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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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동기진
작품등록일 :
2019.01.1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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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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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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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목화와 경제가

오·탈자 지적을 바랍니다.




DUMMY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비록 내게 나의 동지이자 동료인 호다다드, 치기야, 오뜨겅이 있다곤 하지만 그들은 나의 친구인 동시에 신하들이어서 아무래도 나의 말에 반대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더구나 나는 일반적인 권력자가 아니라 신의 대리자여서 나의 동료들마저 내가 무오류할 것이라 믿으니 나의 외로움은 더하다.


그나마 그래도 이곳 졸본에 와서는 조금은 나은 면이 있는데 그것은 소복이 덕이다.

내 두 동생인 달래나 차돌이도 헤어진 시간이 길어서인지 나를 어려워하는데 소복이만은 내게 가출에 동행하지 못해 미안해 하기는 할지언정 어려워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간혹 가슴이 답답할 때는 소복이를 찾곤 한다.

뭐, 만나서 그저 세상사는 얘기를 나누는 정도다.

그러다가 간혹 소복이에게서 훌륭한 생각을 듣기도 하는데 몇 년 전 화약의 일로 오줌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과학적 방법론을 떠올린 것도 소복이 덕이었다.

원래 위대한 철인과 말이 통하는 이는 농부라지 않던가.

그래서 나는 오늘 답답한 마음을 풀 겸 해서 소복이를 찾았다.


논에서 한창 일을 하다가 근처 나무 아래에서 막걸리를 하고 있는 소복이에게 가니 역시나 아무렇지 않게 반겨주며 막걸리 잔을 권한다.

“한돌이 니도 막걸리를 마시긴 하는구나. 나는 보리술만 마시는 줄 알았지.”

한울루스에 술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것이 모두 서경-의주간 도로에 숙박업과 음식업이 늘면서 생긴 일이다.

심지어 마유주까지 등장해 그런 업소에서 팔고 있을 정도다.

졸본의 인종이 그만큼 다양한 것도 이유일 것이다.


나는 나무그늘 아래 앉아 소복이와 한참 동안 술잔을 기울였다.

어느 정도 소복이와 술잔과 말을 나누니 그나마 답답한 가슴이 풀려 몸을 일으키자 소복이도 같이 일어나다 내 엉덩이를 툭툭 친다.

“귀한 옷을 입고 흙바닥에 앉아서 되겠나.

자네야 다 알아서 비단옷을 챙겨주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옷 한 벌 구해 입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아나.

더구나 여기 한울루스에서는 마가 자라지도 않아 전부 고려에서 사 와야 하는데 말이야.”


나는 소복이의 그 말을 듣고는 번뜩 생각나는 게 있었다.

“하하, 이보게 친구. 나는 항상 자네를 만나면 신세만 지고 가는데 이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

“내가 뭘 했다고 신세라는 말을 하나. 오히려 내가 친구 잘 만나서 지금은 이렇게 떵떵거리고 살고 있는데.

아무튼 술 한 잔이 좋았다면 언제든 오시게. 내 기꺼이 자네를 위해 술을 받아놓고 기다리겠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아프라이마를 찾았다.

“부인, 제가 챙긴 씨앗 중에 고즈goz가 있을 텐데, 혹 어찌 하고 있는지요.”

“가지고 있는 고즈의 씨앗을 심어봤지만 이곳에서는 자라기 힘들 듯합니다.

적어도 입하쯤에는 심어야 하는데 이곳 졸본은 입하에도 고즈가 발아할 정도로 날이 풀리지가 않아 몇 년 동안 심어 보다가 그만 씨앗만 낭비했습니다.”

“그래요? 고생하셨군요. 아무튼 그 씨앗이 남은 게 있다면 내게 전부 가져다주시기 바랍니다.”

“어디 심을 곳이 있습니까?”

“부인 말대로 우리 한울루스에서는 생장하기 힘들 듯하니 따듯한 곳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저 고려에서도 남쪽으로요.”

