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엘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병약멘탈
작품등록일 :
2019.02.23 21:16
최근연재일 :
2019.06.12 14: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220,241
추천수 :
5,759
글자수 :
692,202

작성
19.05.11 14:00
조회
667
추천
26
글자
12쪽

97

DUMMY

3개의 피자 상자.


간단한 기본 토핑과 함께 파인애플이 올라가 있는 하와이안 피자. 피자의 금색에 가까운 노란색 고구마 무스가 들어간 데다가, 그 끝이 튀김 가까운 바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리치골드. 그리고 기본 중의 기본 토핑인 콤비네이션 피자까지.


커다란 접시를 꺼내 한 조각씩 떼어 담아 애피 앞에 놓고선 컵에 콜라를 따라주었다.


“아! 이거 이렇게 하니까 알 거 같아! 애피 이거... 피자 본 적 있어.”

“역시 그렇지?”

“응! 배불러서 못 먹었었어~”


애피는 그렇게 말하면서 접시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선 킁킁 냄새를 맡았다. 그러는 동안, 말숙이는 피자 두 조각을 떼어내더니 햄버거처럼 겹쳐 한 조각인 것처럼 먹기 시작했다.


“으우웅~! 역시 이 맛이에요!”

“안 뺏어 먹을 테니까 한 조각씩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할라.”

“네? 이렇게 먹어야 더 맛있단 말이에요!”


...어련하실까.


“...애피야, 말숙이 언니 따라 하면 안 돼. 알았지?”


애피가 따라 해보려는 거 같아서 곧바로 말렸더니, 애피가 고개를 끄덕이고선 내게 물어본다.


“손으로 먹는 거야?”

“음... 보통은 그래. 아니면 칼로 썰어서 포크로 먹어도 되고. 어떻게 먹어도 상관은 없는데, 피자는 따끈따끈하게 먹어야 좋아. 치즈가 쭉쭉 늘어나거든.”


흑우는 앞접시로 피자를 옮긴 뒤, 칼과 포크를 써서 잘라내 깔끔하게 먹었다.


“굉장히 복합적인 맛이군요...”


그리고 애피는 피자를 두 손으로 천천히 만졌다 뗐다 반복하더니, 조심스럽게 반으로 접다시피 해서 입에 넣었다.


“안 뜨거워?”


애피는 피자를 입에 문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선, 야금야금 피자를 먹었다.


거의 다 먹고 끝의 치즈가 들어간 크러스트 부분만 남겼을 때 즈음, 같이 온 소스를 하나 까서 애피에게 보여줬다.


“응?”

“그거 빵, 여기 찍어 먹어 봐.”


갈릭 디핑 소스다.


그냥 먹으면 심심할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아예 안 먹기도 하는 빵 끝부분의 맛을 확 끌어올려 줄 마법의 소스다.


물론, 말숙이는 이런 게 없어도 잘 먹는 데다가 처음부터 이 소스를 열었으면 남아나지도 않았을 거다. 그도 그럴 게, 같이 온 피클도 벌써 다 떨어져 가니까...


“엇!? 그거, 저도 주세요!”

“몇 개 없으니까 하나씩만 먹어.”


피자 한 판당 2개씩. 총 6개다. 우선은 각자 하나씩.


“그럼 이거는 언제 먹어요?”


말숙이가 서비스로 같이 온 은박 포장으로 꽁꽁 싸매어있는 마약 옥수수란 걸 가리켰다. 뭐, 전에 야시장에서 먹어본 녀석이랑 비슷할 거다. 그때도 마약 옥수수란 이름이었으니까.


“지금 먹지 뭐.”


은박 포장을 걷어내니, 살짝 노릇노릇한 옥수수 알갱이와 함께 하얀색과 노란색이 섞인 치즈 가루가 보이면서 달콤한 향이 확 풍겨 나온다.


“숟가락 가져오겠습니다.”


흑우가 숟가락을 꺼내오는 사이, 애피는 옥수수를 빤히 바라보며 크러스트를 소스에 찍어 먹어고선, 내게 머리를 기대어왔다.


“그렇게 좋아?”

“응!”

“얼마나 좋은데?”

“이만~~~큼!”


애피가 내게 기댄 채로 두 팔을 쭉 위로 뻗어 원을 한 바퀴 최대한 크게 그렸다.


