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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연재 주기
프레노아
작품등록일 :
2019.01.01 03:16
최근연재일 :
2019.04.25 03:37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514
추천수 :
0
글자수 :
131,681

작성
19.03.1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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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신데렐라 1페이지

DUMMY

너무 아름다워서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은 꿈이었다.

나와 그의 차이를 알고 있기에 스스로도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먼저 나에게 다가와 버렸다.


“내 이름은 페르디 아자일.”


나에게 다가오던 그 사람의 미소가 너무 아름다워서 나의 빛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잃어버리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 빛은 원래 나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네 이름도 알려주지 않을래?”

“에스트. 에스트 라테르”

“에스트. 예쁜 이름이네.”


나는 내 이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떤 것으로 치장하고 꾸미더라도

원래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것 같았기에 좋아하지 않던 이름이다.

하지만 그가 내 이름을 칭찬해주었을 땐 조금이나마 내 이름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래도 안 돼.

나는 이 사람에게 다가가선 안 돼.

미안해요. 당신에게 다가가려 해서. 당신과 함께하는 나날을 상상해서.

나 같은 사람을 만나게 해서 미안해요.

--------------------------------------

아리스가 살던 마을 아르마로부터 서쪽으로 떨어져 있는 도시. 산드리온.

작은 마을이었던 아르마와 달리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도시로 그 때문인지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녀 소란스러웠다.

마을에 찾아온 백작가의 아가씨와 검은 신사는 평소 보던 느긋한 풍경과는 다른 모습에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아르마에서는 생각도 못할 풍경이로군요.”

“그러게요. 예전에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아가씨는 산드리온에 오신 적 있으신 건가요?”

“네? 어, 아버지의 일 때문에 가끔 들린 적이 있어서요.”

“그렇군요.”


아리스의 말투는 묘하게 변명을 하는 것 같았지만, 사람들이 많아 시끄러웠던 탓에 그레이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잘 넘어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아리스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것 때문에 소란스러웠던 것 같군요.”

“네?”


마을의 안내판에 붙은 화려한 포스터를 가리키며 그레이가 말했다.

아리스와 그레이는 그 포스터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 포스터에는 페르디 아자일이란 이름의 후작이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를 연다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그런데 그 어떤 누구라도 참가 가능이라니. 보통 괴짜가 아닌 것 같군요.”


그레이의 말대로 포스터에는 파티의 참가자의 신분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그레이는 포스터로부터 분주한 거리로 시선을 돌렸다.

마을이 이처럼 시끄러웠던 것은 이 마을에 사는 한 후작이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파티를 열었기 때문이다.


“파티라. 이번 고서 탐색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가씨?”


그레이의 부름에도 아리스는 답이 없었다.

아리스의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하며 그레이가 아리스의 눈앞으로 손을 흔들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한 아리스는 멍해진 눈으로 그레이를 바라봤다.


“네? 선생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슨 이야기를 하셨었죠?”

“파티에 관한 것입니다. 이번 고서의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으니 참가하는 게 어떨지 물어보려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물어보질 못했네요. 이번 고서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아마 아가씨도 아시는 이야기일거라 생각합니다. [신데렐라]입니다.”


아리스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판도라의 고서에 해당하는 몇몇 이야기들은 동화로도 통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몇몇 이야기들을 어렸을 적 읽은 기억이 있었다.

그레이가 말한 신데렐라도 그중 하나였다.


“그래서 파티로군요. 확실히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어울리겠네요.”

“뭐. 고서가 파티에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 고서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렇겠네요.”

“그럼 일단 의상점에 가서 드레스와 턱시도를 빌려보도록 할까요?”“네? 저도 가는 건가요?”

“네?”

“아니... 그 고서를 탐색하는 거라면 꼭 제가 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해서요.

괜히 방해만 될 수도 있고.”

“아르마를 떠났을 땐 당당하고 막무가내였던 아가씨는 어디 가셨나요.”

“아니 그게...”

“게다가 저는 귀족도 아니기에 다른 귀족에게 말을 걸만한 명분이 없습니다. 만약 고서의 단서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귀족이라면 아가씨의 도움이 필요해집니다.”

“알겠어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아리스는 그레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레이는 왠지 모르게 곤란해 하는 아리스를 의아하게 느끼며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었다.

---------------------------------

“잘 어울리시네요. 선생님.”

“그렇습니까? 이런 것은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았는데 다행이군요.”


