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개구리를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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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01.04 08:04
최근연재일 :
2019.11.09 07:0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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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62
글자수 :
124,907

작성
19.03.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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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9화 - J 양은 계단을 내려가지 않는다

DUMMY

최근 B 선배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어쩐지 제 눈치를 살피신다고 해야 할지, 꺼려하시는 티가 납니다.


본인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강박적으로 살핀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말하는 게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선배. 조직론 수업 3번 까지 빠질 수 있잖아요. 자체휴강이라던가?

그거 하실 때는 데이트 어떻게 하실 거에요?“


“네? 아뇨. 네? 음. 자체휴강 말이죠. 네. 저는 성실하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거에요.”


선배답지 않게 허둥대는 모습이 마음에 걸리지만,

사실 제 눈치를 보는 것 외에도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최근에 되게 피곤해보이시던데. 오늘만 해도 늦잠 잤다고 하셨잖아요.

피곤하실땐 자체휴강하시는 것도 방법이에요.“


평소에도 졸린 눈이어서 잘 살피지 않으면 눈치채기 힘들지만,

선배의 졸린 눈은 조금 충혈되어 있고 다크서클도 약간 짙어진 느낌입니다.


저와의 데이트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시는 것이 아닐지 하는 걱정과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아..아닙니다. 자체휴강이라니. 그런 소리 하지도 마세요.

전역하고 첫 학기인데 그렇게 땡땡이를 칠 리가 없죠. 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이번 주말 데이트는 하지말까요?”


“그래도 되나요?”


피곤해보이던 선배의 눈에 잠시 생기가 돌아왔습니다.

생기가 돌아온 건 다행이지만, 마치 제가 피로의 원흉이라는 듯한

분위기에 조금 심술이 났습니다.


“네. 대신에 행정인의 밤 같이 가주시는 걸로 퉁치죠.”


“주말엔 역시 데이트를 해야죠. 약속한 건데 자꾸 그런 식으로

쉽게 깨버리면 안된다구요. J 씨.“


“그렇죠? B 선배.”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강의실 앞까지 도착하자

선배는 화장실에 가겠다고 사라지셨습니다.


정말로 화장실이 급하신 건지, 강의실에 같이 들어가는 게

부담스러우신 건지는 선배만이 아는 일입니다.


“J. 오늘은 혼자 왔네?”


강의실에서 저를 반갑게 맞이해 준 건 L양이었습니다.

L양과는 조모임을 같이 하게 됐지만,


아무래도 B 선배의 소문이 신경쓰이는 것인지

이렇게 제가 혼자 있을 때만 말을 걸어옵니다.


“응. 아 그러고 보니 L. 우리 조모임 언제 모이는 게 좋을까?”


저와 B 선배, L양과 L양의 친구 P는 한 조가 됐지만,

남은 두 자리를 채우지 못해 곤란한 상황입니다.

교수님을 한 번 찾아 뵙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음..내가 오늘 단톡방 팔게. 거기서 모임 날짜 정하자.

그.. B 선배는 네가 초대해줘.“


붙임성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저번에 인사했을 때 번호교환이라도 했겠지만,

경계심이 많은 B 선배는 둘째 치고 L양도 B 선배를 경계하는 눈치였기 때문에

B 선배의 번호를 아는 것은 저 뿐입니다.


“그래. 고마워.”


B 선배는 강의가 시작하기 직전에 강의실로 들어오셨습니다.

최대한 눈에 띄고 싶지 않다는 심리는 이해하지만,

교수님보다 늦게 들어 와봐야 눈길만 더 끌릴 뿐입니다.


“교수님 빨리 들어오셨네요.”


“선배가 너무 늦게 들어오신 거에요.”


그렇게 강의가 끝나고 평소처럼 B 선배와 강의실을 나서는데

뜻밖의 사람을 만났습니다.


“J. 수업 끝났어?”

“아. T 오빠. 여긴 무슨 일이야?”


같은 과 선배인 T 오빠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예전부터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겨서 인기인이었지만,

제 입장에선 별로 와닿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과사무실 잠깐 들렀다가 너 여기서 수업 듣는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같이 커피나 한잔 할까 하고 왔지.“


강의실에서 나가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이쪽을 보는 게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조금 움츠러들었습니다.

지난 번 B 선배가 말한 대로 T 오빠는 과에서 꽤나 유명인인 모양입니다.


“응? B 선배 어디 갔지? 아! B 선배! 어디가요!”


방금 전까지 제 뒤에서 같이 걸어 나오고 있었는데 제가 움츠러든 틈을 타,

어느덧 저 멀리서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B 선배가 보였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B 선배는 걸음이 참 빠릅니다.


“아. 두 분 천천히 이야기 나누세요. 저는 좀 일이 생겨서.”


B 선배는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휑하고 가버리셨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떼를 써서라도 붙잡았겠지만,

B 선배에게서 왠지 모를 압박감이 느껴져 잡을 수 없었습니다.


“많이 피곤해보이네. 월요일에도 피곤해보였거든. B.”


“월요일? 오빠 B 선배랑 만났어?”


“어. 현사심 같이 듣거든. 독강인 것 같아서 말 걸었었는데

몇 마디 나누고는 도망 가버렸어.“


“그야 T 오빠는 눈에 띄니까. B 선배는 눈에 띄는 걸 싫어하거든.”


“그런 것 치곤 너랑 자주 붙어 다니잖아?”


