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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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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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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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원인을 알 수 없는

DUMMY

울창한 숲을 빠져나와 매끄럽게 쭉 뻗은 길목으로 나온 나와 레이나는 론 우저를 향해 걸어 나갔다.


대충 시간계산을 해보면 5~6시간 정도 걸릴 테니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저 엘프와는 론 우저까지만 동행하는 것이다.]


‘아직도 그 소리야?’


길을 나서는 동안 심연의 목소리는 한 번 더 당부를 흘렸다.

앞으로의 여정에 있어 발목을 붙잡힐 수 있는 위험은 처음부터 배제하는 것이 좋다면서 말이다.


“저기, 아까 전부터 궁금했는데요. 칼님께서는 왜 그런 가면을 끼고 계세요?”


앞서 걸어가던 레이나는 뒤를 돌아 걸으며 내 가면을 가리켰다.

나는 마이즈에게 받은 칠흑의 가면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며 레이나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혹시 모를 상황 때문에 착용하고 있는 거야, 정체를 숨기고 있는 만큼 레이나도 풀네임 대신 지금처럼 편하게 불러줘.”


“그건 걱정 마세요, 아무튼 이렇게 다시 칼님과 마주하게 되니 너무 좋아요.”


“나도, 이렇게 만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해서 깜짝 놀랐을 정도야.”


점심을 해결하고 난 뒤에 길을 나서는 것이라 우리들은 한 번씩 쉬어주는 것을 제외하면 계속 걸어 나가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서로에 대해서 몰랐던 것도 알게 되며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되어가는 동안, 날은 점점 저물어갔으며 이내 어둠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도시까지는 아직 멀었을까요?”


“이제 곧 보일거야, 예상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겠어.”


쿠키가 있었다면 어두워지기도 전에 입성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레이나가 엘프라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잘 지치지도 않았으며 발걸음이 가벼워 속도도 빠른 덕분에 생각했던 것 보다는 먼 거리를 걸어올 수 있었다.


[게다가 호수의 물도 있었으니 말이다.]


엘프가 몸이 가벼워 빨리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아예 지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들에 비하면 체력 면에서도 좀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종족이지만, 내 페이스에 맞춰서 가려면 종족을 따지기 이전에 무조건 쉬어 줘야하는 구간이 발생해버리고 만다.


몇 시간을 전력으로 달려도 멀쩡한 쿠키도 내 앞에서는 휴식을 취하는 마당에 엘프라고 해서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회복하는 속도는 타 종족을 불허할 만큼 빨랐는데, 그 이유는 마나가 내포되어 있던 호수의 물 때문이었다.

엘프에게 있어 이 호수의 물은 매우 뛰어난 효능을 발휘하는 자양강장제와도 같았다,

게다가 즉효로 나타날 만큼 몸에 잘 받기까지 하니 사실상 쉬어가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거기에 엘프의 마법인 리시안셔스의 빛줄기까지 사용한다면 아예 쉬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비록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집중을 하느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심연의 목소리도 처음과는 달리 어느 순간부터는 레이나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하더니, 곧 자기가 대화하는 것 마냥 맞장구를 쳐주는 등 심심치 않은 반응을 보여주어 즐거운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곧 도착할 것이란 말을 꺼낸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내 두 눈에 작은 불빛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레이나도 그곳을 응시하는 것으로 보아 도시에 새어나오는 불빛을 확인한 모양이다.


“저곳이 론 우저인가요?”


“그래.”


“드디어 도착했네요.”


무작정 론 우저를 향해 길을 나섰던 레이나는, 그 다음 목표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해두지 않았다고 한다.

도시에 도착하고 나서도 정해지지 않는다면 우리들을 찾으러 떠날 예정이라고 하였는데, 목표로 삼기에는 좀 이상하지 않냐 는 물음에, 숲을 나와 단순히 떠도는 것만으로도 자신은 수많은 엘프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라면서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레이나에게 있어 자연을 벗어나 인간들의 문명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큰 신비를 접하는 것이니까.


물론 이러한 여정에서 좋은 영향만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엘프들 같은 타 종족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들이 있는 만큼 항상 위기에 놓여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레이나는 자신의 뾰족한 귀를 마법으로 인간들처럼 만들었다.


