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440
추천수 :
725
글자수 :
748,164

작성
19.04.09 21:30
조회
105
추천
1
글자
11쪽

15. 영웅이 남긴 쪽지

DUMMY

나의 신원을 확인한 론 우저의 경비병은 어쩐 일인지 쪽문을 통해 우리들을 입성 시킨 뒤 어느 한 공간에 대기 시켰다.


그 공간은 성문 안쪽의 마구간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인적이 드물만한 곳이었고 튼튼한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아주 작은 오두막이었다.


지어진지는 얼마 안 된 것처럼 보였지만 지나가다 보면 변소로 착각할 그런 외관이었다.


경비병은 우리들에게 불편하게 모시게 되어 죄송하다며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양해를 구해왔는데, 그 언행은 매우 매끄러웠다.

마치 내가 오기만을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항시 매뉴얼을 통해 연습한 것 같았다.


론 우저의 방문이 두 번째밖에 되지 않아 이러한 상황에 이해가 가지 않는데, 첫 방문에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 레이나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경직된 자세로 굳어있었다.


하염없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던 상인들의 반응으로 인해 도시에선 어떤 병이 나돌고 있다는 것을 대강 듣게 되었다.

그 병에 대해선 아직 깊게 듣지는 못한 상태였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우리들이 이렇게 작은 밀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어야하는 상황으로는 생각되어지진 않았다.


“창문도 없이 문만 달랑 달려있고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네요.”


촛불처럼 은은한 빛을 발하는 발광석이 접시에 놓여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어떤 용도로 쓰이는 공간인지는 파악이 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보기와는 다르게 습하지도 않았고 냄새도 나지 않아 나름 괜찮은 수준이었다.


작은 테이블에 거의 붙어있는 수준으로 의자에 앉은 나와 레이나는 고개만 돌려 안을 둘러본 뒤 작은 목소리로 얘기를 나누었다.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으니 아마 상관에게 보고하러 간 거 아닐까.”


[복잡한 일이 생기기 전에 그냥 휩쓸고 가는 것도 하나의 최선책이지.]


‘그렇게 할 수 있겠냐? 소란 피우는 것보다 어떻게든 잘 해명해서 좋게 끝낼 수 있도록 해야지.’


[시시하기는.]


“제가 엘프인 것을 들켰기 때문은 아니겠죠?”


자신의 귀를 매만지며 물어오자 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 전에 론 우저에는 드워프들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데, 엘프가 등장했다는 이유로 굳이 이런 일을 벌인다고 생각해?”


“솔직히 인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움직이는지 잘 모르겠어요, 마을에서도 그다지 좋은 시선으로는 보고 있지 않고, 수인족들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는 엘프와 수인족들에게 있어 인간들은 요주의를 해야 할 종족인 것은 틀림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성립한 두 종족, 엘프와 수인족들은 서로 공존하는 선택지를 고른 것이고.


분명 인간들이 이륙한 문명은 대단하다고 느낄 정도이지만 레이나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떨까?


“인간들에겐 어떤 감정을 갖고 있어?”


“네? 갑자기요?”


잠시 고민하기 시작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자신의 생각을 꺼내 보였다.


“신기한 종족이죠, 무엇보다 이 론 우저만 놓고 보더라도 이런 도시를 만들어낸 인간들의 상상력은 매우 풍부한 것 같아요.”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건 무슨 의미야.”


레이나는 생각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더 알기 쉽게 말로 꺼낼 수 있을까 고심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정리한 생각을 내비쳤다.


[머리를 감싸며 신중히 말 할 내용도 아니건만.]


“쉽게 말하자면요, 음···뭔가를 끊임없이 생각해내는 종족이라고 하면 될까요?”


“상상력을 통해서?”


“제가 인간이 아니라서 이해는 잘 안가도 한 가지 재료를 주더라도 인간은 여러 도구를 발명해나가잖아요. 굳이 이런 것까지? 라고 생각될 법한 것까지 만들어내는 걸 보면 엘프의 입장에선 신기해요.”


“예를 들어서 인간들이 발명한 것들 중엔 어떤 게 가장 신기해?”


“네? 신기한 거요? 글쎄요···”


내 질문에 다시 머리를 감싸면서 생각을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레이나.

그 모습에 심연의 목소리가 한심하다는 듯 치고 들어왔다.


[이 자식, 이제 보니 적당히 놀려 먹고 있을 뿐이었냐.]


‘왜 그렇게 생각해?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인데.’


[양 입 꼬리가 아주 귀에 걸리겠다, 이 녀석아. 그게 호기심에 물어보는 녀석의 표정이던?]