아리스는 검은색 연미복으로 갈아입은 그레이의 모습을 칭찬했다.

이곳은 의상 대여점. 여행을 하는 두 사람에게 파티 드레스 같은 것은 없었기에 두 사람은 이곳에서 파티 의상을 빌리던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막 그레이가 연미복으로 갈아입은 참이다.

평소의 검은색 코트차림도 어울리지만 이런 색다른 모습도 상당히 어울렸기에

아리스의 눈이 행복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럼 다음은 아가씨의 차례로군요.”

“앗. 네.”


아리스는 자신이 고른 드레스를 가지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음. 걱정했었는데 괜찮아 보이는군요. 그저 기우였을까요.’


마을에서 보인 곤란한 얼굴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기에 그레이는 그저 기분 탓이라 생각했다.

그레이는 안심하며 자신의 품에서 고서를 꺼냈고 소파에 앉아 아리스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선생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탈의실의 커튼이 걷어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은발의 아가씨가 서있었다.

하얀색을 베이스로 검은 레이스 리본으로 장식된 드레스가 청순하고 성숙해 보이는 매력을 보여 아리스를 충분히 빛내고 있었다.


“잘 어울리나요?”

“넋을 놓고 봐버렸습니다.”

“선생님도 참.”


아리스는 살짝 부끄러워하며 그레이의 대답을 넘겼다.

아마 농담이라고 생각한 것 같지만 사실 그것이 그레이의 본심이었다.

일순간이었지만 그레이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아리스의 드레스 차림을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본심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일부러 농담 투로 진심을 이야기했고, 아리스는 그것을 진심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방심 못하겠군요. 놀랐습니다. 아가씨’


“제대로 답해주세요. 선생님.”

“머리가 엉망이군요. 이게 뭡니까?”

“혼자서는 잘 못 묶어서.”

“돌아보세요. 묶어드리겠습니다.”


그레이의 말에 따라 아리스는 뒤로 돌았고 그레이는 묶지 않고 풀어 헤쳐져 있던 아리스의 머리를 정성스레 묶기 시작했다.

자신의 머리에 닿는 그 손을 느끼며 아리스는 그레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고서가 꺼내져 있는데, 뭘 하시던 건가요?”

“신데렐라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찾을 수 있는 건가요?”

“네. 페이지에 손을 대고 있으면 그 고서가 어디에 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정확하게 알려주지도 않고, 이 마을에 있다고 느낄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혹시나 마을을 나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신기하네요. 그럼 고서를 만났을 땐 어떻게 그 사람이 고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건가요?”

“뭐. 드라큘라 같은 경우엔 그대로 드러나니까 확인할 필요도 없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고서의 특징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고서도 존재하니까요. 그것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고서의 원본입니다.

고서는 특이한 흔적 같은 것을 남기거든요. 원본과 닿아있다면 그 흔적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이 흔적이 진하게 남으면 그 사람이 고서이거나 고서와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서와 직접 접촉한다면 그 대상이 고서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고서를 탐색 할 때에는 이렇게 옷 안쪽에 고서를 넣어놓는 편입니다.”


그레이가 자신의 턱시도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 그레이가 마른체형이라 알지 못했지만 옷을 걷어 올리니 와이셔츠에 살짝 튀어나온 부분인 보여 졌다.


“그렇군요. 응?”


이야기를 듣던 중 아리스가 무언가 신경 쓰이는 듯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


“왜 그러시죠? 아가씨?”

“저 선생님. 대상과 닿는다면 대상이 고서인지 아닌지 구별이 가능하다 하셨죠?”

“네. 그렇습니다만. 그게 뭔가 문제가 있었나요?”

“그리고 고서의 기운은 주변으로 퍼지기에 고서와 가까운 인물에게도 고서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고 하셨고요?”

“네.”

“그럼 혹시 전에 제 머리를 쓰다듬었을 때, 그 행동이 혹시 그 구별을 위한 것이었나요?”


아리스의 질문에 그레이는 답하지 않았고 아리스가 뒤를 돌아보자 그레이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결국 그때 그 행동은 칭찬이 아닌 고서의 확인을 위한 작업이었다는 것이군요.”

“면목 없습니다.”

“괜찮아요. 고서를 찾기 위한 것이었잖아요. 조금 기분이 이상하긴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할게요.”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목소리는 진지했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화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 때의 행동이 그저 자신이 고서인지 아닌지 확인을 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사실에 상당히 화가 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의 아리스는 자신의 마음조차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였기에 그레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 몇 번이고 고민했었으니까.


