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 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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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검늑삼
작품등록일 :
2019.02.22 18:26
최근연재일 :
2019.09.2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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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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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제 13장 :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 (1)

DUMMY

전라 감영의 관찰사 집무실인 선화당에서 한숨 소리가 연거푸 터져 나왔다. 그런데 들려오는 한숨 소리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는 걸로 보아 한 사람만의 한숨 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후우! 하필 우리가 도착하는 날에 그런 변고가··· 그래, 감영군의 사상자는 얼마나 되오이까?"


"··· 후우! 감영에서 나갈 땐 천삼백 명이었으나 되돌아온 자들은 기껏해야 쉰 명 정도밖에 되지 않소. 더구나 영장을 비롯해 무관은 단 한 명도 없고 대부분 초군들이요. 그나저나 초토사 영감, 어찌하실 생각이시오?"


"관찰사 영감, 내 도착한 지 이제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소이다. 반란군에 대해 아직 파악조차 못했는데, 이 시점에서 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소이까?"


"그걸 내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놈들이 더 설치기 전에 빨리 쫓아가 토벌해야 하지 않겠소?"


"허, 관찰사 영감께선 문관이라서 그런지 잘 모르시는 것 같소이다. 병법에 나와 있기를 아무리 하찮은 적이라고 해도 최선을 다하라고 했소이다. 그런 만큼 저놈들의 동태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이니··· 일단은 이곳 감영에 주둔하며 저놈들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소이다."


전라 관찰사 김문현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자는 이번 전라도와 충청도 민란을 토벌하기 위해 양호 초토사를 임명 받고 내려온 홍계훈이었다. 홍계훈은 사월 초이튿날 양호 초토사로 임명되어 장위병으로 구성된 경군 팔백 명을 이끌고 해로를 통해 군산포로 들어왔는데, 공교롭게도 전봉준과 농민군이 황토현 전투를 치른 날인 사월 초이렛날 전라 감영이 있는 전주성으로 입성했다.


그런데 군산포에서 하선해 임피를 거치며 전주로 이동하는 동안 저절로 들려온 전봉준과 농민군의 무시무시한 소문에 경군들은 사기가 급격하게 저하되었고, 그로 인해 전의까지 상실하였다. 그러다 급기야 탈영자까지 하나 둘 속출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시작된 탈영 행렬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전주에 도착할 때쯤엔 그 수가 꽤 상당해 결국 백여 명 이상의 병력이 반감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홍계훈은 반란군을 추격하기는커녕 아예 맞닥뜨리는 것조차 회피하려고 했고, 그런 이유에서 제일 안전한 이곳에 이대로 눌러앉기로 내심 작정을 한 상태였다.


'뭐? 반란군의 숫자가 만 명이 넘는다고? 그런데 고작 팔백 명을 데리고 나가 싸우라고? 아니지, 도망친 놈들 때문에 이젠 칠백 명도 채 안 되는 숫자지. 어쨌거나 이 관찰사 영감탱이가 지금 나보고 나가 죽으라는 거야, 뭐야? 허험, 하나뿐인 목숨인데 절대 그럴 순 없지. 암, 그렇고말고······.'


이해타산을 따지며 속으로 김문현을 욕하던 홍계훈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관찰사 영감, 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소이다. 저놈들이 이만 명이 넘는 만큼 한시바삐 조정에 장계를 올려 증원군을 요청해야 될 것 같소이다."


"엥? 초토사 영감, 그게 무슨 소리요? 이만 명이라니? 내 방금 만 명이라고 하지 않았소."


"허허, 저놈들이라고 그동안 가만히 있었겠소이까. 분명 물이 오를 대로 올랐을 테니 지금쯤이면 아마 모르면 몰라도 이만 명이 훌쩍 넘었을 것이외다."


홍계훈은 자신의 하나뿐인 소중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출정을 회피해야만 했다. 그럴려면 우선 그에 대한 일환으로 시간부터 벌어야 했는데, 하지만 딱히 마땅한 핑계 거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름 안간힘을 쓰며 애를 쓴 게 염두를 굴리는 거였고, 그렇게 염두를 굴려 생각해 낸 게 바로 증원군 요청이었다.


