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남은 이야기
서열
우리 집 서열을 말해보겠습니다.
우리 집 서열 1위는 동생입니다.
동생이 응애 하면 온 집 식구가 몰려갑니다.
아빠 엄마는 동생 달래러 갑니다.
저는 아닙니다.
저는 동생이 울 때 콧구멍 커지는 거 보러 갑니다.
콧구멍이 커지면 귀엽습니다.
동생이 응가 하면 아빠만 갑니다.
엄마와 저는 바위가 약해서 응가 냄새를 맡으면 토합니다.
그러나 살짝 토하기에 토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토할까 봐 걱정해서 손으로 입을 막습니다.
서열 2위는 접니다.
아빠 엄마가 백화점에 가서 동생 사 오기 전까지 제가 1위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행복합니다.
엄마와 아빠는 저를 두고 늘 다툽니다.
잘했을 땐 자신을 닮았다고 싸우고, 사고 치면 안 닮았다고 다툽니다.
저는 아빠를 닮은 것 같습니다.
왜냐면 엄마는 꼬추가 없습니다.
아빠 말 안 들으면 꼬추 떨어져서 엄마 된다고 그랬습니다.
저는 아빠 말 잘 듣습니다.
꼬추 없으면 오줌 어떻게 눌지 걱정입니다.
서열 3위는 해동청입니다.
해동청은 금속 로봇입니다.
해동청은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요리도 만듭니다.
해동청은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해동청은 여럿입니다.
아빠 자동차도 해동청입니다.
아빠 엄마 전화기도 해동청입니다.
아빠 가방도 해동청입니다.
서열 4위는 엄마입니다.
엄마는 이쁩니다.
회사 다니는데 높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가끔 요리도 합니다.
해동청이 만든 요리가 더 맛있습니다.
서열 5위는 아빠입니다.
엄마는 출근하는데 아빠는 집에만 있습니다.
저를 해동청에게 맡기고 맨날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요새 동생 때문에 전화 왔을 때만 눕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일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해동청과 함께 악당을 무찌른다고 했습니다.
아빠가 찍은 영화도 있다고 했습니다.
해동청한테 말해 찾아보니 아빠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집 서열 6위는 연이 고모입니다.
연이 고모도 엄마만큼 이쁩니다.
가족인데 함께 살지 않습니다.
고모는 키가 아빠보다 더 큰 아저씨를 집에 데려왔습니다.
아빠가 아저씨 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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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양심도 없는 놈아. 아홉 살 차이가 말이 돼?"
"저, 형님. 저 늦은 이어서 여덟 살 차입니다."
"오빠. 나 빠른 이어서 일곱 살 차이야."
"몇 년이나 나를 감쪽같이 속였겠다?"
"미안, 오빠."
"형님. 죄송합니다."
"형님이라고 부르지 마. 우리 동갑이잖아. 함우진!"
김연이 데려온 결혼 상대는 함우진이었다. 함우진은 유럽에서 시즌으로 바쁘고 광해는 한국에서 게임으로 바빴다. 그래도 함우진이 한국 들어올 때마다 만나서 밥 먹고 대화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 일언반구도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집에 찾아왔다.
"너 1년 더 뛴다면서?"
"응."
"은퇴하고 돌아와서 결혼하면 되지."
"응."
"근데 왜 갑자기 찾아온 거야?"
"미안하다."
함우진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미안할 일까지 뭐 있어. 그저 지금까지 둘이 날 속였다는 게 화났을 뿐이지. 어서 일어나."
광해는 당황해서 함우진을 부축했다. 그러나 현역 운동선수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오빠. 조카 생기면 이뻐해 줄 거지?"
"당연하지. 근데 나 아직 허락도 안 했는데···"
광해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렸다.
"잠깐. 그런 거 아니지?"
"미안하다."
"이런 양아치 새끼가. 혼전순결까진 아니어도 안전 조치는 했어야지."
"오빠. 애가 들어."
"애가 듣는 건 창피해? 너희가 한 짓은 안 창피하고?"
"미안."
화를 가라앉힌 광해는 전화기를 꺼냈다.
"전화 걸어."
누구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전화기가 알아서 전화를 걸었다.
"형, 무슨 일이야?"