“그런데~ 손이 막 반짝반짝 미끌미끌해서 이상해~”

“기름 묻어서 그래. 말숙아, 거기 휴지 좀 줄래? ...좀 뜯어서 줘. 통째로 주려고 하지 말고.”


말숙이는 새로 피자를 또 두 조각을 겹쳐 먹으면서 한 손으로 돌돌돌 휴지를 말아 뜯어줬다. 받으면서 손이 살짝 닿았는데, 참 얇고 부드럽다.


“애피야, 손 닦자~”

“응~ 이렇게?”


휴지로 싹싹 닦아내 기름을 어느 정도 제거해줬다. 그러는 동안 애피는 꺄르르 웃으면서 몸을 꿈틀꿈틀 움직였다.


“왜 그래? 간지러워?”

“응~ 간지러워~ 막 이렇게~ 이렇게~ 하면 간지러워~”


애피도 내 손을 잡고선 간지럽혀보겠다고, 부드럽고 앙증맞은 손으로 열심히 쪼물딱쪼물딱 만져왔다. 아주 살짝 간지럽긴 하지만, 참을만한 정도다.


“아빤 그렇게 안 간지러운데?”

“이상해~ 애피는 엄청 간지러운데.”

“크면 안 간지러워지나 봐.”

“으으음~ 말숙이 언니도 안 간지러워해?”

“응? 글쎄?”


우리가 말하는 사이, 흑우가 숟가락을 가져와 자리에 하나씩 내려놓았다.


말숙이는 곧바로 숟가락을 들어 옥수수를 퍼서 입에 넣은 뒤, 씹지도 않고 그대로 피자를 한입 베어 물었다.


“천천히 좀 먹어...”


마약 옥수수를 애피의 접시에 따로 담아주면서 말하니, 우물우물... 먹으면서 뭔가 할 말이 많은 듯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그래도 이젠 하도 말해줘서 그런지, 어지간하면 입에 음식물이 있는 상태에서 말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참 눈물겨운 발전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피자에 파인애플이 들어가잖아요. 누가 생각한 걸까요?”

“하와이 사람들이겠지. 이름부터가 하와이안 피자니까. 비슷한 거로 하와이안 버거라고 파인애플을 동그랗게 잘라서 넣은 것도 있더라.”

“네? 하와이가 나라 같은 거였어요?”

“...였을 걸? 지금은 미국 땅이던가... 아마.”


옆에서 애피가 콜라를 마시고 나서 두 눈을 꼭 감고, 몸을 부르르 떨고선 하와이안 피자를 들어올렸다.


“파인애플~”


그리고 흑우는 말없이 피자를 한 조각을 다시 자신의 앞접시에 옮겨 담아 쭉쭉 늘어나는 치즈를 포크를 돌려 돌돌 말았다.


“그러고 보니, 하와이안 피자는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피자이기도 하지.”


영국의 어떤 욕쟁이 쉐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날뛰기도 했고, 몇몇 사람들은 파인애플은 디저트로나 먹는 거라고 하기도 했다.


뭐, 난 별 선입견 없이 잘 먹는 편이지만... 특히, 대학 다닐 때 종종 먹곤 했던 수제 하와이안 버거의 맛은 정말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네? 왜요? 맛있는데!?”

“너야 뭐든 잘 먹으니까...”

“애피도 맛있게 먹는데요!? 흑우도 그렇고...”

“응! 맛있어~ 파인애플 좋아~”


애피가 피자를 들어올려 보이며, 방긋 웃었다.


.

.

.


양이 꽤 많았는데...


결국, 다 먹었다.


애피는 처음 앞접시에 덜어준 세 조각으로 끝났고, 나도 다섯 조각 정도 먹고 끝. 흑우 역시 나랑 비슷하게 먹고 나머지는 말숙이가 다 먹었다.


평소대로면 우리보다 조금 더 늦게까지 남아서 먹고 있거나 할 말숙이는 이번엔 피자를 겹쳐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비슷한 시간에 식사를 마쳤다.


“으흐으~ 배불러라...”

“아빠~ 말숙이 언니 또 배 볼록 나왔어~”

“그러게. 오늘은 다른 때보다 조금 더 나온 거 같은데? 갈수록 살 찌고 있는 거 아니야?”

“네!? 그런 무시무시한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네요. 아니지? 그냥 평소랑 똑같지?”


