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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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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돌킴
작품등록일 :
2019.02.20 12:06
최근연재일 :
2019.03.02 07:14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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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63,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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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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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화. 만남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그러니까, 이 모든 건 필연에 의해서였다.

콜링유라는 재즈 음악이 느른하게 흐르는 스포츠카 안에서 여자는 남자의 셔츠 위에 무감하게 손을 올렸다.

뻣뻣한  남자의 몸 위로  감흥 없는 여자의 손길이 남자의 가슴을 스쳤다.

“어때요?”

“어떻다뇨?”

“느낌이 어떠냐고요.”


남자는 여자의 손길보다는  재즈 음악에 더 집중하는 것 같았다. 가수는 애절한 목소리로 연인을 찾아 부르짖었지만 음악과는 반대로 두 사람의 분위기는 사막의 풍경처럼 건조했다.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 여자에게서 신경을 자극하는 떨림을 느꼈다.


“왜  떱니까? 선수라는 분이.

“떨지 않았어요. 단지 심장이 안 뛰는 것 처럼  느껴져서요.”

“내가 그렇다는 말입니까?”

“네. 당신은... 완벽한 인간 같지만 생기 없는 예술품 같군요.”

“그렇다면 내 몸에 생기를 넣어 봐요. 아프로디테.”


남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여자에게로 간다.

페라리의 고급스런 가죽시트냄새와 남자의 향취가 뒤섞여 차 안은 그야말로 아찔할 지경이었다. 


생기 없는 몸이라 해도 남자는 극강의 섹시함을  풍겼다. 여자는 직감적으로 위험한 남자임을 느꼈다.  암컷에  독이 오른 재규어의 눈이 저럴까. 남자의 눈에서 푸른 빛이 번뜩였다.


홍채가 다 들여다보이는 차가운 눈동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여자에게 말했다.


“그 체온으로 날 녹여봐”

“뭐라구요?”

“너 잘한다며.”

“...”

“네가.

네 입으로.

그렇게 말했잖아.”

남자는 끊어지는 음절로 말하며 또다시 속삭였다.

“애태우지 마.”


밤이 깊어가고 있다.  차가운 겨울밤이.



1화 남자의 품격



With or Without you 라는 U2의 음악이 남산 기슭에 울려 퍼졌다. 파워풀한 가수의 목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한국의 프레디 머큐리라 불리는 롹 가수가 한 남자를 향해 열창 하고 있었다. 얼굴만 봐도 알법한 유명인과 연예인들이 그의 음악에 열광하고 있었다.


여기는 서울 클럽. 회원제 호텔인 이곳은 서울의 최고명당자리인 남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고급스런 조명과 고전적인 실내장식, 예술적 기품이 넘치는 사람들이 이 사교회의 회원들이다.


세련된 락 음악이 고풍스런 호텔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진다. 사람들은 저마다 담소를 나누며 즐기며 오늘의 축제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품위 있는 그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이 모임의 주인공인 한승현이었다.


명화 속 인물이 저렇게 눈이 부실까. 마치 깍아 놓은 것처럼 눈에 띄는 그의 얼굴은 예술가의 손길이 닿은 듯 섬세한 이목구비였다.


짙은 흑발의 반들반들한 머리칼, 요요하게 빛나는 안광, 금펄이 미세하게 반짝이는 빛나는 피부. 어느 훌륭한 조물주가 만졌는지, 콧날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어 있었다. 그는 이계의 인물처럼 혼자서만 이채를 발광하고 있었다.


온 몸에 페로몬을 풍기는 그의 주위로 여자들이 들끓었다. 흡사 달콤한 꿀을 향해 달려드는 나비떼들 같았다.


별빛 같은 눈길로 무대를 응시하던 그가 엔딩 부분에서 박수를 보냈다. 감동에 젖은 그가 박수를 치자 깨알 같은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와아...’


주인공은 지금 대한 민국에서 가장 핫한 제22대 대통령 당선자인 한승현이었다. 당선자의 축하를 위해 평소 그를 아끼는 사람들과 야당 의원들이 파티를 열었다.



“여러분의 성원과 이 뜨거운 밤의 열기를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대통령이 되었지만 여전히 당신들의 친구이며, 편안한 이웃으로 남고 싶습니다.”


가수에 이어 그가 마이크를 잡았다. 서울의 밤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야경 속에서 그는 빛나는 조각상처럼 우뚝 섰다.


우아했다. 청중을 사로잡는 세련된 화법이 열정이 넘친다. 광휘가 흐르는 안광이 구석구석 관중을 훑는다.



“까악, 나 연예인들 진짜 많이 보는데 저렇게 멋진 남자는 내 평생 처음이야. 얘, 나 너 아니었으면 이런 좋은 구경 못할 뻔했어. 아주, 명화를 찢고 나타난 명찢남이구나. 진짜 멋있다! 얘.”


신송 물산 둘째 딸이 호들갑을 떨었다. 재벌가의 7공주들도 나란히 초대된 모양이다. 그녀들은 이런 모임에 어울릴 만 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희락 식품의 첫째 딸 희수가 한승현과 어릴적부터 친구였다. 그 인맥이 지금까지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녀들은 한승현의 능력 보다는 외모에 더 열을 올렸다.