“그렇습니까? 아마 입하에 아침이 춥지 않다면 충분히 자랄 걸로 봅니다.”

“아 참 부인, 이 고즈라는 것을 이곳에서는 목화라고 부릅니다. 아셔야 할 듯해서요.”

“감사합니다. 또 말 하나를 배웠군요.”


내가 인도에서 챙긴 목화씨는 당연 인도면을 생산하는 목화씨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미 한반도에 목화씨가 들어와 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으며 그 종자는 중국에서 넘어온 아시아면의 목화씨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인도면의 목화씨를 구해 온 것은 아시아면이 아닌 이 인도면에서 현재도 남미에서 자생하고 있을 다른 목화씨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본래 변이라는 것은 최초의 그것으로부터 시작해야지 이미 변이된 것으로부터 시작을 해서는 이미 그 방향이 틀어져 불가능하니 말이다.

즉 인도면의 유전자에는 아시아면에 특화된 유전자도 가지고 있지만 전생에 육지면이니 해도면이니 하는 면들로 진화할 유전자 역시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특별한 종만을 선택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인간의 노력에 달린 일인 것이다.


고려로 연락해 유경을 불러들였다.

“내, 자네가 전날 들려준 얘기에 쉬이 잠을 들 수가 없었네.

고민을 하다 기억해 낸 것이 바로 이 씨앗인데, 혹 자네는 목화라는 것을 알고 있나?”

“안다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들어는 봤습니다.

그 식물의 씨앗과 함께 나오는 것이 부싯깃으로 쓰기에 좋다고 하더군요.”

“그것으로 실을 짤 수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나?”

“듣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목화가 우리 고려땅에서 잘 자라지도 않고 또 나오는 그 깃으로 실을 짜기에는 너무 많은 공이 들어가 가히 좋다고 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고려에 있는 목화는 저 대륙에서 건너온 것인데 목화의 고향은 본래가 대륙이 아니라 더 멀리 있는 천축이라는 곳이야.

천축의 목화는 다양해서 어떤 것은 그 깃이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으며 어떤 것은 그 씨앗과 깃이 분리가 잘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

또 목화는 그 생장조건에 상당한 거름을 필요로 하는데......”

“그러니까 키워서 좋은 것만 따로 모아 그것들끼리 다시 교배해 키우고 그런 일을 몇 차례 반복하면 깃이 길고 씨앗이 깃과 잘 분리되는 것이 나온다는 말이군요.

또 생장하는 동안 분뇨와 재를 섞은 것으로 거름을 넉넉히 줘야 하구요.”


“그렇지 잘 알아들었구만.”

“그렇지만 그 분뇨라는 것은 밭에 요긴하게 쓰이는 거름인데 고작 이 목화라는 것을 재배하기 위해 쓰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겠습니까?”

“후, 지금이야 자네가 이 목화를 일러 고작이라는 표현을 쓰네만.

생각해 보게나! 사람에게 필요한 건 먹고 입고 잠자는 곳이야.

먹는 건 쌀로 해결을 본다고 하지만 또 자는 것이야 지금 이대로도 좋다고 하지만 입는 건 어찌 하려나?

고려가 전조인 신라때부터 뽕나무 숫자를 기록할 정도로 비단의 생산에 공을 들인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비단의 단점이 무엇인가?

바로 같은 공을 들였을 때 마에 비해 그 산출량이 너무 적다는 거 아닌가.

거기에 다른 옷감에 비해 빨래가 쉽지 않다는 것도 있고.

자네 같은 귀족이야 모르겠지만 자네가 입은 그 옷 한 벌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품이나 시간이 얼마인지 알기나 하나.