“나는 예외. 그리고 B 선배 말로는 T 오빠랑 그다지 친분이 없다던데

아무렇지 않게 말 건 게 잘못이지.”


“벌써부터 남친 편드는 거야?”


“남이사..가 아니라 남친?”


“너랑 B. 사귀잖아?”


-----------------------------------------------------


오늘 하루는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야 그런 괴상한 작업멘트를 날려놓고

J양의 얼굴을 봐야한다는 압박감이 장난 아니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J 양의 반응을 봐선

그때 내 목소리를 못들은 것 같지만,

천연덕스럽게 자체휴강, 자체휴강 거리는 통에

정신적으로 많은 데미지를 입었다.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 잠시 화장실에 가서

긴장으로 쓰린 속을 달래고 다시 강의실로 돌아왔더니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고 계셨다.


아직 59분인데 빡빡하구만 하는 생각과 함께

자리에 앉아 강의를 들었다.


오늘 J양은 평소보다 내게 말을 걸어오는 횟수가 적었다.

강의 시작 전 피곤해보인다는 이야기를 했으니

아마도 신경을 쓰이게 한 모양이다.


“선배, 오늘은 멀리 나가서..”


“J. 수업 끝났어?”


오.

화려한 인간 등장.


T 선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J 양도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두 사람은 금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헐. J랑 T 선배랑 아는 사이야?”


“응. 두 사람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래.”


본인 일인냥 거들먹거리며 해설하는 저 여학생은

확실히 같이 조모임을 하기로 한 L양인가?


뭐. 선남선녀의 연애라면 흥미를 끄는 게 당연한가.


나는 그 길로 두 사람과 그 들을 힐끔거리는 인파를 헤치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아! B 선배! 어디가요!”


반응이 빠르구만.

하지만 반짝거리는 두 사람 사이에서

이야기를 나눌 이유도 의리도 없다.


“아. 두 분 천천히 이야기 나누세요. 저는 좀 일이 생겨서.”


대충 분위기를 잡으며 슬쩍 둘러댔더니 J 양은 순순히 포기했다.

지금 내 몰골이 주는 압박감은 장난이 아닐테니까.

마치 마감을 앞둔 작가마냥 피폐한 정신이 그대로 느껴졌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기숙사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건물을 빠져 나왔다.


“후..지친다.”


오늘 하루는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았고,

나는 나답지 않게 입밖으로 소리를 내며 말할 정도로

지쳐있었다.


“뭐가 그렇게 지쳐?”


그리고 내 지친 하루를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 사람과 만났다.


작가의말

등장인물이 점점 많아지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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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부 10화 - Y군은 뒤늦게 자신의 무신경함을 깨닫는다 19.11.09 33 1 8쪽
33 2부 9화 - j양은 침대에서 눈을 뜬다 19.11.03 42 1 7쪽
32 2부 8화 - I 씨는 태연하게 거짓을 말한다 19.10.20 51 2 10쪽
31 2부 7화 - j 양은 무례한 남자를 싫어한다 19.10.12 52 2 7쪽
30 2부 6화 - I 씨는 눈이 높다 19.10.05 54 2 7쪽
29 2부 5화 - Y 군은 쉽게 푼 문제에서 어려운 질문을 찾는다 19.09.28 50 2 10쪽
28 2부 4화 - B씨는 친구의 충고를 잘 따른다 19.09.23 56 2 8쪽
27 2부 3화 - H양은 그에게 사과해야만 한다 19.09.10 66 2 7쪽
26 2부 2화 - Y 군은 추리문제를 좋아한다 19.08.31 55 2 7쪽
25 2부 1화 - H 양은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19.08.24 63 2 9쪽
24 23화 - B 씨는 후배에게 밥을 사준 적이 없다(1부 완결) 19.08.18 65 2 7쪽
23 22화 - J 양은 마지막 데이트를 준비한다 19.08.17 71 2 9쪽
22 21화 - E 양은 화장이 진하다 19.08.10 68 1 10쪽
21 20화 - U 씨는 수강신청에 실패했다 19.08.03 67 1 17쪽
20 19화 - B 씨는 1세대 아이돌들의 노래를 알고 있다 19.07.27 63 2 8쪽
19 18화 - J 양은 셔츠입은 남자를 선호한다 19.07.20 82 3 11쪽
18 17화- B 씨는 핸드폰을 잘 보지 않는다 19.06.22 150 2 8쪽
17 16화 - B씨는 기억을 줍는다 19.06.15 108 2 11쪽
16 15화 - 과거는 또다시 B군을 붙잡는다 19.06.06 109 2 7쪽
15 14화 - B 씨는 2차에 가지 않는다 19.05.18 108 2 9쪽
14 13화 - Y 군은 예의가 바르다 19.05.11 117 2 7쪽
13 12화 - T 씨는 포용력이 부족하다 19.05.06 117 2 7쪽
12 11화 - J양은 몰래 문자를 보낸다 19.04.06 118 2 5쪽
11 10화 - B씨는 성악설을 믿는다 19.03.30 109 2 7쪽
» 9화 - J 양은 계단을 내려가지 않는다 19.03.16 121 2 7쪽
9 8화 - B씨는 작업멘트를 해 본적이 없다 19.03.09 126 3 9쪽
8 7화- B씨는 숙취에 시달린다 19.03.02 126 2 7쪽
7 6화 - J양은 에일을 주문한다 19.02.23 129 2 8쪽
6 5화 - J양은 한복이 잘 어울린다 19.02.16 134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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