"제수씨 요새 바빠?"
"바쁘긴. 결혼 시즌 지났잖아. 요샌 한가하지."
"드레스랑 양복 준비해 줘. 신체 사이즈는 바로 스캔해서 보내줄게."
여러 색의 불이 번쩍이더니 단말에서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나직히 울렸다. 색감이 다른 사진을 분석해서 체형 데이터를 뽑아내는 것이었다. 함우진과 철벽이 눈치껏 몸을 조금씩 틀며 스캔을 도왔다.
"형. 이거 우진이 형이랑 연이 데이터잖아. 어제 이미 와서 다 재고 갔어."
네크로는 도끼눈을 뜨고 둘을 쏘아봤다. 둘도 미안했는지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알았어. 끊는다."
현성과 강순희는 결혼하고 결혼 도움 업체를 꾸렸다. 부끄러움에 프로포즈를 계속 미룬 현성이 갑갑해서 강순희가 먼저 이벤트를 꾸며 프로포즈했고, 그 과정에 즐거움을 느끼고 프로포즈를 돕는 일을 시작했다. 그게 정식 회사가 되었고, 결국 결혼식장까지 다 꾸며주는 종합 회사가 됐다.
"해동청, 전화."
신호음이 짧게 울리고 통화가 연결됐다.
"형, 전쟁 일어났어?"
"아니. 너네 식장 요새 언제 벼? 제일 큰 그 식장 말이야."
"다음 주 수요일 빼고 다 비지."
"다음 주 수요일은 왜?"
"우진이 형이랑 연이가 와서 예약했어."
"이것들이. 끊는다."
성필은 결혼식장 대여 사업을 했다. 혼자 하는 건 아니고, 레전드에서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자금을 모아 시작했다. 레전드에서 번 돈으로 점점 확장해서 요즘은 전문 경영인을 청해 회사를 운영할 정도가 되었다.
"난 그냥 동의만 하면 되는 거였네?"
"미안하다."
"미안해요."
"콱. 잘 먹고 잘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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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 님 화나신 거 같은데?"
"동생 시집 보냈대. 딸 잃은 아빠 마음인 게지."
"근데 만리장성 이 양아치 새끼들은 왜 자꾸 우리 쪽을 기웃거린대?"
"우리 쪽이 이상하게 곡물 생산량이 대륙 중앙보다 많잖아."
네크로 연맹 60만 유저와 만리장성 180만 유저가 대치했다. 교황의 지시에 따라 양측은 공성전이 아닌 야전을 벌이기로 했다.
"빛의 성국 대교황 헤아의 이름으로, 네크로 연맹과 만리장성 조합의 전쟁 시작을 선포한다."
전장은 순식간에 특수 필드로 변했다.
전쟁하려면 공적치를 소모해야 한다. 교단 공적치는 헌금으로 한계가 있다. 퀘스트도 어렵고 다양하기에 공적치 올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몹 토벌보단 다리 놓고 길 닦는 등 퀘스트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미워도 공적치가 없으면 공격할 수 없기에 대형 세력들은 전문 교단 공적치를 쌓는 유저가 존재했다.
"해동청."
"꿇어라."
묵직한 소리가 유저들을 눌렀다. 이젠 변이 드래곤 따위는 눈 하나 감고도 쉽게 잡는 해동청이다. 성장을 끝내면 엘라투르사 반 정도 강함을 보유할 수 있다고 했는데, 딱 그 정도로 강해졌다.
엘라투르사는 네크로의 농간으로 생긴 거인 부족에게 쫓겨나서 드래곤 산맥에 새로 레어를 차렸다. 드래곤 산맥과 가장 가까운 가미카제가 몇 번이나 수탈을 당했다.
"절대영도."
스킬 사용 시, 성기사는 자기 마나 5에 대자연의 마나 5를 소모한다. 마법사는 자기 마나 1에 대자연의 마나 9를 소모한다. 이는 친화력이 같을 때 마법사가 성기사보다 위력도 강하고 스킬을 많이 펼칠 수 있는 비결이었다.
네크로는 성령기사. 육체적인 부분은 성기사지만, 정신적은 부분은 사령술사였다. 예전부터 아이템 스킬 위력이 강하다 싶었는데, 네크로도 1:9로 마나를 소모했다.