'조정에 증원군을 요청하기 위해선 터무니없더라도 반란군의 숫자부터 거창하게 부풀려야 하는데··· 이만 명이면 좀 적은가? 한 삼만 명쯤으로 부풀릴 걸 그랬나?'


그러나 초토사 홍계훈의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음, 초토사 영감 말을 듣고 보니 대저 그럴 수도 있겠구려. 알았소, 내 바로 조정에 장계를 올려 증원군을 요청하겠소."


'으응? 뭐가 이리 쉬워? 그럼 내친김에······.'


홍계훈이 또다시 잔머리를 굴렸다.


"아, 관찰사 영감. 내 전장을 누빈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봤을 때 증원군이 파견된다고 해도 아마 소수에 불과할 것이외다. 반면 저놈들은 들불처럼 번져 나가며 계속해 세를 불릴 게 뻔하고 말이외다. 그러니 이 전라도를 저놈들로부터 온전히 지키고 싶으면 아예 청국에 군사 차용을 하자고 이참에 그것도 함께 주청하는 게 좋을 것 같소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홍계훈의 입술을 비집고 나온 이 구린내 나는 한마디가 추후 우리 조선에 커다란 화를 불러일으키는 불씨가 되었기 때문이다.


"청, 청국에서 군사를 빌려 반란군을 진압하자는 말입니까? 조정에 그리 요청하자는 겁니까, 초토사 영감?"


"그렇소이다. 임오년 군란 때에도 그리하지 않았소이까? 어차피 이럴 때를 대비해 청국과 그런 조약을 맺은 것이니··· 이럴 때 써먹어야지 아끼면 뭐하겠소이까."


홍계훈은 은근슬쩍 전라도를 운운하며 전라 관찰사 김문현을 교묘하게 꼬드겼다. 물론 전라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벌기 위한 얄팍한 꼼수였는데, 그런 만큼 자신의 안위를 이어 가기 위한 한낱 잔머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김문현은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홍계훈의 얼렁뚱땅한 연기력이 원체 출중했고, 게다가 김문현의 귀가 여리다 못해 워낙 팔랑 귀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남의 의견이 조금만 그럴듯해도 아무런 주견 없이 부화뇌동하는 김문현의 평소 행동 양식 때문이었다.


"알겠소, 내 바로 조정에 장계를 올려 청국 군사 차용을 강하게 주청하도록 하겠소."


그야말로 망하거나 결딴라 감영의 관찰사 집무실인 선화당에서 한숨 소리가 연거푸 터져 나왔다. 그런데 들려오는 한숨 소리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는 걸로 보아 한 사람만의 한숨 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후우! 하필 우리가 도착하는 날에 그런 변고가··· 그래, 감영군의 사상자는 얼마나 되오이까?"


"··· 후우! 감영에서 나갈 땐 천삼백 명이었으나 되돌아온 자들은 기껏해야 쉰 명 정도밖에 되지 않소. 더구나 영장을 비롯해 무관은 단 한 명도 없고 대부분 초군들이요. 그나저나 초토사 영감, 어찌하실 생각이시오?"


"관찰사 영감, 내 도착한 지 이제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소이다. 반란군에 대해 아직 파악조차 못했는데, 이 시점에서 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소이까?"


"그걸 내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놈들이 더 설치기 전에 빨리 쫓아가 토벌해야 하지 않겠소?"


"허, 관찰사 영감께선 문관이라서 그런지 잘 모르시는 것 같소이다. 병법에 나와 있기를 아무리 하찮은 적이라고 해도 최선을 다하라고 했소이다. 그런 만큼 저놈들의 동태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이니··· 일단은 이곳 감영에 주둔하며 저놈들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소이다."


전라 관찰사 김문현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자는 이번 전라도와 충청도 민란을 토벌하기 위해 양호 초토사를 임명 받고 내려온 홍계훈이었다. 홍계훈은 사월 초이튿날 양호 초토사로 임명되어 장위병으로 구성된 경군 팔백 명을 이끌고 해로를 통해 군산포로 들어왔는데, 공교롭게도 전봉준과 농민군이 황토현 전투를 치른 날인 사월 초이렛날 전라 감영이 있는 전주성으로 입성했다.


