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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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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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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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198화 내분을 일으켜라!

DUMMY

“후후후, 참으로 원통하게 됐구나. 와그너, 네놈만 아니었다면 내가 계획했던 것이 아주 척척 풀렸을 텐데.”


베론의 심복 와그너가 휘두른 칼에 등이 온통 피범벅이 된 채 포박된 카이트.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연신 와그너를 쳐다보며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려댔다.


“이 미친놈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그런 어설픈 수작으로 각하의 목숨을 노렸던 네놈이 바보멍청이지!”


와그너는 코웃음도 안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제정신이 똑바로 박힌 자라면 무려 2만 명의 적군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비무장 상태로 지휘관의 목숨을 노릴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젖비린내 나는 여왕에게 목숨을 구걸했다고 들었는데, 결국 그 계집에게 물들어 치밀하고 용맹했던 카이트가 온순한 양으로 전락하고 말았구나! 혹시나 하고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품은 내 잘못이다.”


벌겋게 부어오른 목을 만지작거리며 고래를 절레절레 젓던 베론은 곧 카이트에게서 등을 돌렸다.


“와그너, 카이트의 목을 자르고 시체는 까마귀밥으로 만들어라. 그리고 곧바로 케른 요새 잔존병력을 전멸시키러 출발할 것이니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각하. 차질 없이 준비하겠습니다.”

“푸하하하!”


목과 몸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의 순간이 다가와 미쳐버린 걸까? 카이트가 베론의 명령에 칼을 뽑는 와그너를 쳐다보며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더러운 배신자 놈아, 참혹하게 죽게 될 마당에 뭐가 그렇게 우스운 거냐?”

“당연히 우습지! 베론이나 네놈이나, 얼마나 속으로 꿀리는 게 많으면 황급히 나의 입을 닫게 하려는 걸까? 이오니아에서는 그토록 도도하던 귀족 양반들이 말이야!”

“이, 이놈이!”


당장 발끈한 와그너가 카이트의 허벅지를 푹 찔렀다. 칼날에 처참히 파헤쳐진 피부에서 피가 솟아 나오고 이어서 허연 뼈까지 노출되었지만, 카이트는 눈을 약간 찡그릴 뿐 고통스러운 비명이나 신음은 조금도 토해내지 않았다.


“위대하신 티란의 칼로스 장군님께 크나큰 선물을 안겨드리고 싶었는데, 이것도 어찌 보면 대륙의 여신 이애나님의 뜻일 것이다. 실패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도 아니니 죽일 테면 어서 죽여라!”

“닥쳐라, 카이트! 미치려면 곱게 미칠 것이지, 어디서 주제도 파악 못하고······!”


다시 한 번 칼날의 따끔한 맛을 보여주려던 와그너는 더 이상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귓가는 물론 등을 돌리고 있던 베론까지 당혹감을 감추기 어려울 정도의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지금 저 자가, 위대하신 칼로스 장군님이라고 했지?”

“맞아, 틀림없이 그렇게 들었어. 장군님께 크나큰 선물을 안겨드리고 싶다는 것까지.”

“크나큰 선물이라면, 혹시 지금도 계속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닐까?”

“설마, 칼로스 장군님 모르게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게 아닐까?”


당장 전투에 투입될 수 있는 전방에 배치 된 병사들이 죄다 티란 병사들이라 이 공간이 온통 그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로 채워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들은 애초에 칼로스의 명령에 따라 얼떨결에 베론의 지휘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상관에 대한 깊은 충성심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와그너, 어서 카이트를 죽이고 병사들을 진정시켜라!”

“네, 각하!”


베론과 와그너 모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지만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는 감추기 어려웠다. 베론이 얘기했던 대로 치밀하고 용맹한 카이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힘차게 입을 열었다.


“베론, 나 또한 죽은 우루나 와그너 못지않게 네놈을 신처럼 숭배했던 인간 중 하나다. 네놈이 이오니아에서 처형당하기 두려워 티란으로 망명한 속셈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

“뭐, 뭐라고?!”