그에 비해 마는 그저 심고 놔두면 제 알아서 크고 나중에 잘라 삶고 베를 짜기만 하면 끝이야. 물론 마의도 단점이 있지. 겨울에는 너무 춥다는 단점 말일세”


“그렇지만 마의는 춥기도 춥다지만 너무 거칠지 않습니까. 제가 마의를 입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누가 자네더러 마의를 입으라나.

고려의 백성들에게 비단 옷은 아니지만 겨울에 좀 더 따듯한 옷을 입게 하자는 거지.

사람이 추우면 병에 걸리기도 쉬운 법이네.

좀 더 따듯한 옷을 입으면 병에도 잘 걸리지 않을뿐더러 겨울이라도 좀 더 활동적이 되지 않겠나.

내 자네에게 백성들을 측은히 여기라고는 하지 않겠네.

그렇지만 백성들을 겨울에도 좀 더 부릴 수 있다면 백성들에게 따듯한 옷 한 벌 해 주는 것이 나쁘다 할 수 없지 않겠나?”


“제가 알기로 그 목화라는 것도 품이 많이 드는 걸로 아는데요.”

“비단만큼 품이야 들겠나?

더구나 비단은 그 옷이 더러워지면 그것을 세탁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수고를 아끼지 않는지 알고나 있나.

그래 자네는 사람을 부려 그렇게 빨래를 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고 치자고, 그렇지만 백성들은 어찌 하려나?

백성들에게 하루 종일 빨래만 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더구나 이 목화에서 나오는 것은 그 깃으로 천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 깃을 뭉쳐 천 사이에 넣으면 아주 좋은 보온재도 되네.

자네 그 비단 옷 사이에도 들어갈 수 있단 말이지.”


“그래도 썩 내키는 일은 아니군요.

제가 처음에 칸께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은 제가 무슨 목화 재배 같은 농사를 짓거나 옷을 만들어 팔려고 한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다만 상거래에 있어서 한울루스와 고려 사이가 너무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우니 그것을 해결할 방도를 찾자고 한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부르셔서 농사를 지으라고 하시니 좀 그렇군요.”

“좋아. 그럼 내가 내 백성 중 고려에서 온 이 몇을 골라 이 목화를 기르고 또 가꾸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 자네는 하삼도에 땅만 사 주게나. 아니 땅값도 내가 냄세. 자네는 그저 내가 보내는 이가 땅을 가질 수 있도록만 해 주면 내 자네가 원하는 그 방도를 같이 찾아보도록 하지. 어떤가?”

“칸께서 그리 약조하신다면 그리 합지요.”


“그런데 그 방도를 찾으려면 자네는 여기 졸본에 와서 내게 가르침을 받아야 할 것이네. 물론 머리도 잘라야 하고.”

“머리야 자르면 또 나는 것이니 상관은 없습니다만 여기서 얼마나 있어야 할런지요?”

“그거야 자네 하기 나름이지. 그렇지만 그 이장용이가 하는 학문보다 자네가 하려는 학문이 더욱 어렵고 복잡한 거라는 것만 아시게. 아니 어쩌면 평생을 바쳐도 그 끝을 알 수 없을지도 모르지.”

“학문의 끝이야 어디 있겠습니까만은 그 이장용이 하는 학문보다 더욱 어려운 학문인 건 맞는 말씀이십니까?”

“맞네. 내 장담하건데 이장용이가 하는 학문보다 열 배는 어려운 학문이 바로 자네가 하려는 학문이라는 건 보장하지.”

“칸께서도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이장용이가 하는 학문은 나라를 다스리는 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하던데 어찌 그것보다 더 어렵겠습니까?”


“이장용은 분명 나라를 다스리는 학문을 연구하는 게 맞지만 자네가 할 학문은 인간이 먹고 싸고 입고 자고 하는 모든 행위를 기반으로 한 나라 전체의 살림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거래에 대한 학문이니 당연 더 어려운 학문일세.

이장용이 하는 학문이 한비자의 계통을 잇는 법가의 학문이라면 자네가 배워야 할 학문은 유가가 말하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도를 실천할 수단으로써 관자管子의 계통을 잇는 경중가輕重家의 학문이라 할 수 있지.”

