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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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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프레노아
작품등록일 :
2019.01.01 03:16
최근연재일 :
2019.04.25 03:37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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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1,681

작성
19.0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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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판도라의 고서 3페이지

DUMMY

“진정되셨나요?”

“네.”


한참을 울어버린 덕분일까. 꽤나 진정되자 아리스는 빨개진 두 눈으로 그레이를 바라봤다.

진정이 된 탓일까. 방금 전까지 그레이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었다는 사실이 왠지 부끄럽게 느껴졌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모습 보이지 않았을 텐데...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그대로 울어버렸어.’


처음 느껴본 목숨의 위협. 무섭고 두려운 것 투성이였기에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레이는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 물어보고 싶은 것은 많았다.

하지만 머릿속이 정리가 되질 않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알 수 없는 일들 투성이라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어째서 여기에 있으신 겁니까?”


서로 간의 침묵을 먼저 깬 것은 그레이였다.

이것을 기회로 아리스도 질문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분명 집에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고 기억도 희미해서. 눈을 떠보니 여기에 있었어요.”

“그렇습니까.”

“저 선생님. 아까 그 사람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이곳에서는 무리겠군요. 일단은 자리를 옮기시겠습니까?”


아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하지만 다리에 체중이 실리는 순간 다리에서 통증을 느껴 그대로 주저앉았다.


“앗..”

“괜찮으십니까?”


아리스가 넘어지는 순간 그레이는 손을 뻗어 아리스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제야 그녀의 다리로부터 흐르고 있는 피를 보게 되었다.


“다치셨군요.”

“괜찮아요. 조금 아프긴 하지만 걸을 수 있어요.”

“안 그래도 맨발이지 않습니까. 걸어가면 더 다칠 겁니다.”


그레이는 뒤돌아 그녀에게 등을 보이며 자세를 낮추었다.


“업히세요.”

“네?!”

“다치신 상태로 걷게 둘 순 없습니다.”


그레이의 태도에 아리스는 머뭇거리며 망설이다 조금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그레이에게 업혔다. 연모하는 상대와 이렇게 접촉하는 이 상황이 부끄럽지만 그렇게 싫게 느끼지는 않은가 보다.


“무겁지 않으세요?”

“가벼우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선생님의 등 무척이나 넓구나.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안심돼. 방금 구해졌기 때문일까.

엄청 무서웠는데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안심했지.

역시 나는 선생님을..

이런 마음 들키진 않았으면 좋겠네. 그래도 조금은 알아주셨으면.’


자신의 심장소리가 그에게 들리진 않을까. 이 연심이 그에게 들키지는 않을까.

걱정되지만 조금은 알아주면 좋겠다는 모순된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아리스는 그레이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그레이에게 부려보는 작은 어리광이었다.

하지만 그레이는 늦은 시간이었기에 그녀가 피곤해한다고 느낄 뿐이었고 아리스의 마음은 조금도 전해지지 않았다.


그렇게 아리스를 업은 채 그레이는 발걸음을 옮겼고

도착한 곳은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여관이었다.


“여관?”

“저는 집이 없어서 말이죠. 이곳의 방을 빌려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여관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늦은 새벽이기에 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상태를 보이고 싶지 않던 두 사람으로선 다행인 상황이다.

그레이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걸으며 2층으로 올라와 5번째 방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고 문을 열었다.


“정리가 잘 되어 있네요.”

“짐을 거의 풀지 않았으니까요”


그레이는 아리스는 침대에 앉히고 한숨을 쉬며 코트를 벗어 던졌다.

코트 안쪽에 있던 하얀 와이셔츠의 대부분은 붉은색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나마 조금 하얀 부분이 남아있어 그 와이셔츠가 원래 하얀색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 괜찮으세요?”

“조금 쓰라리긴 하지만 참을 만합니다.”


그레이는 벽에 세워진 가방 하나를 열었고 그곳에서 붕대를 꺼냈다.

그리고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 둘 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아리스는 그레이의 상체가 조금씩 나타나는 것을 보고 뒤로 고개를 돌렸다.


“저 선생님.”

“왜 그러시죠?”

“그 상처는..”

“아까 드라큘라로부터 입은 상처들입니다.”

“드라큘라요?”


상처에 붕대를 감으며 그레이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소설책에 나오는 그거요?”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 녀석은 그것들의 원조 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 실제 하는 거였군요.”

“아니요. 원래는 허구가 맞습니다. 실제로 드라큘라 같은 것은 없습니다.”

“네?”

“이야기의 시작을 위해선 [판도라]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겠군요.”

“판도라요?”