엘프 특유의 날렵한 몸짓과 긴 팔과 다리, 아름다운 외모는 숨길 수 없었지만, 적어도 엘프라는 이유로 노려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레이나도 모험가가 되는 게 어때?”


“모험가 말인가요?”


“세상을 떠돌아다닐 생각이면 모험가 같은 직종이 편할 테니까.”


“확실히 그렇겠죠?”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내 말이면 깊이 생각안하는 것인지 금방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시했다.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홀로 나서다니.]


나란히 걷는 시간동안 정이라도 든 것일까.

심연의 목소리는 처음과 달리 걱정을 담아 중얼거렸고 나는 조용히 들어만 주었다.


“잠시 멈춰주십시오.”


어두워진 주변을 밝히기 위해 한창 주위의 횃불에 불을 붙이고 있던 무장한 경비병이, 나와 레이나를 세웠다.


뒤에 있던 한 병사에게 눈짓을 하자 장부 비슷한 것을 들고 오더니 우리들을 향해 무심히 물어보았다.


“신원을 밝혀주십시오.”


무장한 경비의 짧은 그 한마디에 나는 이제야 아차 하는 생각이 스쳤다.

실버 링을 가지고 있는 나와 달리 레이나는 신분을 증명할 만한 것을 지니고 있을 리가 없었다.


레이나를 슬쩍 바라보니 역시나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고 적중하였으며 일단 서둘러 실버 링을 꺼내 모험가임을 밝혔다.


“이 실버 링은 론 우저의 모험가 지부에서 발급된 것이군요.”


반지를 확인하며 병사는 깃털 펜으로 무언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무슨 내용인지는 확인 할 수 없었지만 문제시될법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죄송하지만 성함과 함께 그 가면을 좀 벗어주시겠습니까?”


병사는 깃털 펜으로 자신의 투구를 가리키며 칠흑의 가면을 벗어달라고 요청해왔다.


[거 되게 깐깐하게 구는 녀석이네.]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할 뿐이잖아.’


혹시나 우리들을 검문하는 이 병사가 기시단의 수하라면 내 정체가 탄로되어 곧바로 추격당하게 될 테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


소란을 피우는 것 또한 문제시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나는 칠흑의 가면과 후드를 벗으며 이름을 말하였다.


“칼이라고 합니다.”


은발의 머리카락과 달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시뻘건 두 눈동자.

경비병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조합에 의해 1~2초간 멍하니 내 얼굴을 응시하다가 뒤늦게 명부를 뒤적이기 시작하였다.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촤라락 넘어가는 장부에는 인적사항들이 빠짐없이 적혀있겠지.

경비병이 확인하는 동안 나는 레이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누가 보더라도 수상쩍어 보이게 만드는 행동이군.]


심히 떨려오는 눈동자에 따라 거침없이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갈색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동요를 표출하고 있는 모습에 진정하라는 의미에서 그녀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러 넣었다.


“흐아!”


“왜 그러시죠?”


레이나의 짧은 비명에 신원을 확인하던 경비병이 살짝 놀라 고개를 들어 그녀를 향해 물었다.

밤이 찾아오며 고요와 정적을 함께 몰고 온 탓에 그녀의 비명은 주위의 다른 병사들의 이목까지 집중시켰다.


“눈앞에 벌레가 지나가서···죄송합니다.”


창피함과 두려움이 함께 묻어나오는 대답.

꾸벅하고 고개를 숙여 말하는 동안에도 후드를 쥔 두 손은 꽉 쥔 채 놓을 줄을 몰랐다.


소심한 레이나가 별 생각 없이 한 행동에, 오히려 수상하게 비춰지기 시작한 경비병이 얼굴을 확인하려 들었는데 내가 헛기침을 하자 이내 명부로 시선을 옮겼다.


“B등급 모험가임을 확인······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


[뭔 범죄라도 저질렀냐? 경비병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데.]


“제, 제가 무슨 수상한 행동이라도?”


“그런 거 아니니까 조용히 있어봐. 레이나는 너무 긴장하고 있잖아.”


경비병은 틀림없이 내 신원을 확인하였다.

그런 뒤에 서둘러 다른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둠을 몰아내며 주변을 환히 비추는 횃불.