“우리 한승현 대통령, 보통이 아니지? 정치에 관심 없던 나도 이젠 정치 팬이 됐다니까?”



한참 수다를 떨던 7공주가 갑자기 싸늘한 시선으로 한 여자를 바라봤다. 한선그룹의 장녀 이혜영이다.


“오랜만.”

혜영이 먼저 저들에게 인사를 했다.

“새삼스럽게 인사는, 승현이가 너도 불렀니? 의왼데?”

“헤어져도 정이라는 건 남아있으니까. 계속 거절하기도 곤란하고.”

“아버지 일로, 너 까였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글쎄, 까인 건지, 잘 되 건지. 두고 봐야지?”

“너, 아직도 자존심 같은 게 남았니? 그래, 그래야 한때 우리 7공주답지.”

“나도 소문 들었어. 너, 이혼 했다며? 축하해. 요즘 다들 이혼은 축하해주는 분위기더라. 특히 우리 동네에서는 말이지.”

“야! 너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치사하게 지금까지 얘기하니?”

“6개월 전의 일도 옛날 일이니? 아직도 인터넷에는 네 얘기로 뜨겁던데. 무슨 스캔들이 그렇게 터져 버려서는...후훗. 망신스럽게”


희수가 입을 앙다물었다. 둘의 기싸움이 대단했다.


희수는 몇 개월 전 유명배우와 스캔들이 터져 이혼 당했다.


“그래도 난 거목 같은 집안을 뒀잖아? 그런데 넌...휴, 말을 말자. 애들도 아니고 유치하게 저기 우리 각하께서 좀 쓸쓸해 보이네. 가자 얘들아.”


일류 디자이너들의 신상을 줄줄이 걸치고 나온 7공주에 비해 혜영은 단아하기 그지없었다. 기품과 우아함이 철철 흘러넘치는 혜영은 한승현과 오랜 연인관계였다. 하지만 한선그룹의 쇄락으로 인해 둘은 헤어졌다. 쇄락의 길은 비참했다. 각종 탈세와 비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와 혜영의 집안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혜영이 물러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한승현의 지금같은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 각하!”

여자들의 호들갑 소리가 들린다.

“이젠 승현이라고도 못하겠네. 그래, 왕이 된 기분이 어때요?”

일부러 들으라는 듯 여자들의 목소리가 과장스럽다.


승현이 이쪽을 본다. 혜영은 애써 외면하며 조용히 칵테일을 마셨다.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결코 이 자리에 낄 수 없는 의외의 인물이다. 동그란 뿔테 안경,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사정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이 자리에 마땅히 있어야 할 사진기자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초대 받지 못한 불청객이었다.


잇츠패치의 파파라치 손하나 기자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세상. 그녀는 거액을 주고 청와대 직원의 신분증을 위조했다.


“대통령 기록은 빠짐없이 남겨야 하는 거 아시죠? 나중에 기념관에 다 남을 거예요. 조선왕조실록도 그랬잖아요?”


정문을 통과할 때 손하는 관리인을 보면 씽끗 웃었다. 동글동들 귀여운 얼굴이 싱글싱글 웃을때마다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녀는 위조한 신분증으로 유유히 호텔을 통과했다. 아직 한승현이 취임전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하나는 코끝의 안경을 끌어 올리며  혜영을  주시했다.

그녀의  주변이 뭔가가 묘하다.


‘저것들은 지들끼리 무슨 불만이 저리도 많아? 팔자 좋은 것들이.’


7공준지 8공준지. 상류층에서 내놓으라하는 날라리 패거리 들이었다. 주식이면 주식, 부동산이면 부동산, 손 안대는 것이 없는 싹, 쓸어가는 여걸들.

하지만 실상은 껍데기일 뿐, 집안을 등에 업고 여기저기 설치는 한심한 부류였다.


손하나는 패거리들의 유치한 행동을 지켜보며 혜영에게 묘한 동정심을 느꼈다. 물론 그녀가 셔터를 멈추는 일은 없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아직 한승현과 혜영에게는 큰 기류는 흐르지 않았다.


“휴우 정말 안 걸리네.  여기서 짠하고 결혼발표라도 하면 얼마나 좋아? 그럼 특종 하나 터뜨리고 바로 승진인데. 이놈의 하루살이 인생. 언제까지 셔터만 누르다 젊음을 낭비할 거냐고. 나도 데스크에 앉아 편하게 좀 살아 보자.”


한승현, 오직 한승현만이 출세 길이었다. 하나는 다시 한 번 전의를 불태웠다.



승현의 비서가 조심스럽게 혜영에게로 접근하는 게 보였다. 무언가를  건넸는데, 쪽지 같았다.


이때다. 하나는 혜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두 눈에 불을 켰다.


혜영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하나는 아주 능숙하게  그녀의 뒤를 밟는다.


서울 클럽의 뒷마당. 으슥하고 외진 자그마한 정원에 혜영이 먼저 도착했다. 혜영은 이미 호텔의 내부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아마도 둘만의 밀회 장소였겠지. 킁킁킁, 냄새가 났다. 하나는 불륜 현장을 잡은 것처럼 바짝 긴장했다.