만리장성의 근접들이 절대영도 스킬의 영향으로 저항이 낮춰지고 동작이 굼떠졌다. 미처 돌격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쌈닭과 싸울아비의 유저들이 탈것을 타고 돌진했다.
"해동청."
단일이 아닌 범위 스킬로 바뀐 해동청의 신성 브레스가 뿜어졌다. 적군에겐 데미지, 아군에겐 생명력을 주는 어마어마한 스킬이었다. 게다가 브레스에 적중한 적은 생명력 회복 불가라는 어마어마한 페널티를 안게 된다.
"천군만마."
아이템 스킬 천군만마. 천으로 이뤄진 기마부대가 나타났다. 이들은 곧바로 네크로와 진돗개가 있는 사령부를 일직선으로 파고들었다.
"내 몫이야."
방패 해동청을 들고 네크로가 뛰쳐나갔다. 어느새 카이트 실드 형태로 모습이 변한 해동청을 바닥에 박은 후 두 다리에 힘줬다.
기마부대와 충돌하며 방패를 뚫고 충격이 전해졌다. 네크로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쉽게 이기는 방법도 있지만, 네크로는 그러하지 않았다. 강신 스킬을 펼치고 천재지변을 사용하면 적군 아군 한꺼번에 쉽게 쓸어버릴 수 있다.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함께 해내는 건 또 의미가 다르지.'
"형제들이여. 출격하라."
네크로 진영에 몰래 숨어있던 오우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숫자는 무려 30만이나 되었다. 산투스의 특수 스킬 '왕의 그림자' 덕분에 티 안 나게 60만 유저 속에 숨을 수 있었다. 우르크 황제의 '황제의 은총', '황제의 부름'처럼 종족 왕이 되면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스킬이었다.
"우리도 준비했어."
만리장성 진영에서 리자드 70만이 나타났다. 만리장성 도움으로 신을 되찾은 리자드는 빠르게 인구를 늘렸다.
- 설정에 따라 트롤 부족이 전투에 참여합니다.
네크로를 향해 이를 갈며 전쟁에 참여한 리자드지만, 정작 네크로는 보는 척도 안 하고 트롤과 충돌했다. 리자드는 숫자가 많고 트롤은 잘 죽지 않는다. 예전에 소금성에서 싸울 때처럼, 리자드와 트롤은 무시해도 되었다.
꽤 큰 대가를 치르고 리자드를 참전시킨 만리장성만 닭 쫓던 개가 된 셈이었다.
'겨우 지붕만 쳐다보면 안 되지. 닭에게 눈알 쪼여서 애꾸가 돼야 말이 되는 거야.'
"용암 소환."
트롤과 리자드가 싸우는 곳에 용암을 소환해버렸다. 트롤은 재생력으로 어찌어찌 버텨냈지만, 늪에 살면서 열기에 약한 리자드는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용암이 사라질 때 리자드는 절반 정도가 사라졌고 트롤은 대부분 건재했다.
대등하던 싸움이 트롤 쪽으로 기울었다. 리자드를 해치운 트롤은 네크로를 도와 만리장성을 공격할 것이다.
"드레이크가 짱이긴 짱이다."
전투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양측 유저가 뒤엉켜 난전을 벌였다. 부대 단위로 진퇴를 거듭하며 질서 있게 싸우는 유럽 유저들과 정말 비교되었다.
"우릴 귀찮게 하지만 않으면 짱이긴 하지."
"그쪽 권리를 보장해 준다는데 왜 못 믿고 자꾸 우릴 견제하는 거야."
"유럽 애들이 원래 좀 쪼잔하다더라."
"형, 우리도 이젠 슬슬 참전할까?"
"그래."
진돗개가 스킬을 펼치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수백만이 엉킨 전장에서 쌈닭 패시브를 익힌 진돗개는 불사신이나 다름없었다. 그냥 쌈닭으론 부족하지만, 타고난 전사와 광전사 스킬 그리고 에픽으로 도배한 덕분에 임모탈이 되었다.
"현피, 아직이야?"
"됐어. 토템 승화."
