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개구리를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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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01.0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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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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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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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3화 - B 씨는 후배에게 밥을 사준 적이 없다(1부 완결)

DUMMY

나는 J 양에게 그 어떤 추궁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내가 눈치 챘다는 걸 짐작한 것인지 자초지종을 설명해왔다.


내 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던 이유는 이거였나.

종합해보자면 나는 일종의 ‘혐오 우산’이었던 것 같다. 그녀가 기억이 끊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나와 내 옆에 있는 J 양을 보는 다른 사람들의 복잡 미묘한 감정 속에 숨었던 거다.


처음부터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 짐작했었고, 짐작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설명이었기 때문에 납득하기는 쉬웠다. 모든 걸 솔직히 말해준 J 양에 대한 예의로 내가 기억을 읽는다는 것을 말해야 하는지 잠시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긁어 부스럼이라는 생각에 그만 두기로 했다.


“그..B 선배..?”


아. 그러고보니 앞으로의 관계는 나에게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J 양의 말이 있었다.

시작을 자기 마음대로. 솔직히 억지를 부려가며 했으니 끝은 나에게 맡긴다는 사고흐름이 너무 마음에 들어 ‘그런 합리적인 사고를 유지하실 수 있으면 이 참에 결혼이라도 합시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럼 일단 연인관계는 이걸로 끝내도록 하죠. 뭐 애초부터 비밀연애였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좋네요.”


이게 당연한 거다.


‘..그동안은 연기였지만, 이제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같은 억지 로맨스 소설 같은 전개는 사양이다.


“뭔가.. 시원섭섭하네요. 선배랑 데이트 다니는 거 나름 재밌었는데.”


J 양은 진심으로 조금 섭섭해 하는 것 같았다.

나로서는 굉장히 피곤한 일이었지만.


“그러고 보니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원활한 학교 생활을 위했던 거면 굳이 휴일 데이트 같은 건 안 해도 됐던 거 아니에요?”


확실히 비도 오지 않는데 우산을 들고 다니는 건 어떨까 싶다.

준비성이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산 입장에선 귀찮을 뿐이다.


“에이. 그래도 사귀는 사이인데 데이트를 안 하는 건 이상하잖아요?”


그렇군. 나를 속이기 위한 장치였던 건가.

이쪽이야 그녀의 고백이 처음부터 거짓이라고 생각했으니

쓸모없는 짓이었지만, 좋게 좋게 끝난 마당에 구태여 그 점을 지적할 필요까진 없겠지.


차라리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해줬다면 나는 주말을 보장받고

J 양은 안전하게 대학교생활을 보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솔직하게 말했다면 단박에 거절했을 거다.


“그럼 일단 오늘이 마지막 데이트네요.

마지막이니까 제가 선배로서 J 씨가 드시고 싶은 거 사드릴게요.”


지갑 사정이 좋진 않지만, 원래 인간관계란 시작보다 끝이 중요한 법이다.

여태까지야 이용당한 대가로 얻어먹었다고 하지만, 지금부터는 선배와 후배의 입장이다.


“뭔가 헤어지고 나서 더 잘해주시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요?”


“아시다시피 연애가 서툴러서 말이죠. 뭐, 후배한테 밥 사주는 것도 서툴긴 하지만.”


생각해보니 1학년 마치고 군대에 갔고,

복학한 뒤로 다른 후배들과 밥먹은 적이 없으니 오늘이 선배 데뷔인가.


그러고 보니 행정인의 밤 때 만났던 Y 군도 좋은 후배였는데,

멋진 선배로서 밥 한 끼 정도는 사주고 싶다.

...음...알바비가 들어온 다음에나 연락해볼까.


그 뒤로는 꽤나 좋은 분위기로 마지막 데이트를 마쳤다.

J 양이 조금 비싼 메뉴를 시켜서 지갑사정이 간당간당했던 것만 빼면 말이지.

정말이지 방심할 수가 없는 후배다.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지만,

J 양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목적이야 어떻든 나를 대했던 태도가 거짓이 아니었다면 속 좁게 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이쪽은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오히려 미안한 마음인 게 맞는 건가?


무사히 계산을 마치고 나와 버스정류장까지 J 양을 바래다줬다.


“그럼, 선배. 내일 조직론 때 봐요.

아 그리고 데이트는 아니지만 조모임이니까 저번에 골라드린 옷 입고 오시구요.”


“이런 게 전 여자 친구의 집착이라는 건가요?”


“...어떻게. 여기서 목청껏 헤어지지 말자고 울어드릴까요?”


역시나 무서운 여자.

한 달 사이에 내 약점을 정확히 파악했구만.


하는 수 없이 골라준 옷을 입고 가겠다고 공언한 뒤, J 양을 보내고 지하철을 탔다.


------------------------------------------------------


걱정과는 달리 B 선배는 아무런 추궁도 하지 않으셨지만,

아무래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계신 눈치였습니다.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수도 없으니 제가 먼저 이야기를 풀어갔고,

B 선배는 묵묵히 제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뭐,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라고 말하시고는 별다른 반응이 없으셨습니다.


왠지 모를 죄책감에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리고,

헤어질지 말지는 B 선배에게 맡기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 입장에선 좋은 선후배 관계만 유지되어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지금 같은 관계를 이어가는 것도 나름...


