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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일리아스 판의 제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르스
작품등록일 :
2019.02.02 19:10
최근연재일 :
2019.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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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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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6 수도에서 온 책사

DUMMY

#26.




“그럼 네 미래는 어때?”

“내 미래 말인가. 흠.”


자신의 미래까지도 읽을 수 있다니 대단한 능력이다. 나는 침소에 있던 물잔을 들어서 한모금 마셨다.


“그대에게 얽혀 있어서 많은 것이 보이지 않지만 몇 가지는 보인다.”

“뭔데.”

“내가 솔리겐의 왕비가 되어있는 모습이 보인다.”


푸우우우웁!


마시던 물을 그대로 뱉어냈다. 잠깐만,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다.


“뭐라고?”

“그대의 옆에 있는 모습이 보인다. 흠. 아마도 내 미래는 그런 식으로 연결되어있나 보군.”

“넌 당황스럽지도 않냐!”

“주인이 노예를 취하는 것이 뭐가 문제지?”


황당한 사고방식이었다. 머리를 질끈 누르면서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알겠으니 나가봐. 지금 좀 심란하다. 애인도 없는데 갑자기 결혼이라니.”

“알겠다. 그대여.”

“그대라고 하지말고 루라고 불러. 근데 이제 널 뭐라고 부르지?”

“호칭은 여전히 예언자다만, 원한다면 이름을 다오.”


그냥 예언자, 예언자 하기에는 그렇다. 그러니 나는 이름을 하나 지어줬다.


“루냐는 어때.”

“그 이름으로 쓰지. 그럼 잘 자길 바란다. 루여.”

“그래.”




***



승전보. 보통이라면 즐거워야할 일이었지만 국무회의에서 그 주제는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정말 겨우 100명의 병사만 데리고갔던 국왕이 야만족들을 굴복시켰단 말인가?”

“믿을 수 없다.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해. 미티아스 사령관에게 물어보죠.”

“그는 전사했다고 합니다.”

“······.”


그때 재상 마틴이 입을 열었다.


“다들 믿기지 않을 것 같아서, 제가 첩자들을 시켜서 미리 알아봤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모두 사실입니다. 국왕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으로 여겨집니다. 그는 믿기지 않는 용맹으로 홀로 700명의 무리를 상대했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야만인이지만 그런게 가능할 리가 없소······.”


소드마스터라면 모를까 익스퍼트 최상급이더라도 홀로 700명을 쓰러트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주요한 이유는 바로 혼신갑 때문이라고 생각되는 군요.”


재상의 말에 병무대신이 발끈했다.


“역시! 국왕에게 혼신갑을 주는 것은 잘못됐소. 응당 베가새턴 공작가의 막내아들에게 가야 하는 것을.”

“그 사안은 이미 끝난 얘기 아닙니까? 누가 망나니처럼 행동하던 국왕이 힘을 숨기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습니까?”


익스퍼트 최상급이 되려면 수많은 시간 동안 고련을 해야 했다. 당연히 1년 동안 수련해서 얻은 힘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니 다들 국왕 루가 여태까지 힘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 가문에 두 개의 혼신갑은 너무 많다고 여겼소이다. 혼신갑을 원하는 가문은 너무도 많았고 말이오.”


마지막 12번째 혼신갑은 원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서 골치가 아프던 참이었는데, 국왕이 와서 갑옷을 내놓으라고 생떼를 부리니 마침 잘됐다 싶어서 주었었다. 루는 시운을 잘 탔다고 볼 수 있었다.


그것도 마틴의 계획 속에서 어차피 왕은 곧 제거할 대상이었기 때문에 선뜻 내어준 것이다. 그런데 그가 힘을 숨기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재상 마틴은 이제 진정한 속내를 드러내야함을 느꼈다.


“마침 잘 되었소. 이참에 국왕을 제거합시다.”


그 말에 수많은 대신이 숨을 죽였다.


“그, 그건 반역이오.”

“어차피 왕은 허수아비요. 이제 우리는 카리어스 대공을 국왕으로 옹립합시다. 정통성이라면 그분도 뒤지시지 않습니다. 클리브 왕가의 혈통 중에서 그분 말고 누가 왕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그, 그렇소.”

“병무대신의 말씀은 들었고. 다른 대신들의 의견은 어떻소이까?”


다른 대신들은 눈을 피하거나 말을 조심했다. 이 국무회의가 반역회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재상 마틴은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여봐라! 연판장을 가지고와라.”

“예?”

“아니, 재상 이게 무슨 짓입니까?”

“대신들께서는 연판장에 서명하시기 전까지 이 국무회의를 떠나실 수 없습니다.”


대신들이 받은 연판장은 왕을 없애기 위한 내용이 적혀 있었고 서명란까지 있었다.


국무회의에 있던 모든 대신들은 빠져나갈 수 없는 수렁에 갇혔다고 생각했다. 서명하면 빼도 박도 못하고 이 반역에 가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밖에는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기사들이 검에 손잡이를 올리고 있었다. 둘 중 하나였다.