“경중가요?”

“관자의 경중편을 따르는 학문을 내가 부르는 호칭이네.

달리 표현한다면 상가商家라 할 수 있겠지만 상가와는 다른 학문이지.”


“상가요? 저는 유학자인데 어찌 상가를? 그리 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자네에게 가르치는 게 설마 장사치들이 배우는 그런 것이라 생각하는가?

쯧쯧, 자네가 상가라는 학문이 듣기에 싫다니 그럼 경제가라고 부르도록 하지.

유가가 좋아하는 경세제민의 사상을 실천할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의미로 말이야.

어떤가? 상가보다는 듣기에 좋은가?”


“아무렴요. 상가보다는 경제가가 훨씬 듣기에 좋구만요.

그런데 그 경제가도 이장용이 공부한다는 그 법학만큼 새로운 학문이 되는 것입니까?”

“왜, 자네도 개파조사가 되고 싶어서?”

“이왕 하는 거 그리 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아직 나 외에는 누구도 모르니 새로운 학문인 건 맞는 말이네.

그래 자네가 죽어라 공부해서 그 개파조사하게나.

후세에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첫장에 자네의 얼굴모습이 등장하고 모든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자네에게 경배할 수 있도록 말이야.

누가 알겠는가. 자네의 학문을 기려 별도로 성균관을 만들고 대성전을 지어 자네에게 배향할지 말이네.”

“정말 그리 될 수 있을까요?”

“허허, 자네하기 나름 아닌가. 아직 이립而立도 되지 않은 나인데 뭐가 두려울까.”


그렇게 하여 나는 아프라이마를 통해 고려인 출신의 몇몇을 선정해 그들에게 목화를 재배하는 방법과 목화솜의 길이를 측정해 길이가 긴 것끼리 수분을 해 기존 목화와 다른 종자를 얻는 방법 등을 알려준 후 고려로 내려 보냈다.

물론 유경은 제 아비인 유택의 도움을 받아 전라도 광주 근처에 졸본이로의 이주로 비어버린 소所를 한 곳 선정해 내가 내려보낸 세 가구를 이주시키고 그 세 가구에 대한 안전을 주위 수령들로부터 담보를 받아냈다.

물론 졸본에서 그 세 가구가 살아갈 식량을 비롯한 물자의 지원을 해 주기로 한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나는 경제가라는 새로운 학문의 개파조사가 된다는 꿈에 부풀어 있는 유경을 보면서

‘이장용이고, 유경이고 너희들이 새로운 학문의 개파조사가 된다고 좋아들 하지만 너희들이 최온만 하겠느냐.

최온은 한 나라의 왕과 다름없는 신분으로 변할 것인데.

하긴 한나라의 왕보다 한 학문의 개파조사가 너 나을지도 모르겠군.

나라야 사라질 수도 있고 또 기억하는 이도 적지만, 학문이야 세세토록 배울 것이고 그것을 배우는 이는 첫 장에 나오는 학문의 창시자에 대한 것도 배울 테니 말이야.’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목화木花, Cotton plant, 학명: Gossypium indicum]

벼, 밀, 보리 따위의 식량작물을 제외하고 인간사회에 가장 가치 있고 영향력 있는 식물이라 하겠다.

이 식물로 인해 많은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아메리카로 끌려갔으며 그런 내용을 그려 나중에는 미국 드라마로 제작된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Roots』에 등장하는 쿤타킨테가 일하던 농장 역시 목화농장이다.

 

목화가 인간을 위해 솜을 만든 것은 아니며 그 솜 속에 씨앗을 품고서 솜이 바람을 타고 혹은 바닷물에도 가라앉지 않고 종자를 지구 전체에 퍼트리기 위해 자연선택한 결과일 뿐이다.

그런 증거가 다윈이 발견한 갈라파고스 목화다.

