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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 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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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검늑삼
작품등록일 :
2019.02.22 18:26
최근연재일 :
2019.09.2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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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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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제 10장 : 공도동망(共倒同亡。넘어져도 같이 넘어지고 망해도 같이 망한다) (4)

DUMMY

* * *



짝!


"으으음······."


서진은 관군에게 섭유골을 얻어맞고 잠시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뺨을 강하게 자극하는 충격에 살짝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어딘지 모를 산속으로 끌려와 있었다.


"이 쌍년! 생각해 보니 화딱지가 나서 견딜 수가 없네. 감히 나를 밀쳐서 넘어뜨려? 그래, 어디 한번 그리 발악해 보거라 이년아!"


짝!


서진은 깨어나자마자 상기에게 온갖 폭언을 들으며 한 차례 더 뺨을 얻어맞았다.


"아악! 이, 이게 무슨 짓이예요? 우, 우리 서연이 어디 있어요? 우리 서연이······."


"호오, 요년 봐라. 제 코가 석 자인 주제에 동생 걱정을 해? 이년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서진이 구타를 당하는 와중에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서연을 찾자 상기가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이기죽거렸다.


"나, 나를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뜻대로 될 것 같아요? 천만예요··· 절대로 나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거예요, 절대로······."


서진이 상기의 이죽거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몇 마디의 말을 꺼냈는데, 말투에 강단이 배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말속에도 그 어떤 암시가 결연하게 스며 있었다.


"이 쌍년이 몇 대 쳐 맞더니 머리가 어떻게 되었나?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릴 지껄여 대는 거야?"


'서연아,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버지, 죄송해요. 아버님, 그리고 진혁 도련님··· 스스로 한 약속 못 지켜서 죄송해요. 그런데, 그런데··· 도련님이 너무 보고 싶어요.'


서진이 그렇게 아버지 송유석과 동생 서연, 그리고 자신이 시아버지로 삼은 이경륭과 낭군으로 정한 진혁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전하며 심정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심경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서진은 최종 결심을 하고, 그 결심을 실행하기 위해 자신의 혀를 빼물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후다다닥!


크르릉!


"허억! 뭐, 뭐··· 뭐야?"


"어? 낭, 낭순아! 네, 네가 여길 어떻게? 그, 그럼 도련님도······."


낭순이였다. 낭순이가 마치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져 버린 것처럼 난데없이 나타나 서진의 앞을 가로막더니 곧장 몸을 납작 엎드렸다. 그렇게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듯한 자세를 취한 낭순이가 상기를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며 계속해서 으르렁거렸다.


크르릉! 크앙!


"흐이익! 저, 저리 가. 이, 이 쌍놈의 개새끼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서··· 오호라, 네 년이 이 개새끼 주인인 모양이구나. 하! 제 주인을 위한답시고 이런 개새끼까지 나한테 덤비겠다는 거야, 지금? 그래? 그럼, 어디 한번 덤벼 봐라, 이 개새끼야! 네 놈의 배때기에 이 창을 단번에 꽂아 줄 테니······."


낭순이의 느닷없는 등장에 흠칫 놀란 상기는 자신의 창을 굳게 잡은 채 온갖 공갈과 협박을 욕설로 바꿔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중얼거림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중간에 말허리를 자르며 헤살을 놓는 헤살꾼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멈춰!"


낭순이를 바짝 뒤쫓아 온 진혁이었다.


"헉, 헉. 서진 낭자! 괜찮아요? 낭순아, 수고했다. 헉, 헉··· 저, 서진 낭자. 낭순이 데리고 먼저 큰길로 좀 가 계세요. 아 참! 서연 낭자도 무사하니 걱정하지 말고요."


낭순이 뒤를 얼마나 급히 쫓아왔는지 진혁은 숨이 턱에 닿아 말도 제대로 잇질 못했다.


"흐으윽··· 도, 도련님. 흐윽······."


서진이 눈물을 보였다. 방금 전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서진이 이 꿈만 같은 몽외지사에 기어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서진에게 몽외지사는 다른 게 아니었다. 자신의 무사함은 차치물론하고 서연이 무사하다는 말을 건네며 이렇게 자신 앞에 서 있는 진혁이 바로 천만몽외의 몽외지사였다.


"헉, 헉. 낭순아, 안 되겠다. 네가 큰길까지 서진 낭자 좀 모시고 나가거라."


크르르릉!


"어엉? 이놈은 또 뭐야? 네 놈은 또 웬 놈이냐?"


