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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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멘탈
작품등록일 :
2019.02.23 21:16
최근연재일 :
2019.06.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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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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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DUMMY

“드세요.”

“응? 엄마 주는 거야?”

“제가 주는 거 아니에요.”

“잘 먹을 게~ 우리 아들.”

“제가 주는 거 아니라니까요.”

“응~ 아들이 주는 거라 더 맛있는 거 같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윤영이 엄마는 마냥 웃으며 말하고, 윤영이는 그저 짧은 한숨을 쉬며 상대하길 포기했다.


“그럼 이제 진짜 받을 거도 받았으니까 엄만 이제 가볼게.”

“다신 오지 마세요.”

“응. 당분간 못 올 거 같아.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고.”

“...네?”


다시 오지 말라고 했던 윤영이가 놀랐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아들, 마지막으로 안아볼까?”


윤영이의 엄마가 두 팔을 벌렸다. 하지만 윤영이는 여전히 당황한 얼굴로 말할 뿐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니까요?”

“엄만 이제부터 세상을 지키러 갈 거니까. 아마 다시 못 올지도 몰라. 그러니까... 자, 안아줄래? 우리 아들 좀 오랜만에 안아보자.”


세상을 지킨다라...


마녀가 세상을 지키는 건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 걸까...


정말 세상일은 알 수가 없다.


윤영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곁으로 다가가 안았다.


둘은 그렇게 세상에 둘밖에 없는 것처럼 안고서 서로 뭐라 속삭이듯 말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던 둘은 다시 서로 마주 봤다.


“꼭... 바로 가셔야 하는 거예요?”

“응. 가야지. 가야 하고말고. 내가 안 가면... 엄청 큰일이 벌어질 테니까.”

“그냥 저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응.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 건데. 당연히 안되지. 그러면... 이제 정말 갈게.”

“...알았어요.”


현관 앞.


“문 열어드리겠습니다.”


흑우가 앞으로 가려 하니, 손을 가볍게 젓는다.


“응? 괜찮아. 안 열어줘도 돼. 다들 우리 아들 잘 부탁해.”


그러고선 오토바이에 올라타 앉고선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윤영이 오빠 엄마, 가는 거야?”

“응. 가는 거야. 안녕~”

“안녕~”

“애피야, 이제 엄청 큰소리 날 거야. 아빠가 귀 막아줄게.”

“아빠는?”

“아빠는 안 막아도 괜찮아.”

“으으음~ 응...”


애피의 귀를 살며시 감싸주니, 애피가 귀를 감싼 내 손을 잡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부르르르릉, 부르르릉!


오토바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가지 않고, 앞바퀴가 점점 위로 들린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뭔가 터지는 듯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오토바이 뒷바퀴 쪽에서 거대한 불꽃을 뿜어내며 그대로 날아올랐다.


이게 뭔... 내가 애피한테 말했던 큰 소리는 이렇게까지 큰 소리가 아니었는데...


하지만 끝까지 날아오르지 않고 담장을 넘어서자마자, 밑으로 내려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건너편에서 쾅! 하고 내려오는 소리가 난 다음, 다시 우렁찬 엔진음과 함께 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아빠, 날았는데 뚝 떨어졌어. 괜찮은 거야?”

“응. 애피는 귀를 막아서 못 들었겠구나. 괜찮아. 잘 갔어.”

“응~ 다행이야. 윤영이 오빠는 괜찮아?”

“괜찮아. 응. 아무렇지도 않아.”


윤영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 괜찮은지 어떤진 잘 모르겠다.


“와... 그런데 정말 유별난 사람이었어요. 역시 마녀라 그런 거겠죠?”


그러고 보니...


“말숙이 너, 윤영이네 엄마 있을 땐 엄청 얌전하더라?”

“네? 그거야, 말이라도 잘못 꺼냈다가 개구리가 되면 안 되니까요.”

“웬 개구리?”

“모르세요? 마녀들은 개구리가 되는 저주를 걸 수 있어요.”

“개구리?”

“응. 개굴개굴하고 우는 개구리. 애피는 본 적 없나...?”

“응. 애피, 개구리 본 적 없어~”

“언니는 개구리 싫어...”

“왜?”

“징그럽게 생겨서...”

“이렇게 생긴 게 개구리...”


흑우가 애피에게 폰을 보여줬다.


“개구리 귀엽게 생겼어~”

“으~ 난 싫어...”