그리고 인간이 그것을 이용하게 되면서 이 지구상에 수많은 전쟁과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목화하면 한반도에서는 문익점을 빼놓을 수 없다.

뭐 붓두껍이니 금수품목이니 하는 것들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페이크뉴스라는 건 지금에 와서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문익점 이전에 한반도에 목화가 분명 있었다는 것이다.

백제 유적에서도 면직물이 출토되었고 제주도에서도 문익점 이전에 목화가 재배된 흔적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것은 중국에서 바람과 해류를 타고 한반도로 들어와 정착한 자생종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렇다 해도 문익점이 목화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하고 그것을 일반 민중에게 널리 알린 공헌은 결코 적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그게 전부라고 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림 속에 있는 떡이란 보기만 좋을 뿐 아무런 감흥이 없지 않은가.

조선에서는 이 목화를 이용해 만든 면직물이 쌀과 함께 화폐로 쓰일 정도였으니 한반도에서 목화가 얼마나 중요하고 널리 쓰였는지는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목화의 원산지는 인도 고원지대라고 한다.

역사적으로도 인더스문명에서 면직물이 발견되었고 또 유전적으로도 세계의 다양한 목화는 인도목화에서 변이된 것이란다.

앞서 말했듯 그곳에서 바람을 타고 혹은 바다를 헤엄쳐 아시아로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로 또 거기서 아메리카로 이동을 했다고 한다.

참고로 아랍어 고즈goz가 유럽으로 넘어가 gossypium이라는 말로 변한 것이란다.

전파경로를 알 수 있는 또 다른 흔적이다.

 

그렇게 지역을 이동하면서 조금씩 변이를 거친 목화는 대체로 네 가지 종류로 변화한다.

고향인 인도의 인도면, 바람을 타고 왔던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면서 인간의 손에 이끌려 왔던 아시아면, 아프리카로 가 남미에 정착한 해도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시 아프리카에서 중미로 가 정착한 육지면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 인도면과 아시아면은 그 길이가 짧아 현재는 면직물보다는 솜의 형태로 쓰이며 육지면과 해도면이 면직물의 목화로 쓰인다.

그 중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것은 (가장 길이가 긴 것은)해도면이지만 현대에서 가장 많은 곳에서 재배되는 것은 당연 육지면인데 중국이 이 육지면을 재배해서 그렇다.(중국이 면직물 생산량 세계1위라는 말이다.)

 

본래 면화사업은 기계화 이전에는 미국을 백인이 아닌 백인과 흑인의 나라로 만들 만큼 많은 인력이 필요한 산업이었다.

그리고 그 인력의 대부분이 목화를 따고 거기서 솜과 씨앗을 분리하는데 쓰인다.

물론 영국은 아메리카의 목화를 다시 인도로 가지고 와 재배를 했고 말이다.

좋은 면이라는 것은 첫째 솜을 당겼을 때 끊어지지 않고 길게 뽑히며 둘째 씨와 솜의 분리가 다른 것들 보다 쉬워야 한다고 한다. (그런 육지면을 재배하는데도 미국은 그 많은 노예가 필요했던 것이다.)

 

중국에 아시아면이 등장한 게 오래전이지만 아시아면은 그 길이가 짧고 또 씨와 솜을 분리하는 게 어려워 그 이용이 좀 더뎠던 모양이다.

아니면 자본을 댈 부자들이 비단옷에만 관심을 가져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권문세족인 문익점이 비단이 아닌 목화에 관심을 가진 것은 참으로 훌륭한 노블레스 오블리제라 할 만하다.

 

[빨래]

대부분의 대체역사소설에서는 현대를 살던 주인공이 나타나 하는 첫 번째 일이 이모작과 비누 만드는 일이다.

뭐 비누 만드는 일이 쉽다고 여기만 쉽지만 조선이나 고려시대에 비누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잿물이라는 것만 해도 그렇다.