"후우, 생전 쌀밥 한 번도 못 먹어 봤나? 어째 허구한 날 보리밥만 먹고 산 사람처럼 보자마자 이놈 저놈으로 시작하네. 그나저나 관군이란 작자들이 이 모양 요 꼴이니 나라 꼴도 이리될 수밖에 없지."


상기가 흠칫하며 얼덜결에 웬 놈이냐고 묻자 진혁이 숨을 한번 몰아쉰 뒤 혼잣말하듯 대꾸했는데, 그 말투나 말속이 명백한 비양이었다.


"뭐, 뭐라? 허, 오늘 일진이 도대체 왜 그래? 웬 똥개 새끼부터 시건방진 애송이까지··· 응? 뭐야, 그 창은? 지금 그 창 같지도 않은 걸로 한번 덤벼 보겠다는 게냐? 나 원 참!"


"우쒸, 나도 우리 낭순이한테 무슨 강아지라고는 해도 똥개라고는 안 하는데··· 또 뭐라고 했죠? 아, 시건방진 애송이라고 했지? 저, 이건 비밀인데요. 어차피 잠시 후면 영원히 묻힐 비밀이 될 테니 말해 줄게요. 사실 우리 아버지가 지금은 역적 비스름히 되어서 쫓기는 신세지만, 한때는 북방 군영을 호령했던 장수였거든요. 그리고 나는 그런 아버지께 십팔반무예의 무예육기 중 창술을 배운 사람이고요. 어때요, 이래도 내가 애송이일 것 같아요?"


"하! 이런 맹랑한 놈을 봤나? 네 놈 애비가 역적이었다고? 그런데 그 사실을 서슴없이 밝힌다··· 이놈! 지금 그게 무슨 뜻이냐?"


상기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반문을 하다 도중에 안색을 굳히더니 뒤늦게 분개하는 표정으로 바뀌어 갔다.


"방금 말해 줬잖아요. 아주 큰 비밀인데 곧 영원히 묻힐 거라서 말해 주는 거라고··· 거, 가만 보니 욕만 할 줄 알지 말귀는 우리 귀동 아우나 서진 낭자처럼 많이 어두운 모양이네요. 차라리 지나가는 소를 붙잡고 말할 걸 그랬나?"


진혁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채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거리며 대꾸했는데, 그 모습이 영락없는 뒷골목 건달꾼이었다. 하지만 진혁의 그런 행작엔 상대의 심리 상태를 교묘히 흩뜨리는 고도의 격장지계가 숨어 있었다.


"이, 이놈! 지금 그 말은? 내 입을 영원히 닫게 하겠다는··· 한마디로 날 죽이겠다는··· 이, 이놈!"


상기가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고함을 치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를 보였다.


"아까 당신을 보는 순간 그때 바로 죽일 수도 있었지만, 비록 사람 같지 않은 당신이라도 사람을 죽이는 내 모습을 내 소중한··· 사람한테 보여 주고 싶지 않아서 지금까지 참고 있었을 뿐이오. 자, 이젠 됐으니 그만 덤비시요."


"이, 이런 건방진 놈! 오냐! 내 당장 네 놈의 목을 꿰뚫어 주마! 하아앗!"


상기가 느닷없이 창을 찔렀다. 그러자 진혁이 눈앞까지 다가온 창을 다급히 옆으로 쳐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창을 위에서 아래로 후려치자 상기가 가까스로 걷어 올리며 진혁의 창을 막았다. 그렇게 한순가에 시작된 상기와 진혁의 싸움은 한동안 격한 공방을 보였다.


탁! 타악! 툭! 투욱······.


푸우욱!


"커어억!"


창대끼리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이름 모를 산속에 대여섯 차례 울려 퍼지더니 이내 뭔가 박히는 음향과 뒤이어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뭔가 박히는 음향은 창이 몸속 깊게 박히는 소리였고, 고통에 찬 신음 소리는 다름 아닌 상기가 내뱉은 단발마였다. 상기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 한복판에 꽂혀 있는 박달나무 창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후확!


"으으윽······."


진혁이 상기의 가슴 한복판에 꽂혀 있던 자신의 창을 단번에 뽑아 내자 창이 뽑혀 나간 상기의 가슴에선 붉은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을 하얗게 까집은 상기는 썩은 고목이 쓰러지듯 맥없이 꼬꾸라졌다.


'당신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하고, 내가 죽으면 내 소중한 사람들이 해를 당할 건 불을 보듯 뻔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당신네들은 죽을 만큼 못된 작자들이었으니 너무 억울해 마십시요. 어차피 인면수심이었으니 만사무석이잖아요.'