“그럼 일단 연인관계는 이걸로 끝내도록 하죠.

뭐 애초부터 비밀연애였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좋네요.”


별로였습니다. 역시 B 선배는 남자친구로 삼기에는 조금 안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선배가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할 때 눈부실 정도로 환하고 밝은 웃음을 지었다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헤어지자마자 급격히 친절해지는 모습이 조금 서운하다고 해야 할지

선배답다고 해야 할지...


그 태도가 조금 괘씸하다는 생각에 내일 조모임 때는 꼭 제가 골라드린 옷을 입고 오시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선배는 싫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말싸움을 해봐야 피곤해지기만 한다고 생각하신 건지 순순히 포기하셨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무례한 행동을 삼가고,

적절한 선을 늘 지키며 사는 제가 어째서 선배 앞에만 서면

어리광쟁이에 장난꾸러기가 되는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B 선배가 괴롭히기 좋은 사람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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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저녁이라고 얕봤지만, 2호선은 언제나 그렇듯 만원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치이며 신촌역에 도착한 나는 마을버스를 기다릴까 했지만,

이것도 기분이다 싶어 신촌을 터벅터벅 걸었다.


오랜만에 약국 골목에 있는 음악사에 들릴까 싶었지만,

지갑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만 다시 떠올린 채 쓸쓸해 진 기분으로

학교로 가는 횡단보도 앞에 섰다.


그리고.


“오랜만이네?”


복학 후 줄곧 나를 괴롭혔던 난제가 해결된 그날 밤.


“H...?”


“응! 이야! 잘 지내? 여친은 생겼어? B는 낯을 가리니까 무리인가? 혹시 없으면....”


과거는 새로운 난제가 되어 찾아오고 말았다.


“나랑 ‘다시’ 사귈래?”


작가의말

입에서 개구리를 빼!1부 이야기인 고백 편이 끝났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올해 초였는데, 현생에 치이다보니 이제서야 1부를 겨우 끝냈네요.


로맨스 소설치고 달달함이 부족한 글이었습니다만

2부부터는 그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지, 이대로 엉망진창 치정극이 될지

쭉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당초 입에서 개구리를 빼!는 신촌 3부작 중 3부격에 해당하는 이야기라서

이것부터 연재하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싶었는데,

독립적인 이야기로서도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1화는 휴재없이 다음주 토요일에 연재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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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부 10화 - Y군은 뒤늦게 자신의 무신경함을 깨닫는다 19.11.09 33 1 8쪽
33 2부 9화 - j양은 침대에서 눈을 뜬다 19.11.03 42 1 7쪽
32 2부 8화 - I 씨는 태연하게 거짓을 말한다 19.10.20 51 2 10쪽
31 2부 7화 - j 양은 무례한 남자를 싫어한다 19.10.12 52 2 7쪽
30 2부 6화 - I 씨는 눈이 높다 19.10.05 54 2 7쪽
29 2부 5화 - Y 군은 쉽게 푼 문제에서 어려운 질문을 찾는다 19.09.28 50 2 10쪽
28 2부 4화 - B씨는 친구의 충고를 잘 따른다 19.09.23 56 2 8쪽
27 2부 3화 - H양은 그에게 사과해야만 한다 19.09.10 66 2 7쪽
26 2부 2화 - Y 군은 추리문제를 좋아한다 19.08.31 55 2 7쪽
25 2부 1화 - H 양은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19.08.24 63 2 9쪽
» 23화 - B 씨는 후배에게 밥을 사준 적이 없다(1부 완결) 19.08.18 65 2 7쪽
23 22화 - J 양은 마지막 데이트를 준비한다 19.08.17 71 2 9쪽
22 21화 - E 양은 화장이 진하다 19.08.10 68 1 10쪽
21 20화 - U 씨는 수강신청에 실패했다 19.08.03 67 1 17쪽
20 19화 - B 씨는 1세대 아이돌들의 노래를 알고 있다 19.07.27 63 2 8쪽
19 18화 - J 양은 셔츠입은 남자를 선호한다 19.07.20 82 3 11쪽
18 17화- B 씨는 핸드폰을 잘 보지 않는다 19.06.22 150 2 8쪽
17 16화 - B씨는 기억을 줍는다 19.06.15 108 2 11쪽
16 15화 - 과거는 또다시 B군을 붙잡는다 19.06.06 109 2 7쪽
15 14화 - B 씨는 2차에 가지 않는다 19.05.18 108 2 9쪽
14 13화 - Y 군은 예의가 바르다 19.05.11 117 2 7쪽
13 12화 - T 씨는 포용력이 부족하다 19.05.06 117 2 7쪽
12 11화 - J양은 몰래 문자를 보낸다 19.04.06 118 2 5쪽
11 10화 - B씨는 성악설을 믿는다 19.03.30 109 2 7쪽
10 9화 - J 양은 계단을 내려가지 않는다 19.03.16 120 2 7쪽
9 8화 - B씨는 작업멘트를 해 본적이 없다 19.03.09 126 3 9쪽
8 7화- B씨는 숙취에 시달린다 19.03.02 126 2 7쪽
7 6화 - J양은 에일을 주문한다 19.02.23 129 2 8쪽
6 5화 - J양은 한복이 잘 어울린다 19.02.16 134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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