소설에서 잿물이라는 말을 쓰면서 잿물을 어찌 얻는지에 대해서는 쓰지 않는데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시루를 준비한 후 그 바닥에 짚이나 못 쓰게 된 삿갓 등 거름망을 깔고 그 위에 재를 얻는데 재는 보통은 짚을 태운 것이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콩깍지재나 뽕나무재를 얹는다.

그리고 물을 부어 시루 밑에서 받는데 처음에 흘러내리는 물은 첫물이라고 해서 불그스름한 강한 잿물이 나오는데 이 물은 빨래를 삶는 용도로 쓰인다.

나중에 나오는 물은 좀 더 옅은 색으로 훗물이라고 하며 이 물로는 삶은 빨래의 애벌빨래용으로 사용한다.

그 후 맑은 물로 헹구는 것이 빨래의 과정이다.

그렇지만 잿물은 상당한 알칼리라 비단 옷에는 맞지 않았다.

지금도 비단 옷은 반드시 드라이클리닝을 하도록 되어 있듯이 이 시대도 비단옷은 오줌을 이용해 거기서 나오는 약알칼리인 암모니아로 빨래를 했는데 그밖에는 쌀뜨물, 두부순물 따위를 이용했다고 한다.

 

빨래의 방법에서도 지금과는 달랐는데 지금은 옷 채로 빨래를 하지만 당시에는 옷에 있는 바느질 부분을 모두 해체해 옷감 자체를 빨래하고 이곳을 말린 후 1차 방망이질로 옷감을 펴고 다시 다리미로(물론 전기다리미가 아니다.) 옷감을 다린 후 다시 옷을 본래대로 꿰매는 과정을 통해 빨래를 완성했다고 한다.

간혹 소설 등에서 바느질로 자식을 먹여 살리는 묘사가 나오는데 이 정도의 중노동이다 보니 바느질로 자식을 먹여 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근대에 접어들면서 비누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빨래를 단지 비벼서만으로 가능할 때까지 우리 조상들의 빨래는 이러했으니 거기에 들어가는 품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해 보면 ‘헉’소리가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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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3 고독한솔져
    작성일
    19.04.02 20:27
    No. 1

    고려 말기에 들어오는 목화가 벌써 들어오는군요

    확실히 고려 남쪽에 목화 재배가 성공해서 수출만 된다면

    고려의 무역 적자는 꾀 줄어들기는 하겠습니다

    한울루스와 졸본 입장에서도 크게 나쁘지는 않을테고요

    주인공이 고려인... 아니 미래의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역시 고려에 너그럽군요