그런데 군산포에서 하선해 임피를 거치며 전주로 이동하는 동안 저절로 들려온 전봉준과 농민군의 무시무시한 소문에 경군들은 사기가 급격하게 저하되었고, 그로 인해 전의까지 상실하였다. 그러다 급기야 탈영자까지 하나 둘 속출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시작된 탈영 행렬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전주에 도착할 때쯤엔 그 수가 꽤 상당해 결국 백여 명 이상의 병력이 반감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홍계훈은 반란군을 추격하기는커녕 아예 맞닥뜨리는 것조차 회피하려고 했고, 그런 이유에서 제일 안전한 이곳에 이대로 눌러앉기로 내심 작정을 한 상태였다.


'뭐? 반란군의 숫자가 만 명이 넘는다고? 그런데 고작 팔백 명을 데리고 나가 싸우라고? 아니지, 도망친 놈들 때문에 이젠 칠백 명도 채 안 되는 숫자지. 어쨌거나 이 관찰사 영감탱이가 지금 나보고 나가 죽으라는 거야, 뭐야? 허험, 하나뿐인 목숨인데 절대 그럴 순 없지. 암, 그렇고말고······.'


이해타산을 따지며 속으로 김문현을 욕하던 홍계훈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관찰사 영감, 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소이다. 저놈들이 이만 명이 넘는 만큼 한시바삐 조정에 장계를 올려 증원군을 요청해야 될 것 같소이다."


"엥? 초토사 영감, 그게 무슨 소리요? 이만 명이라니? 내 방금 만 명이라고 하지 않았소."


"허허, 저놈들이라고 그동안 가만히 있었겠소이까. 분명 물이 오를 대로 올랐을 테니 지금쯤이면 아마 모르면 몰라도 이만 명이 훌쩍 넘었을 것이외다."


홍계훈은 자신의 하나뿐인 소중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출정을 회피해야만 했다. 그럴려면 우선 그에 대한 일환으로 시간부터 벌어야 했는데, 하지만 딱히 마땅한 핑계 거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름 안간힘을 쓰며 애를 쓴 게 염두를 굴리는 거였고, 그렇게 염두를 굴려 생각해 낸 게 바로 증원군 요청이었다.


'조정에 증원군을 요청하기 위해선 터무니없더라도 반란군의 숫자부터 거창하게 부풀려야 하는데··· 이만 명이면 좀 적은가? 한 삼만 명쯤으로 부풀릴 걸 그랬나?'


그러나 초토사 홍계훈의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음, 초토사 영감 말을 듣고 보니 대저 그럴 수도 있겠구려. 알았소, 내 바로 조정에 장계를 올려 증원군을 요청하겠소."


'으응? 뭐가 이리 쉬워? 그럼 내친김에······.'


홍계훈이 또다시 잔머리를 굴렸다.


"아, 관찰사 영감. 내 전장을 누빈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봤을 때 증원군이 파견된다고 해도 아마 소수에 불과할 것이외다. 반면 저놈들은 들불처럼 번져 나가며 계속해 세를 불릴 게 뻔하고 말이외다. 그러니 이 전라도를 저놈들로부터 온전히 지키고 싶으면 아예 청국에 군사 차용을 하자고 이참에 그것도 함께 주청하는 게 좋을 것 같소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홍계훈의 입술을 비집고 나온 이 구린내 나는 한마디가 추후 우리 조선에 커다란 화를 불러일으키는 불씨가 되었기 때문이다.


"청, 청국에서 군사를 빌려 반란군을 진압하자는 말입니까? 조정에 그리 요청하자는 겁니까, 초토사 영감?"


"그렇소이다. 임오년 군란 때에도 그리하지 않았소이까? 어차피 이럴 때를 대비해 청국과 그런 조약을 맺은 것이니··· 이럴 때 써먹어야지 아끼면 뭐하겠소이까."


홍계훈은 은근슬쩍 전라도를 운운하며 전라 관찰사 김문현을 교묘하게 꼬드겼다. 물론 전라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벌기 위한 얄팍한 꼼수였는데, 그런 만큼 자신의 안위를 이어 가기 위한 한낱 잔머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김문현은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홍계훈의 얼렁뚱땅한 연기력이 원체 출중했고, 게다가 김문현의 귀가 여리다 못해 워낙 팔랑 귀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남의 의견이 조금만 그럴듯해도 아무런 주견 없이 부화뇌동하는 김문현의 평소 행동 양식 때문이었다.