"후우!"


창을 뽑아 든 진혁은 상기가 쓰러지자 숨을 한번 거칠게 몰아쉰 후 큰길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 * *



"으앙, 으아앙··· 작은 오라버니, 내가 얼마나 으앙, 무서웠는지 알아요? 으아앙······."


"서, 서연 낭자. 이젠 괜찮아요. 그러니 진정하세요."


자신을 때리려는 관군이 갑자기 가슴에 화살을 맞고 쓰러지자 서연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영문을 몰라 했다. 그렇게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귀동이 난데없이 나타나자 서연은 마치 물을 본 기러기처럼 불문곡절하고 귀동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곤 그때부터 귀동에게 안겨 눈물 콧물 다 흘려 가며 펑펑 울어 대기 시작했다.


"··· 으앙, 내가 얼마나 작은 오라버니를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요? 으아앙······."


"나, 나도 그랬어요. 나도 서연 낭자가 너무도 보고 싶었어요. 근데 진혁 형님 때문에······."


서연이 애고대고하며 보고 싶었다고 하자 귀동은 코끝이 시큰해지며 가슴 한 켠이 아려 왔다.


"으앙··· 우리 언, 언니도 무사하겠죠? 으앙··· 어? 낭, 낭순이다. 낭순아!"


산속에서 큰길로 낭순이가 불쑥 뛰쳐나오자 그 모습을 먼저 발견한 서연이 그 즉시 귀동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곤 낭순이에게 냅다 내달려 낭순이를 끌어안고 또다시 대성통곡을 해 댔다.


"으아앙, 낭순아! 이 언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으앙, 낭순아······."


크르릉······.


그러나 그 또한 잠깐이었다. 잠시 후 서진이 산속에서 큰길로 내려서자 또다시 서진에게 달려가 울고불고 난리를 쳐 댔다. 하기야 큰일을 당할 뻔한 잠시 전의 일을 참량하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긴 했다.


"언니! 으앙, 괜찮아? 어, 어디 안 다쳤어? 으앙······"


"괜찮아, 괜찮아. 언니는 괜찮아. 서연아, 서연이 넌 어디 안 다쳤어? 어디 한번 살펴보자."


"··· 으앙, 나도 괜찮아. 그, 그런데 큰 오라버니는? 왜 같이 안 와?"


"올 거야. 도련님은 반드시 올 거야······."


서진은 서연을 안은 상태에서 방금 자신이 걸어 나온 산속을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돌아보았다. 진혁을 산속에 홀로 두고 나온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인데, 하지만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자신이 옆에 있으면 그게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걸 알기에 서진은 어쩔 수 없이 낭순이를 데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서진 누님, 무사하셨군요. 정말, 정말 다행이예요."


"귀동 도령, 고마워요. 나와 우리 서연이를 구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귀동이 한달음에 다가와 반색을 하며 서진을 반기자 서진도 눈물을 글썽이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아니예요, 서진 누님. 제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서진 낭자는 제가 아닌 진혁 형님이 구했어요. 그나저나 아까 관군에게 맞은 관자놀이는 어때요? 괜찮아요? 서진 누님이 그 관군 놈에게 맞는 걸 보고 진혁 형님이 얼마나 격분한 줄 아세요? 저는 지금껏 진혁 형님이 그리 심하게 화내는 것은 처음 봤어요."


"도, 도련님이요?"


서진의 눈에 글썽글썽하던 눈물이 기어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예, 그런데 왜··· 그런 진혁 형님을 두고 다른 사람과 혼례를 치르려고 하세요. 진혁 형님이··· 밤마다 얼마나 우는지 아세요?"


"예? 그, 그게 무슨 말이예요, 귀동 도령?"


"서진 누님이 다른 사람과 혼례를 치르기로 했다는 말을 춘장 어르신께 전해 들은 날부터 매일 밤마다 저 몰래 살짝 나가서··· 흐윽, 진혁 형님이 매일 밤 흐으윽, 밤새도록 울기만 했어요. 흐으윽······."


진혁의 그간 사정을 서진에게 전해 주다 또다시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보이는 귀동이었다. 그러나 서진은 귀동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대경소외했다.


"세, 세상에··· 아버, 아버지께서 도련님께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는 말이예요?"


그간의 사정을 전해 들은 서진이 놀라움과 의아함을 동시에 보이며 귀동에게 다급히 반문했다.