“최상급이라고 했지. 그럼 소드마스터를 두 명쯤 불러오면 쉽게 제압할 수 있겠군.”


재상은 모두 서명하는 것을 본 다음 말했다.


“거사는 폐하의 개선식을 치르는 날로 합의를 보죠. 폐하께서 백양궁에 들어가시면 그 이후로 아무도 그곳에서 나올 수 없는 것으로 합시다.”


다른 대신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중 한 명, 외무대신은 눈을 반짝이면서 속으로 딴마음을 품고 있었다.


‘마틴 재상. 여태까지 너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어. 왕가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나? 지금이야 말로 선대 폐하의 유지를 받들 때로군. 아랑기스 남작에게 미리 일러둬야겠군.’


외무대신은 집으로 돌아온 다음 믿을만한 외교관 한 명을 불렀다. 메르헴 백작이었다. 그는 메르헴 백작에게 일렀다.


“수도에서 어떻게 외교를 체결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고 현지 상황에 맞게 조약을 체결하게.”

“예.”

“그리고, 자네가 데리고 있는 아랑기스 남작에게 이 서신을 전달해주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거면 됐다.”


외무대신은 밖으로 나가는 메르헴 백작을 보면서 선대 폐하께 한 맹세를 드디어 지켰다고 생각했다. 이 결과로 그의 목숨이 날아가더라도, 맹세는 결코 깨어질 수 없는 고귀한 것이다.




***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도 화산 폭발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때를 알고 피하면 이미 늦기 때문에 크루아가 족의 사람들은 다들 로븐홀 남쪽의 황무지에 대피해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넘겨주기로 한 땅이 바로 그곳이었다. 개간하는데 힘이 들긴 하겠지만, 그동안 보급품을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그들을 그곳에 안착하게 하기로 했다.


이것은 일단 구두 약속이었고 정식으로 외교를 체결해야했다. 크루아가 족은 솔리스 왕국이 아니었으니까.


왕국의 외교관이 온 것은 그쯤이었다. 수도에서 오는 일행은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일행은 왕국의 주요 기사단 중의 하나인 황금깃 기사단이 수행했다.


번쩍거리는 황금 갑옷을 입은 기사단의 문장은 그리핀이었다. 이 기사단이 수행하는 인물은 왕국에서도 중요한 외교관, 안켈 메르헴 백작과 그 수행원들이었다.


메르헴 백작은 흰머리 사이에 거뭇거뭇 검은 머리카락이 보이는 중년의 남자였다. 그는 굉장히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귀족이었다.


“폐하, 승전을 축하드리옵니다.”


그는 날 보자마자 말에서 내려서 당장 달려와 고개를 조아렸다.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말했다.


“메르헴 백작. 오늘 내로 조약에 관한 부분은 처리해줬으면 하는군.”

“여부가 있겠습니까. 오늘 내로 처리해드리지요.”


메르헴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로븐홀 요새 내부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서 황금깃 기사단이 들어갔다.


헤그가 안으로 들어가는 기사단을 보면서 침을 탁 뱉었다.


“우리가 나올 때는 꼼짝도 안하던 기사단 놈들이, 외교관을 수행할때는 저렇게 많이 달라붙어?”

“헤그, 그만둬라. 네 행동은 상대에게 빌미를 만들어주는 것뿐이야.”

“불만도 못해?”

“혼자 있을 때 하던가.”

“알았어.”


들어가는 기사단 사이로 누군가 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내리고 테 없는 안경을 쓰고 있는 20대로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는 잠시 날보다가 곧 안으로 사라졌다.


“누구지?”


의문을 접어두고 나는 메르헴 백작과 함께 협상장으로 들어갔다. 반대편에는 불리겐과 그의 주술사 몇 명이 있었다.


메르헴 백작은 자신이 가진 모든 정보를 총동원해서 크루아가 족을 괴롭혔다. 패전에 관한 것부터 화산 폭발에 관한 정보까지 입수한 모든 정보를 이용해 실무적인 부분을 이롭게 조정했다.


너그럽게 처리하라는 명령을 하지 않았더라면 메르헴 백작은 크루아가 족의 뿌리까지 뽑아먹을 셈이었다. 그런데 그는 내 명령을 착실히 받아 적당한 선에서 조약을 체결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처리를 끝내고 그는 내가 있는 막사까지 찾아왔다. 밖에서 이카젠이 들어와 말했다.


“폐하. 메르헴 백작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래, 들어오라고 해.”


메르헴 백작은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숙이고는 의자에 앉았다. 나는 와인을 한 병 꺼내서 그에게 따라주면서 말했다.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았네.”

“무슨 말씀을. 폐하께서 유례없을 대승을 거두셨다고 하셨으니 당연히 내려와야 하지요.”


그는 실눈을 뜨면서 와인 잔을 받아들었다. 나는 그의 속내가 궁금했다. 외교관으로 수십 년간 일해왔던 그는 정치적으로는 중립적인 입장이었다.