"알겠소, 내 바로 조정에 장계를 올려 청국 군사 차용을 강하게 주청하도록 하겠소."


그야말로 망하거나 결딴날 징조인 망징패조가 따로 없었다. 명색이 영감이라고 불릴 자격이면 정삼품과 종이품의 고위직 벼슬아치였다. 그런 자들이 이 모양 요 꼴로 나랏일을 하고 있었으니 당시의 시대상이 어땠을지는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관찰사 영감의 분별력과 판단력이 참으로 놀랍소이다. 그 짧은 시간에 어찌 그리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소이까? 나도 예에서 지내는 동안 관찰사 영감의 그 명석함을 좀 배워야 되겠소이다. 허허허!"


근묵자흑하면 당동벌이한다더니 딱 맞는 말이었다. 양호 초토사 홍계훈과 전라 관찰사 김문현은 어느샌가 죽이 척척 맞는 사이가 되어 있었는데, 그야말로 눈꼴사납다 못해 같잖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홍계훈의 꾐에 빠진 김문현은 조정으로 장계를 올렸고, 무능하기 그지없는 조정에선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총제영중군 황헌주에게 장위병인 경국 삼백 명과 강화도 수비병 오백 명을 맡겨 전라도로 증파하였다. 뿐만 아니라 김문현의 추정대로 청국에도 군사를 차용했는데, 이게 결국 조선 반도에 커다란 화를 자초하는 미래사의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때는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 * *




보리가 여물기 시작한다는 소만이 어제였다. 그만큼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는 증거이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세상은 온통 푸른빛이 가득했고, 푸른 물결로 넘쳐 나고 있었다. 특히 보리밭이 많은 전라도 땅은 만경창파가 따로 없었는데, 물론 그 푸른빛 사이사이엔 먼저 익어 가는 보리의 누런빛이 듬성듬성 섞여 있기도 했다.


그런데 그 푸른빛과 푸른 물결의 보리밭을 마구 짓밟는 무리가 있었다.


'증원군을 이리 빨리 보낼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군산포에서 바로 충청도로 올라갈 것인데, 괜히 방향을 전라도로 꺾어서··· 에엥!'


양호 초토사 홍계훈이었다. 홍계훈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초토사라는 직책 앞에 양호라는 말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참고로 당시에는 한양 밑으로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삼남삼도라 지칭했고, 그 삼남삼도 중에 충청도는 호서, 전라도는 호남, 경상도는 영남이라고 일컬었다. 여기서 양호는 호서와 호남, 즉 충청도와 전라도를 일컫는 말인 만큼 앞서 언급한 양호 초토사는 말 그대로 충청도와 전라도의 반란군을 모두 토벌하라는 뜻의 직책이었다.


그러나 충청도의 민란은 많은 폐단만 남기고 스스로 흐지부지 소멸했기에 홍계훈의 임무 절반은 손 안 대고 코 푼 격으로 이미 완수한 거나 진배없었다. 사실 많은 폐단만 남기고 짧게 끝났지만 며칠 전까지 공주와 청주 이남의 충청도에서도 동학 북접의 활동으로 인해 여러 고을의 관아가 점령당하며 민중 봉기라는 회오리바람에 휩싸인 상태였었다. 물론 동학 남접의 활동에 기인한 반짝 봉기였지만, 어찌 되었든 그 또한 조정에 보고가 되었기에 이처럼 홍계훈의 초토사 임무에 충청도까지 포함이 된 거였다.


그러나 충청도의 민란 상황이 이미 흐지부지 끝났음에도 홍계훈은 여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그로 인해 이렇게 덜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으니 실로 한심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어쨌든 홍계훈은 현재 전봉준과 농민군의 뒤를 추격하기 위해 경군을 이끌고 전라 감영에서 나와 정읍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물론 등 떠밀려 나온 홍계훈의 입장에선 지금의 이 출정은 그야말로 마음에 없는 염불이었다. 말 그대로 억지 춘향이 되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마지못해 하고 있는 그런 꼴이었다.