‘크흠, 뭐 어때서 그래, 너도 알다시피 6개월 동안 한 공간에 갇혀서 수련에만 몰두했잖아. 타인과 대화하는 게 즐거우니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강해진 것만이 아니라 입 놀리는 스킬마저 늘었구나.]


“음, 갑자기 물어 오시면 딱히 대답할 것이 떠오르지 않는데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시 생각에 잠기는 레이나.

작은 오두막에 들어서면서 같이 안고 들어왔던 긴장감은 어느 새 날아가 버린 모양인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때였다.

나무로 만들어진 한 쪽문이 소리 없이 조심스럽게 열리더니 경비병이 들어와 우리들을 또 다시 어딘가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어둠에 물든 주위를 횃불로 물리치며 걸어 나가자, 내 시야에 한 명의 인간이 말과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한 번 마주한 적이 있는 얼굴이었는데, 다름 아닌 론 우저의 모험가지부 관리인이었다.


갈색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중년 남성, 이름이 분명 니콜라이였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경비병은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는 것인지 우리들에게 짧게 대답한 뒤에 시크하게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갔고 니콜라이는 내 양 손을 부여잡으며 다소 격양된 톤으로 맞이해 주었다.


레이나는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몰라 미간을 살짝 찌푸려보였지만 서로 알고 있는 사이려니 생각하면서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모험가 지부의 관리인이 이렇게나 격한 환영을 해줄 줄은 몰랐기에 나 또한 레이나처럼 어안이 벙 쪄진 것은 매한가지였다.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일단 부담스러우니 이 손 좀 놓고 말 해주면 안 될까요.”


반가운 마음인건지,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건가?

니콜라이가 이런 행동을 취하는 것에 대한 이유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내 손등을 비비는 행위에 거부감이 들어 손을 내빼고 나서야 그는 헛기침을 몇 번 하며 정신을 추슬렀다.


“흠, 제가 이런 추태를···옆에 계신 분은?”


콧수염을 매만지며 내 옆에 멀뚱히 서있던 레이나를 지목하여 물어보자, 칠흑의 가면을 고쳐 쓴 뒤 레이나를 짧게 소개해주고 물었다.


“한 지부의 관리인인 당신이 절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주시겠어요?”


경비병이 내 신원을 확인한 뒤에 급히 입성시켜준 이유는 니콜라이의 입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고작 B등급의 모험가인 날 기다리고 있었다고?


내 정체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한 상태인 것은 확실하다.

용안을 통해 그의 진의와 심정을 보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단순히 날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은 말 그대로 B등급의 실버 링을 가진 모험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게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우선 이곳에서 이야기를 나눌 것이 아니라, 혹시 식사는 하셨습니까?”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설명만 해줄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어요.”


니콜라이의 식사제안에 대충 대답하며 레이나를 바라보자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사실상 선택지가 없었기에 우리들은 흥분한 니콜라이와 함께 론 우저의 도심 안으로 들어섰다.


---


[모험가 지부의 관리인이라고 했지? 식사를 권하기에 고급식당인줄 알았더니 접견실에서 고기 써는 게 식사냐?]


‘별 이상한 부분에서 실망하네, 이 정도면 완전 특별대우 해주는 건데. 한국에선 이런 대접 쉽게 못 받아.’


모험가 지부의 규모답게 접견실은 매우 쾌적하고 넓었다.

푹신한 소파에 앉은 순간 피로와 긴장이 날아가며 레이나는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었다.

뒤이어 나온 식사 또한 매우 푸짐했는데 셋이서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의 호화로운 요리들이 줄줄이 나오는 바람에 긴 테이블을 하나 더 이어야만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니콜라이는 아직 부족하다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달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음식은 이 정도면 충분해요.”


배려에 감사를 표시한 뒤에 스테이크의 고기를 한 점 먹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기가 막힌 맛에 절로 입 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뒤이어 또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수련을 통해 나는 변질화를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변질화가 정신과 육체로 번질 것을 우려하여 행동에 제약을 둬야하는 행위는 불필요하게 되었으며 그 외, 변질화를 더욱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게 되었다.


“레이나양이셨죠? 동료 분께서도 마음에 들어 하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훌륭한 식사를 대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먹음직스런 빵을 삼킨 뒤에 레이나는 고개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이렇게 대접할 수 있게 되어 감사를.”


얼핏 보면 훈훈한 분위기, 니콜라이는 대단히 만족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는데,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서로 얼굴을 마주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는 것이다.