“궁금한 게 있네. 메르헴 백작.”

“예, 폐하.”

“수도에서 내려오면서 명령은 따로 있을 터다. 크루아가 족을 복속했으니 그들을 노예로 삼던가 아예 조각조각 나눠서 솔리스 전역에 배치해서 살게 할 수도 있지. 이곳 사정을 모르는 누군가는 아마도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까?”

“누군가 말입니까?”


그는 대답을 보류하면서 와인을 한 잔 들이켠 다음 말했다.


“음. 이 와인은 너무 독하군요. 하지만 마음에 듭니다.”

“솔리스 남부에서만 만들어지는 독한 와인이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수도사들이 특별한 방식으로 증류한 와인이라고 하더군.”


그는 와인을 음미한 다음 대답을 이어갔다.


“사자는 제 새끼가 아닌 새끼는 전부 물어 죽인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그렇다.”


사자의 무리는 프라이드라고 한다. 한 프라이드에는 한 마리의 수사자 밖에 있을 수 없다. 프라이드 내에서 자란 수사자는 우두머리에게 쫓겨나 다른 무리의 수사자를 죽이고 새로운 우두머리가 된다.


그리고 우두머리가 되면 남은 새끼들은 전부 물어서 죽인다.


“그런데 어쩌다 새끼 중에서도 살아남은 유일한 새끼 사자가 있었습니다.”

“······.”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숨어지내고 홀로 힘을 길렀죠. 그 수사자가 이제 장성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 새끼 사자는 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가? 그 사자는 어떻게 보이는가?”

“우두머리를 물어 죽일 정도로 강해 보입니다만, 사자에게는 지혜가 부족하군요.”

“······.”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막사를 나갔다. 특이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적은 아니었다. 적과 아군의 중간지점에 있는 인물이다. 그가 나간 뒤에 나는 또 한 명의 방문을 받았다.


처음 만났을 때 눈이 마주쳤던 인물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티소나이 아랑기스. 외교관의 서기 중의 한 명으로 그와 함께 왔다. 왜 이 시각에 날 방문한 것인지 모르겠군.


“들라 할까요?”

“그래.”


이카젠이 나가자마자 티소나이 아랑기스 남작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폐하. 티소나이 아랑기스, 인사드립니다.”

“그래. 잘 왔네. 내게 무슨 볼일이지? 그것도 홀로.”


대뜸, 그녀가 말했다.


“폐하의 죽음을 선고하러 왔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지? 이 말의 진위를 알아봐야 했다. 그러나 그 전에 그녀가 말했다.


“저는 모든 것을 쥐고 있습니다. 왕성에서 있었던 사건, 폐하의 이번 승전보. 당신께서 그간 힘을 숨겨왔다는 것까지요.”


힘을 숨겨온 적은 없지만, 일단 그들에게 있어서 그것이 진실이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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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생명의 샘 +7 19.03.12 289 18 12쪽
33 #33 프로미테 +7 19.03.11 290 18 11쪽
32 #32 거인의 거래 +5 19.03.07 323 20 12쪽
31 #31 왕성 지하 재입장 +7 19.03.06 347 21 12쪽
30 #30 반란 종결 +8 19.03.05 345 26 13쪽
29 #29. 반역자 +4 19.03.04 357 23 12쪽
28 #28 반란사건 +3 19.02.28 405 25 12쪽
27 #27 계획 +4 19.02.27 407 23 13쪽
» #26 수도에서 온 책사 +5 19.02.26 416 28 12쪽
25 #25 결과와 부활 +4 19.02.25 423 24 13쪽
24 #24 벌레의 왕 +9 19.02.24 461 28 12쪽
23 #23 네크로맨서 +3 19.02.23 477 22 11쪽
22 #22 징조 +4 19.02.22 494 26 11쪽
21 #21 어둠 +8 19.02.21 512 25 12쪽
20 #20 음모 +9 19.02.20 587 36 12쪽
19 #19 로튼의 막골 전투 +10 19.02.19 643 31 12쪽
18 #18 로튼의 막골 전투 +6 19.02.18 665 37 12쪽
17 #17 거점 점거 +7 19.02.16 744 36 12쪽
16 #16 정찰이긴 한데, 위력정찰입니다만 +11 19.02.15 756 44 12쪽
15 #15 로븐홀 요새 +7 19.02.14 815 44 12쪽
14 #14 남하 +5 19.02.14 839 44 12쪽
13 #13 가짜 국왕? +7 19.02.13 873 42 12쪽
12 #12 귀환 +5 19.02.12 905 44 11쪽
11 #11 저 미친놈이 스승이라고? +8 19.02.11 945 47 12쪽
10 #10 아델 하이드 +4 19.02.09 978 47 12쪽
9 #9 검수집가 부족 +5 19.02.08 1,054 47 12쪽
8 #8 일리아스 +7 19.02.07 1,133 5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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