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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Eagle
작품등록일 :
2018.12.02 19:17
최근연재일 :
2018.12.09 03:13
연재수 :
6 회
조회수 :
542
추천수 :
16
글자수 :
20,014

작성
18.12.05 21:11
조회
57
추천
2
글자
9쪽

부활 4

DUMMY

근처의 찻집, 아직 아침이란 점과 더불어 어제의 사건 덕에 사람 하나 없이 한산했다.

우선 남자는 달달한 카라멜마끼아또를 한 모금 마셔 심신을 안정시킨 후 마주보는 곳에 앉아 꼼지락거리고 있는 여자를 쳐다봤다.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정리하고 있는 여자는 분명 미인이었으나 남자는 요만큼도 이성적인 끌림을 느끼지 못했다. 그야 첫 만남이 첫 만남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해서 남자는 사심하나 섞이지 않은 사무적인 태도로 손을 오목하게 만들어 내밀었다.


“일단 확인해 보겠습니다. 뭔가 보이십니까?”


남자의 손을 인상을 찌푸리고 보던 여자는 이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전혀요. 전혀 보이지 않아요.”


힘을 조금 모았다고는 하지만 거의 자연 상태다, 이 상태의 힘을 보는 중이라면 힘의 파동이 생긴 날부터 안개에 휩싸인 상태로 사는 거나 마찬가지라 지금처럼 평범하게 다니는 것이 불가능했을 터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플러스 점수를 준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곤 손을 좁혀서 결정을 이루기 직전까지 힘을 그러모았다.

여자는 남자의 손에 희미한 안개 같은 것이 일곱 빛깔로 빛나는 걸 보고 눈을 빛내며 남자가 묻기도 전에 얼른 대답했다.


“지금은 보여요. 뭔가 빛나는 안개 같은데요.”


그 말에 남자는 눈썹을 인중에 모았다.

비록 가공하긴 했지만 이 정도에 `힘`을 보는 것이 가능한 눈이라면 거의 자신에 비견되는 시인능력이었다.

자고로 눈이 좋은 이 치고 재능이 모자란 이는 없는 법이 없다. 적어도 남자가 알기로는 그랬다.

그냥 우연히 이런 재능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고?

남자는 뭔가 기분 나쁜, 작위적인 무언가를 느꼈지만 다른 방법도 변변치 않고 일단은 이 흐름을 타기로 결심했다.


“확실히 재능은 있네요. 그러니까....., 아직 그것도 안 여쭤봤네. 성함이?”


긍정적인 말에 여자는 얼굴에 화색을 띄고 또다시 손을 잡으려는 듯 내밀었으나 남자는 재빨리 손을 뺐다.

손을 잡는 걸 실패했지만 여자는 별로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뻗은 손으로 탁자를 집으며 상체를 남자 쪽으로 숙이며 빠르게 말했다.


“정희에요. 안 정희, 선생님 성함은 어떻게 되시나요?”


상체를 뒤로 뺀 남자는 일일이 행동이 부담스런 여자라 생각하며 답했다.


“선생님? 아니 어차피 가르치려고 했으니까 그냥 그 호칭으로 하죠. 죄송하지만 제 이름은 말씀드리기가 곤란하군요. 사정이 있어서 별로 신상을 드러내고 싶지가 않아서요.”


여자는 서운함이 역력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스스로를 설득했는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저야 가르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니까요. 신뢰가 쌓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희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수업은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매우 규칙적인 일정을 약속드릴 수는 없어요.”


정희는 뭐든 좋다는 태도로 고개를 계속 주억거리며 남자의 말을 들었고 남자는 이어 말했다.


“그리고 수업료 말인데요. 솔직히 돈은 그다지 필요가 없습니다. 그 대신 어느 정도 힘을 다루는 것에 익숙해지면 저를 좀 도와주세요.”


“예. 좋아요. 얼마든지 맡겨주세요!”


정희에 가벼운 수긍에 남자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음, 너무 가볍게 수긍하시는군요. 물론 크게 위험한 일을 시킬 생각은 없지만 평범하게 사는 것 보다는 확실하게 위험해 질 겁니다. 조금 더 고민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남자의 말에 정희는 씩 웃으며 말했다.


“죽어도 좋아요.”


“예?”


“죽어도 좋다고요. 아니 좋진 않지만. 저는 이런 날을 꿈꿔왔어요. 계속 기다려 왔어요. 간절히 바래왔어요. 저는 각오하고 있어요.”


남자는 뭐라 대구하려 했으나 정희의 광기어린 눈빛을 보곤 속으로 침음을 뱉으며 하려던 말을 삼켰다.

자신의 사정을 숨기면서 정희의 사정을 묻는 것도 실례라 여긴 남자는 습관처럼 한숨을 내뱉고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처를 좀 적어주시겠습니까. 커리큘럼 같은 것도 짜야하니......, 다음주중에 연락을 드리죠. 혹시 자취하시나요?”