애피랑 말숙이의 반응이 완전히 다르다.


그나저나...


“아니지?”


윤영이를 바라보며 말하니, 어쩐지 윤영이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진짜?”

“말숙이 누나 말이 맞아요... 저 어릴 땐 엄마가 저한테 심한 장난 친 애들이랑 그 부모를 개구리로 만든 적이 있었어요.”


세상에.


“...지금도 개구리는 아니지?”

“네. 3일 정도만 개구리로 만들었으니까요.”

“그거, 엄청 큰일 아니야?”

“큰일이죠. 그 가족 전부 다 정신병원에 다닐 정도였으니까요. 사람을 개구리로 만드는 마녀가 있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요... 그리고 그거 말고도 후우...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았어요. 다시 못 볼 수도 있단 게 조금 슬프긴 해도 한편으론, 개운하기도 해요.”

“그렇게 안 보였는데...”

“그거야, 저한테 잘해주신 것도 있고... 변덕이에요.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모르는 분이거든요.”

“어, 응...”


-띠리리링~ 띵띵~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내 폰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다.


윤영이가 폰을 들었다.


“네. 누구세... 네? ...그래요. 그럴 거 같았어요. 끊을게요.”


윤영이를 바라봤다. 대충 누구한테 전화 왔는진 알 거 같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윤영이가 내게 말한다.


“엄마예요. 저 안아보겠다고 거짓말하신 거라고, 나중에 또 보자고 그러시네요.”

“그래?”

“네.”


윤영이가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마, 방금 전화로 한 말이야말로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들어가자.”


.

.

.


양치질을 하고 난 뒤,


말숙이가 방에 찾아왔다. 옷차림을 보니 산책이라도 하려는 모양이다.


“왜?”

“운동 가요.”

“운동? 하려면 혼자 하면 되지 나는 왜.”

“네? 기억 안 나세요? 전에 운동하겠다고 하셨잖아요. 그래놓고 지금까지 몇 번이나 하셨어요?”


으...


“애피야, 말숙이가 아빠 괴롭힌다... 아이고...”

“아!? 말숙이 언니, 아빠 괴롭히면 안 돼~”

“응? 그렇게 치면 이 언니는 얼마나 많이 괴롭힘당했는데. 운동하러 가자고 하는 건 괴롭히는 게 아니야. 오히려 건강에 좋은걸. 애피는 아빠랑 같이 오래오래 살고 싶지?”

“응!”

“그러려면 열심히 운동해야 해. 그래야 살도 안 찌고 건강하지.”

“으으음~ 아빠~”


애피가 내 몸 위로 철퍼덕 올라왔다.


“아이구, 우리 애피~ 아빠랑 이대로 코 잘까?”


몸 위로 올라온 애피를 꼬옥 껴안으면서 말했다.


“으으음~ 아니! 아빠랑 같이 운동하러 갈래~”

“이래도 안 가실 거예요? 애피가 가자는데?”

“...으, 가야지. 가면 될 거 아니야. 흑우랑 윤영이는?”

“같이 나가자고 말해놨어요.”


.

.

.


그렇게 근처의 호수 공원.


다행히 햇빛은 쨍쨍한 편이지만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그리 덥진 않다.


그리고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꽤 한적하다.


“먼저 갈게요~”

“뛰게?”

“천천히 뛸 거예요.”

“그럼... 저도...”


말숙이랑 흑우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저도 뒤따라 가볼게요.”

“그래. 그렇게 해. 애피는 아빠랑 천천히 가자.”


벌써 저만치 앞으로 가버린 두 엘프의 뒤를 윤영이가 따라 뛰어가기 시작했다.


“응~ 아빠, 날이 따듯해.”

“있다가 점심때 되면 더워질지도 몰라.”

“으으음~ 얼마나?”

“왜~ 전에 목욕하려고 했다가 뜨거운 물 너무 많이 받아서 후끈후끈했었잖아.”


예전에 한 번 목욕 물을 미리 받아놓는단 게, 깜빡 잊어서 계속 뜨거운 물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욕실에 찬 수증기를 빼내려고 문을 열었을 때, 애피가 들어와서 밖으로 도로 내보낸 적이 있었다.


“아! 응~ 맞아. 후끈후끈이였어.”

“그때 정도?”

“앞에도 안 보여?”

“음...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후끈후끈해져.”

“점심엔 덥구나~ 집은?”

“집은 시원할 거야. 어제도 그랬으니까.”