토템 주술사의 궁극기. 이름은 점잖게 승화지만, 결국엔 토템 자폭 스킬이었다. 스킬 숙련도를 대가로 하는 스킬이지만, 가만히 있어도 스킬 숙련도가 오르는 현피기에 전혀 아깝지 않았다.
돈만 주면 적의 도시나 마을에도 토템을 설치해주는 현피였다. 지금 대륙의 97% 도시와 마을에 현피의 토템이 설치되었다. 남은 3%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정말 가난한 길드들이었다.
토템이 부서지면서 만리장성의 백만이 넘는 유저에게 데미지를 입혔다.
"피 끓는 목마름."
현피 덕분에 총 데미지가 조건을 충족해 다미안이 스킬을 펼쳤다. 현실에서 1년 흐를 때 게임에선 3년 흐르기에 다미안은 중년이 되었다. 얀도 나이가 30대가 되었지만, 외모는 여전히 10대였다.
"신벌."
하늘에서 굵은 벼락 줄기가 수천 개 생겼다. 레전드 등급 스킬 답게 한 방에 죽일 수 있는 적만 찾아서 떨어졌다. 순식간에 수천 명의 유저를 해치운 네크로는 쿨타임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이제까지 이런 성기사는 없었다. 그는 성기사인가 아니면 마법사인가."
해동청이 중년 남자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
"파멸신."
궁지에 몰린 성기사가 궁극기를 펼치고 대기실로 떠났다. 적군인지 아군인지 모르지만, 적아가 섞인 상황에서 그야말로 민폐 캐릭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해동청."
해동청의 등에 탄 네크로가 출격했다. 브레스를 단독 스킬로 조정한 해동청이 파괴신에게 브레스를 뿜었다. 공격을 받은 파괴신이 해동청을 타깃으로 공격했다.
해동청은 네크로를 공중에 던지고 회피 기동을 했다. 그냥 피해도 되건만, 굳이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전투를 즐겼다.
파괴신은 접근하는 네크로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훼멸."
네크로의 망치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파괴신의 뒤통수에 작렬했다. 파삭 소리와 함께 파괴신의 몸이 무너졌다.
- 파괴신을 소멸했습니다.
- 위대한 업적을 칭송합니다.
- 한 달에 걸쳐 명성이 꾸준히 상승합니다.
- 당신의 명성은 드래곤이 고민 상담하러 찾아올 정도가 되었습니다.
-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거부할 수 없습니다.
- 드래곤 급 퀘스트입니다.
- '해동청을 드래곤 로드로 만들어라.'
- 최근 신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드래곤 로드가 선출되어 신의 숫자를 줄여야 합니다.
- 우선, 해동청이 전대 드래곤 로드의 핏줄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 서브 퀘스트 '피는 물보다 진하다'가 생성되었습니다.
- 대교황 헤아가 해동청의 알껍데기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명성 제한으로 못 받았던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근데 왜 난 맨날 거부할 수 없대?"
"상대가 루시퍼여서 그래."
"뭔 소리야?"
"옛날 노래 좀 찾아 듣고 그래."
"불패의 군단."
"사기 고취."
불패의 군단을 소환한 네크로는 지휘고 나발이고 다 뒷전으로 팽개치고 전투에 몰입했다. 어차피 야전이기에 상대를 다 죽이거나 상대 사령관이 투항해야 끝난다. 아군 사령관은 네크로 본인이기에, 네크로만 살아있으면 반드시 이기는 전투다.
"너 드래곤 로드 되면 신도 죽일 수 있는 거지?"
"그럼."
"리자드 신 꼭 죽여야겠어."
"나랑 같이 각 종족 돌아다니며 삥도 좀 뜯고 그러자. 고블린 신에겐 보석함 강화해달라 그리고, 하약스한테 목걸이 신급으로 올려달라 그러고. 타루그한텐 망치 좀 든든하게 바꿔달라 그러고."
"그래도 돼?"
"돼. 우리 네크로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 해동청이 지켜줄게."
"좋아. 퀘스트 반드시 성공할 거야."
"아. 바알드로한텐 제이크 수명 늘려달라고 하자. 그웩처럼 늙어 죽으면 슬프잖아."
- 작가의말
완결입니다. 조금 쉬다가 공모전 열기가 식을 때 즈음 돌아오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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