‘온다!’


어둠을  뚫고 한줄기  빛 같은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과묵하고 심오한 표정의 그가 깊은 눈으로 혜영을 바라봤다. 하나는 침을 삼키며 그 장면을 촬영했다.


“축하해.”

혜영은 눈부신 새하얀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남산의 기온은 서늘했다. 승현이 오자마자 자신의 겉옷을 벗어 걸쳐주었다.

“너한테 그런 가식적인 말 듣기 싫어.”

혜영이 잠시 움찔했다.

“가식적이라니...난 네가 정말로 잘되길 바랬을 뿐이야.”

“네 아버지 일. 내가 손쓰기도 전에 일이 커져 버렸어. 미안해.”

“그런 말 들으려고 한 게 아니야. 너, 나 여긴 왜 불렀니? 나 망신주려고? 비참해지라고?”

“결혼한다며.”

“그, 그걸 어떻게?”

삼일 전 급하게 결정한 일이었다. 혜영의 얼굴이 굳어졌다.

“몰랐어? 내 모든 안테나가 네게 향해 있다는 걸. 결혼이라...하긴 그게 최선이겠지. 이해 할 수 있어. 하지만...”

그가 뚫어져라 혜영을 보았다. “대신 최대한 빨리 제자리로 돌아와.”

“무슨... 말이야?”

“널 절대로 포기 할 수 없다는 말이야.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한승현!”

“목표를 이뤘어도 하나도 기쁘지 않아. 앞으로의 4년. 내게는 가장 불행한 시기가 될 거야.”

“날 네 뜻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마.”

이혜영은 부서질 정도로 연약한 미소를 보였고 승현은 터질 듯한 감정의 기복을 숨기고 있었다. 렌즈 안에 고스란히 들어 온 그들의 표정은 격정, 그 자체였다.


그때, 수풀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하나가 카메라를 놓치는 소리였다. 수풀 뒤에서는 연신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게, 고성능 카메라는 나랑 안 맞다니까! 난 이놈의 신제품이랑 진짜 안 맞는다고! 이놈의 회사! 도대체가 도움이 안 돼, 빨리 도망치자. 큰일이다.’


하나는 감 하나는 뛰어났다. 오랜 파파라치 생활로 도망 하나는 국가 대표 급이었다. 하나가 등을 돌리고 슬금슬금 수풀을 벗어나려는 순간 수풀소리가 크게 울렸다. 꼼작 없이 그 자리에 얼음이 됐다. 겁먹은 생쥐처럼 벌벌벌 떨면서.


“쉿,”


승현이 혜영을 안심시키고 조심조심 수풀 속으로 간다.

하나가 그의 움직임을 느끼고 숨 죽였지만 이미 자신의 존재는 발각되고 말았다. 이럴 땐 도망이 최선이다. 이런 날을 위해 철인 3종 경기를 독파한 위대한 체력이 아니던가.


‘뛰자!’

그녀가 불이나케 뛰었다. 광속으로 뛰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한 마리의 설치류, 아니, 작은 여우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귀여운 날짐승이라면 한승현은 늑대나, 사자, 호랑이 같은 부류였다.

그가 오랜 검도 수련자라는 걸 그녀가 알 리가 없었다.


날쌔게 달리는 그녀의 옷깃이 덜컥 잡혔다. 하나는 그대로 꼬꾸라졌다.


“아얏”

“이봐, 당신 뭐야. 대체 누군데 이러고 있어.”

그녀가 쓰러지자 소형 카메라가 데굴데굴 굴렀다.

승현과 손하나가 재빨리 카메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승현이 조금 빨랐다. 그녀의 카메라가 그의 손아귀에 들려졌다.


“하, 누군지 알겠군.”

“아하하. 한승현 의원님. 아니 대통령 각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청와대 소속...”

“여기, 이런 곳에. 당신, 겁도 없이...”

승현의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그 눈을 보자 하나는 그만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겁을 주는 것 치고는 너무도 냉한 냉기다.

“당신, 이혜영을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그 파파라치야?”

“아, 저는...”

그는 폭주하는 기차처럼 마구 화를 냈다.

“할일이 그렇게나 없어? 추잡하게 남의 사생활이나 캐? 유명인은 사생활도, 인권도 없어? 당신 기생충이야? 이혜영이 당신 밥줄이나 돼? 차라리 나한테 덤비지 그랬어. 나는 거물이라 부담스러웠나? 하는 짓이 천박하고 생양아치 같아 입에 담기도 역겹군.”


몰아붙이는 말 하나하나가 서릿발이다.


“말씀이 좀... 심하시네요.”

“이 여자한테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단 봐. 당신 하나 매장하는 건 식은 죽 먹기야. 당신 지금 법 위반 한 것만 5가지가 넘어. 불법 도촬, 청와대 사칭, 사생활 침입, 스토킹, 그리고 사유지 무단침입!”


‘와... 진짜 말 심하다.’

하나는 꼼작할 수 없었다. 사실 저렇게 매서운 남자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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