하지만 일이 이리된 데에는 자업자득이나 다름없는 모종의 꼼수 때문이었고, 그건 빼도 박도 못하는 자명한 사실이니 홍계훈은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다시 말해 자신의 꾐에 빠진 전라 관찰사 김문현이 조정에 장계를 올렸고, 그 결과로 말미암아 이리 마음에도 없는 출정이 결정되었기에 홍계훈으로선 불평불만을 겉으로 드러낼 수가 없었다.


'하! 그나저나 하나뿐인 목숨을 부지하려면, 일단 전봉준인가 뭔가 하는 놈하고 맞닥뜨리는 것부터 피해야 하는데··· 이거 참, 큰일이로군.'


홍계훈이 전라 감영에서 나선 때가 감영에 도착한 지 열하루 만인 사월 열여드렛날이었다. 제영중군의 총대장인 황헌주에게 팔백 명의 군사를 딸려 증파했다는 조정의 공문을 받고 어쩔 수 없이 불가부득 나선 것인데, 그처럼 마지못해 나선 출정이다 보니 발걸음이 가벼울 리가 없었다. 더욱이 반란군과 마주치는 게 두려워 행군하는 시간보다 머뭇머뭇 대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에 더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는 발걸음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이동하는 시간보다 중간 중간 멈추는 시간이 더 많은 홍계훈과 경군을 유심히 지켜보는 눈은 다름 아닌 고부 입석촌에 사는 박춘석이었다. 박춘석은 여전히 전봉준과 농민군의 연락책을 맡고 있었는데, 이처럼 상황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는 정보꾼 노릇도 병행하고 있었다.


'숫자는 칠백 명이 채 안 되어 보이는데, 모두 화승총이 아닌 처음 보는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고··· 그런데 왜 저리 꾸물꾸물 대는 거지? 마치 말이 가야 할 데를 소가 대신 가는 것처럼 말야. 어찌 되었든 이 사실을 어서 속히 알려야겠군.'


홍계훈이 이끄는 경군의 이모저모를 유심히 살펴보던 박춘석이 어느 순간 살며시 그 자리를 벗어나더니 잠시 후 어딘가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사월 열닷샛날 제물포를 떠난 황헌주와 증원군은 영광 법성포에 그 모습을 나타냈다.


사실 이들은 하루 전인 사월 열나흗날 군산포에서 하선하려다 전봉준과 농민군이 이미 무장을 지나 영광 쪽으로 남하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군함을 띄워 영광 법성포로 향했던 것인데, 어쨌든 법성포에 정박한 군함에선 팔백여 명의 군사와 신식 무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서양에서 들여온 신식 화포인 쿠르프 야포와 회전식 기관총은 그 위용이 어마어마할 정도로 대단했는데, 거기에 더해 팔백여 명의 군사들도 모두가 하나같이 신식 소총인 모젤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증원군이 갖추고 있는 무장 상태는 죽창이나 농기구로 무장한 농민군 수만 명쯤은 너끈히 상대하고도 남을 만한 화력이었다.


그리 엄청난 화력으로 무장한 증원군은 군함에서 내리자마자 법성 포구에 도열을 했다. 그런데 그들의 위세 당당한 일거수일투족을 세심히 지켜보는 눈이 이곳에도 있었다. 박춘석과 같은 농민군의 연락책이었는데, 그 연락책은 박춘석이 그랬던 것처럼 한동안 증원군을 지켜보더니 슬그머니 그 자리를 벗어나 어디론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전봉준과 농민군은 정읍에서 출발해 그동안 흥덕과 고창, 무장 관아를 점령했다. 각 고을의 관아를 점령할 때마다 비록 재래식 무기에 불과하지만 관아의 무기를 접수해 농민군에게 나눠 주며 그들을 무장시켰다. 뿐만 아니라 관아의 창고 문을 활짝 열어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눠 주었고, 무고하게 옥에 갇힌 죄수들도 풀어 주었다. 그와 동시에 각 고을 농민들에게 원한을 산 관리와 관원들, 그리고 토호들을 발본색원해 그들을 처벌하기도 했다.