“응~ 계속 시원하면 좋겠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 점심은 냉면 먹자.”

“냉면?”

“응.”

“냉면이 뭐야?”

“음~ 맞춰볼래?”

“으으음~ 냉면...”


애피가 걸으면서 왼손 검지손가락을 턱 근처에 가져다 댄 채로, 하늘을 바라봤다.


“넘어지지 않게 바닥도 잘 보고 걸어야지. 잠깐 멈출까?”

“아빠가 애피 넘어지지 않게 손잡아줘서 괜찮아~”


그건... 맞는 말이긴 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잠깐 멈추자.”

“응~”


자리에 멈춰서 살짝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은 적지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길을 나와줬다.


“냉면이랑 라면이랑 또 짜장면이랑 비슷해~”

“어떤 게 비슷해?”

“끝에 면이 들어가.”

“그 면이라는 게 뭘까?”

“으으음~ 이렇게 후루룩... 하고 먹는 거. 면이야.”

“맞아. 잘 맞췄네?”

“응! 후루룩하고 먹는 거~”

“그리고 냉면의 냉은 차가운 걸 말하는 거야.”

“차가운 후루룩이야?”

“응. 차가운 후루룩. 그래서 냉면이야.”

“맛있어?”

“아빤 좋아해.”

“얼마나? 애피만큼 좋아?”


그럴 리가.


“그 정도는 아니야.”

“그러면?”

“대충 흑우 정도?”

“아하하~ 이상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어~”

“애피가 흑우 좋아하는 정도로 좋아해.”

“으으음~ 응! 많이 좋아하는구나?”

“그런 셈이야.”

“빨리 먹어보고 싶다~”


웃는 애피를 바라보며, 나도 웃었다.


.

.

.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걷다 보니, 근처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빠~ 무슨 소리 났어~”


소리가 날 때마다 애피 귀가 쫑긋쫑긋 움직였다.


-삐이잉~ 삐이~


무슨 소린지 알 거 같다.


“저쪽에서 난 거 같지?”

“응~”


조경용으로 심어둔 나무와 수풀이 있는 방향이다.


“확인해볼까?”

“으으음~ 응! 볼래~”


천천히 소리가 난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소리는 조금 전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삐이이!


“음~ 보자... 아, 여ƒ…다. 잠시만~ 아빠가 금방 보여줄게.”


애피가 나를 바라보면서 기다리고, 번쩍 들어올려주니 꺄르르 웃으면서 좋아한다.


“어디야?”

“밑에 잘 봐봐.”

“으으음~”


애피가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다가,


“아! 저기~ 저거야?”


작은 고양이들이 숨어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삐이잉! 삐이!


이제 막 눈을 떴을 법한 크기의 고양이들이 수풀 안에서 입을 벌려 빽빽 소리를 내고 있다.


“저게 뭐게?”

“고양이~”

“맞아. 아기 고양이야.”

“왜 여기 있어?”

“어미 고양이가 다른 동물들한테 잡아먹히지 않게 잠깐 숨겨놓은 걸 거야.”

“잡아먹혀?”

“응. 아기 고양이는 작아서 약하거든. 그래서 이렇게 숨어있는 거야.”

“그렇구나...”


-삐이!


“안돼~ 고양이야. 소리 내면 찾을 수 있어. 조용히 해야 해.”


-삐이이! 삐!


애피가 말하자, 새끼 고양이들이 고개를 바짝 들고, 몸을 바르르 떨면서 목청 높여 울었다.


“이제 그만 갈까?”

“...잡아먹히면 안 되는데.”

“괜찮아. 이렇게 안에 숨어있으니까 소리가 나더라도 들어가기 힘들 거야. 애피도 아빠가 이렇게 들어올려줘야 볼 수 있잖아. 읏차...”


다시 애피를 내려줬다.


“어때?”


애피가 수풀을 조심스럽게 만지고 잡아당겨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들어가기 힘들 거 같아.”

“그렇지? 그러니까...”

“운동 나왔으면서 또 멍하니 서 있네요?”


윽. 뒤에서 말숙이 목소리가 들린다.


뒤돌아보니, 말숙이랑 흑우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삐이!


“어? 무슨 소리에요?”

“멍하니 서 있는 게 아니라, 소리가 나서 와본 거야.”

“아, 이건...”


흑우가 수풀 안을 내려다보더니,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고양이... 귀엽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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