"예? 무슨 말씀이요? 그 말씀만··· 아, 나중에 진혁 형님께 따로 해 주실 말씀이 있다고는 하셨어요."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지? 그렇잖아도 도련님께서 신경 쓰고 그럴까 봐서 아버님께 미리 그런 언질을 주고 온 것인데, 아······.'


크르르르르릉!


"어? 큰 오라버니!"


낭순이가 가족에게만 보이는 긴 으르렁거림을 보이자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산속에서 진혁이 뛰어나왔다. 그러자 서연이 냉큼 뛰쳐나가 진혁의 품에 안기더니 또다시 눈물 콧물 쏟아 내며 엉엉 울어 대기 시작했다.


"으엉··· 큰 오라버니, 얼마나 무서웠다고요. 그리고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 으앙, 아까도 언니랑 어르신하고 큰 오라버니 얘기를 얼마나 한 줄 알아요? 으아앙······."


진혁은 마치 오라비가 친동생을 대하듯 울고불고하는 서연의 어깨를 따뜻한 손길로 토닥토닥 다독여 주었다.


"자, 이제 모두 괜찮으니 울지 말아요. 그리고 그리 자꾸 울면 나중에 귀동 아우가 흉볼지도 몰라요. 그러니 이만 진정하세요."


"으엉··· 그러기만 해 보라지요. 흥!"


그렇게 가까스로 서연을 다독인 진혁은 어떻게 해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그간의 사정을 서진에게 물었다.


"서진 낭자, 어떻게 된 거예요? 어르신은 지금 어디에 계시고요?"


"말씀드리려면 좀 길어요. 그리고 그 얘기보단··· 아버, 어르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계실지 그게 걱정이예요."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제가 지금까지 하나씩 주워들은 걸 모아 보면, 우리를 잡은 관군 대장은 그때 전주에서부터 우리를 뒤쫓았던 그 무관이예요. 그런데··· 그 무관이 유독 어르신께 집요한 집착을 보이는 것 같았어요."


사실 서진도 진혁 못지않게 침착했다. 그런 서진이다 보니 그동안에 듣고 겪었던 것들을 헐후하게 여기지 않고 나름대로 분석을 해 둔 상태였다.


"그게 사실이예요?"


"예, 게다가 우리만 전라 감영으로 압송하고 아버지를 태인 관아에 잔류시킨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건 또 무슨 말이예요?"


"이건 제 생각인데··· 아마 어르신이 계시는 칠보 산중으로 안내를 맡기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서진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진혁은 불길함이 스멀거리며 불안함에 사로잡혀 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비록 서진이 독단적으로 유추한 거지만, 그 내용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다분하게 내포되어 있어 함부로 배제할 수가 없었다.


서진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동안 그 어떤 생각에 골몰하던 진혁이 갑자기 눈을 부릅뜨더니 벌떡 일어났다.


"저기, 서진 낭자. 태인으로 돌아가면 어디 가 있을 데 있어요? 정혼자 집이라던가, 아니면······."


"없어요. 그리고 도련님께서 뭔가 오해를 단단히······."


진혁의 질문에 서진이 서둘러 대답한 뒤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진혁이 바로 말을 받는 바람에 말을 더 잇지 못하고 도중에 멈춰야만 했다.


"태인도 안 되고, 정읍도 안 되면··· 그럼 지금 상황이 마땅치 않으니 지내기 불편하더라도 칠보 산중으로 다시 돌아가실래요?"


"예, 그렇게 하고 싶어요."


"나도, 나도··· 제발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큰 오라버니."


서진과 서연의 거처가 마땅치 않은 것 같아 별수 없이 칠보 산중으로 돌아갈지에 대한 여부를 물은 것인데, 서진뿐만 아니라 의외로 서연까지 돌아가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치자 진혁은 그 즉시 결심을 굳혔다.


"귀동 아우, 아우가 서진 낭자하고 서연 낭자를 데리고 칠보 산중으로 돌아오도록 해. 단, 태인을 거치지 말고 옹동골로 가로질러서 말야."


"진혁 형님은요?"


"아무래도 나와 낭순이는 칠보 산중으로 먼저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애."


"춘장 어르신 때문에요? 그러세요. 먼저 가셔요. 서진 누님과 서연 낭자는 이 소제가 잘 모시고 갈께요. 어서 가세요, 형님."


"서진 낭자, 서연 낭자. 아무래도 나와 낭순이는 칠보 산중으로 먼저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으니 귀동 아우와 함께 조심해서 뒤따라오도록 하세요. 알았죠?"