그렇게 전라도의 여러 고을이 농민군에게 의해 손쉽게 점령되자 농민군의 기세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마치 하늘이라도 찌를 듯했고, 그러한 여세를 몰아 전봉준과 농민군은 영광을 거쳐 내친김에 함평까지 내달았다.


그런 와중에 농민군은 열두 개의 기율을 다시 정해 발표했다. 드높아진 기세로 인해 혹여 농민군의 질서가 흐트러지며 와해될 수도 있었기에 그에 대한 우려와 염려의 조치였는데, 그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항복한 자는 살려 준다.


둘째, 도망가는 자는 쫓지 않는다.


셋째, 곤궁한 자는 구제한다.


넷째, 굶주린 자는 먹인다.


다섯째, 가난한 자는 구해 준다.


여섯째, 아픈 자에게는 약을 준다.


일곱째, 순종하는 자는 더 진심으로 따르게 한다.


여덟째, 거역하는 자는 알아듣게 타이른다.


아홉째, 욕심 부리는 자는 쫓아낸다.


열째, 간활한 자는 없앤다.


열한째, 불효한 자는 죽인다.


열두째, 불충한 자는 제거한다.


그러나 그처럼 승승장구하며 각 고을의 농민들을 탄압과 수탈에서 해방시키고 있을 때 그 거사를 훼사하려는 어두운 그림자도 전봉준과 농민군을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여러분, 잠시 주목해 주시오. 방금 법성포에서 도착한 연락책에 의하면 법성포에 증원군으로 보이는 군사들이 하선했다고 하오."


"법성포에 말이요? 그 숫자는 얼마나 된다고 하오? 이곳 함평에서 법성포까지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으니 그놈들 숫자가 많으면 큰일이지 않소."


전봉준이 담담한 표정으로 증원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제일 먼저 총관령 손화중이 걱정 어린 말투로 이것저것을 서둘러 물었다.


"숫자는 약 팔백 명쯤이라고 하니 그리 별 문제가 안 되는데··· 다만 그 증원군이 화포와 기관총 등 서양에서 들여온 신식 무기로 잔뜩 무장하고 있다고 하오."


손화중의 질문을 받은 전봉준이 증원군의 숫자를 말해 주며 그들의 무장 상태까지 이야기해 주자 모여 있던 농민군 간부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만 짓고 있을 뿐 어느 누구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른 후 이번에도 역시 손화중이 나서 그 침묵을 깼다.


"총대장, 혹여 전라 감영에서 나온 경군의 정보도 들어온 게 있소? 이렇게 되면 우리는 그 둘을 동시에 주시해야 되지 않겠소?"


"그렇잖아도 그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마침 손 총관령이 좋은 지적을 해 주셨소. 전라 감영에서 나온 경군은 우리 뒤를 멀찌막이 따라오다 현재는 공교롭게도 영광에 머물고 있소. 그런 만큼 법성포에 있는 그 증원군과 조만간 합류할 게 분명하오."


"허, 그럼 이거 큰일이지 않소?"


"그래서 그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자 이렇게 여러분을 급히 소집한 것이오."


경군을 이끌고 전라 감영에서 나온 초토사 홍계훈은 전봉준과 농민군의 뒤만 졸래졸래 따라다니고 있었다. 정읍을 거쳐 흥덕, 고창, 무장까지 뒤를 따르다 농민군이 엊그제 영광에서 함평으로 넘어오자 다시금 무장에서 영광으로 뒤따라 들어와 현재는 영광에 머물고 있었다.


농민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한 고을씩 거리를 두고 뒤따르다 보니 어느 틈에 벌써 영광까지 내려온 것인데, 뜻밖에도 이곳 영광에서 황헌주가 이끄는 증원군과 조우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총대장, 여기서 더 내려갈 게 아니라 이쯤에서 다시 북상해 전라 감영을 치는 건 어떻겠소? 우리가 황토현에서 감영군을 크게 무찔렀으니 감영엔 지금 관군이 별로 없을 게 아니겠소?"


총참모 김덕명이었다. 김덕명이 오랜만에 자신의 생각을 내비쳤는데, 김덕명은 상당히 진중한 성격이라 말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었다. 그런 만큼 함부로 경시할 수 없는 의미심장한 내용일 게 분명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김덕명의 입술을 비집고 나온 말은 결코 가볍게 취급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허! 이거 참, 실로 기가 막힌 생각이요. 총대장, 총참모 생각이 그야말로 기가 막힌데 그리하는 게 어떻겠소?"