이번에는 어떤 말로 병사들을 술렁거리게 할 작정이지?! 당혹감이 역력한 베론의 얼굴에서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오니아의 총리대신, 위대하신 선왕의 동생이셨던 분이 고작 남의 나라에서 밥을 얻어먹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어? 분명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겠지. 죄 없는 티란 병사들을 사지로 몰면서 말이야!”

“······!”


카이트의 폭탄발언은 티란 병사들에게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가 내뱉은 말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달리, 지금은 아예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점점 날카롭게 눈을 부릅뜨기 시작한 것이다.


“벼, 병사들아! 지금 설마 적군 포로의 허무맹랑한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냐?! 어서 정신 차리지 못하겠느냐?!”


와그너가 상황수습에 나섰지만 효과가 없자, 이번에는 베론도 직접 나서며 일단 카이트를 발길로 차 쓰러뜨렸다.


“이런 비열한 수법으로 우리 진영을 혼란에 빠뜨릴 생각인 것 같은데 어림도 없다! 용맹한 티란 병사들은 그따위에 휘둘릴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베론은 여전히 기분 나쁜 웃음을 머금고 있는 카이트를 향해 당장 검을 힘껏 내리찍었다.


푹!


“커억!”


칼날이 복부를 관통하여 내장을 헤집어놓는 끔찍한 고통에, 카이트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괴로워했다.


“잘 봐둬라, 병사들아! 더 이상 적군 포로의 궤변에 넘어가는 자는 이렇게 끔찍한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다!”


베론은 눈에 살기를 품은 채 병사들에게 호령한 뒤 칼날을 카이트의 심장을 향해 겨누었다.


“후후후, 어리석은 베론. 방금 한 말은 굳이 내가 아니라도, 상식이 있는 자라면 누구든지 생각해낼 수 있는 단순한 거다.”

“카이트! 영원히 그 입을 열지 못하게 해주마!”

“네놈을 따르는 무리들을 최대한 살려야 다시 반란을 일으키지 않겠나?! 그러기 위해서는 걸림돌이나 다름없는 티란 병사들을 최대한 줄여야 하고··· 윽!”


베론의 칼날이 다시 피부를 파헤치기 시작했지만, 이미 카이트의 입에서 또 다시 폭탄발언이 흘러나와 티란 병사들의 귓속으로 흘러들어간 뒤였다.


“가, 각하! 어서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병사들의 행동이 심상치 않습니다!”


엄청난 출혈과 함께 고통스럽게 꿈틀대는 카이트는 확실히 입이 닫혔지만, 문제는 그보다 훨씬 큰 문제와 마주하게 되었다.

베론과 다급하게 그의 팔목을 잡아끄는 와그너를 향해 티란 병사들이 천천히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것이다.


“와아아아!!!”


급기야 고막을 터뜨릴 기세로 함성을 지르며 다들 창칼을 겨누기에 이르렀다.


“모두, 타국에서 온 저 뻔뻔스러운 반역자들을 처단하자!”

“티란을 위해 온갖 충성을 다 바치는 척하더니 뒤에서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어!”

“의도적으로 우리 전우들을 사지에 몰아넣은 반역자! 저놈들은 물론 후방에 있는 이오니아 녀석들까지 모두 죽이자고!”


베론 휘하에서 이오니아 병사들과 얼마나 심한 차별을 겪었는지, 티란 병사들 중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라 지금의 하늘을 찌르는 분노는 당연한 것이었다.


“카이트, 교활한 여우같은 놈!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구나!”

“······.”


티란 병사들이 좁혀오는 포위망에 꼼짝달싹 못하게 된 베론이 할 수 있는 것은 숨이 끊어졌는지 아무 미동도 없이 고꾸라져 있는 카이트를 저주하는 것 뿐.

그런데 그때였다.


“적이다! 적이 침입해왔다! 모두 나가서 싸워라!”


진영 입구 쪽 망루에서 연신 목이 터져라 보고가 들어왔는데, 잠시 후 망루가 몽땅 불길에 휩싸이는 건 물론 처참히 무너져 내리기까지 했다.