레이나는 자세한 전후사정을 모르고 있으니 호의를 진심으로 감사하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대상이 인간이라서 그런 것일까?

지금의 나는 색안경을 끼고 있음을 차마 부정할 수 없었다.


이해관계로 얼룩진 상태라면 서로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와중에 극진히 모시는 대접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한 쪽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레이나와의 만남도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관계의 깊이와 종족이 지닌 각 특징의 고정관념 때문인지, 용안을 통해 니콜라이의 의중을 대강 파악하고 있음에도 지금 보이는 진의가 변함없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나는 포크를 내려놓고 슬슬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니콜라이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품속에서 작은 봉투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킹 제이본씨께서 당신의 앞으로 남겨놓은 쪽지입니다.”


“제이본이?”


뜬금없이 튀어나온 이름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봉투를 내려다보았다.

씰로 봉인되어 있었는데 아마 니콜라이가 따로 해둔 것 같았다.

제이본이라면 이런 부분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을 테니까.


나는 아무렇게나 봉인을 푼 뒤에 봉투 안에 들어있는 변색된 종이 한 장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 종이를 꺼내자 곧바로 니콜라이가 입을 열어왔다.


“당신들은 론 우저, 아니 카말린을 마족의 손아귀로부터 구해낸 영웅들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왜 그런 말을 내게 하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영웅이라는 말에 레이나의 놀란 두 눈이 날 향했고 나는 제이본이 남긴 쪽지의 글귀를 읽고 난 뒤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픽하고 나와 버렸다.


쪽지의 내용엔 전원 무사하다는 글뿐이었다.

그 외에 어디에 있겠다거나 기다리고 있겠다는 정보 따위는 적혀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내 예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쪽지에 정보를 남길 수 없었던 이유는 단 하나, 이들이 요정계에 머무르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니까.


“역시 겉모습과 달리 철두철미하다니까.”


흔적을 남기지 않은 심플한 내용의 쪽지를 고이 접어 품속에 넣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5. 영웅이 남긴 쪽지 19.04.09 106 1 11쪽
77 15. 원인을 알 수 없는 19.04.08 91 1 12쪽
76 15. 호수의 비밀 19.04.06 86 1 12쪽
75 15. 포션을 만든다는 것 19.04.05 94 1 12쪽
74 15. 금화 한 닢 19.04.04 92 1 11쪽
73 15. 조우 19.04.03 88 1 12쪽
72 15. 여정의 시작, 다시 론 우저로 19.04.02 92 1 13쪽
71 14. 무린, 뿌리 19.04.01 107 1 12쪽
70 14. 무린, 백하단의 그림자 19.03.30 104 1 12쪽
69 14. 무린, 신기 갈루 제 2 단 : 요격모드 19.03.29 100 1 11쪽
68 14. 무린, 신기 갈루 제 1 단 : 포격모드 19.03.28 116 1 12쪽
67 14. 무린, 폭풍전야 19.03.27 112 1 11쪽
66 14. 무린, 태양을 갉아먹는 자 천체 사로스 여왕 19.03.26 110 1 12쪽
65 14. 무린, 베이트리스와 주륙단도 19.03.25 122 1 11쪽
64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3) 19.03.23 124 1 11쪽
63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2) 19.03.22 131 1 11쪽
62 13. 강해져야 할 때, 신경사슬 19.03.21 133 2 12쪽
61 13. 강해져야 할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9.03.20 150 1 12쪽
60 13. 강해져야 할 때, 잿빛가루의 공간 19.03.19 122 1 12쪽
59 12. 백설십장, 기시단 프론락텀 19.03.18 149 1 12쪽
58 12. 백설십장, 조율의 공간에서의 격전 19.03.16 129 1 12쪽
57 12. 백설십장, 태초의 인간과 백설십장의 힘 19.03.15 150 1 11쪽
56 12. 백설십장, 치명상을 이끌어내는 육체 19.03.14 149 1 12쪽
55 11. 공백인형, 백설십장 파로에 프론락텀 19.03.13 154 1 12쪽
54 11. 공백인형, 앱솔루트 카운터와 마족 집결 19.03.12 146 1 11쪽
53 11. 공백인형, 죽음을 거부시키는 조건 19.03.11 130 1 12쪽
52 11. 공백인형, 조사 19.03.09 134 1 12쪽
51 11. 공백인형, 몰락 귀족가의 저택 19.03.08 157 1 12쪽
50 11. 공백인형, 론 우저 입성 19.03.07 172 1 12쪽
49 11. 공백인형, 요정령 노바 19.03.06 169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