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환생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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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Eagle
작품등록일 :
2018.12.02 19:17
최근연재일 :
2018.12.09 03:13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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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수 :
20,014

작성
18.12.0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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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부활 2

DUMMY

남자는 손을 쥐었다 펴보았다.

허공을 쥐었으니 당연히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허나 남자에게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남자는 과거에 그렇게 함으로서 `힘`을 쥐었으니까.

몇 번을 반복해 봐도 역시나 힘을 쥘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계속 반복했는데 안 된 일이 지금 와서 갑자기 될 리가 없었다.

남자는 이제 익숙해져 버린 한숨을 내쉬며 헛손질 하던 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멈췄던 걸음을 재개했다.

거리를 걸으며 남자는 회고했다. 지금 같은 헛수고가 몇 번이었는지를.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 슬슬 그만두어야 할 때라고.

살아간다는 건 변화한다는 것이라고 했던가?

남자는 변했다. 과거와 달리 변했다.

신체는 말할 것도 없었고 습관이나 사고방식도 달라졌다.

이제는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를 걷는 것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탁한 공기도 휘황찬란한 밤도, 별빛 없는 하늘도 과거에 참을 수 없던 것들도 모두 익숙해졌다.

나쁜 것에 적응했고 새로 얻은 것도 있다.

더 이상 과거에 매달려 현제를 소홀히 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리라.

그렇기에 남자는 드디어 과거와의 결별을 결심했다.

그렇게 마음먹은 남자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축하주라도 사갈까 하던 찰나, 힘의 파동이 거리를 뒤덮었다.

처음에는 놀랐다. 그야 그렇지 너무 갑작스러웠으니까.

그 후에는 기뻐했다. 그리 찾아 해매는 던 것이 갑자기 나타났으니까.

그리고는 화가 났다. 포기하려는 차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다니 놀리는 것 같지 않은가?

때문에 남자는 힘의 파동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진 비명 소리가 났던 곳으로 향했다.

정의감 때문이 아니라 정보획득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또 화풀이 때문이었다.

남자는 소란이 이는 곳을 향하며 정말로 결심을 알아채고 놀리는 듯 힘을 풀어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인생은 원래 불합리한 것, 그냥 타이밍이 나빴다고 포기하고 정보를 토해내고 덤으로 화풀이 대상이 되는 걸 받아들이라며 속으로 되뇌었다.


#


소리가 난 곳을 찾는 것은 어렵지는 않았다.

남자가 뛰는 동안에도 계속 뭔가 부서지는 소리, 비명 소리가 나서 계속 방향을 알렸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남자가 도착하자 거기에는 엉망진창이 된 거리와 다친 사람들, 그리고 그런 짓을 벌인 원흉으로 보이는 괴물이 있었다.

2m는 되는 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팔, 성인 남자 키 만 한 어께넓이, 회색 피부 때문에 더욱 바위 같아 보이는 울퉁불퉁한 근육, 자유분방한 이목구비에 길게 찢어진 입 안에는 톱날 같이 날카로운 이빨들이 이중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괴물은 한 손에는 소형차를 들고 다른 한손에는 신호등을 들고 마구 휘두르며 포학을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일견한 남자는 우선 한 손으로 허공을 쥐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 손아귀에는 분명히 `힘`이 쥐어져 있었다.

남자는 감격에 겨워 잠시 그 감촉을 만끽하다 이내 압축하듯 꽉 쥐었다가 가볍게 손을 털어 변화한 힘을 주변에 흩뿌렸다.

변화한 힘은 남자의 눈에만 보이는 작은 결정체가 되어 바람과 힘의 흐름을 타고 넓게 퍼졌다.

퍼져나간 결정들은 주변을 비추며 수많은 정보를 남자에게 전했다. 잠시 괴물을 관망하며 결정들이 보낸 정보를 정리하던 남자는 이윽고 힘의 파동을 발산시킨 원흉은 여기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자는 아쉬움에 침음을 흘리곤 되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평소부터 사건이 일어나면 경찰에 신고할지언정 나서질 않는 성격이었다.

