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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후작가의 망나니 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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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1.15 18:47
최근연재일 :
2019.02.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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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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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심장(2)

DUMMY

윈덱스 후작가는 레이먼드 왕국 최남부에 속해있다.

그래. 최남부다.

여기서 왕국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왕도까지 가려면, 아무리 효율적으로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해도 족히 사 일이 걸린다.

결투까지는 남은 시간이 고작 일주일.

마냥 여유롭지는 않다는 거다.


"그걸 아시는 분이 이런 경로를 짠답니까?"


피온이 곁에서 핀잔을 줬다.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내가 짠 경로는 비효율적이었다.

당장 텔레포트 게이트로 가도 시원찮을 판에, 쓸데없는 영지를 한 번 들리려고 빙 돌아가겠다니.


"어떡하냐. 한 번은 들려야 하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가려는 헬타인 자작령엔 꼭 얻어야 할 물건이 있었으니까.

지금 구하지 않으면, 따로 시간을 내서 가야 하는데 앞으로 그럴 여유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설마 국왕 전하께서 주관하는 연회를, 친우분과의 술 약속처럼 가벼이 여기시는 건 아닐 테죠."


피온이 뭘 걱정하는지는 뻔했다.

무려 왕실의 연회다.

적어도 삼 일 전에 도착해서 대기하는 게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는 게 마음에 안 들만 하지.


"괜찮아. 서두르면 늦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그리고 내 기사를 보내놨으니, 먼저 가서 알아서 처신하고 있겠지."

"기사라고 하시면? 후작가에서 공자님께 지원해준 기사는 오직 저 하나뿐인 걸로 압니다만."

"내 개인 기사. 저번에 작위 내렸잖아. 저번에 술집에서 본 걔 맞아."

"아, 그 덩치 크신 분··· 그거 농담 아니었어요?"


주인공 일행은 진작 왕도로 향했다.

할 일이 있다고 하던가.

아마 나보다 먼저 왕도로 가 기연들을 선점하려는 생각일 것이다.

소윤 양이 회귀자인만큼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다.


'그래 봐야 몇 개 못 얻겠지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기사 신분으로 얻을 수 있는 물건엔 한계가 명확하다. 그게 내가 안심하고 주인공 일행을 먼저 왕성으로 보낸 이유였다.


"그런데 속도를 더 높일 순 없나?"

"불가능합니다. 병사들을 버리실 생각이라면 모를까요."

"인원이 이렇게 적은데도?"


피온이 헛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후작가 장남의 행렬치고는 초라한 면이 있었다.

기사라곤 피온 단 하나. 잡부와 짐꾼을 제외한다면 병사 다섯과 세이나가 전부라니.

결투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도 완전히 버린 자식 취급이다.


"그러게 평소에 잘하지 그랬냐."


그래도 마냥 불만족스럽진 않았다.

엑스트라 기사 수십보다 내 맞은편에서 웃고 있는 노인 하나가 훨씬 든든하다.

후작도 그걸 알았으니 굳이 기사를 따로 붙이지 않은 거겠지.

뭐, 가장 큰 이유는 '난 이미 얘한테 손 뗐다'라는 정치적인 어필이겠지만.


그렇게 잡담으로 가득한 첫날이 지났다.


한 나절의 행군 후.


우리는 텔레포트 게이트가 위치한 사하란 남작령을 지나, 헬타인 자작령에 소속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후작가의 상징인 푸른 늑대의 깃을 달고 있는 마차의 등장에 늙은 촌장이 버선발로 튀어나왔다.


"귀하신 분들이 여긴 어인 일로···"


검버섯이 얼굴에 잔뜩 펴 있는 노인. 어깨는 왜소하고 그동안 해온 고생을 증명하듯 피부엔 주름이 자글자글 져 있다.


-야. 레이기스. 쟤들···


'알아.'


페트리아는 뭔가를 느낀 모양이었다.

제레인트도 묘한 기분이 드는지 검집에 손가락을 툭툭 치고 있었다.


'악마 추종자. 맞지?'


-그런 것 같다.


물론 내가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 그걸 알아본 건 아니었다.