정희는 핸드백에서 작은 메모지와 팬을 꺼내서 전화번호를 적어 남자에게 넘기며 답했다.


“예.”


“그럼 수업은 정희씨 댁에서 하면 되겠네요.”


말을 마친 남자는 정희가 건넨 쪽지를 챙기고 남아있던 카라멜마끼아또를 단숨에 들이키곤 인사를 하며 말했다.


“그럼 그때 뵙죠.”


#


정희와 헤어진 남자는 다시 사건현장으로 가 주변을 조사했으나 딱히 알아낸 것은 없었다. 그에 남자가 있었던 곳 말고 다른 괴물이 나왔던 곳도 가봤으나 역시나 수확은 없었다.

조사를 하느라 시간이 지나 해가 저물 무렵이 되자 더 이상의 조사는 쓸모 없겠다고 느낀 남자는 씁쓸함을 감추고 집으로 향하려는 차, 갑자기 다시 힘의 파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어제와 같은 비명이 울려 퍼졌다.

짧게 혀를 찬 남자는 비명이 들린 곳으로 향하려다, 문득 떠오른 생각 때문에 급하게 발길을 돌렸다.

남자가 향하는 곳은 부모님의 가게였다.

어제야 거기에만 괴물이 나온 줄 알았기에 딱히 찾아가진 않았지만 이제는 괴물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소환되는 걸 알고 있기에 마냥 괜찮을 거라 여길 순 없었다.

남자는 흑막이 이렇게 빨리 행동할지는 몰랐다지만, 그렇다고 한들 최소한의 보호책도 준비하지 않은 자신을 책망하며 양손을 머리 위로 그러모았다가 손에 쥔 힘을 온몸에 강하게 뿌렸다.

뿌려진 결정체들은 일부는 남자의 몸 주위를 감싸며 맴돌았고 일부는 남자의 몸에 들어가 운동능력을 향상시켰다.

남자는 올라간 신체능력을 기반으로 담이나 건물 따위를 뛰어넘으며 일직선으로 부모님의 가게 쪽으로 향했다.

헐레벌떡 뛰어갔지만 다행스럽게도 남자의 부모님은 무사했다.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손님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어머니를 아버지가 달래고 있는 모습을 본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양손을 꽉 쥐어 보석 같은 결정체를 만든 후 그것을 부모님에게 강하게 쏘아냈다.

결정체는 몸에 닿기도 전에 그 근처에 산산이 부서져 가루가 되었고 그 가루들은 남자의 부모님의 피부 표면에 붙어 은은한 빛을 뿜었다.

보호마법이 무사하게 발동된 것을 확인한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곤 아직 소란스런 거리로 향했다.


#


가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괴물은 날뛰고 있었다.

괴물은 어제와 같은 콩가였으나 어제의 평범했던 괴물과는 달리 녀석은 명백하게 힘을 다루고 있었다.

녀석이 몸 주위에 휘두르고 있는 힘의 소용돌이는 경찰이 쏘아내는 총탄을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녀석이 내려치는 힘을 보조하여 어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참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남자는 그 아수라장을 건물위에서 잠깐 내려다보다가 경찰 한 명이 괴물이 내려치는 주먹에 맞으려는 차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남자의 의지를 읽은 결정체들은 일반 사람들도 볼 수 있는 은은한 빛을 뿜어 남자의 모습을 감췄고 남자가 건물 옥상에서 괴물과 경찰의 사이에 떨어졌을 무렵에는 남자는 은은한 빛에 휘감겨 실루엣만 겨우 확인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경찰의 앞에 내려선 남자는 오른손으로 괴물의 주먹을 잡아채는 시늉을 했고 남자 주변에 떠있던 결정체들은 남자의 뜻에 호응해 흐릿한 손의 형상을 만들어 두꺼운 괴물의 팔을 잡아채 비껴냈다.

이어서 왼손을 수도의 형태로 만든 남자는 쿵가의 목을 향해서 수도를 그었고 결정체는 또 남자의 의지를 충실히 따라 날카로운 참격의 형태로 변하여 괴물의 목을 날려버렸다.

갑자기 나타나 총탄도 무시하고 날뛰던 괴물을 순식간에 처리한 남자 덕에 사람들은 어떤 반응도 하지 못하고 벙쩌있었고 남자는 그 틈을 타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다시 뛰어 올라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 올 수 있었다.

그에 사람들은 빛의 궤적을 따라 고개를 위로 향했지만 결정체는 이미 남자의 의지에 따라 빛을 뿜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기 시작했고, 어둠에 몸을 감춘 남자는 이제 완전히 해가져 어둑해진 거리의 어둠과 동화해 몸을 숨겼기에 사람들은 결국 남자의 행적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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