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오늘은 일단 쉴까.
리즈는 오랜만에 마음껏 힘을 쓸 수 있는 상황에 조금 들떠 있었다.
그렇기에 처음 몬스터 무리로 달려들 때 생각보다 더 힘이 들어가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빛의 정령인 백령의 힘을 써서 거대한 빛의 플레어를 일으킨 리즈.
첫 등장부터 주변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리즈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이거 괜찮네. 더러워 질 일도 없이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고.”
리즈는 빛의 알갱이로 산화한 몬스터들을 만족스러운 듯이 바라보고는 다시 힘을 모았다.
이 모습인 상태로 이렇게 수많은 몬스터와 싸워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런 만큼 리즈는 이번 기회에 다양하게 능력을 써보면서 이것저것 시험해볼 생각이었다.
리즈는 한 손에 화령의 힘을, 다른 한 손에 토령의 힘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는 그 힘으로 주변에 수십개의 화구와 수십개의 석창을 만들었다.
‘역시 정령의 힘이 마법보다 훨씬 다루기 편하지. 마력 조작이나 마법진 같은 것도 신경 안 써도 되고.’
마법이 마력을 조작해서 인위적으로 원하는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정령의 마력은 속성을 띄고 있는 만큼 그 자체만으로 현상을 일으킬 수 있었다.
게다가 일반적인 마력의 조작은 굉장한 정신력을 소모하는데 반해 정령마력은 마치 자신의 일부처럼 다루기도 쉬웠다.
그저 생각하고 원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마법을 쓸 수 있었다.
“자 어디, 효과는···”
리즈는 만들어낸 마법들을 사방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날려보냈다.
주위에는 발 디딜 틈보다 몬스터가 더 많았으니 대충 어디로 던지든 다 직격이었다.
각각의 화구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을 집어 삼켰고 석창은 날아가는 방향의 적들은 모조리 꿰뚫으며 멈출 줄 모르고 날아갔다.
‘나쁘진 않지만 효율이 나쁘려나? 이왕 두 가지 능력을 쓰는 거 서로 도움이 될만한 걸로...’
그렇게 생각한 리즈는 곧바로 다음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몬스터들이 몰려 있는 장소로 달렸다.
그리고 이번엔 수령의 기운을 모아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 몬스터들을 휩쓸었다.
물살에 휘말려 몬스터들이 정신 없는 사이 이번엔 발끝으로 빙령의 기운을 뿌렸다.
거대했던 파도는 리즈가 발끝을 대자마자 얼어버렸고 몬스터들은 그대로 동사했다.
리즈는 그 얼음 위에서 주변을 슬쩍 둘러보며 고개를 저었다.
‘예쁘긴 한데 말이지... 그런 것 치고는 딱히 수가 줄지는 않았네. 뭐, 애초에 두 속성 다 파괴력이 높은 편은 아니었고. 응?’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이번에는 몬스터 쪽에서 리즈를 향해 돌격해오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나 공중에 있던 비행형 몬스터들은 모조리 모여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못 날게 해줘야지.’
이번에는 풍령의 힘을 끌어 모은 리즈.
그녀의 주위로 서서히 강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허리케인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허리케인은 날아오던 몬스터들은 물론 얼어붙어있던 파도까지 깨부수며 주변에 있는 건 모조리 휩쓸었다.
‘좋아, 그리고 여기다가 뇌령의 힘을 섞어서...’
“크으윽...! 이 꼬마계집이...”
콰콰쾅!!!
“끄아악!!!”
‘어? 방금 뭔가가...’
막 뇌령의 힘을 쏟아 부어 허리케인 주위로 무수한 천둥번개를 쏟아 붇는 순간, 뭔가가 리즈의 곁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워낙 천둥과 폭풍소리가 시끄러운데다 타이밍 좋게 쏟아 내린 번개에 휩쓸려 사라져 버린 탓에 리즈는 눈치채지 못했다.
뭔가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지만 기분탓이겠지 생각하며 넘어가 버렸다.
리즈는 주변을 닥치는 대로 휩쓸고 있는 허리케인과 천둥번개를 보며 매우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띠링- 레벨이 1 상승 했습니다.
띠링- 레벨이 1 상승 했습니다.
띠링- 레벨이 1 상승 했습니다.
···
‘엑? 뭐야, 지금까지 하나도 안 오르다가 갑자기?’
수천마리나 되는 몬스터를 사냥했지만 애초에 레벨 차이가 큰 몬스터들이다.
전혀 경험치가 되지 않는 것들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리즈로서는 갑작스러운 레벨업이었다.
‘뭔가 레벨이 높은 몬스터라도 섞여있던 건가? 아니, 그보다··· 이대로라면 또···’
띠링- 레벨이 MAX가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캐릭터 동기화가 시작됩니다.
잠시 동안 플레이가 불가능해집니다.
플레이어 분께서는 5분 이내에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작>
‘읏, 역시··· 또 이건가.’
리즈는 당황해 마력을 멈추고는 당장에 어딘가로 대피해야 할지 고민했다.
‘으음··· 그래도 5분이면 꽤 긴 시간이니까. 최대한 수를 줄여보자.’
그렇게 결정한 리즈는 이번엔 흑령의 힘을 끌어냈다.
리즈의 주변으로 넓게 퍼지기 시작한 검은 그림자.
그 그림자는 주변의 있는 모든걸 집어 삼키며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갔다.
‘어둠 계열의 특징인가? 뭐든 조용히 처리한단 말이야. 임팩트가 없달까···?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리즈는 동시에 다른 속성의 힘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빠르게 많은 수의 몬스터를 처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정령 마법을 사용해보면서 말이다.