“네. 자살 후 세계 최고의 소설가라 칭송받은 판도라.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야기. 판도라의 고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판도라의 고서. 세계최고의 소설가였던 판도라가 자살 직전에 만들고 간 마지막 이야기.

지어진 제목이 딱히 없었기에 판도라의 고서라고 불려지는 이야기들이다.

그것은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진 이야기 집으로 따듯한 행복한 이야기부터 슬픈 이별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진 책이다.


“문학 수업 중에도 배우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중 몇몇 이야기들은 동화로 분류되니 어쩌면 어렸을 적에 보신 적도 있겠죠.”

“네.”

“아가씨는 판도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저도 잘은.. 엄청 유명한 소설가라는 것 밖에 몰라요.”

“그럼 일단은 그녀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판도라는 살아있을 적에 한 남자를 사랑했었습니다. 판도라의 고서도 그 사람을 위해서 쓰기 시작한 것이었죠. 그렇기에 시작은 행복한 이야기들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집필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 전쟁이 시작되었고 이야기는 달라졌습니다.

그녀가 사랑하던 연인은 나라의 징집으로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연인의 죽음에 슬퍼하던 판도라는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방법으로 집필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완성된 후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녀가 죽은 이후 그녀가 남긴 이야기들은 널리 퍼져나갔고 판도라는 세계 최고의 소설가라 칭송받게 되었습니다.”

“슬픈 이야기네요.”

“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네?”


어느새 깨끗한 새 와이셔츠로 갈아입은 그레이는 한권의 낡은 책과 소독약, 연고 등을 가지고

아리스에게 다가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

“그냥 놔두면 흉터가 남을 겁니다.”


그레이는 아리스의 발과 다리에 난 상처를 치료하며 이야기를 이었다.

살짝 따끔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손길이 서툰 솜씨로 최선을 다하는게 느껴졌기에 아리스는 아픔을 애써 참으며 그레이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녀가 집필을 하던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적어도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이유는 아니었죠.”

“그럼요?”

“연인을 앗아간 세상과 자신을 버리고 간 그에 대한 복수와 저주.

그것이 그녀가 집필을 계속하던 이유입니다.

판도라는 집필을 하는 동안 자신의 이야기에게 저주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완성되었을 때 세상의 미련을 버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런..”


“그것이 판도라의 진실입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요.”

“그렇네요. 그런데 그 이야기가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요?”

“그것은 그녀를 저주가 형태를 가지고 구현되기 때문입니다. 이걸 봐주시겠습니까?”


그레이는ㅏ 자신의 손에 붙들려 있던 책을 아리스에게 넘겼다.

꽤나 낡아 보이는 책이었지만 관리를 잘하였는지 책에 상처 같은 것은 거의 없어보였다.


“이건 아까 선생님이 갖고 있던...”

“131페이지입니다.”


그레이의 말에 따라 아리스는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그곳에는 새까맣게 변해버린 종이만이 남아있었다.

아리스는 그 검은 페이지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방금 전 불타 재가 되어버린 남자를 떠올렸다.


“그 페이지가 방금 전 재가 되어 사라져버린 드라큘라입니다.”

“네?!”

“정확히는 그 원본이라 할 수 있겠군요. 판도라의 저주란 그런 것 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형태를 가지게 되었고 나름의 설정을 가지고 사람으로서 사람들 속에 섞여 이 세계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믿기 힘든 사실을 알아버린 아리스는 검은 페이지에서 거부감을 느낀 듯 책을 덮고 그레이에게 넘겼다. 책을 돌려받은 그레이는 설명을 이었다.


“판도라의 고서라 불려지는 수십가지의 이야기. 이 책은 그 이야기들의 원본입니다. 세상에 떠도는 사본 같은 것이 아닌 판도라가 직접 쓴 세상에 단 한 권 밖에 없는 책이라는 것이죠. 그렇기에 형태를 가진 고서들을 지워버리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직접 고서들을 지우고 있단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많이 놀라셨나요?”

“엄청요. 안 놀라는 게 이상하잖아요.”

“그렇겠죠.”


그레이는 치료의 마무리를 끝내고 아리스의 옆자리에 앉았다.

와이셔츠 안쪽으로 칭칭 감아진 붕대들이 그의 상처가 꽤나 심하다는 것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형태를 가진 고서는 자신의 원본이 되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능력이요?”

“네. 그렇기에 아마 아가씨가 이곳에 와있는 것도 드라큘라의 능력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런 걸까요.”


그레이는 아리스가 살짝 이지만 위축된 것을 느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니까.