흑우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봐도 다른 때보다 더 나온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분명... 먹지 않아도 지금처럼 배가 나오게 될 겁니다.”

“뭐어어!? 아, 아니야! 시간 지나면 도로 괜찮... 윽... 속이...”


말숙이가 배에 손을 얹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왜 그래?”

“니글니글해요...”

“그야 기름진 음식을 그렇게 먹어대니 그렇지.”

“으으... 엘릭서를 써야겠어요.”


아니, 거기서 그걸?


“...그건 감기 같은 병이 아니라서 소용없을 거 같은데.”

“엘릭서는 몸을 정화하는 거니까... 기름도 정화해주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것참... 편리한 발상이네.


“마음대로 해. 그 대신 딱 한 방울이야.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지?”

“...누가 보면 그쪽이 엘프인 줄 알겠네요. 알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혹시 몰라 흑우를 바라보면서 감시해달란 눈치를 보냈다. 그러자, 흑우는 알아들은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애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숙이를 올려다 봤다.


“언니 아야 해?”

“응? 아니야. 그냥... 좀 속이 불편할 뿐이야. 괜찮아.”

“불편한 거야?”

“응. 조금 불편한 거니까, 애피는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언니 튼튼한 거 알잖아. 그렇지?”


말숙이는 애써 웃어 보였지만, 애피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괜찮을 거야. 애피는 아빠랑 치카치카하러 가자.”

“응...”


양치질을 마친 후, 사용인 실 문을 두드렸다.


“네...”


문을 열고 나온 말숙이의 얼굴이 창백하다. 특히, 입술이 아주 허옇게 뜬 게... 아무래도 제대로 체한 거 같다.


“엘릭서는 먹었어?”

“네. 먹었어요...”

“좀 어때?”

“효과 바로 나타나지 않는 거 아시잖아요...”


하긴, 감기 때도 그랬지. 애초에 그게 소화제도 아니고...


“으이구...”


말숙이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으니 마음이 영 좋지 않다.


“애피는요?”

“흑우랑 장 보러 갔어.”

“아... 그래요?”

“응. 어쩐 일로 같이 가겠다고 그러더라. 그보다, 바늘이랑 실 어디 있는지 알아?”

“어... 그건 왜요? 옷이 뜯어지기라도 했어요?”

“아니, 너 체한 거 좀 낫게 해주려고 그러지.”

“...네? 그게 무슨... 이해가 잘 안 되는 데요...”

“가져와 보면 알아.”

“...이상한 거 아니죠?”

“무슨 이상한 거?”

“막... 제 몸의 어딘가를 꿰맨다든가 하는 거요. 예를 들면 입이라든지... 또... 어...”


도대체 무슨 그런 끔찍한 상상을 하는 건지...


“날 뭐로 보고 그래.”

“어... 조금 까칠하고 잔소리 많은 사람이요?”

“...입 꿰매버린다.”

“그, 그거 보세요!”

“아니... 진짜로 그러겠단 게 아니잖아. 아무튼, 그런 위험하고 잔인한 건 아니니까, 실이랑 바늘이나 찾아줘.”

“정말이죠?”

“싫으면 계속 아프던가.”

“...알았어요. 믿어볼게요.”


실과 바늘을 가져온 말숙이를 소파에 앉히고 나도 그 옆에 앉아 말숙이 팔을 쥐어짜듯 어깨에서 손까지 두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밑으로 끌어내렸다.


“뭐, 뭐 하시는 거예요!?”

“가만히 있어 봐.”

“아픈 틈을 타서 이런 짓을 하시다니, 비겁해요!”

“이런 짓이 뭔진 모르겠는데, 너 도와주려고 하는 거라니까. 좀 가만히 있어.”


꾹꾹 눌러서 하얀 손이 새빨개진 걸 확인하고선 그대로 엄지 끝에 실을 가볍게 두 번 빙빙 돌리고선 그대로 꾹 잡아 바늘로 손을...


“아아악! 아아아악! 뭐 하시려는 거예요!”

“좀 가만히 있어.”

“그런다고 속이 괜찮아질 리 없잖아요! 싫어요!”

“가만히 안 있으면 진짜 다쳐.”

“으, 으으으... 믿는 게 아니었는데. 이럴 수가...”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멈춘 말숙이 엄지를 바늘로 푹 찔렀다가 뺐다.


