호란은 천천히 침대로 걸어간다. 그녀가 걸어가면서 두 손을 천정으로 들어 올리자 건물 전체가 들썩인다.

우르르르르!

정체를 알 수 없는 강한 기운이 건물은 물론이고, 실내의 모든 사람들의 몸을 옥죈다.

“우욱! 우..움직일 수가 없다.”

“무슨 기운이 이렇게 강해?”

“심령술도 무공과 관련된 거야?”

“으으으으.... 내공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 우욱!”

여기저기서 두려움에 떠는 황족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월미 언니! 여기 언니의 후손인 어린 황세손이 사기에 휩싸여 고통 받고 있어요. 부디 언니의 따스한 손길로 보살펴 주소서. 월미 공주시여!”

이 말을 하곤 호란은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인다. 그게 신호이다. 그녀의 몸이 조금씩 푸른빛으로 변하더니 잠시 후 완전히 짙푸른 하늘색으로 변한다. 그러더니 머리에서 한 줄이 불빛이 흘러나와 집무실 전체를 밝힌다. 그 빛은 실내를 몇 바퀴 돌더니 점차 사람의 형체를 만들어간다.

“감히 어쩐 놈이 나 월미의 후예인 황세손의 몸을 지배한단 말이냐?”

푸른빛은 결국 월미 공주의 형상을 그대로 재현한다.

“워..월미 공주님이다!”

“맞다. 월미 공주님은 심령술의 대가였어!”

“스스로 황족임으로 포기하고 홀연히 황실을 떠났던 그 월미 공주님을 말하는 거요?”

“그렇소. 비록 황족임을 포기했지만 누구보다 황실을 사랑했던 분이었소.”

“그림 속의 그 분이 분명해요. 똑 같아요. 똑 같아.”

황족들도 월미공주의 현신이란 걸 인정하는 분위기다.

우우우웅!

반대로 월미 공주의 등장에 따라 황세손을 휘감고 있던 사기도 극성을 부린다.

“언니! 황세손이 위험해요.”

호란이 황급히 소리친다. 황세손의 몸이 극도로 약해져 강한 기운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개자식이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어림도 없다. 나 월미가 있는 한 어느 누구도 황세손을 건드리지 못한다. 이야아압!”

월미 공주가 두 손에 기운을 모아 황세손을 향해 겨누자 푸른 기운이 사기를 뒤덮더니 조금씩 잠식해 들어간다.

“우와! 공주님의 기운이 사기(邪氣)를 제압하고 있다.”

“오라버니! 저길 보세요. 푸른 기운이 황세손과 사기를 분리시키고 있어요.”

황후는 대양왕을 보며 소리친다.

“아직은 멀었소. 사기도 결코 만만찮소이다. 보시오. 놈들이 반격하고 있소.”

그의 말대로 일시적으로 위축되던 사기가 점차 커지면서 기세를 확장한다.

콰콰콰콰쾅...!

두 기운이 부딪히며 실내를 완전히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다. 탁자를 비롯한 기물들은 산산조각이 나서 허공을 떠돌아다니고, 기운이 약한 황족들은 바닥을 몇 바퀴나 구른다. 만약 대양왕을 비롯한 무공이 뛰어난 사람들이 보호하지 않았다면 여인들은 크게 다쳤을 지도 모른다.

“아아! 이제야 너의 정체를 알겠구나. 수백 년 동안 지하 깊숙한 음지에서 살지도 죽지도 못한 고통을 받은 자. 슬프고, 또 슬픈 영혼이여! 그대의 고통을 그 누가 있어 알며, 그 누가 달랠 것인가? 허나 나와 이 자리에 있는 우리 가족은 너의 고통과 고뇌를 알고 있노니 이제 그만 노여움을 푸시라. 깊고도 슬픈 영혼이여! 그대의 고통이 나와 가족의 가슴에 사무치도다!”

월미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그에 답이라도 하듯이 사기도 같이 운다.

우우우우웅!

이때 갑자기 옆에 있던 무진이 앞으로 나선다.

“나의 친구여! 나의 사랑하는 형제여! 200년의 세월, 그 깊고 어두운 곳에 그대를 버려둔 나의 배신을 용서치 마시게. 이 형을 벌해주시게. 나의 형제여! 크흐흐흐흑!”

그는 바닥에 엎드려 통곡을 한다. 그걸 지켜보는 황족들의 표정이 숙연해진다. 이 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사악한 기운이 무진의 몸을 휘감더니 한 동안 머물다 천천히 그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저..저런! 저러다 저 아이까지 잘못되는 거 아냐?”

“그러게요. 상당한 능력을 지닌 것 같은데.”

황족들은 무진이 잘못 될까봐 걱정하는 눈치다. 하지만 무진은 멀쩡하다. 뿐만 아니라 황세손의 몸에서도 사기가 모두 빠져나가고 푸른빛의 투명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

“하..할마마마.”

급기야 황세손이 입을 연다.

“오..오라버니! 세..세손이 말을 했어요. 말을!”

황후는 자기도 모르게 황세손을 끌어안는다.

“마마! 안 됩니다. 세손께선 아직 정상이 아닙니다.”

미홍이 황급히 그녀를 말린다.

“아! 내가 실수를 했네. 미..미안하이.”

“그래도 일단 고비는 넘겼사옵니다.”

“호호호호! 정말! 정말! 고맙네. 자네의 은공은 영원히 잊지 않을 걸세.”

“황후마마! 아직은 인사를 받을 때가 아니옵니다. 일단 황세손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 하옵니다.”

“다..당연하지. 지금부턴 오라버니가 우리 황세손을 지켜주실 게야. 그렇죠?”

황후는 어려움에 처하자 대양왕에게 더 많이 의지하려 한다.

“나야 언제나 황세손의 편이지만, 앞으론 미홍과 이 아이들에게 맡겨야 될 것 같소.”

그는 무진 부부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황후마마,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뒤로 물러나 계십시오.”

“끝나지 않았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황세손께 다른 병이라도 있단 말인가?”

기쁜 마음에 웃고 떠들던 황족들은 호란의 한 마디에 깜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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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반격은 시작되고 – 136 +4 20.03.23 1,136 17 11쪽
515 반격은 시작되고 – 135 +6 20.03.22 1,062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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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반격은 시작되고 – 132 +4 20.03.19 1,043 14 11쪽
511 반격은 시작되고 – 131 +4 20.03.18 1,129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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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 반격은 시작되고 – 127 +4 20.03.14 1,082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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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 반격은 시작되고 – 125 +4 20.03.12 1,119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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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 반격은 시작되고 – 123 +4 20.03.10 1,165 16 11쪽
502 반격은 시작되고 – 122 +4 20.03.09 1,125 18 11쪽
501 반격은 시작되고 – 121 +6 20.03.08 1,193 17 11쪽
500 반격은 시작되고 – 120 +4 20.03.07 1,345 18 11쪽
499 반격은 시작되고 – 119 +5 20.03.06 1,230 20 11쪽
498 반격은 시작되고 – 118 +4 20.03.05 1,136 20 11쪽
497 반격은 시작되고 – 117 +4 20.03.04 1,149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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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반격은 시작되고 – 42 +5 19.12.19 1,522 19 11쪽
421 반격은 시작되고 – 41 +3 19.12.18 1,403 19 11쪽
420 반격은 시작되고 – 40 +5 19.12.17 1,526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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