내 눈엔 촌장은 그냥 고생 많이 한 노인으로, 다른 마을 사람들은 순박한 시골 주민으로밖에 안 보인다.

근데 어쩌랴?

소설에선 쟤들이 악마들의 추종자라고 나오는데.


+


이름: 폴린

성별: 남자

종족: 마인


<특수>

-천의 심장을 가진 악마, 프로키온에게 심장을 바친 상태입니다.

-악마와의 연결은 '계약자'수준입니다.

-여분의 심장을 사용해 3분간 마인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상태창에도 그렇게 나오고 말이야.


"잠자리가 필요하시다면 얼마든지 묵고 가시지요. 남는 집이 많으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촌장의 대응은 완벽했다. 어떻게 저 모습에서 마인을 떠올릴 수 있을까.

제레인트조차도 여전히 검집을 두드릴 뿐이다.

다른 일행들이 그걸 알아챌 수 있을 리가 없다.


"남은 방은 필요 없고."


나는 일행에게 따라오라는 말과 함께 촌장을 지나쳤다.


"어디로 향하시는지···"


어디로 가냐고?

당연하지.


"니네 집."

"제 집은 귀한 분들께서 머무르긴 누추한 곳인 터라··· 허허."

"아니야. 그래도 촌장네 집이 제일 좋겠지. 그리고 묵을 생각 없어. 그냥 한번 구경해보고 싶어서 그래."


촌장이 다른 일행들에게 눈길을 돌려봤지만, 날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당연한 소리다. 애당초 레이기스가 왜 왕성으로 향하는가.

자국에서도 나름 잘 나가는 페이튼 백작가의 여식을 희롱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저지르는 망나니가 고작 촌장 집 좀 구경하겠다는데, 그걸 말려?


애초에 여기서 그럴 짬이 되는 건 제레인트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제레인트마저도 뭐 하는지 보자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

두 달 동안 같이 뒹굴면서, 어느 정도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겠지.

촌장에게서 묘한 걸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마침 의심에 쐐기를 박아줄 물건이 등장했다.


"이건 뭐야?"


다른 사람들이라면 대충 넘어갈 법한 작은 장식.

마치 심장을 떠올리게 하는 듯한 형태의 물건이다.

그게 오두막 지붕에 대롱대롱 걸려있었다.


"이게 뭔데 자기 집 앞에 걸어놓지?"

"그건, 풍년을 기원하는 부적입니다."

"풍년, 풍년 말이지."


원작에서 소윤 양은 촌장의 집 지하에 잔존한 마기를 드러낸다.

그걸로 마을 전부가 악마의 추종자라는 것을 밝혀, 주인공을 설득한다.

그래서 나도 일단 저 녀석의 집에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지랄이 풍년이네."


난 그 물건을 땅에 던진 뒤, 강하게 내리밟았다.

오러 하트까지 활성화한 덕일까, 단숨에 장식이 산산조각 부서졌다.


"무슨!"


동시에 오두막 안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들려왔다.


***


이 세계에는 악마라는 녀석들이 있다.

마족과 달리 악마의 수는 극단적으로 적은데다가 번식을 할 수 없다.

당연히 긴 세월에 걸쳐 악마들은 점점 줄어갔다.


이제 그들은 더이상 중간계에 직접 나서지 않는다.

안전한 그들만의 차원에서 제물을 받아 가호를 내려줄 뿐.

이 마을이 섬기는 녀석도 그런 악마 중 하나다.


천의 심장을 가진 프로키온.


이 녀석은 인간의 심장을 즐긴다.

추종자들에게 심장을 받고, 대신 내려주는 게 바로 저 심장 모형의 장식품이다.

라이프 베슬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저 물건엔 소유자에게 불사를 부여하는 능력이 있다.


추종자 입장에선 꽤 괜찮은 악마기는 하다.

심장 따위 줘 버리면 어떤가. 어차피 죽지도 않는데.

더이상 자연적으로 상처를 재생시킬 순 없다지만, 시골 마을에 얌전히 살다 보면 다칠 일도 많이 없다.

