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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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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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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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좀비가 되었다.

DUMMY

붉게 물든 시야에 공간을 나지막이 울리는 그르렁 소리.

사람의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흡사 동물의 울음소리에 가까웠다.


제어가 안 되는 듯, 온 몸을 비틀며 사정없이 발버둥을 친다.


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바닥에 쓸린 피부에 생채기가 더해져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보는 낯선 장소에서 내가 왜 이렇게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인지.

무엇보다 내 몸을 컨트롤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공포로 다가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부림은 더욱 강렬해지기 시작했고 내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 가기 시작한다.

누군가 작정하고 내 의식을 짓눌러 없애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항할수록 반발력은 더욱 심해져 나라는 존재가 곳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두려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의식 속에서 발버둥 치는 것이 고작.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이내 내 정신은 육신에서 증발한 것처럼 뚝 끊기듯 소멸해버렸다.


-----


우주를 유영하는 꿈을 꾸었다.

가지각색의 기운들이 내 몸을 훑으며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감각에 의식은 점점 뚜렷해짐을 느꼈다.


몽롱한 느낌에 감싸이는 동안에도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무언의 기운에 몸을 맡긴 채 흐름을 따라 내 의식은 한 줌의 빛이 새어나오는 통로를 막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전원이 들어온 듯 눈이 떠졌다.


평범하지 않은 경험에 내 시간감각이 둔해져 있음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긴 어디지?”


생소한 공간에 눈을 떴기 때문에 상황파악이 쉽사리 되지 않았다.

내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왜 이런 장소에 홀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분명 앞에서 달려오는 트럭에 사고를 당하기 직전의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주위를 더듬어 보았지만 울긋불긋한 땅바닥의 감촉과 차가운 냉기가 손바닥을 타고 전신을 훑었다.

다음으로는 내 몸을 더듬어 보았다.

몸의 상처나 특별히 변화한 것은 없었지만 어린아이의 힘에도 쉽게 찢어질 것처럼 얇은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누구 없어요~?”


동굴을 쩌렁하게 울리기만 할 뿐.

내 말에 대답을 하는 사람이나 다른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 진거지?”


일단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둠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며 주위의 윤곽을 대충 파악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분별하기란 쉽지 않았다.


“여기가 동굴의 끝인가?”


앞에 가로막힌 거대한 벽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바닥의 감촉과 달리 매끄러우면서도 매우 단단한 것이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그때 머리가 핑하며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윽, 하는 짧은 신음을 흘리며 두 무릎이 자연스레 꿇렸다.

두 손으로는 머리를 감싸 쥐고선 고통에 의해 인상이 저절로 구겨지기 시작했다.


“으윽······.”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처음 겪어보는 격렬한 두통에 의해 신음을 흘리는 것 외엔 다른 생각은 할 수 조차 없었다.

그 와중에 무언가의 목소리가 뇌를 울리며 들려왔다.

두통의 원인이 이 목소리 때문이라면 당장 그만두라며 주먹을 휘둘렸을지도 몰랐다.


- 고통스러워도 조금만 참아주게.


타인이 내 머리채를 잡고 마구 뒤흔드는 와중에 귓속에 속삭이듯, 들려오는 목소리와 어투는 중저음에 매우 차분했다.


통증에 의해 입 밖으로 침이 분출되는지도 모른 채 고통에 찬 신음만이 동굴내부에 울렸다.

점점 시야가 피에 적셔지듯 빨갛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야가 점점 멀어지며 내 의식도 나락에 떨어지듯 아니,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소멸하는 감각을 받으며 어느 한 지점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시간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개념을 초월한 신비한 경험.

시간이 손바닥으로 내 가슴을 밀어보이더니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모습 그대로 정신을 차렸다.


두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하면서도 정신이 매우 맑아진 상태에 어리둥절했다.


“뭐야, 꿈인가? 정신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겠지?”


내 두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지만 대답을 바라고자 한 말은 아니기에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버리고 말았다.


- 이제 익숙해진 모양이구만.


“누, 누구세요?”


주위를 둘러보아도 나를 제외한 그 어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에서 진동이 울리듯 차분한 어투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 혼란스러운 모양이네만 진정하게나. 자네의 정신에 내 의지를 담아 말을 거는 것뿐이네.


“정신이요?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머리를 툭툭치는 여유로운 모습과는 반대로 내 눈썹은 여덟 팔(八) 자를 그린 채 자리에 주저앉았다.


- 일단 자네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으니 마무리되면 자세히 알려주겠네.