"맞소이다. 총참모 생각이 참으로 기발한 것 같소이다."


김덕명의 말에 가장 먼저 김개남이 나서 열렬히 찬성했다. 그러자 다른 간부들도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감덕명의 말에 이구동성으로 찬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이 이리되면 관찰사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도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겠는데··· 하지만 중화기를 갖춘 증원군을 꽁무니에 매달고 다녀야 한다는 게 영 찝찝한 일인데, 그게 결국 관건이자 문제로군. 여하튼 중화기를 이끌고 움직이려면 증원군의 기동력이 형편없을 텐데, 그 점을 이용해 치고 빠지는 싸움으로 증원군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줄여 놓으면 좋으련만.'


좌중의 맨 뒤쪽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진혁이 뭔가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김 총참모가 말한 내용에 이처럼 대다수가 찬성을 보이니 그럼 그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토의를 해 봅시다. 우선 이 함평에서 어느 길을 잡고 북상해야 할지 일단 그 부분부터 먼저 의견을 나눠 봅시다."


함평에서 전라도의 수부 전주까지는 크게 두 갈래 길이 있었다. 조금 가까운 길은 장성과 정읍을 거쳐 거의 직선으로 올라가는 길이었고, 조금 돌아가는 길은 광주와 담양, 순창과 임실을 거쳐 약간 타원을 그리며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아무래도 장성과 정읍을 거쳐 올라가는 게 빠르지 않겠소이까?"


총참모 오시영이 나서 빠른 길을 제안하자 다른 간부들도 그와 생각이 동일한지 고개만 끄덕일 뿐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 다소 신중한 성격의 또 다른 총참모 김덕명이 다시 나섰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가 북상하는 동안 증원군이 만약 동진이라도 하게 되면 그댄 자칫 장성에서 길목이 막힐 수도 있지 않겠소?"


"김 총참모 말마따나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그래도 당금의 상황에선 그게 최선책일 듯싶소이다."


잠시 시간이 지나며 회의가 소강상태를 보이자 총대장 전봉준이 나서 말문을 열었다.


"다른 의견들은 없소? 다른 의견이 없으면 오 총참모의 의견에 따라 장성과 정읍을 경유해 전주성으로 입성하도록 하겠소. 자, 그럼 다음으로 이 함평 땅에서 언제 출발하는 게 좋겠소?"


"아직 정리가 안 된 사람들이 많으니 바로 떠날 수는 없지 않겠소이까? 물론 한시가 급한 만큼 허투루 시간을 지체할 순 없지만, 그래도 사나흘이나··· 아니면 아쉬운 대로 이삼 일이라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소이다."


출발 시기를 묻는 전봉준의 질문에 이번에도 총참모 오시영이 나섰는데, 오시영은 현재 함평의 상황을 여러모로 고려해 본 후 이곳 함평을 비우고 떠나도 되는 시점을 최소 이삼 일 후로 계산하고 있었다.


"음, 알겠소. 자, 그럼 서로들 협심해서 최대한 빨리 정리하도록 합시다. 그래서 하루 정도 앞당겨 이틀 후에 이 함평 땅을 나서는 걸로 그리하겠소."


홍계훈이 이끄는 경군과 황헌주가 이끄는 증원군이 합류할 게 분명한 만큼 전봉준과 농민군 간부들은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일환으로 농민군의 진로에 대한 논의부터 하게 된 것인데, 천만의외로 그 회의 내용을 몰래 엿듣는 불순한 귀가 있었다. 물론 돈이라는 걸 미끼로 홍계훈과 경군 쪽에서 심어 놓은 밀정이었다.


'이틀 후 이 함평을 떠나 장성으로 해서 전주로 올라간다고? 음, 이건 꽤 돈이 되겠는데··· 흐흐흐.'