이런 이상한 만남도, 죽음의 위기도 평범하게 찾아올만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괜찮으신가요?”

“엄청 무서웠어요. 정말로 죽는 줄 알았고 다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드라큘라를 놓친 탓입니다. 저를 탓하셔도 좋습니다.”


아리스는 살짝 미소 지으며 그레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탓하지 않을게요. 무서웠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구하러 와주셔서 진짜 안심했어요. 구하러 와주셔서 고마워요.”


그레이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뺨을 긁적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알려주시네요. 보통 이런 건 비밀로 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이미 아가씨께서 원본을 봐버리셨다는 점 때문입니다.”

“네?”

“형태를 가져버린 고서는 본래 이 세계에 있던 존재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만약 고서가 이 세계에서 지워진다면 세계는 흐름을 맞추기 위해 기억 속에서 고서의 형태를 지웁니다.

원래부터 없던 것으로 만드는 거죠.

드라큘라가 거리에 남긴 흔적도 내일 다시 가보면 망가진 것 하나 없이 멀쩡해질 겁니다.

만약 드라큘라를 본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의 기억 속에선 지워지겠죠. 지나가다가 어떤 사람을 만났을 뿐이다 정도로 기억이 조작될 겁니다.”


“하지만 저는...”

“네. 그것이 아가씨께서 이미 이 책을 봐버렸다는 증거입니다. 형태를 가진 고서가 사라지면 세계의 기억에서 지워진다. 라는 것이 고서의 규칙이지만 이 고서의 원본을 본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고서의 원본을 본 사람은 그 규칙으로부터 벗어나게 됩니다.

고서가 사라지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가씨께서는 이미 고서의 원본을 봐버리셨기에 고서의 규칙에서 벗어나게 되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어째서요?”

“고서의 규칙에서 벗어나게 되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기억만을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리적인 것 또한 그것에 해당하게 됩니다.

드라큘라가 남긴 상처가 남아있는게 그 증거가 되죠.

만약 형태를 가진 고서가 아가씨에게 물리적인 피해를 입힌다면 그 고서가 사라지더라도

규칙에서 벗어난 아가씨에겐 그 피해가 그대로 남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알려드린 것입니다.”

“그런..”

“이것은 모두 제 불찰입니다. 아가씨를 휘말리게 만들어버렸으니까요. 그렇기에 약속합니다.

아가씨만은 반드시 지켜드리겠습니다.”


놀란 듯 커다래진 두 눈동자로 그레이를 응시하던 아리스는

그 말에 살짝 심장이 두근거리는 감각을 느꼈고 얼굴에 나타나는 반응을 숨기기 위해

얼굴을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으음. 그러니까 제가 고서를 봐버렸기에 이미 휘말려버려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는 거죠?”

“...그것도 있지만. 사실 아가씨에게 전해야 할 것은 아직 더 있습니다.”

“네?”


“아가씨에게 전하려 했던 것은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고서는 판도라를 통해 저주가 되었다는 것.

두 번째는 저주가 형태를 갖추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선생님?”


왠지 모르게 머뭇거리는 반응을 보이는 그레이가 의아해 그를 불렀다.

답을 상당히 망설이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레이는 한숨을 쉬고 세 번째 이유를 말했다.


“그것은 아가씨에 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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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좋은 밤이 되시길.”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발코니를 통해 아리스를 다시 방에 데려다준 그레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발코니의 난간을 뛰어넘어 사라졌다.


“선생님. 그런 일을 하고 계셨구나.”


평소 그레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해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리스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이름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있던 일로 인해 그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버린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조금이나마 선생님과의 거리가 좁혀진 기분이 들어.”


아리스는 그레이를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느꼈다.


“이래서야 포기 못할 것 같아..”


한 사람에 대한 연심을 가득 담은 채 소녀는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녀를 깨우러 온 메이드는 흙투성이가 되어버린 그녀의 네글리제에 놀라버렸고,

아리스는 그것에 대해


“발코니에 흙투성이 고양이가 들어왔어!”


라고 변명했다.

이후 메이드는 “아가씨라면...” 이라고

납득하며 돌아가 버렸고 아리스는 자신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 살짝 걱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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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잠자는 숲 속의 공주 3페이지 19.02.18 31 0 17쪽
5 잠자는 숲 속의 공주 2페이지 19.02.11 30 0 17쪽
4 잠자는 숲 속의 공주 1페이지 19.01.26 52 0 16쪽
» 판도라의 고서 3페이지 19.01.16 70 0 14쪽
2 판도라의 고서 2페이지 19.01.09 45 0 15쪽
1 판도라의 고서 1페이지 19.01.02 124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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