    찬성: 3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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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항로 개척 +3 19.04.17 2,035 62 13쪽
73 탐험 +8 19.04.16 2,057 69 14쪽
72 소문 +1 19.04.15 2,101 65 14쪽
71 새졸본 +5 19.04.13 2,100 62 13쪽
70 카라코롬 +2 19.04.12 2,138 66 13쪽
69 계획 +6 19.04.11 2,179 76 13쪽
68 하카타 상인 19.04.10 2,154 68 13쪽
67 류큐 +4 19.04.09 2,223 67 14쪽
66 탐라를 가다 19.04.08 2,226 67 13쪽
65 탐라 진출 19.04.06 2,332 75 13쪽
64 과학과 기술의 발전 +4 19.04.05 2,381 75 13쪽
63 1차 순례 +2 19.04.03 2,406 73 13쪽
» 목화와 경제가 +1 19.04.02 2,381 74 13쪽
61 길에서 +6 19.04.01 2,439 80 14쪽
60 변화의 바람 +3 19.03.30 2,696 74 14쪽
59 대륙을 논하다 +2 19.03.29 2,530 79 13쪽
58 여몽화약麗蒙和約 +3 19.03.28 2,611 73 14쪽
57 외무사外務司 +2 19.03.27 2,536 75 16쪽
56 화약 시현 +7 19.03.26 2,530 65 13쪽
55 접촉 +1 19.03.25 2,415 62 14쪽
54 이광수 +3 19.03.23 2,468 60 13쪽
53 유혹 +2 19.03.22 2,578 63 13쪽
52 대화 +2 19.03.21 2,525 74 15쪽
51 졸본의 일상Ⅰ 19.03.20 2,592 68 15쪽
50 소금 +1 19.03.19 2,631 73 16쪽
49 이장용 19.03.18 2,633 67 13쪽
48 주고 받다 +5 19.03.16 2,666 76 12쪽
47 테무친 죽다 +6 19.03.15 2,884 64 13쪽
46 군권 +1 19.03.14 2,693 72 13쪽
45 살리고 죽이다 +3 19.03.13 2,643 70 14쪽
44 동하점령 +1 19.03.12 2,734 66 13쪽
43 과학 +1 19.03.11 2,775 66 12쪽
42 화약 +4 19.03.09 2,855 68 14쪽
41 문제는 식량 +1 19.03.08 2,869 65 13쪽
40 나의 처지 +2 19.03.07 2,952 63 13쪽
39 밍캇 19.03.06 2,830 75 13쪽
38 졸본으로 19.03.05 2,938 77 13쪽
37 소르칵타니 +4 19.03.04 2,934 69 13쪽
36 쿠릴타이 +2 19.03.02 2,988 70 13쪽
35 한울루스 +2 19.03.01 2,996 71 13쪽
34 테무친 19.02.28 2,988 72 13쪽
33 이야기를 퍼뜨리다 +2 19.02.27 2,911 76 13쪽
32 텝텡게르 +1 19.02.26 2,874 71 13쪽
31 사기詐欺의 이유 +6 19.02.25 2,980 74 13쪽
30 기도를 하고 의례를 만들다 +7 19.02.23 3,070 78 14쪽
29 테무게 +2 19.02.22 3,069 74 13쪽
28 유덕용 +3 19.02.21 3,081 73 19쪽
27 졸본 +2 19.02.20 3,174 75 17쪽
26 터를 잡다 +2 19.02.19 3,190 71 16쪽
25 고향 19.02.18 3,154 71 15쪽
24 대만 +2 19.02.16 3,084 68 13쪽
23 사탕 19.02.15 2,990 68 13쪽
22 여정 +5 19.02.14 3,040 65 14쪽
21 선물 +3 19.02.13 3,087 73 14쪽
20 바스라를 떠나다 19.02.12 3,084 75 13쪽
19 탈출 +1 19.02.11 3,144 73 14쪽
18 중독 +2 19.02.09 3,153 64 13쪽
17 바부 +4 19.02.08 3,192 60 13쪽
16 고려 마을 +2 19.02.07 3,312 82 13쪽
15 바스라로 옮기다 +4 19.02.06 3,304 67 13쪽
14 아랍으로 가다 19.02.05 3,408 73 13쪽
13 신화를 만들다 +1 19.02.04 3,586 74 12쪽
12 베다 +2 19.02.02 3,757 74 13쪽
11 대고구려 +8 19.02.01 4,075 71 13쪽
10 사명을 가지다 +3 19.01.31 4,021 76 13쪽
9 번민 +3 19.01.30 4,316 71 12쪽
8 이적을 보이다 +2 19.01.29 4,537 78 12쪽
7 고려고약 +5 19.01.28 4,911 85 12쪽
6 영靈을 단련하다 +1 19.01.26 5,220 80 13쪽
5 파미르 탈출 +2 19.01.25 5,949 82 13쪽
4 몸을 차지하다 +1 19.01.24 6,961 93 13쪽
3 다른 차원의 지구 +2 19.01.23 7,925 86 13쪽
2 역사의 변곡점 +5 19.01.22 9,538 95 7쪽
1 프롤로그-전면 수정 +6 19.01.21 12,029 10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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