“선생님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마음을 갖고 노는 행동도 서스럼 없이 행하시는 군요.”

“죄송합니다. 아가씨.”


쩔쩔매며 그레이는 아리스의 불만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가며 아리스의 불만을 해소 할 수 있는 방법을 최선을 다해 탐색했다.


“끝났습니다.”

“흠. 괜찮네요.”


머리를 묶는 작업이 끝나고 아리스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왼쪽으로 묶어 올려 핀을 꽂아 고정한 머리모양을 나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방금 전의 불만이 해소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그레이에게 보이는 태도에 살짝 가시가 보이는 것 같았다.


“저 아가씨.”

“왜 그러시나요?”

“제가 그때는 아가씨가 고서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었지만 아가씨가 고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땐 무척이나 안심했습니다.

솔직히 아가씨를 고서라 의심하고 싶지도 않았고 확인을 할 때도 아가씨가 아니기를 바랬습니다.”


그레이는 아리스의 정리된 머리를 망치지 않도록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아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의 칭찬이라도 괜찮으시다면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다.

드레스. 정말로 잘 어울리십니다. 아까 전 넋을 놓고 봐버렸다는 말도 농담 같은 것이 아닌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주시길.”

“알겠어요.”


말없이 아리스는 고개만 끄덕였고,

그레이는 시선을 돌려 아리스의 얼굴을 확인했다.

화를 내는 분위기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마 화가 좀 풀린 것 같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심했다.

하지만 그쪽으로만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아리스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떴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럼 준비를 해볼까요?”

“준비요?”

“가정교사가 학생과 함께 파티에 오는 경우는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아가씨는 백작가의 영애라는 신분이 있으십니다. 혹시라도 아가씨를 알아보는 분이 계신다면 집사라고 해두는 쪽이 설명하기 편하죠.

그러니 오늘은 아가씨의 집사로서 파티에 참여할 것입니다.”

“선생님이 집사로서요?”


속으로 자신의 시중을 드는 집사 모습의 그레이를 상상하며 아리스는 선생님이 아닌 집사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집사로서의 기본적인 규칙이나 예절은 알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잘 할 수 있을지는 걱정이군요.”

“선생님이라면 잘 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평소에도 잘 챙겨주시기도 하고.”

“감사합니다. 아. 하지만 파티에선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시면 안 됩니다.”

“네?”

“당연한 것이죠. 보통 집사를 선생님이라 부르지는 않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이름 그대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으음. 그럼 한번 해볼게요. 그레이.”

“무슨 일이십니까 아가씨?”


아리스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그레이는 아리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굽히며 앉았고 아리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망설이듯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닫는 행동을 반복하는 아리스.

아무래도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다.


“파티에서도 그러시면 안 됩니다. 아가씨.”

“노력할게요.”

------------------------

시간이 지나 파티가 시작되고 페르디 아자일 후작의 저택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름 있는 귀족부터 마을의 평범한 사람들까지.

신분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아리스와 그레이 또한 그곳에 있었다.


“복잡하군요.”

“그러게요.”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습니다만.”

“네?”

“파티의 손님을 제한하지 않는 것 말입니다. 다른 마을의 귀족은 그렇다 치고 평범한 마을 사람들까지 초대하다니. 후작이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군요.”

“아. 그건 후작님의 성격 때문일 거예요. 페르디 후작님 그런 지위를 갖고 있지만 조금 자유분방하신 분이라. 귀족과 평민에 대한 차별 같은 것도 없으시고 마을 사람들과도 잘 지내시는 편이라 평판이 좋아요.”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잘 아시는 군요. 아는 분이신가요?”

“네? 아. 그게. 그 특이하신 분이라 소문으로 들은 거예요.”

“그런가요?”

“네.”


그레이는 당황하며 변명하듯 말을 하는 아리스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아까와 같은 기분 탓이라 생각하고 추궁하지는 않았다.


“그것보다 선새..아.”

“아가씨.”


아리스가 말하던 도중 그레이가 아리스의 입을 검지 손가락으로 막았고 아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선생님이라는 말을 할 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습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버릇이 들은 것처럼 쉽게 고쳐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레이. 흔적이 보이는 사람은 있었나요?”

“아니요. 아직까지는 없었습니다.”

“그런가요. 하긴 이렇게 많으니까.”

“어쩌면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 오히려 단점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후작님 나오십니다!”