진혁이 얼굴에 긴장감과 초조함을 내비치며 조심할 것을 당부하자 귀동과 서연은 또다시 눈물을 왈칵 쏟았다. 하지만 서진은 애틋한 눈빛으로 진혁을 바라보며 아랫입술만 꽉 깨물고 있었다.


"자, 낭순아. 가자!"


"진혁 형님, 조심······."


"어? 낭순아 조심, 어? 큰 오라버니도 조심······."


진혁이 귀동부터 시작해 서진과 서연을 차례로 일별할 후 그대로 몸을 날려 낭순이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자 귀동과 서연이 다급히 진혁을 부르며 걱정을 나타냈고, 진혁의 그 모습 하나하나를 애틋히 지켜보던 서진은 그제야 눈망울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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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제 18장 : 면종복배(面從腹背。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며 속으로는 배반한다) (3) 19.09.25 41 0 31쪽
76 제 18장 : 면종복배(面從腹背。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며 속으로는 배반한다) (2) 19.09.24 36 0 26쪽
75 제 18장 : 면종복배(面從腹背。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며 속으로는 배반한다) (1) 19.09.23 36 1 32쪽
74 제 17장 : 어궤조산(魚潰鳥散。물고기 떼처럼 헤어지고 새 떼처럼 흩어진다) (4) 19.09.20 45 1 18쪽
73 제 17장 : 어궤조산(魚潰鳥散。물고기 떼처럼 헤어지고 새 떼처럼 흩어진다) (3) 19.09.19 38 1 24쪽
72 제 17장 : 어궤조산(魚潰鳥散。물고기 떼처럼 헤어지고 새 떼처럼 흩어진다) (2) 19.09.18 45 1 25쪽
71 제 17장 : 어궤조산(魚潰鳥散。물고기 떼처럼 헤어지고 새 떼처럼 흩어진다) (1) 19.09.17 58 1 23쪽
70 제 16장 : 안분지족(安分知足。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 (3) 19.09.13 53 2 20쪽
69 제 16장 : 안분지족(安分知足。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 (2) 19.09.12 45 1 24쪽
68 제 16장 : 안분지족(安分知足。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 (1) 19.09.11 52 1 32쪽
67 제 15장 : 만사무석(萬死無惜。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게 없다) (4) 19.09.10 55 1 16쪽
66 제 15장 : 만사무석(萬死無惜。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게 없다) (3) 19.09.09 46 1 23쪽
65 제 15장 : 만사무석(萬死無惜。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게 없다) (2) 19.09.05 49 2 21쪽
64 제 15장 : 만사무석(萬死無惜。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게 없다) (1) 19.09.04 51 2 24쪽
63 제 14장 : 혜분난비(蕙焚蘭悲。혜란이 불에 타니 난초가 슬퍼한다) (3) 19.09.03 45 1 29쪽
62 제 14장 : 혜분난비(蕙焚蘭悲。혜란이 불에 타니 난초가 슬퍼한다) (2) 19.09.02 44 2 22쪽
61 제 14장 : 혜분난비(蕙焚蘭悲。혜란이 불에 타니 난초가 슬퍼한다) (1) 19.08.30 72 2 32쪽
60 제 13장 :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 (3) 19.08.29 74 1 30쪽
59 제 13장 :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 (2) 19.08.28 62 1 29쪽
58 제 13장 :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 (1) 19.08.27 62 2 27쪽
57 제 12장 : 불요불굴(不撓不屈。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 (4) 19.08.26 61 1 20쪽
56 제 12장 : 불요불굴(不撓不屈。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 (3) 19.08.23 53 1 15쪽
55 제 12장 : 불요불굴(不撓不屈。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 (2) 19.08.22 51 1 26쪽
54 제 12장 : 불요불굴(不撓不屈。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 (1) 19.08.21 54 2 25쪽
53 제 11장 : 호천통곡(呼天痛哭。하늘을 부르며 소리쳐 울다) (3) 19.08.20 69 2 26쪽
52 제 11장 : 호천통곡(呼天痛哭。하늘을 부르며 소리쳐 울다) (2) 19.08.19 65 2 28쪽
51 제 11장 : 호천통곡(呼天痛哭。하늘을 부르며 소리쳐 울다) (1) 19.08.16 73 2 25쪽
» 제 10장 : 공도동망(共倒同亡。넘어져도 같이 넘어지고 망해도 같이 망한다) (4) 19.08.15 60 2 18쪽
49 제 10장 : 공도동망(共倒同亡。넘어져도 같이 넘어지고 망해도 같이 망한다) (3) 19.08.14 72 2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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