사방에서 자연재해나 다름 없는 마법들이 전장을 휩쓸었고 그때마다 수천, 수만 마리의 몬스터들이 사라져갔다.
평야에 가득 차있던 몬스터들이 전멸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엇, 뭐야? 벌써 끝이야? 이제 슬슬 감이 잡혀가고 있었는데···’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세상의 종말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리즈에게는 아직 부족했던 듯 혀를 차며 아쉬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빠지기에 적당한 타이밍이긴 했다.
‘군데군데 살아있는 몬스터들도 있는 것 같지만 이 정도야 알아서 할 수 있겠지.’
리즈는 슬쩍 성벽을 바라보았다.
성벽에 모여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럼 도망쳐볼까.’
리즈는 그대로 성벽에서 등을 돌리고 마물의 숲을 향해 뛰었다.
물론 마물의 숲에서 동기화를 시작할 생각은 아니다.
다만 레어로 다시 이동하기 위해서는 텔레포트 오브나 텔레포트 링이 필요했고 둘 다 지금의 캐릭터로는 사용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일단 숲으로 몸을 숨긴 리즈는 바로 모습을 바꿨다.
“<클래스 체인지-엠페러 나이트>”
···
“아, 기사 클래스는 없어졌었지. 잠깐, 그럼 아이템은···?”
리즈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자신의 몸을 보며 조금 전 동기화로 인해 기사 클래스가 사라졌다는 걸 떠올렸다.
동시에 기사 클래스가 가지고 있던 텔레포트 오브에 까지 생각이 미치고는 당황하며 일단 스킬을 해제했다.
“ <클래스 체인지-해제> ···아, 있다!”
변신이 풀리자마자 아이템창을 열어 확인해보니 다행히도 텔레포트 오브는 무사히 본래 모습이 가지고 있었다.
‘휴우··· 게임에서도 구할 수 없는 귀중한 운영자 아이템이라고. 없어지면 곤란하지.’
텔레포트 오브 외에도 백색의 갑옷과 검 등, 기사 캐릭터가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은 모두 이쪽으로 옮겨진 것 같았다.
리즈로서는 다행인 일이다.
리즈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아까와 마찬가지로 레어로 텔레포트 했다.
레어에 토착하자 남은 시간은 10초도 남지 않았다.
‘이번엔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기다릴 것도 없이 시작 버튼을 누른 리즈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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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또 거긴가?’
또 다시 새하얀 공간에서 눈을 뜬 리즈는 주위를 둘러봤다.
한번 경험했기 때문인지 이전보다 정신은 또렷했고 자신의 상황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몸에는 별 이상이 없는 것 같았지만 마력같은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다시 저번처럼 밝게 빛나며 나타난 여성의 실루엣.
“아, 저기요!”
[이@# $ %소*% ^#&나$@]
이번에는 정신이 또렷한 만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했던 리즈였지만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는 물속에라도 있는 듯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다.
몇 번 더 대화를 시도해보긴 했지만 여전히 의미가 통하지 않았기에 서서히 포기해갈 무렵, 리즈의 시야가 밝게 빛났다.
이번 동기화도 서서히 끝나가는 듯 했다.
리즈는 다시 한번 의식이 흐릿해지는 기분과 함께 급격한 추락감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
“읏···! 또 바닥을···”
리즈는 다음엔 꼭 바닥에 구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
이번에도 역시 정령사가 아닌 왕녀의 모습이었고 이번에도 역시 클래스 체인지에서 정령사 캐릭터의 목록은 사라져 있었다.
‘역시··· 동기화 하면 캐릭터는 사라지는 구나. 그래도 아이템은 사라지지 않으니 다행이지. 스킬도.’
리즈는 천천히 변화를 느끼며 몸 상태를 살피고 싶었지만 역시 학원국의 상황이 신경쓰일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돌아가자. 또 무슨 일이 벌어졌으면 난감하니까.’
리즈는 텔레포트 오브를 이용해 다시 한번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귀환했다.
방으로 돌아오고 나니 밖은 완전히 해가지고 어두워진 상태였다.
이번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지 평소대로 소란스러운 기숙사의 분위기로 돌아와 있었다.
그대로 도시 전체에 마력을 펼쳐 마력 감지로 상황을 살펴본 리즈.
그 결과 여기저기 소란스러운 듯 했지만 전투는 완전히 끝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소피아도 학생회의 멤버들도 아카데미로 돌아와 있었는데 이래저래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걸 보면 전투의 후 처리로 꽤나 고생하고 있는 듯 보였다.
‘뭐, 그건 학생회만이 아니지. 높으신 분들은 다들 정신 없는 것 같네.’
마력 감지만으로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만한 소동이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만.
리즈는 그대로 마력의 범위를 넓혀 결계의 밖, 넓은 평야까지 마력 감지의 범위를 늘렸다.
그리고 성벽의 밖에는 모두 죽은 몬스터들 뿐이라는 걸 확인한 후에야 근심을 놓으며 마력을 거뒀다.
‘여러 가지 할 일은 많지만··· 오늘은 일단 쉴까.’
여느 때처럼 평범하게 시작한 하루였지만 여러 일이 터지는 바람에 평소보다 길게 느껴진 하루였다.
리즈는 아직도 고생하고 있을 학생회 멤버들에게 속으로 사과하며 침대에 몸을 기댔다.
- 작가의말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하하하...
아니 저도 오래 손을 놓다보니 제가 제 이야기를 기억 못하겠네요ㅠㅋㅋㅋ
저도 언제 한번 정주행하면서 오타 수정이나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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