흔히 몹시 능갈맞고 교활한 사람을 일컬어 이른바 쥐새끼라고 부르는데, 그런 쥐새끼들은 적이나 경쟁 상대의 내부에 침투시켜 기밀을 빼내게 하면 그야말로 딱이었다. 한마디로 그런 교활한 천성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그런 능갈맞은 일이 적성에 딱 맞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방금 전 농민군의 회의 내용을 엿듣고 사라진 그 간자로 인해 전봉준과 농민군은 또다시 대규모 전투를 치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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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 노령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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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총장 : 앙천부지(仰天俯地。하늘을 쳐다보고 땅을 굽어본다) 19.09.26 263 3 11쪽
77 제 18장 : 면종복배(面從腹背。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며 속으로는 배반한다) (3) 19.09.25 91 2 31쪽
76 제 18장 : 면종복배(面從腹背。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며 속으로는 배반한다) (2) 19.09.24 60 2 26쪽
75 제 18장 : 면종복배(面從腹背。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며 속으로는 배반한다) (1) 19.09.23 64 2 32쪽
74 제 17장 : 어궤조산(魚潰鳥散。물고기 떼처럼 헤어지고 새 떼처럼 흩어진다) (4) 19.09.20 65 2 18쪽
73 제 17장 : 어궤조산(魚潰鳥散。물고기 떼처럼 헤어지고 새 떼처럼 흩어진다) (3) 19.09.19 65 2 24쪽
72 제 17장 : 어궤조산(魚潰鳥散。물고기 떼처럼 헤어지고 새 떼처럼 흩어진다) (2) 19.09.18 65 2 25쪽
71 제 17장 : 어궤조산(魚潰鳥散。물고기 떼처럼 헤어지고 새 떼처럼 흩어진다) (1) 19.09.17 92 2 23쪽
70 제 16장 : 안분지족(安分知足。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 (3) 19.09.13 80 3 20쪽
69 제 16장 : 안분지족(安分知足。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 (2) 19.09.12 66 2 24쪽
68 제 16장 : 안분지족(安分知足。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 (1) 19.09.11 78 2 32쪽
67 제 15장 : 만사무석(萬死無惜。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게 없다) (4) 19.09.10 77 2 16쪽
66 제 15장 : 만사무석(萬死無惜。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게 없다) (3) 19.09.09 64 2 23쪽
65 제 15장 : 만사무석(萬死無惜。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게 없다) (2) 19.09.05 66 3 21쪽
64 제 15장 : 만사무석(萬死無惜。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게 없다) (1) 19.09.04 71 3 24쪽
63 제 14장 : 혜분난비(蕙焚蘭悲。혜란이 불에 타니 난초가 슬퍼한다) (3) 19.09.03 73 2 29쪽
62 제 14장 : 혜분난비(蕙焚蘭悲。혜란이 불에 타니 난초가 슬퍼한다) (2) 19.09.02 62 3 22쪽
61 제 14장 : 혜분난비(蕙焚蘭悲。혜란이 불에 타니 난초가 슬퍼한다) (1) 19.08.30 92 3 32쪽
60 제 13장 :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 (3) 19.08.29 96 2 30쪽
59 제 13장 :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 (2) 19.08.28 87 2 29쪽
» 제 13장 :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 (1) 19.08.27 92 3 27쪽
57 제 12장 : 불요불굴(不撓不屈。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 (4) 19.08.26 79 2 20쪽
56 제 12장 : 불요불굴(不撓不屈。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 (3) 19.08.23 71 2 15쪽
55 제 12장 : 불요불굴(不撓不屈。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 (2) 19.08.22 73 2 26쪽
54 제 12장 : 불요불굴(不撓不屈。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 (1) 19.08.21 77 3 25쪽
53 제 11장 : 호천통곡(呼天痛哭。하늘을 부르며 소리쳐 울다) (3) 19.08.20 99 3 26쪽
52 제 11장 : 호천통곡(呼天痛哭。하늘을 부르며 소리쳐 울다) (2) 19.08.19 80 3 28쪽
51 제 11장 : 호천통곡(呼天痛哭。하늘을 부르며 소리쳐 울다) (1) 19.08.16 95 3 25쪽
50 제 10장 : 공도동망(共倒同亡。넘어져도 같이 넘어지고 망해도 같이 망한다) (4) 19.08.15 84 3 18쪽
49 제 10장 : 공도동망(共倒同亡。넘어져도 같이 넘어지고 망해도 같이 망한다) (3) 19.08.14 94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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