거대한 짐마차를 끌고 온 상인들은 일찍이 검수를 받고 있었는데 상당히 엄중하게 체크를 하고 있는 모양인지 상인들이 피곤에 찌든 얼굴로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이곳을 걸어올 때까지만 해도 우릴 지나쳐간 마차는 2대였는데, 지금 6대나 이곳에 정체되어 있잖아.’


[들여선 안 될 물건이 있었던 거겠지.]


‘이럴 때 세라가 있었다면 편하게 입성했을 텐데.’


“옆에 계신 분은 동행이십니까?”


그때 나의 신원을 확인하던 경비병이 다가오며 물어왔고, 그렇다는 의미에서 고개를 끄덕이자 무언가를 적은 뒤에 따라오라며 정중하게 행동하였다.


“저희 잡혀가는 건가요?”


칠흑의 가면을 착용하고 경비병의 뒤를 따라가자 레이나는 처음 마주하는 상황에 불안을 가득 담아 귓속말을 해왔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몇 번 토닥여주며 벌 것 아니라며 애써 안심시켜주었지만, 속으로는 갖가지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명부만 작성한 뒤 경비병이 직접 에스코트를 해주자 우리들을 바라보는 상인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여자들은 특별대우라도 해주는 모양이오?”


“저 자들도 구석구석 조사 해봐야지! 저 검정 가면을 쓴 아가씨가 우리들보다 훨씬 수상해 보이는데.”


“그러게 말일세, 상인이라는 이유로 짐이 많아 검수하는 것이 오래 걸린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지 않소.”


[크크크, 네 녀석을 여자로 오인하고 있군.]


칠흑의 가면과 후드를 벗었을 때, 상인들도 내 얼굴을 살펴보았었는데 아무래도 여자라고 단단히 착각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착각한 이유에는 작은 키도 한 몫 했을 테지, 나는 쓸데없는 언쟁을 피하기 위해 대답을 회피하며 경비병의 뒤를 따랐다.


시끄러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경비병들이 상인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소란을 피울 시 입성이 더 지체될 수 있다며 상당히 강압적이게 나오자 더 이상 수군거리는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따가운 시선만큼은 뒤통수에 꽂혀오는 것을 막아낼 순 없었다.


처음 겪는 돌발 상황과 인간들의 뜨거운 시선에 레이나는 과부하가 걸린 로봇처럼 뻣뻣하게 움직였다.


“저희 정말 괜찮은 거 맞나요?”


인간들의 분노를 처음으로 몸소 겪은 겁 많은 엘프 제니 프레이나.

한 번 더 확신을 바라는 마음에 걱정을 담아서 내게 물어왔는데, 그때 경비병이 살짝 뒤돌아보며 방금 전의 일에 대해서 대신 사과를 전하는 바람에 레이나는 제 발 저린 도둑마냥 깜짝 놀라 혀를 씹어버렸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으으윽···”


비명도 함부로 지르지 못한 레이나는 고개를 숙여 고통이 지나가기를 바란 채 조용히 따라 걸었다.


“무슨 일이라도 터졌나요?”


경비병들과 상인들의 반응으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신원을 확인하고 난 뒤의 행동부터, 레이나가 동행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이렇게 쉽게 입성을 허가한 것까지.


성문의 옆에 난 작은 철창으로 만들어진 쪽문을 열며 경비병이 말을 이었다.


“현재 도시에선 완치를 할 수 없는 병의 발병으로 인해 규제를 강화한 상태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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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15. 영웅이 남긴 쪽지 19.04.09 105 1 11쪽
» 15. 원인을 알 수 없는 19.04.08 91 1 12쪽
76 15. 호수의 비밀 19.04.06 86 1 12쪽
75 15. 포션을 만든다는 것 19.04.05 94 1 12쪽
74 15. 금화 한 닢 19.04.04 92 1 11쪽
73 15. 조우 19.04.03 88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2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7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4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0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5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2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2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1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3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49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2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49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29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0 1 11쪽
56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19.03.14 149 1 12쪽
55 11. 공백인형, 백설십장 파로에 프론락텀 19.03.13 154 1 12쪽
54 11. 공백인형, 앱솔루트 카운터와 마족 집결 19.03.12 146 1 11쪽
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0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4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7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2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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