여기서 짠하고 괴물을 쓰러트리면 범죄자를 상대하고 겪게 될 귀찮음과는 차원이 다른 성가심이 찾아올 것은 자명했다.

어차피 하급괴물 힘이 없어도 퇴치하는 것이 가능한 괴물이니 총기라도 동원되면 금방 제압될 거라 예상한 남자가 다시 발걸음을 돌리려단 차, 갑자기 지금까지와는 질이 다른 비명이 들려왔다.

뭔 일인가 남자가 보니 괴물은 날뛰는 것이 지쳤는지 자리에 주저앉아 미처 도망가지 못한 여자를 집어 들고 있었다.

여성은 울부짖으며 마구 버둥거렸지만 괴물의 아귀에서 벗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싱싱한 먹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괴물은 징그러운 웃음을 흘리다 입을 쩍 하고 벌렸고,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 습관이 돼버린 한숨을 내쉬곤 `힘`을 쥐었다 엄지로 튕겨 쏘았다.

막 여자를 씹으려던 괴물은 남자가 쏘아 보낸 `힘`의 탄환을 이마에 맞고 벌러덩 넘어져버렸고 그 충격으로 손에 쥐고 있던 여자도 놓쳐 버렸다.

내동댕이쳐진 여자는 충격이 컸을 텐데도 생존본능을 발휘하여, 괴물이 아픔에 버둥거리는 틈을 타 어떻게든 거리를 벌렸고, 그 모습을 보던 남자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발걸음을 되돌아갔다.


#


집에 돌아온 남자는 건성으로 인사를 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책상에 앉아 꾹 움켜잡고 있던 손을 펼쳐 쥐고 있던 것을 책상 위에 내려놨다.

그건 정찰을 하기위해 만든, 먼지와 같이 작았던 결정체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엄지 손가락만한 결정체였다.

그 후로도 부지런히 손을 쥐었다 폈다 하던 남자는, 그런 결정체가 한 무더기가 만들어진 다음에야 안심했는지 작업을 멈추고 느껴지고 만져지는 힘에 집중했다.

농도는 그렇게 진하지 않았지만 분명 남자가 전생에 썼던 것과 같은 질의 힘이었다.

남자가 추측키로는 가능성은 두 가지, 하나는 전생의 고향에서 이쪽으로 간섭했을 경우, 하지만 이 경우는 별 신빙성이 없어 보였는데, 그들이 굳이 이쪽과 연결할 필요성이 없었다. 혹여 차원간의 시간이 다르다는 가설 같은 게 진짜라서 또 마왕이 나타나 용사를 소환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한들 난폭하기만 한 괴물, `쿵가`를 보낼 이유는 없었다.

그러니 남자는 두 번째 가능성, 자신과 같이 차원이동, 정확히는 차원송환 마법진에 휘말린 나머지 다섯 중 어느 누가 결국 저쪽과 소통하는 것에 성공했다는 쪽이 더 설득력이 높다고 생각했다. 수단을 가릴 처지가 아니니 송환이든 소환이든 뭐든 시험하다 우연히 `쿵가`가 소환 됐을 것이고 그럴 경우라도 하필 도시에서 시험한 이유가 의문이긴 하지만 그 쪽도 한 때 포기했던 자신처럼 습관처럼 한 짓 중 어떤 것이 방아쇠가 되어 실제로 소환이 돼버렸다면 억지로나마 설명이 되기는 했기 때문이었다.

그 가능성 까지 생각이 미친 남자는 앓는 듯한 신음성을 내며 책상위에 엎어졌다. 나름 그 때 거기에 있던 인물 중 가장 잘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을 재치고 힘을 되살리는 것에 성공한 인물이 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서였다.

한참을 책상위에 엎드려 끙끙거리거나 중얼거리며 투덜거리던 남자는 도시 한 가운데 `쿵가`를 소환한 걸 보면 녀석도 우연히 성공한 걸 거라 자신을 위로 하며 쓰린 속을 달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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