만약 다치더라도 다른 사람의 심장을 구해 바치면 프로키온이 몸을 재생시켜준다.


영 고통스러워 죽고 싶으면? 저렇게 심장 장식을 깨부수면 되지.

그 영혼은 프로키온의 밥이 되겠지만.


"왜 비명소리가 들리냐? 풍년을 기원하는 장식이라며?"


내 질문에 촌장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딱 봐도 뭘 고민하는지 보인다.

시치미를 떼야 할까, 아니면 한 번 싸워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난 그런 고민에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아줬다.


"이 마을에 있는 프로키온의 심장을 다 부숴버리면 되는 건가?"


악마의 이름을 꺼내자마자 촌장이 달려들었다.


"그분의 존함을!"


동시에 눈이 새빨개지고 팔다리가 뒤틀려 기이하게 늘어났다.

프로키온 양반에게 심장 열 개를 바치면 얻을 수 있는 VIP능력, 마인화다.


"함부로 더러운 입에 담지 마라!"


그리고 그가 마인화를 끝마친 순간.


꽈릉!


하늘에서 붉은 벼락이 내리쳤다.

정수리에 떨어진 벼락은 그대로 사타구니까지 내달려 촌장을 반으로 찢어버렸다.


"어우, 씨."


제레인트가 어느새 검을 뽑고 있었다.


"깜짝이야."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 개인이 쌓은 업이나 익힌 연공법에 따라 오러 아이덴티티라는 걸 각성한다.


저 붉은 번개, 적뢰(赤雷)는 파천을 통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 사용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다.

참고로 윈덱스 가의 오러 연공법을 대성하면 푸른 늑대가 나타난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놀라 죽을 뻔했잖습니까."

"흥. 내 제자라면 그 정도는 담대하게 받아들여야지."


사실 저것도 지금 처음 봤다.

하긴, 저런 기술을 실내 연무장에서 썼다간 건물이 통째로 결딴났을 거다.


"그윽! 극!"


반으로 갈라져서 죽은 촌장의 시체는 여전히 펄떡펄떡 뛰었다.

물 밖으로 끌려나온 생선 같은 모습이다.

그 괴기한 광경에 병사들이 몇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조심하십시오."


오직 피온만이 위험하다는 듯 내 앞에 나서서 촌장에게 검을 겨눴다.


아니, 나선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응. 세이나 넌 뒤로 빠져있어."

"네, 네!"


쟨 대체 뭘 믿고 일로 오는지 모르겠다.


"스승님. 부탁 하나 해도 됩니까?"

"뭐 부탁할 때만 스승님이지?"


이 츤데레 양반, 어차피 들어줄 거면서 저런다.


"지금부터 저놈들이 달려들건데, 얘들 좀 보호해 주십쇼."


나는 집 밖으로 나오는 주민을 가리키며 말했다.


특별한 녀석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마냥 방심할 수는 없었다.

녀석들은 좀비, 그것도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한 좀비라고 할 수 있다.

완연한 기사 수준인 나나 피온이면 모를까, 다른 병사나 일반인들이 저 녀석들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넌 어디 가려고?"


그래서 제레인트에게 맡기려는데 당연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그야···"


대충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당당하게 말할 순 없었다.


"좋은 거 가지러 갑니다."


수확하러 갈 생각이었으니까.


저런 나무로 만든 가짜가 아니라, 진짜 프로키온의 심장을.


작가의말

매일 연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새벽에 글을 쓰고 그날 올리기 때문에 그날 술을 먹으면 글이 안 올라옵니다.
오늘은 술을 먹읍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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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왕성(1) +1 19.02.03 196 8 9쪽
» 악마의 심장(2) 19.02.01 202 6 10쪽
7 악마의 심장(1) 19.01.30 223 6 10쪽
6 준비(3) 19.01.23 243 7 9쪽
5 준비(2) 19.01.21 274 7 11쪽
4 준비(1) 19.01.20 298 7 12쪽
3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2) 19.01.16 326 8 11쪽
2 아무래도 나는 좆된 것 같다.(1) 19.01.15 402 9 8쪽
1 프롤로그 19.01.15 435 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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