시끄러운 외침과 함께 환호성이 잇따랐고 파티 회장의 한 가운데에 화려한 옷을 입은 남성이 나타났다. 차가워 보이는 그레이와는 달리 따듯해 보이는 반대되는 느낌의 미남이었다.


“오늘 저의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에 찾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파티는 저도 상당히 힘썼기에 다들 파티를 즐겨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너무 긴 인사는 지루하겠죠? 그럼 파티를 속행하겠습니다.”


후작은 간단히 인사를 끝냈고 환호성은 끝나지 않았다.

후작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아가씨.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네? 뭔데요? 선새. 그레이?”


다시 한 번 실수할 뻔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리스는 곧바로 말을 바꾸었다.


“쉽게는 못 고치시는 군요. 그것보다 후작에 관한 것입니다. 후작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어째서요?”

“후작에게서 고서의 흔적이 보여 집니다.”

--------------------------

파티회장이 시끄러워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회의를 하기 위해 잠시 회장 밖의 발코니로 나와 있었다.

발코니에 사람은 없었기에 두 사람의 이야기가 들릴 걱정은 없었다.


“그럼 후작님이 고서라는 것인가요?”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고서가 아니라 하더라도 고서와 관련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멀리 있었기에 흔적이 보이는 정도로 끝났지만 직접 접촉한다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가씨께서 기회를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어떻게요?”

“아가씨는 일단 백작가의 아가씨라는 신분을 갖고 있으니 인사 삼아 다가가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뭔가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으음. 그게.”

“오늘 하루 종일 후작과 관련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셨었습니다. 그저 저의 기우가 아닐까 싶었지만 아니었나 보군요.”

“역시 들켰나요.”

“너무 티가 났으니까요. 일단 아는 사이신 것 같고. 뭔가 불편한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혹시 작년쯤에 있던 제 혼담에 관한 일 기억하시나요?”

“기억합니다. 그때 아가씨가 저와 이야기한 후에 백작지위를 이어받겠다는 마음을 전해서 무산되었었죠.”

“페르디 아자일 후작님은 그때 제 혼담 상대였어요.”

“네?”

“그러니까 아자일 후작님은 제 전 약혼자에요.”


그레이는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 와서 페르디 아자일이란 이름을 생각해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아리스의 혼담에 관한 것은 아리스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름을 너무 얼핏 들었기에 기억하지 못했었다. 사실을 알게 되자 이제야 기억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러셨군요.”

“후작님께서도 좋게 끝내주셨지만, 그래도 역시 만나려니 조금 어색할 것 같아서.”

“확실히 그런 관계라면 불편할 테니 어쩔 수 없죠.”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그보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겠군요.”


턱을 괴고 생각하는 그레이. 얼굴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 꽤나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리스 없이 자신 혼자 후작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계획이 막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자 아리스가 결심한 얼굴로 그레이의 손을 붙잡았다.


“역시. 제가 가볼게요.”

“괜찮으시겠습니까?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괜찮아요.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게다가 후작님은 아마 신경 안 쓰실 테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죄송하지만 아가씨의 손을 빌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제가 맨손이기만 하다면 닿는 부위는 상관없습니다. 아가씨께서는 제가 후작님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알겠어요.”


계획을 결정한 두 사람은 발코니로부터 파티회장으로 돌아와 후작을 찾았다.


“안보이네요. 어디 계신 걸까요?”

“저쪽입니다. 아가씨.”


그레이가 손가락으로 2층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아자일 후작은 마치 무언가를 찾듯 두리번거리다 곧 실망한 듯 한숨을 쉬며 뒤에 있던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뭔가 아쉬워하시는 것 같았는데 뭘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서두릅시다. 아가씨.”

“네.”


후작이 사라진 방향으로 향했지만 회장 내에 사람이 많았던 탓에 이동이 쉽지 않았고,

그곳으로 향하던 아리스와 그레이는 많은 사람들과 부딪혀버렸다.

그리고 한 여성이 그레이와 부딪힌 순간 그레이는 무언가를 느낀 듯 시선을 그 여성에게 집중했다.


“아가씨. 저쪽에...이런.”

그레이가 급하게 아리스를 불렀지만 이미 그곳에 아리스는 없었다.

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찾는 것이 쉽지도 않았고 시끄러운 탓에 그레이의 목소리가 들릴 턱도 없었다.


‘어쩔 수 없나.’


아리스와 떨어진 채 그레이는 홀로 그 여성을 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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