곧 베론과 와그너에게서 시선을 거둔 티란 병사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카이트 장군! 카이트 장군!”

“우리가 왔습니다, 장군! 들리면 대답하세요!”


인간과 웨어울프로 이루어진 칠백 결사대를 이끌고 온 델런과 호리스. 후퇴하느라 정신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라스테리아 군이 이렇게 진영 깊숙이 쳐들어올 줄은 누구 하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저, 적군을 막아라! 모두 나를 따르라!”


앞장 서 검을 들고 달려 나가는 베론. 반역자라는 오명을 떨쳐버리고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일단 저 자를 따라 싸워야 하나?!”


적이 눈앞에 있지만 그 지휘관의 뒤를 따라야 하는 게 맞는지 갈팡질팡하는 티란 병사들. 반면 칠백 결사대는 소극적인 티란 군의 모습에 기세가 올라 거세게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숫자만 많지, 오합지졸이다! 모조리 쓸어버려라!”

“으아악!”


웨어울프 대장 델런이 육중한 몸집을 날려 티란 군 수십 명을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먹과 발톱으로 티란 군의 온 몸을 으스러뜨리거나 갈가리 찢어버렸다.


“내가 적장의 목을 벨 테니 너희들은 카이트 장군을 찾아 구출하도록!”

“네, 장군님!”


델런이 웨어울프들을 이끌고 티란 군을 밀어붙이는 사이, 호리스는 화려한 황금갑옷의 베론을 금세 찾아내어 단신으로 미친 듯이 돌격해 들어갔다.


“이 침략자들의 두목 놈아! 이 라일의 호리스에게 무릎을 꿇어라!”


채앵!

“크윽! 이, 이 어린놈이 감히······?!”


기습적으로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른 호리스는 그래도 왕년에 전쟁터를 누볐던 베론의 방어에 막혀 대치에 들어가야 했다.


“훗! 아가야, 이 목은 라일 같은 촌동네의 시골뜨기에게 내줄 만큼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란다.”


저런 새파란 애송이쯤은! 예상치 못한 결사대의 난입 덕분에 티란 병사들에게 도륙 당할 위기에서 벗어나 베론의 표정에서 점점 여유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훗! 아무렇지도 않은 척 떠들고 있지만 속으로는 불안해 죽겠지? 당장 전쟁이 끝나면 돌아갈 곳도 없는 거지 신세니 말이야!”

“거지?”


총리대신, 나아가 이오니아의 위대한 왕으로 등극할 이 몸에게 거지? 당장 베론의 표정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난 전쟁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가 따뜻한 밥상에 잠자리에서 푹 쉬고, 다음 날에는 가족, 친구들과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갈 예정이거든? 애초에 두 다리 쭉 뻗고 누울 공간 하나 없는 거지 주제에 오지랖도 넓어··· 웃?!”


조금만 늦게 피했다면 베론의 칼날이 당장 목을 잘라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까짓 잠자리? 네 녀석의 목을 잘라 칼로스 장군께 갖다 바치면 다 해결될 것이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시지!”


라일을 대표하여 지원군을 이끌고 온 장군답게, 호리스의 실력이 결코 만만치 않아 베론은 제압은커녕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기까지 했다.

그렇게 라스테리아 결사대와 티란의 2만 대군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각하, 후방에서 또 다른 적이 나타났습니다! 그 숫자가 족히 천 명은 넘어 보일 정도입니다!”

“뭐, 뭐야?! 설마 또 라스테리아 녀석들이······?!”


베론은 와그너의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이, 곧 아군을 무너뜨리며 모습을 용맹한 모습을 드러낸 지휘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화려한 미스릴 갑옷에 망토를 두른 은발의 여기사, 그리고 연신 미스릴 검을 휘두르며 그녀 옆을 지켜주고 있는 낯선 의상의 남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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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0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3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1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1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3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8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2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1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1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7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7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3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0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3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7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2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1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4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59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5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0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69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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