“아아아악!!!”

“엄살은.”

“아프다고요! 아파요!”

“피 나오는 거 좀 봐.”

“바늘로 찌르면 누구라도 피 나와요! 아으으아아아~ 내 피~”

“그게 아니라, 색을 보라고.”

“피 색이야 당연히... 어? 어어...”


피가 새까맣다. 그것도 아주 많이. 게다가 잘 나오지도 않는다. 얹혀도 단단히 얹힌 모양이다.


“왜 제 피가 까맣죠? 혹시...”

“그래. 이제 좀...”

“알았다! 저주죠!? 이거 저주죠!?”


아이고 머리야...


“저주는 무슨 저주야. 그냥 네가 잔뜩 체해서 그런 거지. 자, 저쪽 손도 줘.”

“시, 싫어요!”

“그냥 피 좀 내는 거뿐이잖아.”

“이런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나을 리가 없잖아요!”

“음...”


뭐, 말도 안 되는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매번 효과가 있어서 그냥 무시할 수 없는 방법이기도 하니까...


“그러면 뭐... 하지 말자.”

“네? 어... 그렇게 순순히 물러나시는 거예요?”

“내가 아픈 거 아니잖아. 하기 싫다는데 뭐... 그냥 하지 말지 뭐.”

“...어. 으음... 저주 같은 거 아닌 거죠?”

“내가 그런 걸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보여?”

“아니요... ...꺼억.”


말숙이가 트림하면서 반대편 손을 내밀었다.


“안 아프게 해주세요...”


그런 방법이 있다면 말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딸은 엘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33 19.06.12 3,023 0 -
공지 후원금 감사드립니다... +3 19.02.27 2,049 0 -
130 129 +3 19.06.12 944 19 12쪽
129 128 +3 19.06.11 482 17 12쪽
128 127 +5 19.06.10 477 21 12쪽
127 126 +4 19.06.09 524 18 12쪽
126 125 +3 19.06.08 494 17 12쪽
125 124 +6 19.06.07 452 22 12쪽
124 123 +3 19.06.06 498 21 12쪽
123 122 +3 19.06.05 468 18 12쪽
122 121 +6 19.06.04 482 20 13쪽
121 120 +3 19.06.03 506 23 13쪽
120 119 +6 19.06.02 782 25 11쪽
119 118 +5 19.06.01 669 21 12쪽
118 117 +4 19.05.31 560 25 12쪽
117 116 +4 19.05.30 528 18 12쪽
116 115 +5 19.05.29 548 22 11쪽
115 114 +6 19.05.28 536 24 11쪽
114 113 +4 19.05.27 554 24 11쪽
113 112 +4 19.05.26 661 24 12쪽
112 111 +4 19.05.25 583 26 12쪽
111 110 +6 19.05.24 601 29 11쪽
110 109 +4 19.05.23 532 19 12쪽
109 108 +3 19.05.22 600 21 11쪽
108 107 +4 19.05.21 591 22 12쪽
107 106 +4 19.05.20 597 23 12쪽
106 105 +8 19.05.19 645 25 13쪽
105 104 +4 19.05.18 595 22 11쪽
104 103 +6 19.05.17 598 27 11쪽
103 102 +3 19.05.16 627 20 12쪽
102 101 +6 19.05.15 620 22 11쪽
101 100 +8 19.05.14 712 24 12쪽
100 99 +11 19.05.13 659 27 11쪽
99 98 +4 19.05.12 635 24 12쪽
» 97 +4 19.05.11 668 26 12쪽
97 96 +2 19.05.10 823 29 12쪽
96 95 +2 19.05.09 661 20 12쪽
95 94 +6 19.05.08 682 27 12쪽
94 93 +3 19.05.07 660 26 12쪽
93 92 +4 19.05.06 706 25 14쪽
92 91 +4 19.05.05 731 25 14쪽
91 90 +1 19.05.04 727 27 14쪽
90 89 +3 19.05.03 760 25 13쪽
89 88 +7 19.05.02 733 30 12쪽
88 87 +4 19.05.01 737 33 12쪽
87 86 +6 19.04.30 726 26 11쪽
86 85 +3 19.04.29 798 29 13쪽
85 84 +2 19.04.28 780 28 12쪽
84 83 +4 19.04.27 768 33 12쪽
83 82 +2 19.04.26 841 3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