“아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는 알려주세요.”


내가 정말 정신에 이상이 생겨버렸구나.

머리를 맴도는 이 중년 남성의 목소리에 충분히 당황해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도 묘하게 침착한 내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니 생동감 넘치는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집어봐도 통증은 느껴지지 않네.’


실제로 허벅지를 있는 힘껏 꼬집어보아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 그리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니 자리에서 일어나게나.


일단 시키는 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지금 상황을 알려준다는데 굳이 말씨름하는 선택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뭘 하면 됩니까? 아, 그전에 뭐라고 불러야하는지······.”


멋쩍은 미소와 함께 머리를 매만지며 물었다.


- 카지락스타, 다른 이들은 줄여서 칼이라고 부르더군.


“그럼 저도 편하게 칼이라고 불러도 되죠?”


자신을 카지락스타라 소개한 인물은 대수롭지 않게 본론으로 넘어갔다.

차분하면서도 나지막한 목소리는 점점 신중을 가하며 내게 말했다.


- 마음 같아서는 천천히 자네에게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싶지만, 현재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네.


“무슨 말······.”


칼은 내 대답은 상관없다는 듯이 상관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 그대가 느낀 고통은 나로서도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내 정신을 공유하여 최대한 억제해주고 있을 뿐이네.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 그대는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각한 부상을 안고 있었으니 아마 그 원인이라 생각한다만, 중요한 것은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네.

정신이 이어져 있는 이 순간 잠시 자네의 몸을 빌리도록 하지.


“······.”


의미 불명의 말만 혼자 중얼거리며 칼의 마지막 말과 함께 내 몸은 주인의 의지를 반항하듯 자기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어라 입을 열어 소리 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어 가며 어떻게든 내 몸의 주도권을 돌려받기 위해 속으로 발버둥을 치고 있는 와중에 내 양팔이 앞으로 뻗기 시작했다.


분명 방금 전 쓰다듬은 거대한 벽에 손바닥을 밀착시키고 있었다.

두 손바닥을 통해 매끈한 표면이 전해져 왔으며 내 두 눈이 살며시 감기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찰나의 순간 희미한 빛을 내뿜은 구체의 형상이 떠올랐다.

새까만 우주 공간에 떠오른 하얀 구체는 점점 가까워지며 더욱 강렬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내 내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기운을 느끼며 감았던 내 두 눈이 천천히 떠졌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각과 무언가 희미하게 내 안에 자리를 잡은 느낌.

그리고 내 몸은 원래의 주인이 발하는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뭐야?”


내 두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린 말이 아니었다.

앞을 바라보니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던 거대한 벽이 원래 없었던 것처럼 넓은 공간만이 내 두 눈에 비췄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점은 어두컴컴하던 내부가 대낮처럼 환하게 보인다는 점이었다.


“어딘가에 빛이 새어나오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된 거지?”


사방이 막혀있던 공간에서 눈을 떠보니 거대한 벽이 사라진 채 넓은 공간과 터널처럼 길이 쭉 나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내 눈이 이 어둠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 같았다.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네.”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은 채,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나는 우선 이곳을 나가보기로 생각하곤 다리를 움직였다.


콰직!!


“······?”


바닥을 내딛은 내 발에 맞춰 무수한 파편들이 공중으로 튀어 내 몸에 부딪혀왔다.


“뭐야?”


당황한 나는 놀란 나머지 뒷걸음질 쳤고 또 다시 바닥이 움푹 꺼지며 잘게 부서진 파편들이 팝콘처럼 튀기 시작했다.


내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대지엔 균열이 발생했다.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나는 다시 제자리에서 굳은 채 발놀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둠에 적응한 내 시야에 비친 광경은 가관이었다.

무수히 갈라지고 움푹 들어간 바닥을 보고 있자니 이게 뭔 일인가 싶었지만 확실한 점은 내가 한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이거 꿈인 거 맞지?”


나는 이 비상식적인 상황에 내 볼을 있는 힘껏 꼬집어 비틀어 보였다.

역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꿈이야, 살점이 떨어져 나갈 만큼 꼬집어도 아프지 않잖아.”


볼 살로 추정되는 살점이 내 오른손에 들려있었다.

왼손으로 뜯겨진 오른 볼을 쓰다듬으니 어금니가 만져졌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촉감은 너무 리얼한 상황.

그럼에도 나는 꿈이라고 치부하며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앞을 향해 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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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21. 신기 흑월도 19.08.14 8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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